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상승으로

섬나라는 수상도시 건설?

다른 나라로 이주?

 

  

 

 

제9회

 

 

해수면 상승

 

신혼여행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신나는 화제다.

더구나 연인들에게는 남의 이야기라도 흥분을 안겨줄 만하다.

 

지태풍은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친구는 신혼여행지로 몰디브를 선택했다고 우인들 앞에서 자랑했다.

신부는 한술 더 떠 ‘인도양의 진주’라면서 자랑을 보탰다.

신부의 큰 가슴이 신혼여행의 꿈에 더욱 벌렁.

 

홍매화에 벚꽃이 조화를 이루는 한국의 봄이 만화방창인데, 인도양 섬 몰디브는 더 멋있다고 하면서.

 

지태풍이 몰디브를 검색하니 에메랄드 바다가 소개된다.

아 부럽다!

 

그날 토요일 오후.

 

지태풍은 이단아를 인천 송도 인공운하 옆 카페로 끌고 갔다.

다정하게 손을 잡고 간 것뿐인데 끌고 갔다니?

뭐, 표현이 그렇다는 거지.

왠지 신혼여행 기분을 내고 싶었다.

 

친구의 신혼여행 이야기를 꺼내면서, 그는 이단아를 쳐다보았다.

 

“우리도 빨리 결혼하자. 신혼여행 가게.”

 

돌출 제안에 놀랄 줄 알았으나 이단아는 의외로 침착하다.

 

“우리라고 못 갈 이유는 없잖아요? 결혼만 하면.”

 

“아, 자존감이 아주 빡센데.”

 

너무 태연한 여자 아닌가.

 

“어떤 정신과의사는 <자존감 공부>라는 책을 써서 50만부나 팔았대요. 책 쓸 생각은 없지만 자존감이라는 게 인생을 적극적으로 이끌어주잖아요.”

 

대단한, 그리고 괜찮은 여자라고 인정하려는 순간, 그녀의 질문이 이어졌다.


“어딜 생각하는데요?”

 

“몰디브.”

 

지태풍의 준비된 대답에 그녀는 놀랐다.

 

“수몰위기에 있다던데……?”

 

“아직은 2미터 남았대. 사라지기 전에 갔다 오자는 거지.”

 

그렇게 빨리 사라지나?

물어보는 대신, 지극히 담담한 이단아.

 

“우리 결혼 때까지는 괜찮겠지요?”

 

맙소사. 여자가 농담도 잘하네.

스물다섯밖에 안 된 여자가.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각광 받고 있는 인도양의 아름다운 섬.

일천여 개의 섬으로 구성된, 서울 절반 정도의 면적, 인구 40만의 섬나라.

해수면 상승으로 지반이 이미 침식당한 몰디브.

지구온난화로 인해 50년 이내 수몰돼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농담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태국을 강타한 쓰나미로 인해 몰디브의 수도 말레는 대통령 집무실을 포함해 시내의 3분의 2가 침수됐다. 관광산업의 기반이 되던 리조트와 학교나 병원 등의 기반 시설이 파괴된 바 있다. 호소할 데 없는 몰디브는 속앓이만 할 뿐이다.

 

“태국과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거의 초토화됐다고요?”

 

언젠가 읽었던 <일본 침몰>의 내용을 오버랩 시키며 그녀는 말했다.

지태풍도 끔찍한 생각을 금할 수 없다.

 

“오죽하면 해저각료회의를 열었겠어.”

 

해수면 상승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몰디브는 2009년 대통령과 정부 각료 10여 명이 모여 사상 최초로 ‘해저각료회의’를 열었다. 이들에게 지구온난화는 목숨과 직결된 문제다.

 

몰디브를 자꾸 바닷속으로 밀어 넣는 죄책감이 들어 이쯤에서 대화 중지.

 

식사 후 두 사람은 운하에서 뱃놀이를 즐겼다.

주변에 높이 솟은 마천루를 바라보며 이단아는 꿈을 올린다.

한 층씩 착착.

 

“결혼 후 우리도 이런 곳에 살아요.”

 

주거비 관계없이 그녀는 높은 아파트가 무조건 부러웠다.

 

“2100년 해수면이 1미터 오른다는데 여긴들 안전할까?”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요?”

 

이단아가 농담으로 듣자, 그는 진지한 태도로 나온다.

 

“수상버스를 타고 구름다리를 건너며 살아야 하는데…….”

 

“최후의 보루는 롯데월드타워겠네요.”

 

“심판의 순간에는 노아방주.”

 

대화가 이상하게 흘렀다.

물에 비친 마천루 불빛을 가로지르며 뱃놀이는 한 시간이나 계속했다.

 

“우리 신혼여행은 태평양으로 방향을 틀어야겠네요.”

 

“거긴들 온전할까?”

 

 


일인방송 녹색고발은 녹색미래의 오선덕 회장을 인터뷰에 모셨다.

그는 며칠 전 남태평양 키리바시에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과거 배를 타고 태평양 섬들 사이로 수없이 항해했으나 이곳을 발로 밟은 것은 처음이다.

 

개인적으로는 회갑을 축하하는 여행이고, 공적으로는 해수면 상승으로 존폐 위기를 만난 섬나라의 현실을 목격하는 여행이기도 하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나라라고 하던데요?”

 

지태풍이 오선덕 회장에게 물었다.

 

“날짜변경선에 걸쳐 있는, 동쪽 나라이기 때문이지.”

 

오선덕 회장은 지태풍 사무총장에게 마음 편하게 대답했다.

상사와 부하의 관계를 방송이라고 달리할 필요는 없다.

 

호주 북동쪽 적도에 놓여 있는 키리바시 공화국.

남태평양에 자리한 작은 섬나라.

인구 10만, 면적은 서울보다 약간 크다.

미크로네아, 폴리네시아, 길버트 제도 등 33개 섬으로 구성된 나라.

군인이 없는 나라이니 유사시 국방은 호주와 뉴질랜드가 지원.

 

태평양 전쟁 중에 일본과 미국의 격전지.

일부는 영국과 미국의 핵실험 장소로 사용되기도.

 

“섬의 분위기와 인상은 어땠습니까?”

 

“첫눈에 수몰 위기를 실감했지. 나라를 옮겨야 할 정도로.”

 

질문을 받은 오 회장은 심각성의 정도를 강조하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크게 반원을 그리며 탄식하는 표정을 보였다.

 

“심각하군요. 그 나라가 가장 어려웠던 때는 언제였나요?”

 

“2005년 태풍과 만조로 폐허가 되고 가축이 떠내려가고…….”

 

그는 잠시 침묵했다.

 

“환경부장관을 만났는데 그의 설명은 절망적이더라고. 교실과 집들이 잠기고, 이후 버려진 땅이 속출하고…… 지하수는 짠물이 되어 농사는 어렵고…….”

 

순박하고 평화로운 나라를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오 회장은 대답 도중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50년 전에는 신선한 우물물을 마셨다는데…….”

 

섬은 지구 평균치의 3배 속도로 잠겨간다고 한다.

35년 후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몰디브보다 빠른 속도다.

 

“호주나 뉴질랜드에 땅을 사둔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그렇습니까?”

 

“어디 땅을 마음대로 준대?”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듯 말했다. “방파제를 쌓고 집을 올린다고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고, 식수마저 부족하고……. 한마디로 딱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세계최대 해양공원인 피닉스제도 보호구역은 어떡하죠?”

 

“그 공원도 갔다 왔는데 정말 좋은 곳이야. 그야말로 유토피아. 에메랄드 바다에 코발트 하늘!”

 

오 회장의 감탄은 말로는 부족한지 온몸을 흔드는 중.

그러면서,

 

“와~ 환상적인 나라!” 감격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키리바시 말에 ‘와’의 삼위일체가 있다고 했다.

마라와(바다), 카라와(하늘), 타라와(땅).

오늘날 그 삼위일체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것.

 

물고기가 잘 잡히던 낚시터에서도 이제는 빈 낚싯줄과 그물만 건져질 뿐이다. 수온이 상승하고 산성화가 심각해지면서 산호초의 성장은 느려지다가 아예 멈춘다.

 

흙과 모래, 산호가 그들을 키웠는데 섬을 버리고 쉽게 떠날 수도 없다.

이웃 나라 피지가 유사시 키리바시 전 주민의 이주를 수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사정의 차이일 뿐 피지의 마을들도 하나 둘 물에 잠기고 있다.

 

“키리바시는 2001년 유엔 가입 이래 잇달아 다급한 SOS를 보냈으나, 가난한 나라를 더욱 가난하게 하는 전조만 보일 뿐이지.”

 

스스로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가.

 


 

 

세계 환경단체 대표들이 투발루의 수도 푸나푸티에 모였다.

곧 수몰하여 사라질 거라는 섬나라에 모이는 자체가 상징성이 있다.

 

투발루는 남태평양의 중앙에 위치해 있다.

뉴질랜드 북쪽의 적도 부근 도서국가.

영등포구 면적에 1만여 명의 작은 나라.

평균 해발고도 2m 미만의 작은 나라.

아름다운 산호섬으로 구성된 투발루는 9개 섬 가운데 벌써 2곳이 바다에 잠겼다.

 

한국 대표로 두 사람이 참석했다.

그린피스 코리아의 대표 이정아와 녹색미래의 사무총장 지태풍.

 

호텔에 짐을 풀고 두 사람은 로비 소파에 앉았다.

바나나 주스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눴다.

이정아 대표가 먼저 대화를 열었다.

 

“환경부에서 사무총장님을 추천하던데, 혹시 아시는 분이라도?”

 

“아니요. 환경부와 협력하는 정도일 뿐이죠.”

 

엉겁결에 그는 말했으나, 이정아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웃는다.

 

“사실, 환경부 시민협력팀의 이단아 씨가 강추하더라구요.”

 

“조금 아는 정돕니다만.” 그는 잠시 멈췄다. “혹시, 대표님의 친척 동생이라도? 이름이 비슷해서요.”

 

“그런 오해를 받을 만하나 그건 아니구.” 그녀는 웃으면서, “나이가 스물 살이나 차이 나는데…… 똑똑 소리가 나더라구요.” 말했다.

 

대화에서 두 가지 사실을 유추하게 되었다.

하나는 이정아 대표의 나이, 다른 하나는 이단아 주무관의 똑똑함.

어쨌든 이단아 칭찬은 듣기 좋았다.

국제회의에 일정을 함께 소화하다 보면 약간의 신상은 교환되는 법.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와 결혼을 했다면, 이정아 대표는 환경단체와 결혼한 셈.

 

그녀는 독신으로 일관했다. 환경보호 활동에 생을 바치고 있다.

이번 회의 성격을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지구온난화로 사라질지 모르는 섬나라에서 개최하는 자체가 상징성이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린피스니까 이런 큰 대회를 주관하시는가 봐요.”

 

“수도 푸나푸티는 이미 오래전 침수되어 수도를 옮긴 상태로 2001년 국토포기를 선언했답니다.”

 

투발루는 국토의 대부분이 침수됐다.

2002년부터 뉴질랜드로 이민쿼터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주한다.

40세 이하로 매년 75명만 허용된다. 그것도 뉴질랜드에 직업이 있는 사람만.

 

“큰 나라에서 에너지를 펑펑 쓰고 작은 섬나라는 사라지고…… 이런 불공평이 어딨어요.”

 

그녀는 분노와 흥분을 섞어 설명을 해나갔다.

일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미국이 20톤이고 한국은 10톤인데 투발루는 0.5톤에 불과함에도 불평등의 극치라고 하면서.

 

미국이나 중국은 분명히 ‘장난치는 나라’임에 틀림없다.

 

투발루는 기후난민을 상징하는 국가가 된 셈이다.

지태풍은 한국도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음을 들은바 있어서.

 

“우리나라 제주도의 해수면 상승도 만만치 않잖아요.”

 

단순히 연평균 해수면 상승 속도만 볼 경우 제주도가 투발루보다 속도가 빠르다. 지난 세기 0.5m나 높아졌고 금세기에는 1m 이상 높아진다.

 

2100년 지구 평균기온은 2000년 대비 섭씨 4.8도 오를 전망이다. 과거 산업혁명 초기부터 현재까지 지구의 기온은 0.8도 상승했는데도.

 

“유엔은 2100년까지 1.5도 이내로 묶어야 한다고 하는데요?”

 

“그런다고 묶이나? 탄소배출을 규제하지 않으면 수십 년 내에 지도에서 사라질 섬들이 많다니까.”

 

“트럼프는 화석연료와 기후변화와는 연관성이 없다고 하는데요?”

 

“개소리!”

 

환경운동가들은 트럼프를 저주까지 한다.

환경회의 석상에서 투발루 총리는, “우리나라를 구해주세요.” 하소연했다.

이정아 대표는 대토론회에서 강하게 부르짖었다.

 

“이렇게 작고 아름다운 나라가 사라지게 하는 원흉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입니다. 세계 40여 개의 섬나라들이 가까운 장래에 수몰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필요한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울분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술 한잔해야 한다며 호텔 스탠드바로 지태풍을 데리고 갔다.

 

“동생, 한잔 커~억 하라구!”

 

그녀는 지태풍의 잔에 술을 거칠게 부었다. 술이 좀 들어갔다고 느꼈을 때,

 

“너 이단아와 그렇고 그런 사이지?”

 

노처녀는 그를 마구 동생 취급했다. 그리고 자신의 촉 하나는 알아준다며 그의 옆구리를 치기도 했다. 열세 살 많은 누나로 행세하는가 하면, 허릿살을 보일 때는 민망할 지경이었는데, 몸 접히는 부분이 끈적끈적한 느낌이 들기도.

 

술이 머리로 들어가 비밀이 밖으로 나오기 전, 각자 잠자리에 들어간 것은 다행이다.

 

 

 

투발루 환경회의를 다녀온 지태풍.

학생들의 여름방학 기간 그는 의미 있는 강의 시간을 가졌다.

녹색미래 사무실 옆에는 환경강의실이 있다. 중고생 30여 명이 모였다.

 

투발루 여행을 이야기하자 학생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해졌다.

지구온난화가 초래하는 피해 상황을 질문 형태로 강의를 시작한다.

 

“봄철이 되면 재치기나 눈가려움증이 있는 학생 없나요?”

 

세 명이 손을 들었다.

꽃들의 조기 개화와 오염물질이 묻은 꽃가루로 인한 원인이라는 점에 학생들은 공감했다.

 

“빙하가 녹으면서 동식물 서식지 이동이 어떻게 될까요?”

 

북극곰은 올라설 얼음을 찾지 못할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얼음이 녹으면 식물이 밖으로 드러나 태양빛에 엽록소의 함유량이 증가하고 성장이 촉진될 거라는, 건사한 내용을 말하는 학생도 있다.

 

“영구동토가 녹으면서 어떤 결과가 될지 생각해보았나요?”

 

호수의 물이 빠져나가 호수가 소멸하고, 산사태를 초래하고, 얼음에 잠복해 있던 세균이 노출되는 등 생태계가 급변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학생 과학 잡지를 많이 읽은 덕분이 아닐까.

 

“인공위성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데?”

 

지구온난화로 대기의 상층부 이산화탄소가 농밀해져 인공위성을 잡아당기는 효과를 내므로 위성을 쏠 때 가속을 더 가해야 한다는 것.

 

“만년설이 녹으면 산이 더 높아진다?”

 

빙하의 무게에 좌우될 정도로 지구가 그렇게 말랑하냐고 웃는 학생이 있었다. 하지만 눌려 있던 지표면이 서서히 올라간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을 무시하기란 곤란하다.

 

“해수면이 자꾸 상승한다는데 그 원인을 세 가지로 들자면?”

 

첫째, 해수온도 상승

둘째, 그린란드와 남극 얼음층 해빙(解氷)

셋째, 산악지대와 알래스카 빙하 해빙

지태풍이 설명하자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북극해의 빙하 해빙은 포함되지 않았는데요?”

 

질문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남극은 육지여서 해빙은 당연히 영향을 주지만, 북극해의 얼음은 모두 녹는다 해도 해수면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컵 속의 얼음이 녹아도 무게와 물의 부피 변화가 없는 거와 마찬가지다.


북극해 해빙(海氷)은 지난 50년 동안 60%나 해빙(解氷)해버렸다. 남은 40%도 언제 말끔히 녹을지 모른다. 바다얼음 해빙(解氷)은 해수면 상승과는 관계없지만 기온상승으로 플랑크톤이 늘어난다. 플랑크톤이 북극 온난화를 20%까지 증폭시킨다는 것.

 

“플랑크톤이 번식하면 이산화탄소를 먹어치워 고맙지 않습니까?”

 

학생의 예리한 질문에 선생이 감당하기 어렵다.

 

“그렇지만은 않아. 식물성 플랑크톤은 햇빛을 흡수하면서 계속 수온을 높이는 악순환을 유발한단다.”

 

대기온도 상승 ⟶ 해양 표층온도 상승 ⟶ 심층온도 상승 ⟶ 해수의 열팽창.

결국 해수면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을 해빙(解氷)이 아닌 바다 자체의 열팽창으로 보는 것이다.

 

“그린란드와 남극대륙의 얼음이 모두 녹으면 해수면 상승은 얼마쯤 될까요?”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아요?

학생들은 눈동자만 돌렸다.

 

그린란드 얼음이 녹으면 7m, 남극대륙 얼음이 녹으면 60m 해수면 상승을 예상한다. 지구 전체 물의 2%는 남북극의 얼음이다.

 

학생들의 입에서 “휴~” 소리가 연발.

 

“선생님, 남극 얼음층이 얼마나 두껍기에 그렇습니까?”

 

“오랫동안 쌓이고 쌓여서 두께가 2km, 상상이 되나요?”

 

지구온난화는 한번 관성이 붙으면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급정거가 안 된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부족하면 미끄러지는 관성의 여파가 300년은 걸린다는 점을 그는 강조했다.

 

“100년 후 한반도와 세계는?”

 

해수면 상승 1m라면 목포, 군산, 신의주 등 서해안 도시들은 바닷물에 잠겨 영원히 사라진다. 세계는 해수면 1m 상승으로도 1억 명 이상의 기후난민을 발생시킨다. 세계 인구 절반이 해안선에서 2백 킬로미터 이내에 거주하니까.

 

많은 나라의 해안 주민이 짠 바닷물에 시달려야 한다.

 

“공상 시나리오가 대부분 현실화되고 있어요.”

 

계속하면 학생들이 겁에 질릴까 휴식 시간을 가졌다.

마침 문 입구에 이단아가 보였다. 조금 전에 도착했는가 보다.

 


 

 

“어린 학생들에게 겁만 주면 어떡해요. 희망을 줘야지…….”

 

이단아의 불만 섞인 말에, 지태풍은 “사실을 얘기한 것뿐인데?” 하면서 강의를 계속했다.

 

“대응 방법은 예방이냐 적응이냐 혹은 포기냐, 선택의 문제랍니다.”

 

학생들은 공룡의 멸종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육식 공룡, 초식 공룡

육지 공룡, 바다 어룡, 하늘 익룡

 

1억년 동안 거대한 날개로 하늘을 누비며 지구를 지배한 공룡은 왜 멸종했을까?

운석 충돌, 수퍼화산, 감마선 때문? 그로 인해 아사, 동사, 익사, 중독?

 

생명체 35억 년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엄청난 멸종이 존재했다. 네 번째가 최악이었는데 생물 95%가 사라졌다. 당시 유럽은 100미터 깊이 바다였고, 중앙아메리카는 거대한 바다가 관통했다. 공룡은 마지막 다섯 번째 멸종으로 6,500만 년 전에 일어났다.

 

“이전의 멸종들은 해수면 상승이었다면, 마지막 멸종은 해수면 하강으로 발생했어요.”

 

“그걸 어떻게 알죠?”

 

학생들은 궁금했던가 보다.

 

“수집된 암석을 연구한 결과랍니다.”

 

“우린 여섯 번째 멸종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해수면이 올라간다는 건가요?”

 

질문하는 학생은 “끔찍, 헐!” 하면서 몸을 떨기도 했다.

그들은 앞으로 다가올 생물 멸종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해수면의 상승과 감소의 원인은 지구 지질판의 변화와 기후변동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억 년 동안 빙하는 형성되고 발전되고 녹아내리고 퇴보하기도 했다. 지구 공전궤도의 변화가 기상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지만.

 

지난 천 년 동안 20세기가 가장 높은 기후상승이 일어났다. 이후 10년은 가장 온난화가 빨랐고 앞으로는 더 빨라지는 추세다.

 

“지구온난화만이 멸종의 원인이 되나요?”

 

“서식지 손실로 인해 인구 증가를 줄일 방법이 없어요.”

 

온실가스를 줄여 기온상승을 막는 예방, 방파제와 수상도시로 대처하는 적응, 아예 피해지역을 포기하는 방법도 있지요.“

 

여기저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시나리오는 섬이 아닌 육지도 위험하다.

 

“그중 방글라데시는 해안침식으로 2050년 기후난민이 2천만 명 발생한답니다.”

 

국토면적의 4분의 1이 해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는 치명적이다. 바다로부터 국토를 지키기 위해 1만 마일의 제방을 쌓아야 할 판. 양쯔강, 메콩강 삼각주도 큰 피해 예상.

 

한국은 해수면이 1미터 상승하면 서울의 1.6배 면적 침수

 

“후손들은 어떻게 살아가죠?”

 

“후손이 아니라 여러분의 세대가 위험해요. 수상도시를 만들고 바닷물을 증류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모두들 ‘설마?’ 표정이다.

이쯤에서 강사는 희망을 줘야 한다.

 

남극해양은 저온현상으로 인해 눈이 오면 계속 쌓여 빙상이 두터워져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나, 오히려 지구 전체 기온 상승에 의한 해수팽창이 염려된다.

 

우리나라 해수온도 상승은 세계 평균의 3배.

지난 50년 동안 세계 평균은 섭씨 0.5도 인데 우리나라는 1.5도 상승했으니까.

그런데 2100년엔 세계 평균이 지금보다 1.8도 상승하고, 최악의 경우 4도 상승하여 6억 명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는 것.

 

학생들이 제대로 알아듣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지태풍은 설명을 계속했다.

 

과학자들의 관심은 빙하가 녹는 것을 막기보다 녹는 속도에 따라 준비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차선책이다.

 

지구온난화든 자연 주기설이든 인간의 잘못이든 지구는 잠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 인구의 40%는 해안으로부터 100km 이내에 살고 있다. 1억 명이 해발고도 1m 이내, 6억 명이 해발고도 10m이내에 살고 있다고 한다.

 

“해저 나라 네덜란드의 대처가 궁금합니다, 선생님.”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던 학생의 질문이었다.

 

“수륙양용 주택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물이 차면 수면 위로 뜨는 것. 콘크리트 가옥이 최대 2m 높이까지 뜰 수 있게.”

 

보트와 구름다리가 필요할 거라고 그는 말했다.

 

“차라리 항공모함을 주택단지로 하면 어떨까요?”

 

학생들의 발상은 좌충우돌이다.

 

“석유를 태우고, 나무를 찍어대는 인간 활동은 이제 줄여야 하겠지요?”

 

자연계에 존재하는 태양빛, 풍력, 조력 등 친환경 대체에너지 개발을 강조하면서,

 

“무개발이 주요 대응책이 될 수도 있어요.” 말했다.

 

무개발 정책은 ‘순응’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해안가 상습 침수지역을 일종의 태풍 완충지대로 만드는 것.

 

뉴욕 지사의 “허리케인에 땅을 내주자”라는 슬로건은 인상적인 역발상이기도 하다.

장기적인 관점에 볼 때 더 효율적임일지 모른다.

 

강의실 뒤쪽에서 강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단아는 강의가 이 정도로 마무리된 게 안심이었다. 겁만 줄 뻔했던 강의의 위험성 때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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