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호르몬

즉 환경호르몬이

지구 생물을 서서히

멸종의 길로 유도하는데~


 

 

 

제8회

 

 

환경호르몬

 

지태풍과 이단아는 모처럼 오붓한 데이트 시간을 가졌다.

금요일 저녁의 포근한 날씨는 공원을 걷는 두 사람에게 시원한 바람을 안겨줬다.

2020년 4월의 봄바람은 세종시 벚꽃 향기가 섞여 코를 즐겁게 한다.

 

쓰레기 소각장 근처에 조성된 공원이지만 쾌적하고 아늑하다.

인근 주민들을 위해 신경 써서 만들어 놓은 공원이다.

 

두 사람은 공원 벤치에 앉아 저녁 공기를 즐긴다.

이단아는 오늘 오후에 측정한 다이옥신 농도를 화제에 올렸다.

 

“이 소각장에선 다이옥신 농도가 그리 높지 않았어요.”

 

요즘 그녀는 지역 소각장을 순회하면서 배출되는 유해물질 농도를 측정한다.

지태풍은 환경운동가로서 소각장의 불법 운영이 의심되면 조사하고 고발한다.

 

사람은 어떤 사건이 각인되면 쉽게 잊지 않는 버릇이 있다.

다이옥신의 유해성 사례가 기억에 끈질기게 남아 있다.

 

2017년 2월 김정남은 VX 독극물 공격을 받은 후 사망했다.

대명천지 말레시아 공항, 다이옥신 성분이 포함된 독극물, 극적인 죽음…….

 

공격 시간 불과 2초.

공격 받은 후 사망하기까지 30분.

 

2004년 12월 우크라이나의 대통령 후보 유센코는 자국 정보국 책임자에 의해 독살당할 뻔했다가 겨우 목숨을 건졌다. 대통령이 된 그의 얼굴은 곰보처럼 상했었다. 일반인의 1만 배 농도의 다이옥신이 그의 몸에서 검출된 것.

 

다이옥신은 가장 강한 환경 독성 물질.

 

지태풍의 의견에 이단아도 인정했다.

 

다이옥신은 급성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서서히 갑상선 등에 작용하는 지연(遲延) 독성물질이다. 도주 시간을 벌기 쉬우니 김정남 암살에 사용될 만하다. VX 독극물은 다이옥신을 이용해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졌을 것이다.

 

70년대 말 경북 왜관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베트남전에서 쓰였던 고엽제 물질을 250드럼이나 묻었다고 미국 CBS방송이 폭로한 바 있다.

 

지태풍과 이단아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때였지만 뉴스는 쇼킹한 일이다.

 

“미군이 한국 땅에 독성 고엽제를 파묻었다는데, 장난치는 외국인이로군.”

 

이단아의 말이었다.

 

“장난치는데 내국인, 외국인 따로 있겠어.”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 작업과정에서 온몸의 발진.

당시 미군기지 부근 지하수에서 검출된 다이옥신이 명백함에도 전말은 유야무야.

지태풍은 소태 씹은 기분을 느꼈다.

 

“오늘은 우리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해볼까?”

 

뚱딴지같이 화제를 돌리려 하자, 이단아는 어리둥절했다.

화제가 이상했던지 두 사람은 일어나 소각장 공원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아메리카노를 앞에 놓고, 시작한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단아가 묻는다.

 

“어떤 걸요?”

 

“호르몬.”

 

“호르몬이 왜, 우리 문제예요?”

 

“앞으로 결혼하면 2세도 생각해야 하고.”

 

“엉뚱하게는. 갑자기 2세는 뭐고, 호르몬은 또?”

 

“환경호르몬 땜에 불임이 많은 시대라…….”

 

듣고 보면 이단아로선 이해 안 가는 바가 아니다. 최근 언론은 환경호르몬에 대해 관심을 많이 보여 왔다. 자신의 문제로 돌아볼 때이기도 하다. 호르몬이 몸에서 필요한 만큼 작용하는 반면 환경호르몬은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작용하니 말이다.

 

태블릿에서 검색하는 두 사람.

지난 10년 동안 남성의 정자수가 10% 감소하고 질도 떨어졌다는 기사가 있다. 여성의 생리통 호소가 많아졌다는 부분도.

 

“아무래도 환경호르몬과 휴대폰 전자파 영향이 많겠지요.”

 

호르몬은 성장, 생식, 생체 환경 유지 등 생리적 활성을 조절하는 물질이다. 호르몬 조절이 잘되면 행복에 빠져 황홀해지고, 조절이 흐트러지면 재떨이와 컵이 날아가고 밥상이 엎어진다는 이야기도 있고.

 

“불행은 행복해지려는 순간에 일어난다고 하는데, 호르몬 불순?”

 

“생리불순을 빗대서 하는 말이죠?”

 

“호르몬 조절이 잘못되면 그렇다는 얘기지.”

 

“염려해줘서 고마워요. 셍~”

 

“도대체 환경호르몬이 왜 나쁘지?”

 

많이 듣는 말인데도 막상 따져보려면 껍질이 두꺼운 오렌지를 만지는 기분을 느끼는 지태풍. 이단아의 환경 전공 지식을 확인하고 싶었다.

 

“가짜니까 나쁘죠. 가짜뉴스가 세상을 흔들어놓듯.”

 

호기심이 쏠리는 부분이다.

 

“그럼, 가짜 호르몬?”

 

“그래요. 진짜인 줄 알고 신체 세포를 뒤죽박죽 만들어놓으니 가짜 호르몬이죠.”

 

“그럼 원래 호르몬의 역할은?”

 

“혈액을 통해 각 기관에 이동해서 세포와 장기를 돕는 거죠.”

 

세포들이 기능을 할 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신경 말고도 호르몬이 있다. 신경계에 도파민, 세라토닌, 멜라토닌 등 신경전달 물질이 있는 반면, 호르몬은 혈액 안으로 분비되어 표적기관까지 전달되는 내분비 물질이다. 호르몬은 갑상선, 콩팥, 생식기, 췌장 등 특정 기관에 혈액을 통하여 균형 조절하려는 항상성을 유지해준다. 호르몬과 달리 침이나 위액은 혈액 바깥으로 전달되므로 외분비 물질이다.

 

“스킨십하면 행복해지고 어깨에 기대면 잠이 잘 오는 건, 호르몬 때문?”

 

“그건 호르몬 때문이 아니라 옥시토신이나 멜라토닌 등 신경전달물질 때문이죠.”

 

남자가 여자의 어깨에 기댄다.

좌우지간 오빠는 못 말려, 여자는 말하는 것 같다.


“여성호르몬의 대표적인 것은?”

 

“부끄럽게 자꾸 그런 걸 묻고 그래요.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생리, 임신, 폐경 등 여성 생활 전반을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여성호르몬이죠.”

 

배란 후 난포 황체에서 분비되는 프로게스트론도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자궁벽을 두껍게 하여 수정란의 착상을 돕는다는 것.

 

지태풍은 너와 나의 문제, 우리들의 문제라며 질문에 재미를 붙였다.

 

“남성호르몬은?”

 

“남성 거니까 오빠가 알아서 판단하세요.”

 

이단아가 아주, 사람을 웃긴다.

남성의 것은 남성이 알아서 하라. 이건 여간 웃기는 일이 아니다.

그래도 학생의 입장에서 저자세가 필요하니,

 

“아는 데까지만 말해줘. 오늘 저녁 침대까지 데려다줄게.” 허리를 껴안으며 말했다.

 

이번에는 지태풍이 웃긴다.

결혼도 안했는데 무슨 권리로 침대까지?

 

“제 밑천 다 드러나겠어요. 남성호르몬엔 안드로겐이 있어요.”

 

“테스토스테론도 있다는데?”

 

지태풍, 언젠가 들었던 걸 써먹는 셈이다.

 

“안드로겐 중에 테스토스테론이 있다고 보면 되죠.”

 

두 가지 다 고환에서 분비된다나.

 

우리 몸은 성호르몬을 비롯해, 성장호르몬, 인슐린, 갑상선호르몬 등 호르몬이 일정하게 분비되도록 조절한다. 특정 호르몬이 어떤 이유로 줄어들거나 많이 분비되면 보상하는 자동 기전을 가지고 있다.

 

“조절이 잘 안 되는 예는?”


“인슐린이 분비는 잘 되나 작용이 잘 안 되면 혈당 조절이 안 되듯, 포만감을 주는 렙틴호르몬이 작용하지 않으면 비만이 생기는 등이 좋은 예가 되겠지요.”

 

그렇구나. 호르몬의 세계는 단순하면서 복잡한 마법 같은 것.

조물주인지, 창조주인지 인체를 잘 빚었다는 점에서 지태풍은 다시 한번 감탄한다.

 

이단아라는 여자, 확실히 괜찮아. 외형보다는 속이 찬 여자야.

지태풍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대견스런 눈빛으로 그녀의 눈동자 안으로 시선을 준다. 시선을 사선으로 피하는 그녀.

 

“오빠는 피로도 모르세요. 갑상선호르몬 기능이 좋은가 봐.”

 

갑상선호르몬은 대사작용을 조절한다나. 갑상샘에서 분비되는 티록신이 많아지면 기능 항진성(항상성과 반대)이 있어 쉽게 피로해진다. 갑상선 호르몬은 많아도 적어도 피로해진다. 피로는 여러 호르몬의 복합적 작용으로도 올 수 있다.

 

호르몬은 한마디로 과유불급.

이의 불균형을 가만히 놔두면 안 된다. 삐딱해진다.

왜? 지구가 기울었기 때문? 하하.

 

보충은 필요하지만 의사 진단 없이 보조약품을 쓰면 생고생이다.

원래의 기전을 혼란시키기 때문.

 

“성호르몬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내 앞의 아가씨가 너무 예뻐 보여.”

 

엉뚱함과 엉큼함은 사촌간이다.

지태풍은 이단아의 손목을 잡았다.

머리의 뇌하수체는 나침반을 돌려 성호르몬선을 자극한다.

남자라면 두 쪽의 감자가 감동을 끌어안을 순간이다.

잡은 손이 말캉거린다. 영혼이 빠져나간 손일 거라고 생각하는 지태풍.

 


  

 

환경호르몬, 참 심각하다.

 

생명체 속에서 가짜 호르몬으로 작용하여 정자 감소, 불임증가, 생식이상, 행동변화, 암 발생 등을 초래한다. 또 뇌신경계와 면역계의 이상을 일으키는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토피와 암이 많아지는 이유를 알만하다.

 

이미 야생 척추동물의 생식이상이 여러 방면에서 확인되고 있다.

화학물질이 원인이 되고 있으니.

 

“단아 씨 할 일이 많아졌어.”

 

“그러게요. 우리 주변에 환경호르몬 우려물질이 많아졌으니.”

 

그녀는 핸드폰에 저장된 파일을 보인다.

 

살충제: 다이옥신

유기염소계 화합물: PCB, PVC

유기염소계 농약: DDT, BHC

플라스틱과 첨가제: 스틸렌류, 비스페놀A, 프탈산에스텔류

산화방지제: BHA

살균제: OPP

계면활성제: 알킬페놀산,

필: 피임약

 

“고만해라. 알았당. 환경부가 지정한 건 몇 종류?”

 

“우선 67종류의 화학물질을 지정했어요.”

 

아무래도 농약이 문제다. 재배 과정에서도 문제지만, 수확 후 저장과 수송과정에서 방충 방부 때문에 환경호르몬이 증가한다. 농약이 먹이사슬을 통해 체내에 들어와 극히 작은 양에도 생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환경호르몬이 신체에 유입되는 과정은?”

 

“폐기물 소각장, 화학공장, 음식물의 잔류농약 등이 원천이 되기도 하죠.”

 

그녀는 이어서,

 

“음식 포장에 사용되는 랩, 비닐, 플라스틱, 캔 등으로 노출되기도 하고요.” 말했다.

 

“이런 환경호르몬이 유입되는 주요 이유는?”

 

“저는 한마디로 편의주의의 결과로 보거든요. 농약, 쓰레기 소각, 비닐, 인스턴트 식품, 페인트 등 다 그렇죠.”

 

“결국 죽음을 부르는 환경파괴를 부채질하니 걱정이네.”

 

“환경운동의 바이블이 있다는 것 들어보셨어요?”

 

이단아는 환경 공부 많이 했다는 인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침묵의 봄’ 책에서는 환경호르몬의 불편한 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봄은 왔으나 새는 울지 않는다는 내요. 느릅나무의 딱정벌레를 죽이기 위해 나무에 뿌린 DDT가 땅에 떨어져 지렁이가 독성을 먹었고, 이를 먹이로 한 물새가 멸종했다는 내용이다. 고환이나 난소에 DDT가 축적되면 새들은 생식을 못한다는 것이다.

 

노르웨이에서 곰 2천 마리가 양성체로 변이한 것이 발견됐다. 곰은 바다표범을 먹이로 한다. 북극해 러시아 잠수함에서 투기한 PVC 폐기물로 플랑크톤이 오염되고, 먹이사슬에서 표범이, 또 곰이 차례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인간이 버린 독성물질은 결국 돌고 돌아 인체로 도로 돌아온다.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짜 호르몬.

 

“야생동물의 성기이상이나 생식불능 개체수의 급증이 남의 일 같지 않네.”

 

“지레 겁낼 게 아니고, 더 들어보세요.”

 

미국에서 농약이 호수로, 결국 수컷악어의 생식기가 퇴화되고, 오대호 주변의 조류는 알 껍질이 얇아졌다. 영국 하천에서는 합성세제 원인으로 암수동체 잉어가 발견되었다.

 

“지난 50년 동안 인간의 정자수가 반으로 줄어들었다는 것, 이해되시죠?”

 

1996년 '도둑맞은 미래(Our Stollen Future)'가 출간된 후 생태계 메카니즘이 밝혀지기도 했다.

 

“환경호르몬은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화학 구조라 남자한테 여성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정자수가 감소하거나 생식능력이 저하되고, 산모에게는 남자아기가 생식기 기형일 수도 있지요.”

 

“내일 당장 환경부 사표 내야 하겠어. 내 짝지가 그런 위험에 노출되다니…….”

 

“환경호르몬은 신이 인간들에 대한 마지막 경고의 메시지 아닐까요.”

 

“단순하고 근검절약하는 삶을 살도록 힘써야 하죠. 자신을 보호하고 후세에 좋은 세상을 물려줘야겠는데.”

 

“환경호르몬은 아직도 완전히 알려져 있지 않은 게 많아요. 1ppm의 미량이라도 위험하게 작용하니 무섭죠.”

 

후세를 위해서 뭘 할 건가?

가슴에 머무는 햇살처럼 부드러운 하루가 우울해지려는 이유.

 

 

 

환경호르몬의 습격을 당해본 사람을 만나본다면?

일인방송 녹색고발이 한 소녀의 악몽 같은 생리통 경험을 들어본다.

 

고통이 골반에서 허벅지로 타고 내려간다.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프다. 밑이 빠질 것 같고, 골반은 바늘에 찔리듯 아프다. 십 분이 멀다하고 화장실에 가서 구토하고 몸을 가누지 못한다. 배 안에 개가 돌아다니듯 고통이 이리저리 헤집고 다닌다. 양호실 신세나 조퇴 신세가 부지기수다.

 

일인방송의 대화자는 세 사람.

산부인과 여의사, 15세 소녀, 그리고 사회자 지태풍이다.

내용상 지태풍은 남자로서 사회 보기가 민망하긴 하다.

 

“통증 점수가 있다던데, 전문가로서 몇 점 정도 보십니까?”

 

“설명대로라면 10점 중 9점 이상이죠.”

 

열다섯 살 소녀는 지금도 고통을 호소하는 시늉을 한다.

진통제도 효과가 없고, 골반통증으로 생리일 공포심이 늘 엄습한다.

 

“오늘 방송 주제는 환경호르몬과 여성 생리통의 관계인데, 이를 중심으로 말씀을 나눌까 합니다.”

 

지태풍은 본격적인 대담을 알렸다.

여의사는 사회자가 여성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지, 그를 찬찬히 쳐다보며 한 템포 늦추어 입을 뗀다.

 

“환경호르몬이 여성호르몬과 비슷하게 작용하기 때문이죠.”

 

이해가 어렵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회자.

 

“그게 생리통과의 연관성인가요?”

 

“환경호르몬인 비스페놀A 성분은 소량만 몸속에 들어와도 여성호르몬과 유사하여 호르몬의 역할을 합니다. 이 가짜 호르몬이 여성호르몬 과다로 오인하여 유방암 같은 호르몬 과다 질환 같은 것이 발생하죠.”

 

“암 발생은 그렇더라도, 생리통이 왜 심하죠?”

 

사회자가 여의사에게 물었다.

듣고 있던 소녀는 방송 담화가 부끄러운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이번에는 대화의 템포를 빨리하는 여의사.

 

“이건 분명 호르몬의 습격이죠.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고통이랄까.”

 

자궁내막은 에스트로겐에 의해 증식되고, 프로게스테론에 의해 안정된다. 정상적 생리는 에스트로겐으로 생긴 자궁내막 세포가 탈락돼 깨끗이 청소되나, 자궁내막 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면 탈락이 안 되고 용종이 생긴다. 프로게스테론이 나오지 않아 무월경이 되면서 자궁 내막이 떨어지지 않고 이상증식이 생긴다. 초경기와 갱년기에 더 심하다는 것.

 

“아프다는 건 염증이 있다는 건데, 증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환경호르몬은 보이지 않는 적이라 할 수 있는데…….”

 

의사의 이어지는 설명.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자궁내막증, 가려움증, 염증을 일으키고, 조기폐경, 성조숙증, 탈모, 아토피 피부염을 일으킨다는 것. 천식, 당뇨, 갑상선 이상도 가져오고.

 

호르몬 불균형은 결국 갑상선호르몬, 수면호르몬, 여성호르몬, 스트레스호르몬(코르티솔) 등의 변화를 초래한다는 것. 동일한 호르몬이 조직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고.

 

“갑작스런 호르몬 변화는 우울증, 흥분, 불안, 초조, 나태, 발열 등을 유발하고요.”

 

“호르몬 양이 얼마나 되기에 다양하고 치명적 영향을 주나요?”

 

“몸에는 4리터 혈액이 순환하고 있는데, 이 속에 티스푼 정도의 호르몬이 움직이고 있는 거죠. 소량이지만 인접 장기나 다른 호르몬에 도미노 현상처럼 균형을 깨뜨린다는 게 문제죠. 겁나지 않아요?”

 

대화를 듣고 있는 소녀가 몸을 떨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지태풍은 이번에 소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학생, 산부인과에선 이상이 없다고 했지요?”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계속 아프니 죽을 지경예요.”

 

무슨 대책이 없어요?

호소하듯 소녀는 의사 선생을 쳐다보았다.


“호르몬 작용은 복잡하고 민감해서 균형이 깨지면 그렇게 심각할 수 있다는 게 문제지요.”

 

이 정도 되면 의사도 별 수 없다.

 

“통증을 감당하지 못할 지경인데, 대처 방법이 없다는 말입니까?”

 

지태풍은 자신도 모르게 음성을 높이며 물었다.

 

“생활습관을 바꿔 치료에 성공한 예가 있습니다.”

 

뭔가 서광이 비치는 건가.

대처 방법을 모색하지 못한다면 방송은 의미가 없다.

 

가짜가 진짜 노릇을 할 때 세상은 혼란에 빠진다, 라고 지태풍이 방송 멘트를 하자 의사는 말한다.

 

“9년간 고통에 시달리다가 치료한 예가 있습니다.”

 

“먹고, 마시고, 바르고, 만지는 것에 주의하면 된다는 환경 룰이 있는데, 유사합니까?”

 

“그렇습니다. 역시 환경운동가답네요.”

 

유기농 식품 섭취는 물론, 플라스틱 용기는 높은 열을 가하거나 급랭하지 말라고 한다.

 

위생장갑, 비닐, 도시락, 유아제품 등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이 많이 나온다. 옥수수나 사탕수수로 만드는 친환경 플라스틱이 있다. 환경 마크를 확인하는 게 좋다.

 

“아무래도 여성들이 환경호르몬 노출이 많아 걱정이로군요.”

 

지태풍이 여성을 동정하는 건가.

 

“화장품에 담긴 불편한 진실도 있으니까요.” 여의사는 말했다.

 

자고 일어나면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환경호르몬에 완전 노출된 여성들.

환경호르몬이 덕지덕지한 화장품을 어떻게 피하랴.

 

아웃도어엔 과불화 화합물이 수두룩.

필요 이상의 고기능성 발수나 방수 제품은 금물.

과불화품은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지 않는다. 무섭게도 물이나 공기에 섞여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다.

 

예뻐질래, 건강할래?

 

천연화장품은 좋지만 유통기한이 짧으니 주의가 요구된다. 아토피가 있다면 알로에 로션, 수제 비누를 쓰고, 치약은 청결하고 항염제(抗炎劑) 제품을 쓴다.

 

주방세제로 쌀뜨물이 괜찮다. 구연산과 베이킹소다로 만들 수 있고.

방향제로는 에탄올과 유칼립투스로 만들어 모기 퇴치용으로 쓸 수 있다.

 

샴푸는 쓸까, 말까?

 

샴푸가 노화의 주범. 머리 감는데 웬 노화?

샴푸 속에 있는 계면활성제 때문. 물과 기름을 분리하는 유화제 영향이라나.

차라리 주방세제로 머리 감으면?

 

정수된 물, 깨끗한 비누, 깨끗한 그릇, 운동…….

이렇게 몇 달 지나면 생리는 순조로워지고, 통증은 체면에 걸린 듯 완전 증발.

 

“대~박!”

 

잠자코 듣고 있던 소녀는 두 팔을 치켜세웠다.

 

특히 환경호르몬 중 비스페놀A, 노닐페놀, 프탈레이트 등에 유의하란다.

치약, 클렌징, 샴푸, 린스, 바디로션, 스킨로션, 화장품, 향수…….

합성세제, 섬유유연제…….

환경호르몬이 피부나 호흡기로 흡수되어 체내 호르몬 시스템을 교란시킨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나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라고 착각하여 청소년의 경우 2차 성징 때 반응하여 남성이 여성화되어 가슴이 발달한다든지 성기가 작아진다든지 하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

 

성조숙증으로 가슴이 커지고 생리가 시작된다. 9살 아이의 뼈 나이가 12살이라면 사춘기를 늦추는 호르몬 주사가 필요하겠지.

 

임신 중 호르몬 이상으로 성이 바뀌는 수가 있다. 운동선수 중 성의 오해를 받아 선수에서 탈락되는 경우가 있다.

 

“1회용 생리대의 유해가 크다고 하는데, 선생님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지태풍이 질문했다.

시선이 여의사의 허리 아래 부분에 닿지 않은 것은 순전히 앞에 놓인 테이블 덕분이다.

 

“질문을 하셨으니, 학생이 옆에 있더라도 대답하겠습니다.”

 

천연소재는 가려움, 피부염, 생리통을 완화하고, 생리혈과 냄새를 흡수하므로 반영구적인 면생리대로 사용 가능하다.

 

“생리대가 연간 20억 개가 판매된다죠. 제가 조사를 해봤거든요.”

 

“생리대가 중요한 건 엄마에게 유입된 환경호르몬이 유아에게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이죠. 임신기와 모유기에 영향이 크답니다.”

 

플라스틱 가소제(可塑劑)인 프탈레이트는 성조숙증과 불임의 원인이 된다. 독성이 강해 정자의 유전물질인 DNA를 파괴하고, 임신복합증과 유산, 기형아를 출산시키고, 생식기 발달을 억제시킨다.

 

장난감, 음료수용기, 화장품, 의류, 맥주상자 등은 제품 검사 통과한 것이라면 비교적 안전하나 PVC파이프나 타일 등 산업용은 더 주의가 요구된다. 플라스틱은 고분자화합물이라, 그 자체는 매우 딱딱하다.

 

“낙동강 바지락 생산이 급속히 줄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되나요?”

 

“고둥의 암컷에 수컷 성기가 달리는 임포섹스 현상으로서, 선박용 페인트 등에 오염되면서 암컷의 음문을 막아 알이 방출되는 것을 방해받았기 때문이죠.”

 

참 많이 배운다. 그는 생각했다.

 

환경오염으로 ‘생물학적 반감기’가 길어진다고 한다.

즉 방사성물질이나 화학물질이 체내에 흡수된 뒤 대사나 배뇨에 의해 농도가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의 시간이 길어진다는 뜻이다.

 

“애정학적 반감기가 영구적이면 좋겠어요. 하하.”

 

“사무총장님은 아마 연애중이신가 봐요.”

 

의사 선생이 어떻게 알았지? 전문의는 다르네.

 

“그랬으면 좋겠다는 거죠.”

 

긴 시간 대담 중에 양념으로, 웃는 시간을 가졌다.

 

천연샴푸와 화학샴푸의 차이는 확연하다. 수족관 금붕어에 어독 실험을 해보면 독성의 정도를 당장 알 수 있다.

 

아토피가 있는 어린이에게 샴푸는 더 위험하다. 간, 폐, 뇌에 장기간 머물면서 비염, 천식, 아토피를 악화시킨다. 두피 세정력과 피부 침투로 피부 건조가 노화를 촉진시킨다.

 

“머리를 잘 헹궈야 합니다.” 의사는 강조했다.

 

체내 환경호르몬의 영향은 아이가 어른보다 크다.

아이는 행동특성이나 활동공간으로 인하여 어른보다 두 배 영향이 크다나.

 

장난감이나 플라스틱 제품, 의류의 환경호르몬은 생식기에 영향을 주고 아이들의 주의력 결핍과 공격성을 가져온다. 여아에게 초경이 빨라지고 유방이 생기며, 남아에게는 요도하열과 잠복고환 증상이 증가하기도.

 

여성의 가슴은 지방이 밀집해 있어 환경 유해물질을 잘 축적한다. 그러나 모유는 영양학적으로나 면역학적으로 완벽한 식품이므로 장점이 많다. 엄마와 아이의 애정 형성에도 도움이 되고.

 

“갑작스레 다이어트하면 왜 안 좋지요?”

 

“지방에 축적된 환경호르몬이 혈액으로 흘러나와 인체의 주요 장기에 전달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장난감의 환경호르몬이 왜 나쁜가요?”

 

“혈액 속 독성물질이 뇌 척수액에 닿는 것을 막아주는 방어막이 어릴 때는 충분히 발달돼 있지 않는 탓이라 하겠지요.”

 

“환경호르몬과 중금속의 유해 정도가 다르다던데?”

 

“그건 이래요.”

 

환경호르몬은 체내에 축적되지 않고 사라지는 반면, 중금속은 한번 체내에 쌓이면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 납 카드뮴, 수은은 지능이나 신경계통 발달을 방해하는 물질이다. 니켈은 호흡기와 피부를 자극해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고. 아동들의 주의력을 떨어뜨리고 공격적인 성격을 갖게 한다.

 

“환경호르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지 않는 방법이라면?”

 

전자렌지에는 유리나 자기 용기 사용.

골프장 출입 자제(살충제 농도는 밭에 뿌리는 것보다 최소한 4배 이상).

손을 자주 씻는 습관.

땀을 흘리거나 수분 섭취로 배설 촉진.

 

소녀는 그 후 생활 습관을 바꿔 생리통에서 해방됐다는 이야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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