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체 인양 입찰 결과
상하이샐비지로 결정
입찰 과정과 인양 방법은?






더 세월
(The Sewol)



제 30회



선체 인양 입찰


“서 사장님, 회사에서 전화 왔습니다. 받아보세요.”


단골 커피숍의 아가씨가 수화기를 들고 말했다. 마치 7, 80년대 다방에서 부르곤 했던 장면 같다. 휴대폰을 사무실에 두고 온 것이다. 수화기의 음성이 여성답게 차랑했다.


“정부에서 세월호 인양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 들으셨습니까?”


제세실업 여과장의 항의 섞인 말이었다.


“그건 신문에도 났잖아.”


“그게 아니고요, 중국 구조회사와 연락해야 하는 것 아녀요?”


제세실업은 세월호 인양과 관련하여 구조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특조위와 협의가 된 것이다. 회사 기획실장 이순애가 침몰 사고로 희생된 점이 고려되었다.


참사 일 년 무렵인 2015년 4월 22일 해수부는 공식 인양 계획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1주기를 앞두고, 실종자 가족과 전문가들의 의견과 여론을 수렴해 선체 인양을 적극 검토하겠고 말한 뒤였다.


정부가 미수습자 가족의 동의를 얻어 2014년 11월 11월 잠수 수색 종료를 선언한 후 거의 반년 만에 미수습자 9명을 남긴 채 선체를 인양하기로 결정한 셈이다.


인양을 결심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람들의 머리 안에는 돈의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 소수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서 수천억을 쓰는 것은 ‘세금낭비’
- 특조위 활동은 ‘세금 도둑’


이런 분위기로 본격적 인양은 계속 지연됐고, 해수부는 끊임없이 인양을 위해 선체를 절단하려 했다. 온전한 인양이 진실 규명의 핵심적 단계임을 망각한 것이다.


인양이 계속 지연되자 2015년 1월 26일 ‘온전한 세월호 인양과 실종자 수습 및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가 안산에서 팽목항까지 20일간 릴레이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


비용과 기술적 난관 등에도 불구하고 결국 유가족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사회 통합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기류가 선체 인양을 적극 검토하게 한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데는 겸손이 필수라고 한다. 정부는 단순한 민간인 사고로 넘기려다가 일을 키웠다. 국민에 대한 겸손이 부족했음을 늦게 깨달은 것이다.


해저 47미터 펄 속에 단단히 박힌 배를 건져 올리는 데는 1만3천톤의 힘이 필요한데, 국내최대 8천톤급 크레인이 합동으로 인양작전을 펼쳐야 한다. 물 위로 나오면 플로팅 도크로 받쳐 올린다.


절단해서 올리면 쉬운데?
일본에서 세월호와 같은 크기의 선체를 와이어로 절단했다는데?
하지만 그 배는 실종자가 없었다.


해양수산부 태스크포스의 결정은 절단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비용과 시간이 더 들더라도 절단 없이 진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굳혔다.


그러면 통째로 들어올리는 방법은?
- 선체에 고리를 만든다
- 고리에 쇠사슬을 묶는다


“쇠사슬은 최고 200톤 무게를 들어 올리니, 1만톤짜리 세월호를 들려면 최대 100가닥 정도의 인양줄이 필요하군요.”


서정민은 여유 있는 계산을 했다.


“그래도 작업이 만만치는 않습니다.”


국내 구난업체 간부는 더 설명했다.


“배의 선수미와 달리 중간 부분은 전복된 배 아래로 들어가야 하는데 잠수사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선체에 3~4m 간격마다 설치된 브래킷(bracket·보강재)을 활용해 쇠사슬을 거는 방법도 있다. 쇠사슬을 묶은 뒤엔 수면 위에 대기 중인 크레인에 연결하게 된다.


여기에도 난관이 있다. 펄에 단단히 박힌 배를 뽑아내려면 충분한 크기의 크레인을 동원해야 한다.


“이 작업을 할 때도 잠수사의 안전을 위해 시간을 최소로 단축해야 하죠.”


간부는 말하면서, 배가 물 위로 모습을 나타내게 되면 ‘플로팅 도크(floating dock)’를 배 아래로 넣게 된다고 보충 설명했다.


▲잠수사 쇠사슬 작업



최악의 시나리오는?


물 밖으로 꺼내면 부력과 유속, 파도와 바람 등 상황이 급격히 달라진다. 이 때문에 크레인과 연결된 쇠줄이 끊어질 수 있고, 심하면 선체가 두 동강 날 수 있다.


마침 옆에 해수부 태스크포스 팀장이 있어 서정민은 몇 마디 나눌 수 있었다.
그가 물 밖에서 선체가 무거워지는 것을 걱정하자 팀장도 같은 생각이었다.


“선체의 물이 어떻게 빠져나가느냐에 따라 무게중심도 갑자기 변할 수 있죠.”


“정교한 작업을 요구하는군요.” 서정민이 수긍했다.


“그래서 물 위에 조금 모습을 드러내면 플로팅도크로 받칩니다.”


“예상 기간과 비용은 어떻습니까?”


“일 년 정도에 일천억 내지 이천억 들죠.”


“국민 세금이 불가피하군요.”


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이념, 세대의 갈등을 감안하면 경제적인 비용보다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이는 명분이 크죠.”


“정부와 정치권, 실종자 가족이 모두 마음을 열어야 하겠네요.”


“옳은 말씀.”


사실 침몰 직후 해저에 가라앉아 옆으로 드러눕게 되자 세월호를 즉각 인양해보자는 의견이 대두된 적이 있었다. 당시 크레인선 및 예인선과 함께 운영인력 30여 명이 한 팀을 이뤄 급파되었다. 그때 전문가 한 분이 의문을 던졌다.


“세월호는 화물 과적에다 이미 물이 가득 차 하중이 1만 톤 이상일 텐데 인양이 가능할까요?”


운영팀장은 주저 없이 자기주장을 개진하는데,


“일단 해보는 겁니다. 침몰 이틀이나 됐는데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는다면 유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결의에 찼다.


팀장은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미 도착한 4개 크레인선의 총 인양 가능 하중은 9천톤이며 여기에 이틀 후 합류할 삼성 5호(8천톤급)까지 합치면 1만7천톤으로 충분해 보인다고 했다. 이때 전문가는 더 신중히 고려할 사항을 제시했다.


- 선체가 기울어 있는 점
- 선내 침수로 인해 증가된 무게
- 사고해역의 빠른 조류와 깊은 수심
- 국내에서 이만한 하중의 선체를 인양한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


이런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백가쟁명의 전문가가 나서는 법이다.


선내 에어포켓 및 생존자들의 상황 등을 감안하면 작업 시도 자체가 쉽지 않다니, 해류의 변화 및 선체의 침수각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어 인양이 쉽지 않다니, 초기에는 인양보다는 잠수부를 통한 선내 수색에 치중해야 한다니, 하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결국 크레인은 선내에 공기주입이 용이하도록 구조작업을 보조하는 데 투입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내부에 갇힌 인원의 생사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인양을 한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색 작업이 길어지고, 에어포켓 생존 한계가 대략 72시간을 감안하면 생존 가능성이 적은 데다 기상 악화로 사고 열흘 후 크레인 팀은 철수했다.


해수부가 참사 한 달쯤 이미 유력한 선체 인양방식을 내부적으로 정해 놓고도 2014년 11월 수중수색 중단 이후 인양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며 5개월을 그냥 흘려보낸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해수부의 의견은 다르다.


“영국 TMC의 보고서와 국내외 7개 인양업체의 기술제안서는 단지 아이디어 차원일 뿐입니다.”


그러니 선체처리기술검토팀의 활동에 소요된 5개월은 선체를 제대로 들어 올릴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이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2015년 4월 기술검토팀이 제안한 선체 부양 방식은 선체 표면의 93개 지점을 크레인에 연결해 들어올리는 것이었지만, 실제로 석 달 뒤 인양업체로 선정된 상하이샐비지가 제시한 방식은 선체 밑으로 24개의 철제빔을 끼워넣고 선내에는 보조부력재를 넣어 부양시키는 방식이었다.


영국 TMC의 역할은 ‘인양 준비에서 완료까지 인양 솔루션을 제공하고, 입찰 과정에서 계약조건과 방법, 비용을 검토하는 것은 물론, 실제 인양작업에서 감리와 감독 역할’까지 맡는 것이다.


실제로 TMC는 상하이샐비지의 인양작업 현장에서도 감리역할을 맡았다.


기존 언론방송보다 더 짜릿한 특종 보도를 쏟아내는 뉴스타파는 폭로했다.


“공개되지 않은 TMC 보고서는, 참사 후 즉시 인양방식으로 선체를 해저면에서 5~10미터 들어올려 잠수바지(플로팅도크)에 실은 뒤 수심 30미터 이내인 동거차도 남단으로 이동시켜 수면 위로 완전히 부상시킨다’는 내용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일 년 후 해수부가 발표한 유력 인양방식과 판박이처럼 같은 것입니다.”


정부가 고의적으로 인양을 미적거린 사연이라는 것이다.


▲상하이샐비지 선박



입찰 과정이 궁금하다.


2015년 5월 선체 인양 입찰 설명회를 하고 6월 입찰에 들어가 7월 평가에 들어갔다. 27개 업체가 7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국내외 업체간 5개, 국내업체간 2개다. 외국업체는 미국 2개, 네덜란드 1개, 덴마크 1개, 중국 2개 업체가 참여했다.


평가위원을 선정했는데 잠수, 선체구조, 장비 등 분야별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됐다.
선정된 평가위원은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2일간 합숙을 통해 업체별 제안서 발표, 토론 및 평가서 등 기술평가를 진행했다.


기술평가 90%, 가격점수 10%로 평가해 선정된 우선협상대상자는 협상이 바로 진행되고 인양작업에 착수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2015년 8월 4일 해난구조회사는 중국의 상하이샐비지가 종합평점 88점으로 선정됐다. 국내 업체 ‘오션씨앤아이’가 지분율 30%로 참여했다.


일본은 ‘하필 중국 기업이냐고?’ ‘싼 게 비지떡’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야유하곤 했다.


상하이 샐비지가 제안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선체 밑바닥에 24개 철판을 깐다
- 뱃머리를 5도 정도 들어 올린다
- 평행수, 저장고 물을 빼고 공기 주입 또는 부력재를 넣는다
- 1만톤과 8천톤 크레인으로 들어 올린다


크레인 2대로 들어서 잠수바지에 실어 올리는 방식을 제안했으나 이는 포기했다.


이유는?


길이가 146미터이고 물살 세기로 유명한 맹골수도에 가라앉은 세월호 앞에서 상하이 샐비지는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애초 세월호 내부 탱크에 공기를 넣고 외부에 에어백 등을 설치해 부력을 확보하고서 해상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플로팅 독에 싣는 인양 방식을 추진했으나 1년여 동안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6년 6월 12일 인양 도중 선수 들기 작업을 하다가 선수를 지탱하던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선체는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골조 빔 사이사이가 터진 것이다.

 

이에 상하이 샐비지는 2016년 11월 인양 방식을 ‘텐덤 리프팅’ 방식으로 바꿨다. 크레인 대신 리프팅 빔에 연결된 66개의 인양줄로 선체를 끌어올려 반잠수식 선박에 얹는 방법이다.

 

인양 방식이 바뀌고 작업이 지연되면서 상하이 샐비지의 기술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끊이질 않았다.


그럼 상하이 샐비지는 어떻게 구조회사로 선정되었나?


종합평점 없이 ‘입찰무효’로 결정된 스미트 콘소시엄은 제안가격의 5%인 입찰보증금 지급을 제대로 하지 않아 탈락했다. 기술평가 점수는 81점으로 7개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80점을 넘긴 최고 점수였다. 스미트와 국내 파트너 코리아샐비지의 출자비율은 65:35였다.


스미트의 인양 방식은 우선 대형 바지선에 물을 채워 침몰시켜 세월호 선체 옆에 위치시킨 뒤, 선체를 크레인으로 들어 수중에서 바지선 위에 싣는다. 바지선에 공기를 주입해 부력으로 띄우는 방식이다. 실린 그대로 거치될 항구까지 이동한다.


동거차도 인근 해역으로 이동시켜 플로팅바지에 싣는 상하이샐비지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선체 내부에 부력재를 넣기 위해 잠수사가 화물칸(C, D데크)에 반드시 진입해야 하는 반면 스미트 방식은 이 과정이 필요 없다.


상하이 샐비지가 진행한 내용은 이렇다.
- 인양비용 916억원
- 현장에 350명 3교대 근무
- 중간에 인양 공법 바꿈


1951년 설립된 이 업체는 중국 교통운수부 산하 국영기업으로, 연매출 3,000억원, 잠수사 등 구난 전문인력 1,400명가량 보유한 대형 해양 구난업체다. 1,900건 이상의 선박 구조 경험이 있는 이 회사가 실제 선체를 어떻게 인양하고 육상에 거치하는지는 차후 기술하리라.


▲잠수 바지선 인양력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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