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이 살인까지?

믿어지지 않아요

근데 소음은 그만큼

심각한 사회적 문제

 




제7회

 

 

소음 공해

 

소음(騷音)이란 사람의 활동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강한 소리를 말한다.

듣기 좋은 소리와 듣기 싫은 소리가 있다면 후자를 소음이라 하겠다.

 

소음은 기본적으로 귀에 무리를 주는데다 스트레스 반응을 유발시키기 때문에 난청, 이명을 시작으로 하여 고혈압, 정신적 장애 등 수많은 질병의 원인이 되어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음악의 반대가 소음이라 해도 될까요?”

 

다짜고짜 묻는다면 그렇다고 해도 좋을지 모른다.

소리는 자주 주관적이라 귀에 거슬리면 소음이지만, 법적 쟁점으로 들어가면 수치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하면 추얼도 눈에 콩깍지가 씌는 법.

좋아하면 소음도 자장가로 들리는 법이다.

 

그런즉 소음 분쟁 해결에는 숫자로 객관성을 부여해야 한다.

소음은 주파수마다 느껴지는 청감이 다르다.

1kHz 에서의 40dB과 500Hz에서의 40dB은 절대로 같은 크기의 소음이 아니다. 전자가 신체에게 더 크게 느껴지며 소음성 난청을 쉽게 유발한다.

 

따라서 절대적 크기로서가 아니라 청감보정회로를 거친 소음을 기준으로 법적 기준을 설정한다. 주로 dB(A)라고 하여, 1kHz에서 40dB과 같은 수준의 소음을 유발한다고 느껴지는(40phon), 각 주파수마다의 소리의 크기를 설정한 청감보정회로를 거친 수치를 말한다.

 

“청감보정회로가 무슨 의미죠?”

 

녹색미래 시민팀장 주현미는 이비인후과 의사인 형부에게 물었다.

 

“인간의 귀와 유사한 주파수 특성을 갖게 하기 위한 회로라고 할까.”

 

절대적으로 주관적이기 때문에 타인에게는 듣기 좋은 소리가 자신에게는 소음이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소음에 대한 규제는 그 크기로만 제한하며 종류를 가리지는 않는다.

 

“제 경우는 오토바이만 지나가도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다리가 풀려요.”

 

“소음공포증? 자네 언니는 클럽에서 춤만 잘 추던데…….”

 

“그러게요. 언니와는 아주 달라요.”

 

일반적으로 주거지역에서는 낮 40dB, 밤 35dB 가량이면 소음으로 인정된다.

보통 사무실은 50 이하, 회의실이나 응접실은 40 이하가 좋다. 수면 방해는 낮에는 55 이상, 밤에는 40 이상이라 본다.

 

“유익한 소음도 있다던데요?”

 

“전체적으로 균등하고 일정한 주파수를 가진 소음을 '백색소음'이라고 하지.”

 

백색소음은 귀에 쉽게 익숙해져 잡소음들을 차단시키고 집중력 향상 및 심신 안정에 어느 정도 효과를 준다. 빗소리나 파도소리 등의 자연 소음, 카페의 대화 소리, 선풍기 소리 등이 백색소음에 해당될 것이다.

 

나긋나긋 속삭이는 말소리는 쾌감이나 안정을 주지만, 소음은 소음기나 귀마개로 차단하기도 한다.

 

“공항의 비행기 이착륙의 소음이 문제일 것 같아요.”

 

“공항에서는 NADP라는 절차를 만들어서 이착륙 소음을 억제하고 있다더군.”

 

참고로 NADP: Noise Abatement Departure Procedure(소음감쇄출항방식)

 

80~90년대에는 대기 오염이나 수질 오염이 많은 사람의 관심이었으나 이제는 소음이 환경 분야에서 중요한 문제로 등장한다. 한국은 도시화로 다른 선진국보다 더 심각하다.

 

도심의 소음, 도로‧철도‧공항 주변의 소음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인구가 국민의 절반 정도라니 심각한 수준이다. 자동차 경적, 공사 포클레인, 차량 주행 소리는 ‘나의 귀는 안전할까’ 물음에 이른다.

 

지속되는 소음이 인체에 생리적ㆍ심리적 영향을 주고 작업 능률을 저하시켜 각종 질병으로 이어지매 주의해야 한다. 인체가 느끼는 소음 정도를 표시한 것을 dB(데시벨)이라고 한다.

 

소음의 정도는?

- 40dB 이하: 쾌적

- 40dB: 인체에 영향 시작

- 60dB: 40dB 이하일 때보다 수면 시간이 2배 정도 길어짐.

- 70dB 이상: 정신 집중력이 감퇴

- 80dB 이상: 불쾌감

- 90dB 이상: 귀에 무리

 

소음의 종류?

- 생활소음: 60dB~70dB, 환경소음으로 야간 수면 장애 및 불편함과 짜증

- 보건소음: 80dB이상, 난청 및 질병 문제

 

소음 방지책?

- 소음원 대책: 소음 발생 기계는 소음 감쇄 설계를 한다.

- 소음 전파 방지 대책

흡음재(반사음): 비닐막, 합판, 타일, 유리섬유, 구멍 뚫린 합판 또는 철판 등

차음재(직접음): 콘크리이트, 시멘트 블록, 붉은 벽돌, 목재 등

- 차량 및 항공기 운행 대책: 차량의 속도 제한, 항공기의 심야 운행 제한, 시내 차량교통 처리 등

 

연평균 환경소음을 측정한 결과 주거지역 70%가 기준을 초과했고, 낮보다 밤이 심하다. 전국적으로 경기도 화성이 가장 심한데, 낮과 밤 모두 62dB로 한밤중에도 백화점만큼이나 시끄럽다. 철도소음은 서울 영등포가 가장 높은 67dB였다.

 

최근의 심각한 문제는 공사장 주변의 소음이다. 아파트 재건축을 포함해 각종 공사가 쉴 새 없이 벌어지고 고속도로 주변에 고층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면서 소음에 노출된 사람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방음벽, 흡음재, 방음창을 설치하는 대책들이 있으나 뭐니 해도 소음 발생원 자체를 줄이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소음이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

 

스웨덴에서는 모피 생산을 위해 사육되던 밍크 600마리가 서로 물어뜯어 죽이는 끔직한 재앙이 일어났다. 군용기의 저공비행으로 인한 소음 때문이라고 한다. 극단적인 불안과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고래가 모래바닥에 박치기하여 집단 자살하는 광경이 종종 발견된다. 함선이나 잠수함의 소음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래와 돌고래는 초음파를 발사하고 반사되는 음파를 들으며 주변 물체를 탐지한다. 만약 돌아오는 음파가 인간의 기계음(함선)에 의해 증폭되면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낀다는 것.

 

소나(Sonar) 등의 소음으로 연간 5만 마리 이상의 고래가 청력을 잃거나 영구 상실, 혹은 집단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결과를 야기한다.



 

최근 거리 집회로 인한 소음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경쟁하듯 확성기 볼륨을 최대한 올려 구호를 외친다. 기준치 75데시벨을 훌쩍 넘는다. 그렇다고 제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치외법권 비슷한 집회가 돼버린 것.

 

이런 문제 등으로 소음 공해 관련 간담회가 열렸다.

세 명이 모였다.

 

일시: 2020. 9. 2

장소: 녹색미래 소회의실

참석자: A(여, 사회자, 녹색미래 시민팀장 주현미)

          B(남, 소음공해연구소장),

          C(여, 소음대책시민연합회 사무국장)

 

A: 소음 피해의 대상은 어떤가요?

 

B: 인체피해와 가축피해로 나눌 수 있지요.

 

A: 인체피해의 사례를 소개해주실까요?

 

B: 서대문 북가좌동 아파트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하여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시행사인 개발사업조합과 시공사인 개발회사를 상대로 피해배상을 요구한 사건인데요. 공사장 소음이 철거공사 때 최고소음도가 72dB(A), 터파기 등 토공사 때 75dB(A)로 나타났습니다.

 

A: 그 수치가 높은 건가요?

 

B: 사람에 대한 소음 기준은 70dB이므로 소음방지책을 강구했어야 합니다.

 

시공사는 방음벽 설치 등 소음저감 노력을 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철거 시에는 설치하지 아니하였고, 도로 토사유출로 행정처분을 받은바 있으며, 도심 한가운데서 건설공사로 인한 장비 소음은 인근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큰 피해를 준 것으로 인정했다.

 

A: 결론이 어떻게 났나요?

 

B: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소음으로 인한 인근 주민들의 정신적 피해를 인정하여 시행사와 시공사로 하여금 연대하여 2억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습니다.

 

A: 피해배상액 계산이 궁금하네요. 가해자가 수용할지도 모르고요.

 

B: 조정위원회의 결정은 강제성이 없지만 법원 판결에 영향을 주므로 이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수용한 케이스죠. 피해배상액은 실제거주기간, 평가소음도, 최근 배상사례 등을 고려하지요.

 

A: 신청인이 400명이나 된다던데?”

 

조정위원의 계산은 이랬다.

철거공사 소음피해는 1인당 10만원~20만원

먼지피해는 소음피해의 10% 인정

토목공사 소음피해는 1인당 10만원~40만원

 

상기를 모두 더하여 총 8천만원 피해보상이 이뤄졌다.

 

C: 처음부터 방음벽을 설치하고 이웃 주민의 양해를 구했더라면 비용이 덜 들었을 텐데요.

 

B: 그러게 말입니다.

 

A: 가축 피해 사례는 어떻습니까?

 

B: 축사 피해사례를 들겠습니다.

 

남원시에서 한우를 사육하는 주민 4명이 도로공사장의 소음으로 인하여 한우피해를 입었다며 환경분쟁조정을 신청한 사건에 대하여 시공사에게 총 1억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한우농장이 공사장으로부터 500m 내 위치하고 있음에도 가설 방음벽을 설치하지 않고 소음방지를 소홀히 하여 피해가 발생된 것으로 판단된다.

 

한우 약 900두를 사육하고 있었는데, 축사에서의 평가소음도가 최고 65dB(A)로 나타나 피해율을 폐사 3%, 유․사산 8%, 번식률 저하 5%, 성장지연 5% 등으로 하고 피해기간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A: 가축의 경우가 더 엄격하군요.

 

B: 사람의 경우 소음도 70dB(A) 이상이면 정신적 피해를 인정하지만, 가축은 사람보다 소음에 민감하여 60dB(A) 이상이면 현장여건 등을 고려하여 피해를 인정하고 있죠.

 

A: 육질저하 피해까지 고려하나요?

 

B: 육질등급 수준추이를 분석한 결과 공사시기 전후가 유사하므로 이 사건의 경우는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지요.

 

A: 알겠습니다. 다음 주제로, 최근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는 경우가 많은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C: 제가 사례를 들면서 대처 방법을 설명하겠습니다.

 

사무국장 C는 자료를 펼치며 설명에 들어간다.

 

<사례>

위층에서 드르륵 하는 소음에 시달린 아래층 아주머니는 경비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항의를 하지만 위층의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또 간접적으로 항의를 했으나 위층 여자는 주의하고 있으니 염려 말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런 위층 여자의 태도에 그만 화가 났다.

 

인터폰을 통해 위층 여자에게 계속적인 소음에 병이 날 지경이라며 직접적으로 항의했다. 그럴수록 부드럽게 처신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발소리를 죽이라는 메시지를 담아서 슬리퍼를 선물하려고 위층에 올라갔다.

 

위층의 벨을 누르고 십 분이 지나서야 문이 열렸다. 포장한 슬리퍼를 내밀려는 순간 위층 여자가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위층의 소음이 휠체어 때문이었음을 알고, 이웃에 무관심했던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슬리퍼를 황급히 등 뒤로 감추고 내려왔다.

 

A: 이 경우는 잘 해결된 사례로군요. 옆집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다든지, 윗집에서 쿵쾅거려서 잠을 못자겠다는 하소연도 있는데, 좋은 해결 방법이 없나요?

 

C: 세입자의 경우 해결 순서는 이렇습니다.

 

불만 토로는 세입자 ⟶ 집주인 ⟶ 관리실 ⟶ 세입자(결과) 순으로 전달돼야 한다는 것.

 

세입자에게 정중히 소음에 관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그래도 계속 된다면 소음으로 피해 받는 날과 시간을 정확하게 일지록에 적는다. 또한 다른 가족이나 친구를 초대하여 그 소음을 듣게 해서 훗날 증인으로 세울 수 있다. 큰 음악이라면 녹음을 해둬야 하고.

 

A: 그래도 계속 문제를 야기하면요?

 

C: 경찰에 신고하여 일지록을 보여주며 소음이 심하다고 설명해서 경찰기록서를 받아 두도록 하는 겁니다.

 

A: 다음은?

 

C: 모든 게 준비 된 후 집주인에게 10일의 기간을 주며 등기로 통보를 합니다. 만약 집주인이 소음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걸어 임대료를 내리거나, 계약을 파기 혹은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죠.”

 

어느 단계에서도 반응이 없으면 법적 수순으로 들어가지만 소음으로 인한 피해보상 소송은 이론은 쉽더라도 현실적으로는 간단치 않다. 때로는 이성을 잃고 극단적인 행동으로 폭발하는 수가 있다.

 



현대사회는 과거와 달리 아파트와 같은 다세대 주택이 늘어나면서 서로 다른 가구가 벽 한두 장을 맞대고 가까이 살게 되는 일이 흔해졌다. 층간소음의 역사는 굳이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전 세계의 다세대주택 입주자들의 공통적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A: 어떤 집에 소음이 많은지, 소장님 의견은 어떻습니까?

 

B: 천장 빈 공간에 나무재질로 돼 있으면 일종의 우퍼 역할을 해서 많이 울리죠.

 

A: 그럼 콘크리트 천장은 괜찮은가요?

 

B: 그것도 문젠데, 콘크리트는 다양한 주파수 대역으로 분산되어 크게 들리지 않음에도 천장구조물로 인해 중저음 대역의 주파수가 공진돼 듣기 거북한 둔탁한 층간소음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A: 콘크리트 기둥과 벽식 구조 아파트의 차이는 어떻습니까?”

 

B: 벽식 구조가 더 심한데, 설명하죠.

 

시공비 및 공간 활용을 핑계로 최근 설계되는 다세대주택의 98% 정도는 벽식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기둥식 구조의 건물은 소음을 기둥으로 분산시켜 벽식 구조보다 5dB 정도 소음이 적다. 벽식 구조는 벽 전체가 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마루 또한 강화마루, 온돌마루, 데코타일 등 딱딱한 바닥재가 층간 소음을 증가시키는 원인 중 하나이다.

 

A: 아래윗집 원수질 일 없으면 장판을 깔아야겠네요.

 

B: 어린이 소음의 주원인이 소파에서 마루로 점프하면서 나는 소음이니 소파 앞쪽에는 두꺼운 쿠션매트를 깔면 좋지요.

 

간담회 분위기는 잡담 모드로 바뀌면서 차를 마시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A: 그럼 소음의 주체를 열거해볼까요.

 

B: 아이들 뛰는 소리, 화장실 내 소리, 세탁기나 청소기 소리, 피아노 소리, 오디오 소리 등이 있겠죠.

 

A: 아이 우는 소리, 애완견 짖는 소리, 마늘 빻는 소리도 있고요.

 

C: 가끔 의자 끄는 소리, 방문 세게 닫는 소리, 아침부터 못질하는 소리. 특히 쉬는 날엔 더 귀에 거슬리죠.

 

술꾼들의 고함소리가 들리는데 많이 마시지도 않으면서 습관적인 사람이 있고, 부부싸움 소리가 들리는데 사랑싸움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A: 때로는 화장실 배관을 타고 내려오는 소리도 크죠.

 

C: 아파트 리모델링공사가 고역인데, 그래서 입주민 80%이상의 동의를 구하는 거죠.

 

B: 방바닥에 내려놓은 핸드폰의 진동소리, 부부관계 소리, 코 고는 소리, 원인이 정말 다양합니다.

 

이웃을 탓하기보다는 건물의 방음효과를 의심해 볼 여지가 있다.

날마다 쿵쿵거리는 소리에 신경 쓰여 윗집에 올라갔는데 윗집이 아니라 아랫집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건설사들에게 2015년부터 1천세대 이상 공용주택에서는 방음성능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방음뿐 아니라 방범, 화재대비, 공기질 등 견본주택에서는 알 수 없던 정보들도 등급으로 매겨 공개한다.

 

복도식 아파트의 경우는 층간소음의 유발자 파악이 어려워 속 터진다. 응징할 마땅한 방법조차 없고 경량소음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진원지가 윗집이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위의 위층 혹은 건너편 집으로 판명 나는 경우가 흔하다.

 

A: 층간소음의 강도는 저층일수록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죠?

 

B: 복도식에다가 저층 거주자라면 그야말로 화병 날 지경이랍니다.”

 

A: 소음 해결에 적합한 공법은 없을까요?

 

B: 바닥을 까는 5가지 순서를 생각해봅시다.

 

콘크리트+완충재+기포 콘크리트+마감 모르타+바닥 마감재=21cm

 

소음문제 해결책들은 서로의 불편을 야기한다는 점이 문제다. 모든 집의 생활방식이 천편일률적인 것도 아니고, 소음 스트레스를 줄이자고 생활에 불편함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가해자의 편의를 봐주자고 소음 스트레스를 견디는 것도 역시 불가능하다.

 

A: 나는 죽어도 조용히 못하겠다, 내 집에서 맘대로 못 사냐? 애들이 어리면 집에서 뛸 수도 있는 거지, 뭐 그런 걸 일일이 따지냐? 이런 자세로 나오면 대화불능 아닌가요?

 

B: 층간소음중재위원회 같은 곳은 법적 강제력이 없으니 당사자 간 소통 이해가 젤 필요하고요.

 

소음 피해자가 신경쇠약과 수면장애에 걸릴 수 있으므로 가해자는 소음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피해자는 이해심을 발휘하는 게 좋다. 소음피해 민원은 초기 침착한 대화에서 중기 감정적 대응, 말기 폭발‧방화‧살인 충동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

 

외국에선 층간소음 때문에 화가 난 아랫집 주민이 천장에 대고 총을 난사해서 위층 사람이 맞아 부상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층간 소음을 모르고 살아오다, 한 번 트이면 정신과 약물이 효과가 없을 정도로 소화불량, 두통에 시달리고 귀울림 증상을 얻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A: 국가별 법규는 어떤가요?

 

B: 미국과 일본의 경우만 보죠.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초기에는 관리사무소가 경고를 주며 3회 이상 누적 시 강제 퇴거 조치를 당한다. 독일에서는 층간소음을 일으킬 경우 약 700만원의 과태료를 지급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내진설계와 함께 바닥 두께를 24~28cm 이상으로 시공하고 있다.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은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공동부령으로 정한다.

 

A: 층간소음의 진짜 원인은 뭘까요? 과연 주의한다고 될 문제인가요?

 

C: 현실적으로 경찰을 불러도, 법적분쟁으로 가도 승소는 어렵기 때문에, 나만 당할 순 없다는 생각으로 우퍼나 담배연기, 혹은 천장의 닥트나 패널을 두드려 복수하는 거죠. 별 소용은 없습니다만.

 

A: 그래도 복수 방법이 다양할 것 같은데, 문제가 되겠죠?

 

C: 이웃 간에 확전으로 가는 수가 종종 있어요.

 

우퍼를 천장에 대고 튼다. 발자국소리, 말 달리는 소리를 랜덤으로 틀어주는가 하면, 흑인 소울이 담긴 앨범도 이용된다. 스피커로 쇠공 굴러가는 소리를 추천하는 사람도 있다. 선풍기에 돌을 매달아 천장에 대고 돌리기, 화장실 위의 콘크리트에 망치질 하기도 있다.

 

영화의 살인 장면 소리는 완전 공포.

남녀 신음소리는 무개념의 극치.

 

C: 만약 아랫집 소음이라면 간단하죠. 위층은 아래층에 소리 전달이 쉬운 바닥들 중 가장 잘 울리는 곳을 찾아서 망치나 도마 같은 묵직한 물건으로 두들기면 되고요.

 

B: 그동안 건설사가 기준대로 지으면 문제없다는 식이었으나, 2013년 설연휴 살인사건 후 부랴부랴 건축기준을 강화했지요.

 

사람이 공중부양이 아닌 한 소음은 어쩔 수 없다. 아이들이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다. 뛰노는 것은 본능이다. 본능을 지나치게 억압하면 또 다른 문제가 잉태한다.

 

그렇다고 아래층 사람에게 무조건 참으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언제나 맨 위층에만 살 수는 없다. 자신도 누구의 ‘발밑’에서 살 수 있다. 소음 문제 제기는 3년 전에 비해 두 배 늘어났다.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게 먼저다.

 

감정 문제에 접어들면 소리에 대한 오해가 풀려도 남아있는 응어리로 완전한 화해가 쉽지 않다. 


 

 

층간소음 문제를 다루는 간담회가 서울 한복판에서 열렸다. 사회자를 포함해서 세 명이 다과를 앞에 놓고 좌담했다.

 

일시: 2020. 10. 15

장소: 서울시청 하늘광장 커피숍

참가자: 사회자 주현미(녹색미래 시민팀장)

           청년 K(층간소음 상담사)

           대학생 L(층간소음 경험자)

 

사회자: 몇 년 전 탄핵문제도 불통이 원인이었는데,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선 당사자 간 소통이 중요하겠지요?

 

청년 K: 그렇습니다. 소통의 중요성이 소음 문제에 이르면 더 절실하죠.

 

사회자: 먹거리를 매개로 대화하는 방법도 좋다는데?

 

청년 K: 음식을 들고 아래층을 찾아간다든지,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피자를 나눠먹든지 해서 아이들끼리 인사를 시키면 좋고요. 아이들 얼굴을 보면 화나는 것도 풀리잖아요.

 

사회자: 편지를 쓴 아이도 있다죠?”

 

청년 K: 어떤 선생님의 아이디어로, 초등 2년생 150명에게 각자의 아래층 주민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의외로 효과가 있더랍니다.

 

사회자: 고사리 손의 편지에 이웃들의 마음이 눈 녹듯 풀리겠네요. 상대를 이해하고 조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겠고요.

 

청년 K: 집 손님이 많은 날에는 미리 양해를 구하면 아래층의 면역력이 커질 수 있죠.

 

사회자: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하면 더욱 좋겠네요.

 

청년 K: 그럼요. 효과 만점이죠.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고, 심지어 귀마개를 해도 견딜 수 없다면 이사를 가야 한다. 화를 참다못해 큰 사단을 내면 후회해봤자 소용없다. 홧김에 불을 지르거나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실제로 있다.

 

사회자: 소음은 상당히 주관적이라 클럽에 가면 엄청 시끄러워도 젊은이들이 몰리잖아요. 박수홍 같은 연예인은 클럽 때문에 인기 폭발한 거고요.

 

다들 웃는 중에 대학생이 처음으로 끼어든다.

 

대학생 L: 그거야 본인이 좋으면 괴성이라도 즐기는 거죠.

 

청년 K: 흔히 복수한답시고 헤비메탈이나 진동이 큰 중저음 음향을 틀어 위층에 타격을 주는가 하면,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미궁’을 추천하기도 하는데, 실험적인 음악으로 기괴한 소리가 많아 밤에 혼자 들으면 오싹 소름이 돋을 정도죠.

 

사회자: 층간소음 갈등으로 큰 사고는 없었나요?

 

청년 K: 폐암 환자 어머니를 간병하면서 소음에 스트레스를 받은 아래층 30대가 위층 60대 부부에게 흉기를 휘둘러 부인을 숨지게 하고 남편을 중상케 한 사건이 있었지요.

 

사회자: 언젠가 연립주택 반상회에서 칼부림 살인사건이 있었다죠?”

 

청년 K: 위층 가해자의 집에서 반상회를 했는데 어처구니없게도 주민 1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부엌칼을 들고 나와 참석한 아래층 모자에게 흉기를 휘둘러 동년배 40대 아들을 죽이고 노모를 중상케 한 사고였지요.”

 

사회자: 이 사건은 위층이 아래층에 불만을 품은 사례군요.”

 

청년 K: 발단은 이랬지요. 아래층은 위층의 소음이 심하다고 하고, 위층은 아래층에서 담배연기가 올라온다고 불만을 가진 거죠.

 

사회자: 소통의 부재가 원인인 사건임에 틀림없군요.

 

청년 K: 가장 끔직한 건 2013년 설 전날 살인사건인데, 각각 신혼과 예비신랑인 두 아들과 아버지 등 세 명이 사망한 사건이죠.

 

사회자: 사건의 요약을 말씀해주실까요?

 

청년 K: 그러죠.

 

아파트 위층에 살고 있던 노인의 두 아들이 아래층 남자한테 살해당하고, 충격으로 아버지까지 돌아가신 사건이다.

 

설을 쇠기 위해 두 아들 내외가 아버지 아파트로 왔다.

다들 음식준비다 뭐다 해서 즐거운 명절맞이에 정신이 없는 위층과는 달리, 그렇지 못한 아래층은 위층에서 들려오는 쿵쿵거리는 소리에 짜증이 났다.

 

아래층 여자는 명절을 맞아 놀러온 남친과 TV를 시청하는 중이었다. 소음으로 방해를 받아 여러 번 경비실을 통해서 말했지만 그때뿐이고 진정되지 않았다.

 

참다가 감정이 폭발한 아래층 남친은 또다시 아파트 경비원에게 민원을 넣었다. 위층의 노모가 미안한 마음에 사과할 생각으로 인터폰으로 “손주들이 와서 좀 시끄러우니 조금만 이해해 달라”고 했으나, 이때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둘째아들이 어머니의 수화기를 낚아채면서 사건은 시작됐다.


둘째아들이 “매일도 아닌데 애가 시끄러워봐야 얼마나 그러게냐”로 그동안 서로 쌓여 있던 분노가 폭발했다. 이에 아래층 여자는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며 옷을 챙겨 입고 남친과 함께 위층으로 향했다.


이미 양쪽이 감정 폭발 상태라 대화가 제대로 될 리 없다. 노모가 뜯어 말리며 거듭 사과했지만 아래층 여자와 남친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자신보다 어린 두 아들로부터 반말과 조롱을 받고 열세에 몰리자 남친은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예전에 자신을 괴롭히던 사채업자들에게 위협용으로 사놓았던 칼을 들고 위층 두 형제들을 불러냈다. 그들에게서 사과가 아닌 욕설을 듣자 분노를 참지 못하고 칼을 휘둘렀다. 아파트 경비원에게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두 아들 모두 사망하고, 평소 중풍과 당뇨로 고생하던 아버지는 충격으로 쓰러져 죽고 말았다.

 

범인은 무기징역.

 

사회자: 너무 엽기적인데, 무서워요. 애교적인 복수전 같은 건 없나요?

 

사회자 주현미는 잠시 숨을 고른 후 분위기를 바꾸려 한다.

 

대학생 L: 그것 때문에 오늘 제가 왔잖아요. 위층 여자에게 복수한 썰렁한 사건 하나, 경험한 대로 말씀드릴게요.

 

사회자: 복수를 했다? 그럴 만한 사람 같지 않은데?

 

대학생 L: 이런 연약한 모습으로 역공한 거죠.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모두들 이야기가 재밌을 거라며 귀를 쫑긋 세웠다.


 

 

 

무대는 아파트 아랫집 512호와 윗집 612호.

 

윗집 여자들이 제정신이 아니다. 계속 쿵쾅거리고 아주 난장판을 벌인다.

소심한 나는 완전 빡 돌아버려 윗집에 올라가기로 결심.

 

근데, 윗집에 올라가려는데 엄청 떨리는 거 있지.

우락부락한 형들이 나오면 어쩌지? 혹시 물량 공세로 나오면?

잠시 소심한 마음도 욱여넣고 엿 먹여줄까, 생각으로 바뀐다.

그렇더라도 그전에 정중히 부탁해보자.

 

윗집에 올라가서 문을 두드린다.

웬 여자가 문을 살짝 열고 얼굴을 내민다.

맘 같아서는 쭉빵을 날려버리고 싶지만 그랬다간 은팔찌를 찰 것 같아서 그냥 해맑은 표정으로 말한다.

 

“저기요, 아랫집에 사는 평범한 대딩인데요. 넘 쿵쾅거려서 혼이 증발할 것 같아요. 조금만 자제해주시겠어요?”

 

그러자 여자는 웃음을 머금은 채 살랑거리는 제스처.

 

“하, 저희 여자 두 명이 살거든요. 쿵쾅거리면 얼마나 그러겠다고, 찌질하게."

 

그래도 최대한 불필요한 표정을 억누른 채 말한다.

 

“그럼 제가 돌고래처럼 초음파라도 느낀다는 말씀인가요?”

 

그러자 여자가 욕을 하기 시작.

 

"아, 개떡 같은 상황 다 보네. 우리가 한 게 아니라고!"

 

이번에는 안에서 또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야 뭐야? 왜 갑자기 욕을 해?”

 

“아 글쎄 아랫집 찌질이 시끼가 우리더러 쿵쾅거린다고 지랄하잖아."

 

좀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러 온 건데 욕까지 얻어먹다니?

졸지에 찌질남까지 돼 버리고.

그러자 문이 활짝 열리고 평범하게 생긴 여자가 딱 버틴다.

 

“저기요, 우린 쿵쾅거린 적 없어요. 죄송하지만 다른 집을 우리로 착각한 것 같아요.”

 

너무 당당히 말하는 여자들.

여자 둘을 번갈아 쳐다보며 입을 연다.

 

“저기요, 그럼 저희 옆집은 왜 조용하죠?”

 

먼저 여자가 나서면서,

“그 집엔 사람이 안 사는가 보죠.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둘이 들어가면서 문을 쾅 닫아버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살인 충동을 느꼈지만 인생을 철장 안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아 분노를 삭인다. 억울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윗집 여자 무리들이 제 정신이 아닌 듯…….”

이렇게 시작하면서 사실대로 풀어나간다.

 

그러자 많은 블로그 이웃들이 복수방법을 제시해줬는데, 열린 창문 사이로 방구탄을 던지라, 문 앞에 똥을 싸버려라, 각종 조언이 쇄도.

 

“그럼 문 앞에 똥칠할 건데 구체적 조언 좀 부탁해요.”

 

똥칠할 거면 술 빨고 하라는 조언이 있는바, 이유인즉슨 경찰서에 끌려가도 술 빨고 했다면 다 풀어준다나.

 

근데 생각해보니 이건 아니다.

GS쇼핑에 우퍼를 하나를 신청한다.

우퍼가 도착하자마자 일단 화장실 천장에 설치해 ‘강남 스타일’을 최대한 크게 튼다. 천장이 무너질 것같이 쿠엉 쿵 쿠엉 쿵. 겁이 나서 바로 꺼버렸는데, 더 놀라운 건 옆집까지 피해가 갔다는 사실.

 

그래서 거실 한가운데에 책과 각종 물품들로 탑을 쌓는다. 완성 후 맨 위에 우퍼를 올려놓고 볼륨을 최대로 올린다. 천장이 무너지지 않은 것은 다행. 헤드셋을 끼고 게임을 한다. 복수를 위해서는 이런 것쯤 참아야 한다.

 

소리도 시끄럽고 진동도 대박.

그러나 늦은 밤이 되고, 아침이 돼도 윗집에서 별 반응이 없다.

효과가 없는 줄 알고 씻고 학교로 간다.

근데 집에 돌아오니 집 문 앞에 쪽지가 하나 붙어 있다.

 

“아랫집에서 뭘 하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진동이 심해서 잠을 못 자겠습니다. 좀 자제해주세요. 612호 올림.”

 

너무 기쁜 나머지 창문을 열고 크게 외친다.

내친 김에 인터넷에 우퍼 관련 소리를 검색해서 ‘말 달리는 소리’를 다운받아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계속 틀어놓는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저녁 먹고 있는데 윗집 여자들이 문을 두드린다.

 

“야, 시끼야 문 좀 열어봐. 너 복수하려는 거지?”

 

계획은 성공. 쾌감이 따르고, 히히히.

윗집 여자들이 하는 대로 행동하기로 결심하고 문을 안 열어주고 말한다.

 

“무슨 소리? 웬 복수를 한다고 그러세요?"

 

그러자 옆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

 

“야, 수진한테 다 들었거든. 니가 자꾸 지랄한다며? 나와 봐.”

 

왜 말이 이렇게 험하나.

 

“난 란타로를 봐야 하니깐 그만 가주세요.”

 

남자는 더 빡세게 나온다.

 

“야 시키야. 짱 박히고 싶냐? 남자 시키가 쪽팔리지도 않냐?"

 

하지만 이런 말에 더 즐거워진다.

당한 만큼 돌려주는 게 너무 기쁘기 때문이다.

 

“아 전 남자 아닌데요. 닌자예요.”

 

“아구, 시키야 좀 나오라구!”

 

문을 뻥 찼으나, 박살나지도 않으니 신경 안 쓰기로 한다.

남자는 화가 났는지 문을 쾅 닫는다.

 

“경찰에 신고한다, 시키야.”

 

복수에 미치면 뇌 활동이 빨라진다는 게 사실인 것 같다.

핸드폰을 꺼내서 그들의 행동을 동영상 촬영을 해둔다.

 

“신고하신다고요? 그쪽도 잘못한 게 많으신데.”

 

이번에는 여자의 반응이 빠르다.

 

“너 시키야 집밖으로 나오기만 해봐. 아주 칼로 작살낼 거야.”

 

작살은 창으로 내는 건데?

여기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본다.

 

“아, 살려주세요. 무슨 짓이든 다 할게요.”

 

“그러니깐 문 좀 열고 나와라 말여. 언니와 오빠가 니 시키한테 할 말이 있거든."

 

이럴수록 엄청난 쾌감이 몰려온다. 드디어 이들을 제대로 엿 먹일 수 있겠구나.

 

“나가면 때릴 거잖아요. 살려주세요.”

 

“아 글쎄 나오라니까.”

 

끝까지 버티고 나가지 않는다.

그러자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수진아 가자. 이 시키 절대 안 나온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자 나는 란타로를 보면서 남은 밥을 먹는다.

그러나 다음날 이게 웬걸.

경찰이 문을 두드리는 게 아닌가.

 

“경찰입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인터폰으로 경찰인 걸 확인하고 문을 열어준다.

문을 열자 옆에 그 역겨운 여자와 멸치남이 서 있다.

 

“어제 이 사람들을 협박했다면서요?"

 

경찰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담?

 

“네? 제가요? 무슨 협박을 했다고요?"

 

“자세한 건 내일 경찰서에 나오셔서 진술하시면 됩니다.”

 

“네.”

 

결전의 날, 다음날 아침이 온다.

교수님께 결강 허락을 받고 경찰서로 간다.

경찰서에 도착했는데 여자들은 없고 혼자 있는 셈이다.

착실히 조사를 받고 증거로 동영상을 꺼낸다.

경찰의 눈빛이 바뀌는 건 물론이다.

 

“이런 새끼들이 자주 있어요. 학생 이런 새끼들 아주 뿌리를 뽑아버려야 해.”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다 말해줌.

물론 나도 경찰에게 어느 정도 잔소리를 듣는다.

다시는 그러지 말라, 먼저 경찰에 신고했어야 한다는 둥.

 

그러고 나서 경찰이 여자들한테 전화해서 모두 나오라 함.

한 시간쯤 지났을까 두 여자가 당당하게 들어오면서,

 

“저희는 합의할 생각 없거든요? 저 시키 콩밥 좀 먹여주세요"

 

이 말에 경찰은 어처구나가 없어서 허허 웃으며 말한다.

 

“아가씨들, 지금 무고죄가 성립됐거든요? 저 학생이 협박했다는 증거는 없고 오히려 아가씨들에게 협박당했다는 증거가 있어요.”

 

여자들의 표정이 달라진다.

학생이 빌어도 모자랄 판에 이쪽이 무고죄에 걸린다고?

이건 뭐야? 갑자기 표정이 튀긴 치킨의 모습.

그래서 똑같이 말해준다.

 

“저도 합의 볼 생각 없습니다. 무고죄로 고소할 생각이니 그리 아세요.”

 

통쾌한 마음을 주체 못하고 당당히 경찰서를 나온다.

그런데 다음날 오후 여자들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우리집 문을 두드린다.

 

“학생, 할 말이 있으니깐 문 좀 열어주세요.”

 

얼씨구나, 하고 핸드폰 동영상 촬영 모드를 켜놓고 문을 열지 않은 상태에서 말한다.

 

“저는 그쪽이랑 할 말 없습니다. 돌아가 주세요.”

 

그러자 여자 쪽에서 다급한 목소리.

 

“그동안 잘못한 거 사죄하러 왔어요. 죄송해요.”

 

“돌아가 주세요. 전 그쪽 말대로 합의 볼 생각도 없고, 사과 받아줄 생각도 없거든요.”

 

그러자 바로 또 욕이 들린다.

 

“아, 이 시키 질기네. 이렇게 사과하는데도? 너 진짜 죽어볼래?”

 

또다시 너무 기뻤다. 마치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은 것처럼.

 

“하, 아가씨 아직 정신 못 차리셨네요. 왜 또 욕을 하세요?”

 

“너 이 시키야, 이 동네에서 사는 가 봐. 개시키.”

 

허걱거리며 가는 것임.

얼씨구나 하고 경찰서로 가서 녹취본을 준다.

이 녹취본 역시 협박죄에 해당되기 때문.

그러자 경찰이 하는 말.

 

“학생 절대 합의 보지 말고 이 아가씨들 아주 매운 맛 좀 보여줘요.”

 

“네 그럴 생각이에요. 아저씨.”

 

난 그렇게 경찰이랑 여러 이야기를 하고 상황대처법도 듣고 집에 옴.

그러고 이틀 후 경찰서에서 연락이 옴.

지금 아가씨들 어머님이랑 다 왔으니깐 와서 이야기 좀 해보라나.

 

이 여자들 아주 썅 됐구나, 하는 심정으로 룰루랄라 발걸음도 가볍게 경찰서로 감.

경찰서에 들어서자 그녀들 어머니로 추정되는 분이 와 있다.

그쪽을 향해 한번 씨~익 웃고 경찰 쪽으로 간다.

그리고 경찰이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말해준다.

 

“학생 아무래도 합의해 줘야 할 것 같아. 저 아가씨들 어머님이 아주 사정사정하며 빌었어.”

 

그 말을 듣자 맘이 약해지기 시작. 멍청한 딸년들 때문에 어머님 고생시키다니.

 

나는 원래 합의금 받을 생각은 없고 그녀들 혼내주고만 싶었는데 어머님을 보니 괜히 마음이 짠해지는 것.

 

“합의 봐드리겠습니다.”

 

사나이답게 깨끗하게 결론을 내자 그녀들 어머님이 내 손을 꼭 잡고는,

 

“학생 정말 고마워이. 내가 딸년들 교육을 잘못 시킨 거니께.”

 

하면서 글썽 눈물.

 

이렇게 사건은 끝났으나 요즘 다시 쿵쾅거려 귀에 거슬린다.

그러나 가끔 주스랑 과일을 주고받는 사이 감정싸움이 희석된 것은 사실이다.

어린 여자가 나하고 동갑이라는 사실이 어느 정도 소통에 도움?

 

층간소음 문제는 빵 터지기 전에 이웃 간 대화로 푸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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