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재판
피고인 대법원 선고
선원들의 운명
앞으로 선원 복무는?


▲서초동 대법원 청사




더 세월
(The Sewol)




제 32회



선원 대법원 선고


2015년 11월 12일 오후 2시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살인 및 살인미수, 수난구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준석 선장(70)에 대해 “승객들을 퇴선시키지 않고 먼저 퇴선한 행위는 승객들이 탈출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승객들을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억!


오늘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재판을 방청한 서정민의 가슴은 쇳덩어리로 누르는 기분이었다. 함께 방청한 대학 선배 변호사 신상균도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해기사 출신인 그는 피고인 간부 항해사의 변론을 맡았는데, “뱃놈들 좋은 시절 다 갔다”고 한탄의 소리마저 내었다.


서정민도 거들었다.


“전통적으로 누려왔던 선원의 항해과실(航海過失)과 상사과실(商事過失)의 면책을 이제 챙겨먹을 길이 사라졌네요.”


서초역 근처 호프집에서 치맥을 앞에 놓고 두 사람은 오늘의 판결문을 스마트폰으로 열어보며 의견을 교환했다.


“대항해시대와 해양진출시대, 해양확장시대…… 지난 시절들이 좋았지.”


옛날을 그리워하는 선배의 마음이 변호사로서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서정민의 생각도 거의 마찬가지니까.


“바다를 지배하면 떼부자가 됐던 시대와 비교할 수 있나요.”


안산지원 410호에서는 세월호 가족이 재판을 방청했는데, 이팔봉 회장과 이순정도 거기에 자리했다. 이순애를 죽인 죄인들이 어떤 벌을 받는지 지켜보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선장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살인죄가 아닌 유기치사죄를 적용, 징역 36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선장의 부작위는 살인행위와 동일하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한편 1항사와 2항사, 기관장 등 간부급 선원 3명은 1심에서 조리부 선원 두 명에 대한 살인죄로 징역 15~30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은 살인이 아닌 유기치사죄를 적용, 징역 7~12년으로 감형했다.


간부급 선원이 선장의 지휘명령 체계를 무시하면서까지 퇴선 조처를 독단적으로 강행해야 할 만큼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상해 피해선원을 방치하고 퇴선한 부분에 대해선요?” 서정민이 물었다.


“그들이 이미 사망한 것으로 오인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더군.”


또한 당직을 맡은 3등 항해사와 조타수는 징역 5년으로 감형되었고, 기관사 등 선원 9명은 징역 1년 6월~3년으로 감형 확정됐다.


공판정에 75명의 증인 출석과 약 2만 쪽에 달하는 증거기록이 제출된 세기의 재판은 이렇게 해서 막을 내렸다.


일부 선원들이나 검찰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으나 그 수는 많지 않았다. 대법원은 유무죄 판단과 함께 양형에 대해서는 징역 10년 이상이 선고된 경우에만 심리하기 때문이다.


선장을 제외한 선원 14명의 형량이 반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유족들은 불만을 나타냈다.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 나온, 딸을 잃은 유족 한 명이 주먹을 쥔 채 흥분하는 모습은 눈 뜨고 보기가 안타까웠다.


“선장이 총대를 멘 건지. 뭐 그런…….” 서정민은 변호사가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그나마 선장이 무기징역으로 되어 유가족의 기분이 조금 누그러졌다고나 할까.”


“선장의 경우 36년 징역이 무기형으로 바뀌었는데, 1심과 2심의 형량 차이는 왜 났을까요?”


“퇴선방송 지시 여부가 살인죄 여부를 가렸는가 봐.”


“1심 재판부는 ‘선장의 퇴선 방송 지시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반면, 2심에서는 그런 지시가 없었다고 본 거지.”


1심에서 퇴선 방송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일부 선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과, 진도 VTS와의 교신 내용 중 ‘탈출할 수 있는 사람들만 탈출을 시도하라’는 표현은 승객 전체에 대한 퇴선명령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으로 선장들 근무태도가 달라야겠어요.” 선장출신 서정민이 생각할 수 있는 의견이었다.


“대형 인명사고와 관련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인정된 대법원 첫 판결이 나오니 해기사 출신으로선 참담하기도 하지.”


“이번 판결의 성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참으로 어이없는 판결도 엿보이네. 국민들의 정서를 생각해서인지 엄격한 증거주의가 퇴색하고 불문법이 과도하게 적용된 것 같아.”


“예를 들면?”


“관습법, 판례법, 조리법 등의 불문법 말일세. 상식적 또는 사회통념상이라는 ‘조리상’ 의미가 확대 적용된 느낌이랄까.”


“승선한 지 일 년도 안 된 25살 처녀 3항사와 3기사의 운명이 기구하군요.”


“인생이란…….” 선배는 말하다가, “서 사장 같이 살아난 사람도 있고…… 물론 정신적 충격은 컸겠지만.”


병 주고 약 주는 식의 말투.
서정민이 질문할 사항은 많다.


“부진정 부작위범의 고의란 어떤 거죠?”


“반드시 범행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사고 방지 가능을 예견하고도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다는 인식을 하면 족하지.”


판결문에는 이런 것도 적혀 있다.


선장의 권한이나 의무는 해사안전법의 관련 규정들은 모두 선박의 안전과 선원 관리에 대한 포괄적이고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선장을 수장으로 한 효율적인 지휘명령체계를 갖추어 항해 중인 선박의 위험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극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선장은 승객 등 선박공동체의 안전에 대한 총책임자이다.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라 하더라도 구조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라면 구조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조난된 사람의 신속한 구조를 목적으로 하는 수난구호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한다.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죄는 형법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및 중과실치사상죄를 기본범죄로 하여 수난구호법 제18조 제1항 단서 위반 행위 및 도주 행위를 결합하여 가중 처벌하는 일종의 결합범이다.


판결문이 아니라 교과서 같다.
다른 질문으로 옮기는 서정민.


“선사가 선내대기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잖아요?”


“엇갈리는 증언들이 있긴 하지.”


증인 강혜성 승무원은 참사 당일 9시 26분쯤 양대홍 사무장(사망)과 무전 교신을 했는데 양 사무장이 “지금 조타실인데 10분 후에 해경이 올 거야. 선사 쪽에서 대기 지시가 왔어.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구명조끼 입히고 기다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전 조사에서 말을 하지 않은 이유를 “희생된 여객부 직원(양대홍 사무장)에게 누가 되는 게 아닐까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조준기 조타수도 선내 대기 지시에 대해 “해경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1항사의 명령을 선사의 명령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1항사는 당시 항해사들끼리 모여서 그 같은 논의를 하지 않았다며 부인했다.


“좀 이상한 것은 자기들 탈출 필요성을 느끼면서 왜 승객들에겐 탈출을 지시하지 않았을까요? 일부러 죽이려 한 것처럼…….“


“당황해서 그랬다나. 모든 선원이 철저히 당황한 것도 이상하지.”


“선장과 선원들이 탈출하면서 선원신분을 속였다지요.”


“타이타닉호 탈출 시 여장을 한 남성이 물매를 맞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선원이 먼저 탈출했다면 물매 정도가 아니지.”


“선장의 가장 큰 실책은 뭘까요?”


“소위 골든타임 동안 선장이 구호조치를 포기한 채 퇴선한 것은 살인의 실행과 동일하다는 거지.”


“실제적으로 골든타임은요?”


“세월호가 구조를 요청한 오전 8시 55분부터 선원들이 탈출한 9시 37분까지를 말할 수 있겠지.”


“선장의 행동이 부적절했군요.”


“말하자면 고층 빌딩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장이 조난자를 외면하고 헬기를 타고 빠져나가는 것과 같은 거랄까. 이걸 살인 행위로 보는 거지.”


“당직자들의 대각도 변침에 관한 업무상 과실 여부가 궁금한데 재판 결과가 어땠습니까?”


“이 부분은 무죄로 봤더군.”


1심에선 당시 조타를 책임졌던 3항사와 조타수에게 책임을 물었으나 2심에선 묻지 않았다. 조타기를 비정상적으로 움직였다는 검사의 주장을 사고의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상황 인식이 바뀌었나요?”


“조타기의 고장이나 엔진 오작동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선체를 인양해 정밀 조사한 후에 밝혀질 수 있을 거라고 보는 거지.”


사고 당시 항적이 건조 당시 우현 최대 타각35도 선회시험의 항적과 거의 일치하여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현상에 의해 타가 우현 최대 타각 위치까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본선의 프로펠러가 2개이고 타가 하나인 이른바 ‘2축 1타선’이므로 엔진 이상 등으로 좌현 쪽 프로펠러만 작동할 경우 추진력 차이로 인해 급격한 우선회가 될 수 있는 점 등이 그 이유였다.


“선체 인양이 완료된 후 판결을 해도 되는 것 아닌가요?”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으니 재판관인들 마음이 느긋하겠어.”


“1심에서 무죄로 본 수난구호법에 대해서 2심에서는 유죄로 판결했는데, 수난구호법이 도대체 워예요?


“해수면과 내수면에서 조난된 사람, 선박, 항공기, 수상레저기구 등의 수색․구조․구난 및 보호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조난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복리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라네.”


“구조와 구난의 차이는 뭐죠?”


“구조는 조난을 당한 사람을 구출하여 응급조치 또는 그 밖의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안전한 장소로 인도하기 위한 활동을 말하고, 구난은 조난을 당한 선박이나 재산에 관한 원조 행위를 말하지.”


서정민의 의문은 계속됐다.


“재판에서 문제가 되었던 건 뭡니까?”


“조난을 야기한 선박이 아닌데도 조난당한 선박이 구조 조치를 해야 하느냐 문제였지.”


“그럼 결론은?”


“수난구호법은 선박과의 충돌 등 외부적 원인 외에 화재, 기관고장 등 내부적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므로, 조난된 선박의 선장 및 승무원이라 하더라도 구조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라면 구조조치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이 입법취지라는 거지.”


승무원은 수난구호법상 보호의무뿐만 아니라 청해진해운과 승객 사이에 체결된 여객운송계약상 보호의무도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승무원 자신이 위급할 때 긴급피난 할 수 있느냐의 판별이 어려울 것 같은데요?”


변호사 신용균은 판결문에 적힌 대로 다음의 경우라고 설명했다.


첫째 피난행위가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
둘째 피해자에게 가장 경미한 손해를 주는 방법을 선택,
셋째 피난행위가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할 것
넷째 피난행위는 사회윤리나 법질서 정신에 적합한 수단일 것


“보호조치를 취하기 전에 뺑소니치면 안 되겠네요.”


“전통적으로 선장은 배와 목숨을 같이한다고 배웠잖아. 우리의 각오는 바다의 매골, 우리의 무덤은 태평양, 학교에서 이렇게 훈련받은 것 기억 안 나?”


“변호사인데도 아직 뱃놈 정신이 살아 있군요.”


개 버릇 어디 가겠어, 하면서, 이런 의미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두 사람의 술잔 부딪히는 소리.
짤그랑, 잔 부딪히는 소리도 잠시, 그들은 계속 판결문 검토에 들어갔다.
 
“수난구호법이나 해사안전법 위반에도 특정범죄가중법이 적용되나요?”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엔 가중 처벌한다는 규정이 있지.”


“요즘 승선 근무하기가 쉽지 않네요. 이러다간 배 타려는 선원 있을까요.”


“그러니 직업정신을 발휘해야지.”


▲대법원 대법정 선원 선고 장면



참사 책임자로 지목받았던 다른 사람들은 그동안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궁금하기만 하다.


“세월호참사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말이 끊이질 않는데, 이유는 뭘까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점이 많기 때문이지.”


해경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밖에 나와 있는 승객이 전혀 없어 놀랐다고 한다. 여객선이 침몰 중이라는 것 말고는 몰랐다고 했다. 참사 당일 초동 대응부터 구조, 수색에 이르기까지 우왕좌왕한 정부의 책임이다. 그런데 검찰이 실제로 이 책임을 물은 사람은 해경123정장 정도다.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음에도 퇴선 유도 등을 소홀히 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이 선고됐다.


“구조업무 현장지휘관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라면서요.”


전후 선장이 각각 400번 정도 인천과 제주를 오고갔지만 화물 적재 상태가 크게 다르지 않았고 화물의 과다 적재도 다반사였다.


“그 상황이 시한폭탄 같았다고 할까.”


마치 사고가 대기하고 있는 것처럼.

눈감아준 사람은 없었나.

사람들은 청해진해운 실소유주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확인하지 못했다는 검찰 발표를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지배자로 오인하기도 했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참사 석 달 만에 숨진 채 발견되었다.


청해진해운의 김한식 대표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대법원이 2015년 10월 '징역 7년에 벌금 200만원' 선고했다.


“구체적 죄명을 알면 해운회사 사장에게 참고가 될 텐데요.”


“그럼 설명해 보자구.”


증축으로 복원성이 악화한 선박에 화물을 과다하게 싣고 평형수는 줄이는가 하면, 출항 전 과적 여부와 고박 상태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대표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에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가 추가로 적용됐다.


그는 설명을 해놓고 서정민을 쳐다보았다.


“서 사장도 선박을 운항하려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겠어.”


“그러게요. 바지사장이든 실제 사장이든 다 문제가 되는 마당에.”


“이래저래 해운업하기 힘들어졌어.”
 
참사의 책임을 묻고자 유씨 일가에 대한 민형사 책임 추궁이 시작됐으나 장남 유대균(45)은 그룹 경영에 깊이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선고, 장녀 유섬나는 프랑스에 머물며 송환 거부 소송 중이다.


73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장남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으로 감형 받았다. 추징금 73억원도 물지 않게 됐다. 교단이나 회사 업무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에서 수거된 노트북에서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이 나온 이래로 세월호와 국정원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호는 국가 비상시 동원하는, 국정원이 정한 국가보유장비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세월호의 이상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했던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센터장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태만이나 착각 등으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은 때는 직무유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세월호 항로에 선박을 추가 투입하는 등 '증선 인가' 과정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기소된 해양항만청 간부와 청해진해운 주요 관계자들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결국 세월호 증선 인가를 둘러싼 비리 의혹으로 기소된 8명 중 실형이 선고된 인물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다른 소송은 없었나요?”


“참사 관련자들의 형사처벌이 마무리돼 가자 피고인 외 희생자 1인당 1억 원 씩 총 103억원을 요구하며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 현재 재판 진행 중이라지.”


“해사안전법과 선원법에 대해서 좀 알고 싶은데요.”


해사안전법은 “누구든지 선박의 안전을 위한 선장의 전문적인 판단을 방해하거나 간섭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선원법은 선장의 권한으로서 “선장은 해원을 지휘․감독하며 선내에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법원이 요구하는 선장의 임무는 이렇다.


- 여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송할 책임
- 선박의 급박한 위험 시 인명, 선박 및 화물 구조 조치
- 선원의 임무 비상배치표의 적절한 게시
- 선내 소방훈련, 구명정훈련 등 실시
- 퇴선, 인명구조 등 선원의 구호의무 지휘


침몰이라는 긴박한 상황에서 선내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퇴선 조치가 어떤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1항사는 제주 VTS에 “본선, 아, 위험합니다. 지금 배 넘어가고 있습니다”라며 구조요청을 하였다.


선장이 기관장에게 “기관실로 내려가 봐라”라고 지시하자, 기관장은 곧바로 조타실을 나와 기관부 선실이 있는 3층 복도까지 계단으로 내려갔고, 기관실에서부터 올라 온 기관부 선원들과 함께 대기하였다.


1항사가 구조요청을 마친 후인 08:58경 선장은 2항사에게 승객들로 하여금 구명조끼를 입고 그 자리에 대기하라는 방송만을 지시하였을 뿐, 정작 선원들에게 승객 퇴선을 위한 각자의 임무를 수행토록 지시하는 등 지휘․감독상 임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


2항사로부터 수차례 “어떻게 할까요?”와 3층 객실 안내데스크에 있던 사무부 승무원들로부터 선내에 대기 중인 승객들의 대피 등 추가 조치 요청에도 이를 묵살한 채 아무런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1항사와 2항사도 퇴선을 위한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


“약속한 듯 모두 직무를 방기했군요.”


한편 기관장 등 기관부 선원들은 3층 기관부 선실 복도에 머물면서 각자의 선실에서 구명동의를 찾아 입는 등 자신들의 퇴선에 대비하였을 뿐 승객 구조를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승객 구조 방법을 논의조차하지 않았다.


“연구소에서 가상 대피 시나리오 및 탈출시뮬레이션을 했다는데요?”


결과를 보면, 세월호가 52도 기운 상태에서 선실에 있던 승객이 탈출을 시작했다면10분 안에 탈출을 완료할 수 있다고 하므로, 늦어도 09:26경까지 승객이 탈출을 시작했다면 3, 4층의 출입구가 침수되기 전에 모두 탈출할 수 있었다.


그의 설명에 서정민은 주먹으로 탁자를 퍽 쳤다. 자신이 살아난 게 기적이었다.


“정말 억울하네요.” 그러면서 이어서 말했다.


“법률상 사실상 유일한 사태 지배 권한을 가진 선장이 멘붕이 됐다는 건 승객의 불행이군요.”


“1항사와 2항사와 기관장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뭔가요?”


“선장의 전문적인 판단과 지휘명령체계를 무시하면서까지 결과에 책임이 따를 수 있는 퇴선조치를 독단적으로 강행하여야 할 만큼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보지 않은 거지.”


“당직항해사와 조타수더러 침몰로 인한 기름유출 책임을 지우는데 이건 좀 과한 것 아녀요?”


“1심에선 유죄로 했는데 2심에선 업무상과실이 아니라고 판시했더군.”


“아, 안심입니다. 요즘 해양환경관리법이 워낙 까다로워서.”


"대법관들의 소수 의견이 있을 텐데, 어떻습니가?"


"간부 항해사들은 선장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행위에 암묵적, 순차적으로 공모 가담한 공동정범이라고 보는 거라든지, 수난구호법 위반, 유기치사상, 특정범죄가중법 위반의 유죄판단 부분에 반대의견이 있기도 했지."


“다수의견에 밀린 거네요.”


"재판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개정된 법의 적용 문제는 없었나요?”


“논란이 있지. 선원법이 2015년 1월, 수난구호법이 7월에 개정되었는데 침몰사고가 2014년에 일어났으니 구법이 적용돼야 하는데 신법이 적용됐다는 주장도 있긴 하지. 그렇지만 다수가 신법과 구법의 입법 취지가 거의 동일하다고 본 거지.”


“재판하는 사람도 힘들었겠습니다.”


대화를 하다 보니 두 사람은 맥주 마시기를 잊어버린 사람 같았다.
서정민이 건배를 제의하고 질문을 이어갔다.


“국제법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전통적으로 해난구조 법제는 재산구조 및 그 사후처리에 주안점이 놓여 있고, 인명구조는 법률적 문제 이전에 도덕적, 인도주의적 의무로 인식된 바 있지.”


“‘착한 사마리아인’ 규정이 도입된 거네요.”


“구조하지 않더라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과태료 처분에 그쳤지.”


“그런데 지금은요?”


“인명보호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조난현장 인근 선박의 구조지원의무가「해상에서의 수색 및 구조에 관한 국제협약」,「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등에 편입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수난구호법개정을 통하여 실정법화된 것이지.”


“사후약방이지만 조난사고의 원인제공 여부와 상관없이 선원에게 구조조치의무를 명시하여 그 범위를 확대하였군요.”


“승선근무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뜻이지. 이런 것도 시대 조류라면 따라가야지.”


이야기가 길어지자 술 마시기에 충실하자고 다시 잔을 부딪쳤다.
이때 서정민의 휴대폰이 울렸다. 이순정이 안산을 출발했으니 이쪽으로 오겠다는 것이다. 함께 저녁을 먹자고 한다. 선배가 동석해도 좋단다.


▲승객 구조 장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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