최악의 조류독감

4천만 마리 살처분

1조원 피해





제5회

 

 

조류독감

 

지금으로부터 3년 전 2017년은 닭의 해 정유년이었다.

그해 닭이 울분을 토하는 소리를 지태풍은 들어줘야만 했다.

 

나는 닭이다.

5천 년 전만해도 훨훨 날아다녔다.

날카로운 발톱으로 들쥐를 낚아채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나를 새가 아닌 가금(家禽)이라고 한다.

집에서 기르는 조류라 부르며, 삶고, 찌지고, 볶고, 굽고, 튀겨서 먹는다. 계륵이라며 버리는가했더니 닭갈비로 요리해서 잘도 먹는다. 한국 인구 5천만 명이 연간 4억 마리를 먹는다니 한 사람이 8마리씩이나?

 

자연수명이 10년인데도 육계는 태어난 지 평균 35일 만에 잡아먹힌다.

그나마 산란계는 1년 반 정도 사는 행운이 있다.

생애의 1퍼센트만 살다가 죽으니 요절도 이런 요절이 없다.

 

동틀 녘 혈액농도가 높아져 울음을 터뜨리는데 인간은 새벽을 여는 영물이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그러면서 목을 비틀어 놓고 새벽은 온다며 정치인들이 레토릭으로 써먹는다. 성경에는 ‘베드로의 닭 울음’으로 등장한다. 결혼할 때는 축사(逐邪)와 다산(多産)을 상징한다는 우리를 앞에 놓고 절하고, 관운이 터지면 벼슬했다고 치켜세운다.

 

나도 인정받고 싶다.

고구려와 신라의 시조로 정사(正史)에 넣어달라는 의도는 아니다.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종교는 있어도 우릴 가려서 먹는 종교는 없다. 사위가 오면 우리 중 씨암탉은 우선적으로 잡혀간다.

 

인간의 감정 표현에 잘 인용되기도 한다. 닭살이 돋느니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다니 하면서 말이다. 술(酒)에다 우릴 끌어들인 건 닭(酉)이 물(水)을 먹는 것처럼 천천히 마시라는 뜻인데 요즘 치맥이라며 우리 어린 것들과 맥주를 너무 빨리 먹어 치운다.

 

지금 우리 신세는 처량하다 못해 참담하다. 산란계 한 마리에게 부여된 면적은 A4용지 한 장 꼴이다. 조류독감 앞에서 인간은 계란값을 걱정하지만 우린 두 달 만에 3천만 마리나 생매장 당했다. 새벽을 누가 여는가.

 

하늘을 날며 대자연 속에서 살고 싶은데, 인간이 던져주는 모이에 길들여져 가축으로 살다보니 안일과 나태로 가혹한 결말을 맞이할 운명이지만 홰를 치고 붉은 해를 맞이하고 싶다.

 

 

 

 

재앙은 반복하는 특성이 있는가.

3년 전 그렇게 난리를 치고도 나라는 정신을 못 차렸다.

2020년 11월 또다시 조류독감 사태를 맞이했다.

 

전쟁 같은 상황에서 불법들이 자행됐다.

일인미디어 ‘녹색고발’에 들어온 불법 내용 두 가지.

 

첫째, 감염 사실을 늑장 신고한 농가.

들째, 감염 의심 달걀을 유통한 소각업체.

 

지태풍은 가감 없이 방송했다.

피고발자의 반발은 즉각적이고 위협적이었다.

 

“인터넷방송이라고 이렇게 무책임하게 방송해도 되는 겁니까?”

 

전화상의 통화였기에 상대방의 얼굴 생김새는 알 수 없다.

이빨을 깨물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맞대응에 지태풍은 결코 밀리지 않는다.

 

“폐사한 2천 마리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잖습니까?”

 

“오늘 신고했는데 왜 이러세요.”

 

“이틀 전에 폐사한 것을 오늘 신고하면 어떡합니까. 불법예요.”

 

“공중파 방송에서도 언급하지 않는데 이 따위 일인방송이 건방지게?”

 

까불면 ‘재미없다’는 뜻입니까? 묻지 않았다.

 

“…… 예?”

 

어처구니없어 지태풍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다.

 

“철새 때문에 피해보고 있는 농가를 언론에서 무차별 공격하는 건 너무 하지 않습니까?”

 

충남 서산 농가는 철새 도래지와 가까워 감염되었는지 모른다.

일인미디어를 언론으로 쳐주니 고맙긴 하다.

그렇다고 환경운동은 현실과 타협하면 안 된다.

 

“조류독감은 핵폭탄 같은 거라 신고가 늦으면 나라 전체가 쑥대밭이 된다는 사실 아시잖아요.”

 

“개떡 같은 것에 걸려 완전 독박 쓰겠네.”

 

감염 사실을 당국에 알리지 않거나 늑장 신고하는 농가에게는 가축전염예방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고, 도살처분 보상금을 60퍼센트까지 깎는다.

 

늑장 신고를 어떻게 알아내지?

법의학이나 법수의학, 역학조사로 폐사 원인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며칠 후 녹색미래 사무실에 어떤 중년 남자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의심 닭과 달걀을 판매하려 시도한 소각업체였다.

 

“직원이 판매를 시도한 것은 맞지만 유통 시키지는 않았어요.”

 

단호하면서도 한편 애절한 항의였다.

미처 매몰하지 못한 닭이나 달걀은 불로 태워 없애곤 한다.

이번은 AI 의심 닭 10만 마리와 달걀 280만 개의 일부를 유통하려다가 적발된 사건.

 

“그럼 왜 의심을 받았지요?”

 

지태풍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계장으로 출하하는 닭과 백화점으로 유통하려는 달걀을 농식품부 직원이 보았던 것 같은데, 지자체에서 알고 전량 폐기했습니다.”

 

“다행이네요. 행동에 이르지 않았다니.”

 

“오해를 불러일으켜서 죄송한데, 정정 보도해주시지 않겠어요?”

 

“저희들은 발생한 사실을 그대로 보도할 뿐입니다.”

 

늘 그렇듯 지태풍은 냉정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방문자는 녹색미래 여직원이 갖다 주는 녹차에도 손대지 않았다. 마치 억울함이 풀리면 차를 마시겠다는 자세 같기도 했다.

 

“사람들은 우릴 무슨 큰 범죄라도 저지른 걸로 생각할 거 아닙니까.”

 

“미수도 고발조치를 당하므로 오해가 없도록 하셔야죠.”

 

재판관이 말하는 태도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다. 그러곤,

 

“농식품부와 지자체에서 사안을 감안해서 조처하리라 생각합니다.”

 

냉정하지만 대화를 마무리했다.

 


 

 

사람들은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한다.

 

이번에는 질병관리본부를 자문하는 교수와 인터뷰했다. 시민팀 주현미가 인터뷰 장소에 동행했다. 카메라와 녹음기를 들고 지태풍과 교수의 인터뷰를 촬영하면 된다.

 

교수의 연구실에는 인체와 동물들의 그림과 사진이 가득 걸려 있다.

한눈에 봐도 질병 전문가임을 짐작케 하는 장면들이다.


“달걀 표면에 묻은 분변 등에 의한 인체 감염은 없습니까?”

 

지태풍이 물었다.

 

“표면을 씻으면 오염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교수의 첫 대답은 짤막했다.

 

“최근 고양이 두 마리가 감염 폐사된 걸로 봐서 사람도 감염될?”

 

“고양이는 폐사한 야생조류에 의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외국에서도 폐사 조류를 먹고 감염된 사례가 있지요.”

 

“그럼 인체 감염의 위험성은 없나요?”

 

“거의 안전합니다.” 그러고 “예방 차원에서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를 투약하죠.” 밝은 얼굴을 했다.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팀의 정밀검사로는 의심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없다.

바이러스는 섭씨 75도로 가열하면 5분 만에 죽는다.

닭고기는 푹 익혀 먹으면 안전하다는 것이다.


닭튀김ㆍ삼계탕은 국민 먹거리다. 치맥은 한류 바람을 타고 대표적인 한국식 식문화로 해외에 수출까지 한다.

 

주현미의 카메라에 맞춰 교수는 통계표를 보인다.


“수요가 많으니 국내 닭 사육 규모도 커졌지요.”

 

2020년 국내 사육 규모는 2억 마리로 40년 전에 비해 4배 늘었다. 그래도 연간 70만톤 수요를 다 맞추지 못해 해외에서 14만톤을 수입한다. 한편 4만톤의 고급 닭고기를 수출하기도.

 

2020년 조류독감 피해액은 1조원이 넘었다.

 

닭과 오리를 합쳐 4천만 마리에 이른다. 30퍼센트를 생매장했다.

그런데 조금씩 늘어가던 닭고기 수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 규약에 따라 AI가 번지면 청정국 지위를 잃게 된다.

 

“지금껏 AI가 돌면 살처분 방식만 고수해 왔는데 백신으로 대처하면 안 되나요?”

 

AI 바이러스는 쉽게 변이하여 완벽한 대응이 어렵고, 또 백신을 사용하면 청정국 지위를 잃게 돼 수출을 포기해야한다는 경제 논리도 있다.

 

“AI 바이러스가 몇 종이나 있나요?”

 

“140종이 넘으니 골머리죠.”

 

“장기적으로는 사육 방법을 재고해 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한 평에 백 마리 이상 몰아넣어 사육하는 건 문제죠.”

 

창이 없는 계사에 햇빛 구경 못하는 닭에게 날갯짓은 사치다.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산란계는 어떤가요?”

 

“친환경, 무항생제로 키운 산란계는 1퍼센트에 그쳤어요.”

 

친환경 농장의 닭은 외부 바이러스에 상대적으로 강하다

 

“차라리 1조원을 들여 친환경 양계를 하면 어떤가요?”

 

공장식 밀집 사육과 원가 낮추기 경쟁을 반복하면 AI 대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교수는 지적한다.

 

“초기 방역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중앙의 컨트롤 타워 없이 지자체 별로 산발적인 대응을 하다 보니 하루 내 방역하는 기본 원칙마저도 지켜지지 않았고, 살처분도 뒷북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 일본은 총리가 관저에서 위기관리센터를 가동해 100만 마리 살처분에 그쳤다고 합니다.”

 

친환경 사육한 비싼 국내산과 값싼 수입산으로 이원화한다?

장기 플랜이 필요하다고 교수는 덧붙였다.

 


 

인구증가와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

이로 인한 신종 질병들이 인간과 동물의 생존을 위협..

 

돼지에게는 구제역

⟶ 구덩이에 던져지면서 꽥꽥 꿀꿀

오리와 닭에게는 조류독감

⟶ 정화조에 던져지면서 꽥꽥 꼬꼬댁

 

애절한 광경이 파노라마처럼 악몽으로 나타난다는 농민도 있다.

군인, 공무원, 농민 할 것 없이 초비상이다.

 

“주현미 씨, 방역요원들이 과로사할 만하겠지요?”

 

방송 촬영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중, 지태평이 주현미에게 물었다.

 

“반경 3킬로미터 내 사육된다는 이유만으로 순장하는 건 너무해요.”

 

“큰 피해를 막으려면 어쩔 수 없지.”

 

서산, 고창, 포천, 구미, 천안……

천방지축 방향 가리지 않고 펑펑 터졌다.

축산 농가를 초토화시킨다는 아우성.

 

동물에 대한 동정심이 솟구치는지 주현미는 차 좌석의 의자만 쓰다듬었다.

마음이 가녀린 여자.

 

그녀는 씨암탉까지 찾아 볼 수 없는 가금류 멸종이 오지 않을까 염려한다.

 

동물애호가, 환경론자들은 밀집사육에 문제가 있다고 성토한다.

북미, 유럽 선진국들은 10년 꼴로 발생하는데 비해,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은 일년내내, 한국은 2~3년 주기로 발생하는 건 심하다는 것.

 

“군인인 제 동생도 살처분에 동원되었더라구요.”

 

공무원과 군인들이 겪는 정신적 트라우마와 관련해서 사회에서는 갑론을박이 뜨겁다.

 

전 세계 가창오리의 90퍼센트인 50여만 마리의 가창오리와 청둥오리 등 철새가 집중적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철에 주로 AI가 발생하는 것도 지켜볼 일.

 

“철새 도래지에서 떨어진 곳에 사육하도록 하면 어떨까요?”

 

주현미의 의견이었지만 글쎄.

 

사육장을 옮기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야생조류에서 보름 먼저 독감이 발견됐으므로 철새도래지부터 방역을 했더라면 사태가 이처럼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 - 공감하는 부분이다.

 

“조류독감 AI를 인공지능 AI로 예방할 수 있다는 말도 있다는데요?”

 

조류독감 Avian Influenza(AI)를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AI)로 막는다?

사실 로봇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빅데이터로 분석하여 방역하는 구상은 사실이기도 하다.

 

“개에서 이종간 감염 사례가 나타났다는데요.”

 

“아직 확증은 아니지.”

 

“이러다간 사람까지?”

 

대화를 하면 할수록 그녀의 걱정은 점점 확대돼 갔다.

 


 

일인미디어 ‘녹색고발’은 요즘 클릭수가 늘고 있다.

지태풍은 지구환경연구소장과 전화대담에 들어갔다.

다혈질적이고 직설적인 대담자의 표현이 시원하게 전파를 탔다.

 

“무분별한 동물 사육이 지구를 망치고 있습니다.”

 

교수의 말이 빨라지매 지태풍의 질문도 자연히 빨라진다.

 

“어떻게 망치고 있나요?”

 

“사료와 물이 동나고 있습니다.”

 

“닭 이야기입니까?”

 

“아니, 소가 젤 문젭니다.”

 

“…… 계속 설명하시죠.”

 

“쇠고기 1톤은 곡물사료 6톤과 물 2만톤을 소비하죠. 지구상 10억 인구가 기아선상에, 10억 인구가 오염된 물을 마시는 마당에…….”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구상 연간 6백억 마리의 동물이 도축되고 있는데, 이들의 3분의 2가 공장식 농장에서 사육된다는 것이다. 공장식 사육장은 동물 학대의 온상일 뿐더러 광우병과 사스, 조류독감을 유발한다는 것.

 

“동물을 생명이 아닌 공산품으로 간주, 그런가요?”

 

“과도한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약화시켜 질병이나 바이러스에 꼬꾸라지게 만들지요.”

 

결국 인간도 피해자라 생각하며, “고기에 발암물질이 많다던데요?” 지태풍은 물었다.

 

“살을 찌우기 위해 항생제, 화학약품 등이 필수적이니, 빅맥버거 하나에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WHO 허용량의 30퍼센트나 들어있어요. 동물 식품이 문젭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먹는 햄버거가 미워지려 했다.

 

“이제 계란값에 대해 말씀해주실까요?”

 

“값이 2배로 올라 금란이 된 셈이네요.”

 

사태 발생 이전 200원 하던 것이 400원에 육박했다.

수입원가가 이보다 크면 수입은 비현실적이다.

 

“그렇더라도 명절같이 수요가 많으면?”

 

“달걀 유통기한이 45일 정도라 생란을 수입하려면 비행기로밖에.”

 

하루 소비량 4천만 개의 30퍼센트가 부족하므로 비행기 한 대당 200만개라면 하루에 6대가 들어와야 한다고 소장은 주장한다.

 

산란계 병아리 50만 마리쯤 수입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기간이 문제다.

산란계는 6개월 후부터 평생 200~300 개 정도 달걀을 낳는다.

 

“양계에 문제가 있지만 닭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실 수 있나요?”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단백질 생산에 닭만 한 가축이 없지요.”

 

같은 무게의 고기를 만드는 데 현재 양계장 면적의 100배(중국과 인도를 합친 땅)가 돼야 하고, 사료의 양은 소나 양은 8배, 돼지도 15퍼센트 더 필요하다. 초식동물의 되새김질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는 닭보다 5배 더 배출하여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

닭이 사라지면 다음은 인간 차례다.


왜? 영양실조로.

 

닭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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