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와의 전쟁
끊임없는 전쟁
인간이 존재하는 한?






제11회


쓰레기 분리


⌜쓰레기도 족보가 있다⌟
환경부가 제작한 공익광고이다.
⌜I am your father⌟
굳이 영어를 덧붙인 것은 광고효과를 내기 위함인가.


어쨌든 광고영상은 내용이 가볍고 흥미로워 좋은 인상을 주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두루마리 휴지가 진공청소기 앞에서 위험에 처한다.
걱정하던 우유팩이 휴지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져 청소기를 막는다.
끝까지 지킨 끝에 청소기는 포기하고 돌아간다.
우유팩이 왜 휴지를 지켜줬는가?


쓸모없이 보였던 우유팩과 캔이 재활용되어 각각 휴지가 되고 자동차가 된다. 그런즉 아버지가 아이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이보다 더 인상적인 환경교육이 있을까.


오늘은 쓰레기 매립장 연장 문제로 네 당사자가 만나는 날이다.
회의 참석자 = 인천시 + 서울시 + 경기도 + 환경부


인근 주민들은 금년 2020년까지는 양보할 수 있으나 더 이상은 절대 안 된다고 버티고 있다. 의견 절충이 쉽지 않으니 일단은 2026년까지 연장을 목표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토론하는 과정을 취재하기 위해 지태풍은 인천시 대회의실을 찾았다.
회의 후 수도권쓰레기매립장 관리소장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지태풍이 매립장 관리소장에게 묻는다.


“1992년부터 2016년까지 계약이 완료됐는데 10년간 더 연장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1994년 종량제 도입과 생활폐기물 소각율 증가에 힘입어 쓰레기 배출량이 줄어든 덕분에 매립 여유가 생겼지요.”


주민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3년 정도의 양보는 가능하지만 10년 연장은 너무 길다는 것이다.


국내 쓰레기 발생량은 하루 40만 톤이고, 산업 및 건설폐기물을 제외한 생활쓰레기만 5만 톤이다. 국토면적당 폐기물 발생량이 OECD 국가 중 4위다.


그런데 한국의 쓰레기 재활용률은 세계 1위 수준.
분리수거율은 독일, 오스트리아와 함께 60%를 넘는 3개국 중 하나로 한국의 쓰레기 처리 효율은 세계 최정상권이다.


그러나 쓰레기 처리 비용 때문에 한국은 소각률에 비해 쓰레기 매립률(80%)이 높다. 매일 8000톤이 땅에 파묻혀 토양을 오염시키고 환경을 훼손시킨다.


국내 쓰레기 처리비용은 연간 2조원이 든다. 톤당 쓰레기 처리비용은 재활용이 17만원, 소각이 14만원, 매립은 5만원으로 경제적 이유로 인해 매립률이 높은 것이다.


“쓰레기 매립 계획은 어떻습니까?”


“난지도 82만평 매립장 사용이 끝나고 김포수도권매립장 628만평이 조성되었는데 현재 제2 매립장 사용이 거의 완료돼 가는 중이죠.”


난지도 매립장은 100미터 높이까지 올라갔다. 국제기준 45미터를 훨씬 넘긴 이유는 김포 매립장 조성이 지연되었기 때문.


김포수도권매립장 총면적 628만평은 다음과 같다.
제1매립장 124만평
제2매립장 112만평
제3매립장 100만평
제4매립장 118만평
시설단지 100만 평
경인운하 부지 74만평


“매립양이 줄어들면 제3, 4매립장의 사용기간도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쓰레기 배출 감소와 재활용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도 2030년 정도?”


그 많은 쓰레기에서 나오는 악취와 가스의 처리가 궁금하여 지태풍이 관리소장에게 물었더니 매립장에는 50메가와트 발전시설이 있다고 한다.


한국인이 연간 배출하는 생활쓰레기는 일인당 1톤.
아직도 종량제봉투 내용물의 60%는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다.


“그래서 폐기물 정책의 우선순위는 발생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을 최대화하며, 위생매립으로 안전처리를 해야 합니다.”


관리소장은 특히 4R를 강조했다.
Refuse(필요 구매) - Reduce(감축) - Reuse(재사용) - Recycle(재활용)


재활용의 악순환은 계속된다. 재활용 기술투자가 부족하면 저품질 자원이 생산되고 수익이 감소하여 투자가 부족해진다는 순환 원리이다. 생산자 책임재활용제도와 빈용기보증금제도가 있지만 시장원리로는 환경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환경공단에서 다 처리할 수도 없다. 우선 민간 부문의 이익창출과 고용창출의 기회가 사라지고 국고 낭비의 문제가 있다. 정부와 민간이 적정한 선에서 조화를 이뤄야 하는 이유다.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효소처럼 쓰레기를 먹어치우는 놈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태풍이 질문하자 소장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플라스틱을 먹이로 하는 미생물이 있다는 연구가 있긴 합니다.”


육지뿐만 아니라 바다에도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호주대학 해양학자가 밝힌 바 있다.


“앞으로 태평양의 쓰레기 섬이 없어지겠는데요?”


“그러게요.”


그렇다고 마구 쓰레기를 해양에 투기하면 어떻게 될까.
전 세계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총량은 900만 톤으로, 이중 28%는 중국이 주인이다. 2위는 인도네시아, 3위는 필리핀이이요, 북한도 10만톤 정도 된다고 한다.


“근데 박테리아가 뭐 하러 플라스틱을 분해하죠? 괜히 힘들게?”


“탄소 골격을 영양분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는데, 분해산물인 이산화탄소와 물이 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만들어진다는 의미랍니다.”


알들 말 듯…… 하여간 넘어가고.


“건축물 철거할 때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데 어떻게 부수죠?”


“육상 건물 철거는 기둥을 잘라내고 유압잭을 끼워 넣어 해체작업을 하나 초고층 건물은 옆으로 넘어질 염려가 있으므로 어렵습니다. 레이저 방법을 쓰면 소음과 진동, 분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나 출력 부족으로 실제로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닌 것 같고요.”


교량 철거는 상판을 먼저하고 교각이나 교대는 나중에 한다. 대부분이 콘크리트라서 발파로 해체하면 물을 오염시키므로 절단법을 사용하여 철거한다.


“그럼 터널은 어떻게 철거하죠?”


“터널은 철거하지 않습니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가장 안전한 곳이 터널 아닌가요. 김정은이 혹시 전쟁을 일으키더라도 대비할 수 있고…… 하하.”


폐터널은 와인 저장소나 갤러리, 자전거길로 사용할 수 있다. 인터넷 데이터센터로 이용해도 좋다고 한다.



▲쓰레기매립장 발전시설(메탄가스)



저녁 7시 반상회 겸 분리수거 현장.


“플라스틱 병과 뚜껑을 함께 버리면 안 되는 이유 알고 계시죠?”


질문자는 이단아.
그녀는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 오늘은 쓰레기분리 일일강사로 등장한다.
질문에 한 주민의 반응이 유난히 빨랐다.
 
“정말? 왜요?”


“그건 소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설명인즉슨 뚜껑(PE)은 물에 뜨고 태우면 연기가 나지 않는 반면, 병(PET)은 잘라서 물에 띄우면 가라앉고 태우면 연기가 난다. 이처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분리해주면 재활용공장에서 처리하기 좋다는 것이다.


“오늘은 이런 점을 감안하여 쓰레기 분리를 체험해 보겠습니다.”


아파트 부녀회장 입회하에 분리수거 연습이 시작됐다. 주부들의 눈동자가 집중되고, 참여자 중 육아휴가를 얻은 남성들도 몇몇 보인다. 한 남성이 처녀 강사가 얼마나 알고 있나 시험해보려는 듯 질문 하나를 던진다.


“분리배출과 분리수거는 같은 말인가요?”


“참 좋은 질문이네요. 버리는 쪽에서 보면 배출이고, 가져가는 쪽에서 보면 수거가 되죠. 친정집에서는 딸이요 시댁에서 며느리로 부르는 것과 같은 거죠.”


마치 시집간 여자처럼 말하니 웃음이 나올법하다.


지자체가 분리수거를 하지만 실제로 주민이 분리배출을 하므로 정책명도 수거자가 아닌 배출자로 되어 있어 용어는 사실상 ‘분리배출’이 맞다.


분리배출은 지구환경을 살리고 종량제봉투 비용 절감과 자원 재활용을 촉진한다. 분리수거 작업은 지역마다 다르다. 여름철 일주일에 한번 수거하면 한 번 놓쳤을 경우 2주 동안 꼼짝없이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소각과 재활용 처분을 용이하게 하도록 무려 10종류 이상 분리수거하는 동네도 있다. 일본 같은 지역은 많게는 20종류까지 세밀하게 분류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럼 분류해보자.


재활용품에 종이, 유리, 캔류, 플라스틱, 비닐, 고철, 헌옷 등이 있다. 여기에 종이만 하더라도 신문‧광고지, 책‧잡지 및 종이팩 세 종류로 나뉜다. 캔을 말할 것 같으면 철과 알루미늄제로 나뉠 수 있고, 폐전지나 형광등은 별도 수거함에 분리하고, 음식물쓰레기인 폐식용류는 별도 용기에 수거한다. 대형쓰레기는 지자체에 별도 처분을 요청해야 할 테고.


분리배출 현장은 이웃 간의 소통의 장이기도 하다. 술병이나 맥주캔에서 음주량을 가늠해보고, 화장품 빈병에서 메이커의 선호도를 짐작하곤 한다.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보 교환을 하고, 대화중에 중매 이야기라도 오고가면 결혼과 출생의 절벽시대에 단비가 될 수도 있다. 일일강사로 나온 이단아에 대해 호감을 갖는 사람이 많은 것은 지태풍이 이런 상황을 알았더라면 긴장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육아휴가를 받은 남성 주부가 많으므로 여성이 호기심으로 밀착하여 담소하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


재활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구청이 있다. 관내 200여 개의 재활용정거장을 두고 재활용관리사를 배치하여 체계적으로 쓰레기분리를 관리한다. 쓰레기량을 줄이고 재활용 자원 수거율을 높인다.


결혼 2년차 아줌마는 고마움 표시를 잊지 않는다.


“재활용을 이렇게 해주니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전에는 난리였어요. 지저분했고 냄새도 많이 났고요. 지금 깨끗하게 잘하시는 것 같아요.”


주민들의 반응이 좋았다. 쓰레기가 길거리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고 무단 투기가 많이 없어지니. 



▲재활용관리사의 활동을 기대해본다



쓰레기는 일반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로 분류되고, 일반쓰레기는 다시 소각용과 매립용으로 분류된다. 결국 쓰레기 배출의 개념은 다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소각용: 화장지, 기저귀, 물수건, 견과류껍데기, 복숭아씨, 일회용티백, 옥수숫대
매립용: 어패류 껍데기, 각종 뼈다귀, 사기그릇, 가방이나 신발(재활용 곤란한 것)
음식물쓰레기: 수박 참외껍질


분리수거는 정말 헷갈린다. 그러나 개념을 생각하면 의외로 쉽다.
- 동물의 사료나 퇴비로 사용할 수 없다면 모두 일반쓰레기
- 흙이 묻은 채소 뿌리는 일반쓰레기
- 된장‧고추장 등은 염분이 많으므로 일반쓰레기
- 캔‧우유팩 재활용품은 내용물을 버리고 씻어냄
- 종이류는 종류별 분류하고 수분과 코팅 제거
- 따로따로 분리(병, 뚜껑, 필름 등)


“음식물쓰레기 구분이 사실 쉽지 않은데 비결은 없을까요?”


어린이집에 손주를 보내는 할머니의 질문이었다.
 
“쉽게 생각해서 가축 사료나 퇴비로 재활용할 수 있는 것만 분리해주면 됩니다.”


“양파나 옥수수의 껍질, 혹은 쪽파나 대파, 미나리의 뿌리는?”


일반쓰레기.”


“그럼, 과일 씨앗, 달걀껍질, 커피, 고춧가루, 한약재, 티백 찌꺼기는?”


“그것도 일반쓰레기.”


음식물쓰레기에 함부로 집어넣지 말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쓰레기봉투는 무게에 따라 카드에 들어 있는 금액이 빠져 나간다. 충전은 편의점에서도 가능하다. 우유‧두유‧주스 팩 등 재활용품은 주민센터에 가져가면 친환경 화장지를 받는다. 아이들에게 심부름 시키면 흥미 있는 교육이 될 것이다.


2017년부터 빈병보증금이 맥주병 130원, 소주병은 100원이다. 반면에 미분리 혼합배출의 과태료는 100만원 이하.


“인터넷 배송주문으로 포장재가 다양해지면서 분리수거 방법이 어려워졌는데요?”


“정확한 것은 포장재 항목표시를 유심히 살펴보는 게 정답입니다.”


항목표시 기호가 중요하다고 그녀는 강조했다.
남성주부로 보이는 누군가 연이어 질문을 한다.


“저 같은 경우는 라면을 먹고 난 후 어떻게 버릴까 망설여집니다.”


라면봉지는 과자봉지와 마찬가지로 비닐류로 분류된다. 컵라면 용기는 잘 씻으면 스티로폼, 안 씻으면 일반쓰레기로 분류되고, 컵라면 종이컵은 깨끗이 씻어 말리면 우유팩과 같이 종이류로 분류된다.


“일회용 나무젓가락은 일반쓰레기로 취급하고요.”


“종이에 대해서도 많이 헷갈립니다.”


종이류는 종이, 신문, 우유팩, 박스 등을 따로 분류함이 좋단다.


“그럼 종이팩을 일반폐지와 따로 분류해야 하나요?”


“종이팩은 특수한 가공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혼합하면 재활용 가능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종이류는 수분과 코팅을 제거하고요.”


부탄가스나 살충제 용기는 구멍을 뚫어서 내용물을 깨끗이 비운 뒤 분리함이 안전하다. 연간 6억 개나 사용하는 캔은 압착하여 부피를 줄여 운반함이 요구된다.


플라스틱(플라스틱, 페트, 비닐류)은 종류별로 수거하면 재활용이 쉽다. 스티로폼 완충재는 제품 구입처로 반납할 수 있다. 스티로폼 일회용 접시는 따로 스티로폼으로 분리 배출한다.


비닐과 플라스틱의 성분을 분류해보면 쓰레기 분리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HDPE(고밀도폴리에틸렌), DPE(저밀도폴리에틸렌), PVC(폴리염화비닐), PS(폴리스티렌), PP(폴리프로필렌), PE(폴리에틸렌), 기타


페트병은 대량압축 ⟶ 재활용공장 ⟶ 라벨 제거 ⟶ 이물질 제거 ⟶ 색깔별 분리 ⟶ 재활용 원료 탄생의 과정을 거치는데 알면 보이는가 보다.


재활용은 소각이나 매립보다 오염물질이 감소한다.


“유가 하락이 재활용의 발목을 잡을 수 있겠네요.”


아재개그를 잘하는 중년 남성이 한마디 했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진정한 주부의 자격은 쓰레기 분리 실력에서 나옵니다.”


웃음으로 반응을 보이면서 이단아가 쉽지 않은 질문에 들어갔다.


“폐의류함에 넣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대답은 이렇다.
헌옷, 신발, 담요, 가방, 커튼, 카펫은 수거함에 넣지만 이불, 베개, 방석은 종량제봉투에 넣어야 한다. 바퀴 달린 가방은 어떻게 하느냐고? 일반쓰레기로 버린다. 모양을 생각하면 이해된다.


“깨진 유리는 처분하기 힘 드는데?”


“겉봉에 '깨진유리'라고 써서 건설폐기물 포대에 넣어서 버리는 게 좋습니다.”



▲컨베이어벨트로 쓰레기 분리작업



쓰레기 분리가 우리 일상생활에 얼마나 깊숙이 관여하는지 피부로 느낀다. 생활형편이 나아질수록 쓰레기가 많아지는 게 문제다. 화단이나 거리에 마구 버려진 쓰레기에 폐지 줍는 노인도 혀를 두른다.


쓰레기를 제로화시키는 정책이 요구된다. 각 지역에서 소각을 하든 제로화시키든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면 대형매립지가 필요 없지만, 쓰레기 제로화가 현실일 리는 없다. 그래도 한국은 다음 두 가지는 잘한 것 같다.


1995년 쓰레기종량제 실시
2002년 유통매장 비닐봉투 사용금지


폐지의 재활용 과정을 보면 폐지의 수거 방법이 나온다.
수거된 폐지 ⟶ 재생지 공장 ⟶ 폐지 투입 ⟶ 불순물 제거 ⟶ 미세 파쇄 ⟶ 원료(죽 형태) 이동 ⟶ 잉크‧염료 제거 ⟶ 성형(종이 틀) ⟶ 건조(고속 회전) ⟶ 품질 점검⟶ 재생지 완성 ⟶ 참고서‧신문지 등


폐지의 60%는 동네 고물상을 통한 것이다. 이 폐지도 그냥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마트나 상가에 돈 주고 가져 온다. 전국 재활용 쓰레기 45%가 고물상과 폐지 노인이 담당한다. 약자를 등친다고 흥분하는 신사가 있다.


“거위의 간도 있고 돼지의 간도 있는데 벼룩의 간까지 챙기려는 사람이 있으니…….”


“그게 세상살입니다.”


“전국적으로 180만 폐지 노인이 있습니다. 아~ 놀라지 않으시네요.”


“그분들이 고물상과 함께 살아가는 거죠.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 방법이랄까.”


공의와 정의를 말하는 사람이 있을 때는 모르는 사이일지라도 맞장구를 쳐주면 훈훈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폐지 손수레를 밀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세상은 아직도 인간미가 고갈된 것은 아니다.


고물 값이 자꾸 떨어진다. 고물을 취급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고물상 영업은 주거지역 내 금지돼 있다.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한 것이라며 도시 외곽으로 나가라는 것이다. 법은 바뀔 때마다 약자를 조여 가는 것 같다.



▲고물상은 재활용품을 종류별로 중간수집상에게 판매



춥고 배고픈 겨울이 왔다.
지태풍은 환경미화원의 하루를 지켜보기로 했다.


용산구 쓰레기 처리장에는 하루 7대의 차량이 몇 번씩 들어온다. 일반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가 실려 나간다. 쓰레기 빼는 시간은 5~6시간이다. 작업량은 쓰레기 나오는 시간에 따라 다르다. 전국적으로 하루 수거하는 양은 5만톤이다.


청소대형업체 소속 쓰레기차를 따라가 본다.
환경미화원 최 씨의 출근시간은 겨울해가 넘어간 저녁 6시 무렵.
최씨의 업무는 골목에 세워둔 전동수레를 꺼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좁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집 앞에 모아놓은 음식물쓰레기와 종량제 봉투를 수거해 실었다.


“골목이 좁아 큰 차는 들어가지 못하니 전동차로 가는 거요.”


주섬주섬 실으면서 그는 말했다.
전동수레는 골목을 한 바퀴 돌고 큰길 옆에 쓰레기를 내려놓았다.


“요즘 쓰레기양이 많이 줄었어요.”


“덜 먹고 덜 써서 그런가요?”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경기가 좋지 않으니까요.”


쓰레기 양으로 경기 진단을 한다고 그는 지태풍에게 말했다.


수거차량에 도착하여 쓰레기를 옮겨 실을 준비에 들어갔다. 일반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가 범벅이 되어 이를 구분하느라 작업이 더디기만 하다. 봉투를 열어 일일이 분리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헐어 조개껍질이나 동물뼈다귀를 꺼내고는 일반쓰레기에 집어넣고 음식물만 통에 넣어 수거차에 싣는다.


“음식물쓰레기를 만질 때는 특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게딱지에 찔리면 한참 가니까요. 며칠 동안 모르고 지낼 때도 있어요. 그렇다고 장갑을 여러 벌 낄 수도 없고요.”


장갑이 두꺼우면 둔해서 못 잡는다. 음식물은 아예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음식물쓰레기는 물기를 제거하고 버려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태풍이 음식물쓰레기봉투를 만지자 팍 터졌다. 옆에 있던 최 씨가 소리쳤다.


“사장님 조심하세요! 음식물에 물기를 빼지 않으면 이렇다니까요.”


물기가 장갑과 작업복 여기저기에 묻고 차량으로 튀었다.


“때론 입으로 튀고 눈에 튀고 몸에도 튀고 그러죠. 그때가 가장 어렵지요.”


물기가 묻으면 겨울에는 손이 시리다.


수거차량에 다 싣고 나서 주차했던 자리를 씻어낸다. 수거차량에서 흘러나온 오수를 물로 닦아낸다. 주민들한테 쾌적한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다.


환경미화원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존재한다. 재활용 쓰레기나 대형 폐기물 수거는 정규직의 몫이다. 계약직(비정규직)은 음식물쓰레기나 일반쓰레기를 담당한다.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 수거차량을 인근 기사식당 앞에 세웠다. 식당에 들어가서 간단하게 손을 씻고 동료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일을 시작한 후 6시간 동안 서서 작업하다가 이제 처음 앉아보는 것이다.


“이 시간이 가장 즐거운 시간입니다. 시장이 반찬이죠. 맛도 좋고 기운도 바짝 오르죠.”


식대 5천원은 용역회사에서 지원한다고 한다. 이것마저 지원하지 않는 용역회사도 많다고 하니 그럴 만하다.


“밥도 주니 행복한 거죠.”


어렵고 고된 작업에도 식사 시간만은 마냥 행복한 것.


짧은 식사를 마치고 그들은 수거트럭에 올라탔다. 중간중간 거리에 내놓은 쓰레기를 담는다. 압축기가 돌아가는 수거차에 매달려 간다.


쓰레기가 가득차면 압축이 될 때 튄다. 유리 같은 파편이 튈 때도 있다.

수거차는 재활용처리장에 도착했다.


이렇게 수거 일과를 마친 차량은 구청이 운영하는 중간 집하장으로 간다.


집하장 한켠에 있는 미화원 휴게실.
그러나 세면장에는 물이 나오지 않고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다. 냄새가 나지만 옷 갈아입고 쉬거나 자기도 하는 곳이다.


그러나 바로 옆 건물에 또다른 세면장이 있다. 거기에는 샤워장도 있다. 난방도 들어온다. 이 깔끔한 샤워장은 최 씨에게는 그림의 떡.


구청 소속의 정규직이 사용하는 휴게실이다. 최 씨 같은 대행업체 소속 미화원은 사용할 수 없다. 샤워장, 세탁기, 세면대가 있지만 대행업체 미화원은 이용할 수 없다. 구청 소속 정규직 미화원에게만 허용된다. 세면장을 쓰게 해달라고 구청에 요청했지만 사용시간이 겹친다는 이유로 금지됐다. 계약직 미화원 대부분은 휴게실, 세면실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겨울인데도 따뜻한 물로 손도 제대 씻지 못한 채 집으로 간다. 온갖 냄새를 묻혀서 집으로 가져간다. 그래도 아내가 반갑게 맞아줄 때는 가족이라는 것이 죄스럽기까지 하단다. 샤워를 했지만 냄새가 완전히 가실 리 없다.


“팔로 끌어안아줄 때는 눈물까지 날 정도죠.”


사랑은 냄새의 탈취제라 하면서 최 씨는 눈시울을 적셨다.


서울시에만 환경미화원이 5천 명이다. 이 중 3천명이 계약직이다.
한국은 계약직 공화국.


구청 앞에서는 일인시위가 이어진다.


⌜계약직에게도 식대 5천원을!⌟


계약직 단체는 전체 회사가 다 줄 때까지 일인시위 릴레이를 하겠다고 한다. 동료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는 것.


정규직이 월급 300만원이라면 계약직은 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주 6일 야간 근무에다가 추석‧설 연휴에만 쉬고 국경일에도 일한다.


“쉬는 것은 바라지 않아요. 그만큼 수당을 주면 만족합니다. 어차피 할 일이니까요.”


최근 들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구축돼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지태풍은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를 최 씨에게 건네주었는데 취재 협조에 작은 감사의 표시가 될 수 있을지.


▲쓰레기 수거차량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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