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 논쟁

편이냐 환경이냐?

편이의 고려 사항은

지역과 시대 경쟁력

 

스위스 케이블카

 

 

 

제15회

 

 

케이블카

 

바벨탑을 쌓기 시작한 때부터 인간은 높이 오르기를 갈망했다.

케이블카는 내려다보고 미끄러지는 짜릿한 맛을 제공한다.

 

남미 볼리비아 케이블카는 4,000m가 넘는 안데스 고지대에 설치돼 수도 라파스와 인근 엘알토를 오가는 대중교통으로 이용된다.

 

대중교통으로 이용되면서 볼리비아의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거의 버스운임으로 30분이 걸리는 거리를 10분으로 단축했다. 새 인기 교통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 높은 케이블카가 베네수엘라에서 곧 개통되리라는 이야기도 있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궁금증이 많다.

 

해발 4,000m 고지대에 오르는 기분은 어떨까?”

나도 한 번 타보고 싶어.”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안 될 거야.”

 

반응들이 가지각색이다.

 

베트남 최고봉 판시판산()과 무엉호()와 계곡을 연결하는 6.3km 케이블카는 출발점과 도착점의 고도차이만 1,400m로 세계에서 가장 큰 고도차를 보인다. 해발 3,000m 고지까지 케이블카는 한 번에 35명까지 수용해, 시간당 2,000명의 관광객을 실어 나를 수 있단다. 이틀 등반 코스를 15분간의 케이블카 타기로 줄여버렸다.

 

세계에서 제일 긴 케이블카는 어딜까?

 

중국 장가게 천문산 케이블카임에 틀림없다. 장가게 시내에서 천문산 꼭대기까지의 7.5km를 편도만 30분 소요된다.

 

베트남의 다낭 바나힐스 케이블카의 길이는 5.8km로 고도 1,500m에 원시림 위를 다닌다. 호텔, 레스토랑, 놀이공원, 관광 쇼핑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명소로 꼽힌다. 사계절의 독특한 기후로 유명하다. 장가게 케이블카는 두 번 갈아타지만 바나힐스는 단일 케이블카로는 가장 길다.

 

홍콩의 옹핑 케이블카는 5.7km로 바다 위와 산을 오가는 케이블카이고, 바다위로만 다니는 케이블카로는 3.3km의 세계 최장 베트남 나트랑 케이블카일 것이다.

 

산악열차와 케이블카가 많기로는 유럽 알프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는 알프스 국립공원으로 유명하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주에 있는 호헤타우어른 국립공원은 알프스 본연의 자연과 문화 경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최대의 국립공원이다. ‘높은 산에 있는 길이라는 뜻처럼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높은 산악지대를 이루고 있다.

 

세 가지의 케이블카와 곤돌라를 타고서야 도착할 수 있는 3,000m를 넘는 고봉들과 빙하로 덮인 광경이 나타난다. 국립공원 내 크림러 폭포는 380m 높이에서 3단계로 떨어지는 굉음이 세상의 모든 시름을 다 빼앗아 간다.

 

산을 두르는 50킬로미터의 구불구불한 도로는 하나의 롤러코스터 같다. 180도에 가까운 커브에는 안개, 낙석, 산양 등 위험 요소가 곳곳에 산재한다. 가을부터 봄까지 일 년의 반은 눈이 많이 쌓여 도로는 폐쇄된다.

 

산상 결혼식을 하면 멋있겠어요.”

 

침대에서 머리를 맞대고 여행 책자를 보면서 알프스 이야기를 나누는 지태풍과 이단아는 동화 속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다.

 

그들은 산상 결혼식을 상상해 나간다.

 

결혼식에 참석하면서 불란서의 알프스 몽블랑과 스위스의 알프스 융프라우를 보는 것은 환상이다. 3,842m 높이의 몽블랑 산 옆에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 도착하여 샤모닉 몽블랑에서 야외결혼을 하며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알프스 몽블랑의 아름다운 광경을 보는 것은 가슴 설레게 한다. 맑은 자연환경 속에 자라는 꽃들의 향기가 코를 찌르고 꽃의 색깔도 선명하리라.

 

결혼식이 끝나고 바로 빙하 속으로 들어가는 케이블카를 두 번 바꿔 타고 몽블랑에 오른다. 다시 빙탑과 빙하 위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정상에 오르면 프랑스와 스위스, 이탈리아의 최고봉들이 눈앞에 들어온다.

 

두 사람은 상상하면서 환상에 젖는다.

 

내려올 때는 톱니바퀴로 굴러가는 빨간 기차를 탄다. 산기슭을 따라 수많은 터널과 고가다리를 통과한다. 꼬불꼬불한 철길을 수없이 돌며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사를 자동 발사한다.

 

, !

 

프랑스의 국경지역인 샤모니 계곡에 잠시 멈춰 아름다운 스위스와 눈 속에 덮인 빙하 앞에 서서 야생화와 에델바이스에 감탄하며, 평화로이 풀을 뜯고 있는 젖소의 원앙소리를 듣는다. 결혼식 다음날 케이블카를 타고 몽블랑 스키 리조트 산장에 올라 다시 결혼축하연을 한다. 유럽식 뷔페는 먼 훗날까지 그 향과 맛을 잊지 못할 것이다.

 

다음날은 스위스의 4,158m 융프라우(Jungfrau) 최고봉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톱니바퀴 기차를 타고 1.2km나 되는 터널을 지나 3,454m 융프라요흐까지 오른다. 최고의 전망대는 360도 회전 전시실, 산꼭대기마다 빙하와 만년설로 덮인, 하늘을 찌르는 산봉우리를 보여준다.

 

산소 부족으로 호흡 곤란과 어지럼증, 귀가 멍멍한 고산병 증상이 나타나면 어떡하죠?” 상상 속에서 이단아는 두려워했다.

 

그대로 죽어도 한이 없을 것 같아.” 지태풍이 반응했다.

 

그럴 리는 없지.

카페에서 따뜻한 초콜릿차 한 잔으로 회복될 테니까.

 

역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파라다이스.

스위스는 알프스 일대에 무려 2,400여 대의 케이블카를 운행하고 있다. 케이블카뿐만 아니라 산악 철도 등을 활용해 벌어들인 관광 수입이 30조원에 이른다나.

 

신혼여행 환상에 젖은 두 사람은 작은 행복을 먹고 있다.

 

▲중국 장가게 케이블카

 

 

그럼 우리나라 케이블카는?

 

국내 삭도(케이블카)는 대체로 45개소가 된다. 남산, 금정산, 설악산, 내장산. 미륵산, 대둔산, 팔공산, 얼음골 등 산악뿐만 아니라, 북서울꿈의숲, 에버랜드, 청풍호 등 공원에도 있는가 하면, 부산, 통영, 사천, 여수, 목포 등 해안에도 있다.

 

짜릿한 맛을 느끼려면 1970년에 개통된 800미터 고도의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를 타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몽고 침입을 막기 위해 권씨와 김씨 두 장수가 하룻밤에 쌓았다는 권금성은 일대의 깎아낸 듯한 기암절벽이 장관이다.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는 소공원 일대와 멀리 북쪽으로는 저항령과 울산바위, 동북쪽으로는 속초시내와 동해바다가 아름답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정상에서 30분 정도 산행하면 권금성에 이른다. 이곳에서는 외설악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권금성케이블카를 부러워하여 양양군이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도모했다.

그러나 2015년 오색케이블카 공론화의 결과는 설치 반대로 귀결됐다.

 

국립공원위원회가 지적한 주요 사항은 탐방로 회피, 산양 보호, 상부 정류장 주변 식물보호 등이었으나 실상은 케이블카 위치의 부적정성이었다. 울산바위와 바다를 바라보는 쪽이어야 하는데 설악이라는 성벽을 등지고 반대쪽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

 

결국 얼굴 대신 엉덩이만 바라보는 격이로군요.”

 

토론장의 어떤 여성이 말했다.

여성이 말했으니 성희롱과는 무관하다.

 

설악산은 건장한 남성도 오르기 힘든 험한 산이다. 산의 대중화를 위해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산행이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설악의 아름다움을 즐기게 하는 케이블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

놓으려면 제대로 된 곳에 놓으라.”

양양군은 오색만 고집하지 마라.”

 

하는 것이 토론장의 분위기였다.

 

설악산은 국립공원인데도 애초 양양군을 위한 케이블카로 계획한 것이 잘못이다. 속초시가 권금성 케이블카로 큰 수익을 챙기고 있으니 양양군도 하나 달라는 요구에서 출발한 것이라 타당성이 부족하다.

 

권금성 케이블카는 나름 합리성이 있었다. 권금성은 사실상 등산장비 없이는 올라가기 힘든 극히 험난한 곳이라 케이블카 설치가 의미 있다. 오색 케이블카는 지역호텔이나 주민의 이익을 빼놓고는 설치 이유를 찾기 힘들다. 주위 경관도 빼어나지 못하다.

 

산악 인구 1,800만명, 아웃도어 판매 세계 3위의 산악 강국 한국에서 산악인은 걱정이 많다. 설악산이 무너지면 전국 산들이 도미노현상을 일으킬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2020년 양양군은 다시 오색케이블카를 시도하고 있다. 또 하나의 설악산 케이블카을 끈질기게 주장하고 있다. 과연 건설될까?

 

케이블카 이야기를 이어가기 전에 용어부터 정의할 필요가 있다.

 

케이블에 매달려 주행하는 것을 통틀어 삭도(ropeway)라고 하면, 이에는 케이블카, 곤돌라, 리프트, 짚와이어가 있다.

 

이의 설명은 지태풍의 잡상식이 담당한다.

 

케이블카는 버스처럼 커다란 캐빈(운반기)이 지삭이라는 밧줄을 타고 달리는 것으로 두 캐빈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형태이다. 밧줄은 지삭 한 가닥에 예삭 두 가닥이다. 예삭은 각각 추진과 제동을 담당한다.

 

곤돌라는 소형 캐빈이 한 밧줄에 매달려 한쪽 방향으로만 계속 회전하는 순환식이다. 캐빈의 형태가 밀폐식이면 곤돌라이고, 의자식이면 리프트로 스키장에서 볼 수 있다. 그냥 매달려서 고속으로 달린다면 짚와이어이고 유격훈련장에서 흔히 본다.

 

이런 이동 장비가 셔틀트레인이나 은하철도처럼 궤도운송법이 적용된다고 하니 뜻밖이다.


권금성 케이블카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2014년 재선한 후 도시재생 사업을 본격화했다.

충무로를 중심으로 명동과 세운상가와 남산으로 이어지는 골든트라이앵글의 도심재생을 계획해 온 것이다.

 

20209월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서울시청 대회의실에 모였다.

3선에 성공한 박 시장의 숙원사업인 도시재생을 다시 점검하기 위한 토론의 자리이기도 하다.

 

지태풍도 참석했다.

그는 녹색미래 사무총장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듯 일찌감치 앞자리를 차지했다.

 

예장자락 곤돌라 설치 이야기가 틀림없이 재론될 거야.”

 

그의 예상했던 대로 열띤 토론이 마무리될 무렵 사회자가 곤돌라 설계자를 지명하여 곤돌라 필요성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주었다.

 

남산일대를 환골탈태시켜 노약자도 명동에서 남산까지 손쉽게 올라갈 수 있어 남산이 부활하여 더 많은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이미 2016년 공론화 끝에 남산 곤돌라 설치는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곤돌라 설치 예정이었던 예장자락은 조선시대 군사들의 무예훈련장(예장)으로 일제강점기에는 통감부, 군사독재시절에는 국가정보부가 자리한 곳으로, 지금은 찻길과 가파른 경사로 인해 사실상 시민들과 단절돼 있다.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이 기다렸다는 듯 이어서 발언했다.

 

시민들은 기존 남산케이블카를 공공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개인이 독점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케이블카가 하루 13000명을 수송하는데, 곤돌라가 신설되면 1만명 정도를 담당할 수 있습니다."

 

남산 케이블카는 국내최초 1962년 개통됐고, 다음으로 부산 금정산 케이블카가 1967년 개통됐다. 어른 대접 받을 만한 나이쯤인가.

 

서울시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와 전문가의 자세에는 변함이 없다.

참관자로 참석한 지태풍은 발언권을 얻었다.

 

한양도성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곤돌라가 악영향을 끼치고, 또 기존 케이블카가 있기 때문에 곤돌라 설치의 백지화를 주장합니다.”

 

환경단체의 설득력이 좋았어요.”

 

토론 패널들은 대체로 공감하고 기존 케이블카로 대처하도록 의견을 모았다.

 

건물을 철거하는 바로 그 자리에 자연 경관을 해치는 곤돌라를 설치하는 것은 모순된 해결책이다. 철주를 박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것도 자연환경 파손과 국토의 맥을 끊는 행위이다.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교통수단에 순응하고, 남산 곳곳에 흩어져 있는 백범 김구 선생, 안중근 의사, 조지훈 시인 등 위인과 문화인물의 동상과 기념비를 돌아보는 역사문화투어를 위해서도 도보 관광을 권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장자락에 있는 학교들의 학생들 학습권이 침해당하거나 명동역과 충무로역을 잇는 도로구간의 상습교통정체가 심화되는 것을 피해야 하는 것도 설치 반대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역고가도로공원이 시민의 인기를 얻자 용기를 얻은 서울시는 곤돌라의 미련을 쉽게 버리질 못하는 것 같다.

 

남산과는 달리 한강에서는 곤돌라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한 마리는 도심 차량 정체 해소요, 다른 한 마리는 관광 상품 육성이다.

 

위치로는 여의도, 잠실, 뚝섬지구를 예상하고 있다.

환경단체의 반발이 없다면 후보 업자들을 끼고 일사천리로 추진할 만하다.

 

이번에는 서울시청 뒤에 있는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공청회가 열렸다.

20209월의 토론회에서 남산 곤돌라의 재시도가 무산되자 만회라도 하려는 듯 10월에 한강 곤돌라 공청회를 연 것이다.

 

두 번의 패배는 없다는 듯 각오가 대단하다.

 

여의도 등 한강 중심 지역에 곤돌라를 설치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겠습니다. 한강공원이 차로에 막혀 시민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강공원관리실장은 말했다.

 

곤돌라를 새로운 교통수단과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는 해외 도시가 많다고 그는 설명했다. 영국은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템스강을 가로지르는 케이블카를 세워 관광 명물로 발전했고 출퇴근 시 런던 시민들이 애용한다고 하면서.

 

미국 뉴욕 맨해튼과 루스벨트 섬을 잇는 1km 길이의 곤돌라는 뉴욕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명물로 만들었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 한강 곤돌라 미래는 어떻게 될까 궁금하기만 하다.

 


 ▲남산케이블카 및 예장자락 케이블카 조감도

 

 

지태풍과 이단아는 여름휴가를 이용해 케이블카 탑승 체험을 하기로 했다.

일주일간 그룹여행에 합류하여 통영과 부산, 여수 해양도시를 돌아본다.

 

우선 통영의 아이콘 동피랑(동쪽 벼랑)을 방문한다.

 

동피랑 마을 꼭대기에 있는 동포루에 오르면 통영항 전체가 조감된다.

마을 주택과 카페 벽은 아름다운 그림으로 채워져 있고, 그림 중 천사 날개는 인기 만점. 사진 찍으려는 관광객이 줄을 서니까.

 

서울에서 4시간 반.

광주에서 2시간 반.

전국에서 몰려드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을까.

 

동피랑을 여유 있게 한 바퀴 돌고 배가 출출해지면 통영 대표 어시장인 중앙시장으로 가서 충무김밥과 꿀빵으로 요기를 한다.

충무김밥 식당이 100곳이나 된다고?

 

배를 채우고 나면 이젠 차를 타고 30분 정도 떨어진 한려수도조망 케이블카로 간다.

 

케이블카로 가면서 이단아는 최근 케이블카 반대에 너무 집착하는 지태풍을 진정시키고 싶어서,

 

케이블카 반대를 적당히 하세요.” 말했다.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지. 편이와 환경을 고려해서 판단하는 거니까.”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는 한려수도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한국에서는 유일한 두 삭 자동순환식 곤돌라 방식으로 스위스의 최신기술에 의해 설치됐다는 점이 특색이다.

 

길이로는 2020년 개통한 목포해상 케이블카 3.6km, 2018년 개통한 사천바다 케이블카 2.43km, 다음으로 통영 케이블카는 1.97km로 국내에서 세 번째 길다.

 

밤이면 도시를 아우르는 미륵산, 540여개의 크고 작은 섬, 그리고 아름다운 통영항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매력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10여분 정도 이동한다.

케이블카는 미륵산 방향으로 오르다 보면 시원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래전 외국에서 저공비행 연습을 하던 헬리콥터가 케이블카 밧줄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몇 가닥 남은 밧줄을 정비하는 중에 케이블카는 추락하고 말았다. 43명이 사망했다.

 

그래서인지 일행들이 한마디씩 한다.

 

헬리콥터가 지나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저공비행으로 연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정비사가 딴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한 명이라도 덜 탔으면 좋겠어.”

 

조망 케이블카에서 내려 승용차로 3분 거리에 루지(Luge) 체험장이 있다. 동계올림픽에서 인기 있는 종목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긴 1.5Km 트랙을 갖췄다.

 

루지 타기를 마친 한 젊은이는,

 

브레이크가 있어 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무섭지 않았어요.”

 

케이블카는 무서웠지만 루지는 스릴이 있는 스포츠라고 소감을 전했다.

 

통영국제음악제가 통영을 더 유명하게 만들었다. 윤이상이라는 상징적 존재가 힘을 보탰다. 지역적으로는 고립된 통영이 여러 문화 스포츠가 융합되어 타지의 시민들이 올 수 있도록 인프라를 가다듬은 것이다.

 

덕분에 통영 케이블카는 흑자를 누리고 있다.

연간 이용객 130만 명으로 인구의 10배나 된다.

 

다음은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 송도해상 케이블카를 탑승하는 것은 당연하다. 1960년대 이 지역 명물이었다가 노후화로 폐쇄된 지 29년 만인 2017년 부활하여 화려한 비행을 시작한 것이다. 송도 암남공원과 송림공원을 이어주는 길이 1.6km를 오가며 최고도 86m에서 내려다보는 부산항 일대의 경치를 조감할 수 있다.

 

송도 케이블카의 캐빈은 두 종류가 있다. 일반 캐빈과 투명 캐빈.

지나치게 비싼 요금에 비해 편의시설은 크게 부족하고 교통체증 등으로 민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반 캐빈은 왕복 15000,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은 왕복 2만원이다.

 

요금과 운영에서 잡음이 생겼다. 길이가 더 긴 통영 케이블이 왕복 11000원인데 비해 비싸다는 것이다. 통영 케이블카는 통영관광개발공사에서 운영하는 것이라지만 똑같이 민간에서 운영하는 여수 해상케이블카와 비교해도 비싸다는 것이다. 여수시에 수익금의 3%를 기부함에도 말이다.

 

일행은 여수로 향했다.

여수해양 케이블카는 여수시 자산공원과 돌산공원 간 길이 1.5에 개설된 여수 해상 케이블카와는 또 다른 면이 있다. 탑승객이 연간 200만 명을 넘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수 케이블카는 국내 최초 해상 케이블카라 할 수 있다. 오동도, 돌산대교, 레일바이크, 향일암 등 주변 여행지가 다 눈에 들어온다.

 

케이블카는 돌산과 자산공원을 오가며 바다 위를 통과하는 짜릿한 스릴을 느끼게 한다.

 

바람이 불었는지 캐빈이 흔들리자 이단아가 몸을 떨었다.

 

위에서 보는 바다는 겁나요.”

 

지태풍이 손을 잡아줬다. 여자의 손이 축축했다.

 

중국이나 베트남 케이블카와는 달리 노선이 짧으니 재미있을 즈음이면 끝나버려 다소 아쉽다.

 

2020년 말에 개통되는 목포의 해상케이블카는 유달산과 고하도를 연결하는 총 연장 3.23인데, 해상구간은 0.82, 육상구간은 2.41로 바다와 육상을 다 볼 수 있게 된다. 500억원이 투입된 국내최장의 케이블카가 될 것이다.

 

지태풍과 이단아는 준공과 동시에 탑승하여 예향의 항구도시 매력을 맛보기로 약속했다.

 

통영 케이블카

 

 

최근 정부가 케이블카 산업 육성을 포함한 투자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케이블카 설치를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역 경제관광 활성화 VS 환경 보호

 

갈등의 핵심이다.

한국은 국토의 2/3가 산악 지대다. 따라서 케이블카 산업이 발전하기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스위스와는 달리 산악 관광 형태가 등산 위주인 탓에 높은 부가 가치를 만들어내기에는 쉽지 않다. 추진 중인 케이블카 사업도 30곳이 넘는다.

 

산악 관광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케이블카 사업 규제를 누그러뜨리는 것이 과연 옳은가?

 

지태풍은 국립공원관리위원과 차를 마시는 기회를 가졌다.

 

지자체마다 케이블카 설치를 노래 부르는데, 이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지태풍의 항의에 위원은 비교적 중립적 입장에서 의견을 말하려 한다.

그의 지론은 간단명료하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허가는 곤란하다.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것이라면 더욱 곤란하다.

장난치는 자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국내 22개 국립공원 중 사적 국립공원 한 곳(경주)과 해상 국립공원 네 곳(태안해안변산반도한려해상다도해해상)을 빼고는 모두 산지에 위치한다. 그중 설악산, 덕유산, 내장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

 

문제는 이들 케이블카가 모두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덕유산의 경우 케이블카에서 내린 뒤 산 정상까지 다녀올 수 있어 연간 70만 명이 방문한다. 이 때문에 정상 구간의 탐방로 스트레스 지수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등산객이 늘수록 산이 더 많이 훼손되는 법.

환경 단체들이 케이블카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익성이 좋은 곳도 손에 꼽을 정도다. 통영과 여수 해양 케이블카는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산악 케이블카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경남 밀양의 얼음골 케이블카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상부 승강장을 개방해 국내 최대 억새 군락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강하게 받고 있다.

 

계획하고 있는 케이블카가 이렇게 많은가?

 

울산시는 영남알프스에 케이블카를 계획하고 있다. 환경단체가 식생조사를 거부하자 단독 조사까지 준비하면서 끈질기게 추진하고 있다.

 

충북 제천 청풍호에 2.3km 케이블카가 준공을 앞두고 2017년 사상자 5명의 대형사고가 나고 말았다. 완공되면 비봉산 정상에 올라 수려한 호반과 월악산의 풍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데.

 

화성시가 제부도와 전곡항을 연결하는 해상케이블카 건설을 추진한다. 2.15km에 이르는 해상구간을 투명 캐빈을 통해 누에섬, 해상풍력, 서해 낙조 등 서해안 최고 조망의 꿈을 계획하고 있다.

 

속리산 케이블카가 본격 추진된다. 그동안 설치에 반대했던 속리산 법주사가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수정초등학교에서 문장대로 향하는 4.8인데 설치된다면 국내최장이다. 도와 군은 침체됐던 관광산업이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춘천시 삼악산 케이블카도 민자 사업으로 추진된다. 사업비 500억원에 20년간 운영권을 갖는다. 삼천동에서 의암호를 가로질러 삼악산까지 3.6km의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으로 인근 레고랜드와 연계해 의암호 삼각관광벨트를 구상한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는 엄격히 환경평가에 임할 거예요.”

 

지태풍이 흥분 섞인 목소리를 내자, 위원은 그러겠지, 라고 말하는 듯 태연하기만 하다.

 

지역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위원도 지적한다. 무작정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보다는 자연환경을 활용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산에서는 장난치는 자가 개입했다죠?”

 

지태풍이 들은바 대로 말했다.

 

부산시 고위공무원이라던가…… 그렇지.”

 

광안리 해상케이블카 사업에서 세계최장의 케이블카를 꿈꾸고 있다면서요?”

 

꿈이 지나치면 문제도 커지는 법.” 위원은 사돈집 이야기하듯 말했다.

 

부산시 고위공무원 출신인사를 사전에 영입한 것으로 드러나 부산시와 짜고 사업을 추진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영입은 신의 한수라고 하면서.

 

각종 인허가를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떠벌리니 환경단체는 합리적인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치밀한 각본에 따라 추진된 것으로 알려지자, 결탁의혹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국립공원이 과연 원시자연일까?

 

한국의 국립공원 같은 세계의 자연보호구역은 약 3,000곳으로 지구 전체 땅의 3%가량이다. 상당수 자연보호구역은 원주민을 추방하고 나서 만들어졌다. 오늘날 자연보호구역의 원형을 만든 미국 국립공원의 역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미국 정부는 1872년 세계 최초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옐로스톤국립공원을 만들면서 그곳에 사는 인디언을 강제로 내쫓았다. 미국 군대는 저항하는 원주민 300명을 학살했다.

 

중앙아메리카의 관광국가 벨리즈의 예는 더 극적이다. 생태관광을 위해 원주민을 자연보호구역 곳곳에서 폭력적인 방식으로 추방했다. 그들은 토착 문화를 팔면서 생계를 꾸린다.

 

지리산, 한라산, 설악산 국립공원 역시 애초부터 지금 같은 상태가 아니었다.

국립공원이야말로 주어진 자연이 아니라 인공의 공간이다. 쾌적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후대의 임무일까.

 

자꾸 만들어지는 케이블카는 안전한가?

 

외국에서 헬리콥터가 밧줄과 충돌하여 수십 명이 사망한 사상최악의 사고가 있기는 했지만, 국내에서 일어난 사고는 급발진, 주행 정지, 제동 불량, 출입문 개방, 탑승장 실족, 캐빈 충돌 등 작은 사고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큰 사고가 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청소년수련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짚와이어(zipwire)를 언급하고 넘어가야 한다.

 

아시아에서 가장 긴 짚와이어가 하동군 금오산에 설치돼 있다. 활강 길이는 3가 넘으며, 최고 활강 속도는 시속 120에 이른다. 소요 시간은 5분이다.

 

영천, 남이섬, 가평 , 단양, 정선…….

여러 곳에 짚와이어가 설치돼 있다.

 

최근 짚와이어를 비롯하여 빅스윙, 퀵점프 등 어드벤처 레포츠가 모험과 스릴을 즐기려는 젊은층 매니아들의 사랑을 받자 지자체에서 너도 나도 달려든다.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궤도사업 관련 인허가 절차가 간소화한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이런 테마파크가 과연 도깨비방망인가?

 

여기저기 케이블카와 짚와이어를 설치하다가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 시설은 자생력을 잃고 고철이 되고 말 것이다.

 

청룡열차로 유명했던 어린이대공원 놀이시설은 어떻게 되었나. 북서울 어린이들의 로망이었던 드림랜드가 2008년 문을 닫고 북서울숲으로 재단장한 사실을 기억하는가. 진해 파크랜드가 20년도 되지 않아 조촐한 워터파크로 연명하고, 전국적 관광지로 80년대 전성기를 누린 창녕의 부곡하와이는 새 주인을 찾고 있다.

 

레포츠단지의 수명이 과연 얼마나 지속될까.

 

흑백영화가 아이맥스 영화와 경쟁이 되지 않듯 인기는 20년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어 황금빛 꿈은 금물이다.

   

 하동 금오산 짚와이어

 

<계속>

 

'장난치는 자들' 연재는 일시 휴면 상태로 들어갔다가,

그동안 휴면에 놓여 있던 '더 세월'을 다시 연재할까 합니다.

세월호 인양 등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었기 때문이죠.

'더 세월'이 끝나면 다시 '장난치는 자들'로 돌아오겠습니다. 

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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