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선체인양 시도
실패했으나 공부가 됐다
2차 시도에선 성공 기원


▲상하이샐비지 12,000톤급 크레인 작업선




더 세월
(The Sewol)



제 33회



선체 인양 시도


세월호 크기의 선박을 통째로 들어올리는 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작업이다. 그만큼 예측이 힘든 변수도 많아 최종 인양까지는 숱한 난관이 예상된다.


2015년 8월, 선체인양 업체로 상하이샐비지가 선정됐다.


뜨거운 여름밤을 피해 서정민과 이순정은 여의도 윤중거리의 밤공기를 즐기고 있다. 두 사람이 있을 때 대화에는 무의식중 세월호 이야기가 끼어든다.


“배를 끌어 올리는 데에 절차가 왜 이리 복잡해요?” 이순정이 물었다.


“배를 들어올리는 건 하루지만, 그걸 준비하는 데는 일 년 이상 걸리지.”


서정민이 대답을 하면서도, 여자가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인양 설계에 3개월, 실제 인양작업에 9개월 이상 소요되니 순조롭게 진행돼도 2016년 여름에 배가 물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인양 작업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 인양기간이 6개월 늘어날 때마다 비용은 약 500억원씩 늘어나 2,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


“유가족들이 상하이샐비지 작업을 감시한다던데?”


신문에 나온 기사를 본 적 있어서 이순정이 궁금해서 물은 것이다.


“작업을 위장한다든지 유체 유실을 할까 감시하는 거지.”


“숨긴다면 고약한 사람이지요.”


그녀의 반응에 서정민은 별다른 응수를 보이지 않았다.


동거차도라는 섬 턱마루에 돔 텐트를 쳐놓고 유가족들은 세월호 인양작업을 망원경으로 감시한다. 작업현장을 상하이샐비지가 막고 있어 보트를 타고 인근을 돌면서 국화꽃을 바다에 놓는다. 꽃을 던지면서 펑펑 운다.


기사 내용을 연상하며 이순정은 궁금증이 커졌다.


“산에서 살다시피 하는 그들은 누구에요?”


“미수습자 가족이지. 아직 아홉 명이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텐트 안에 과일, 즉석밥, 과자, 콜라를 올려놓고 애들 사진을 세우고는 거기다 아버지가 절을 한다. 슬픔에 잠겨 있는 부모들께 진통제는 아니더라도 박카스 정도는 있어야 한다.


2015년 9월, 상하이샐비지가 침몰해역에서 잠수를 시도했지만 처음에는 바닷속 세월호의 선체를 확인하지 못했다.


잠수 경력 20여년의 중국 잠수사 32명을 잠수 크레인에 올려 머구리 같은 잠수장비를 활용해 투입했다고 하나 겨울이 다가오고 수온이 떨어지기 시작하여 인양작업 준비에 진전을 보지 못했다.


기울어진 현재 상태 그대로, 절단 없이 통째로 들어올리는 것은 실종자 유실ㆍ훼손 방지를 위한 최우선 방책이다. 그래서 배를 절단하거나 바로 세우는 방법은 아예 배제된다. 다만 정부가 제안한 안전지역(동거차도)으로 옮기는 방안은 업체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조건이 까다로워 인양업체도 힘들겠어요.”


“그런 게 계약이지.”


“침몰 위치인 맹골수도에서 계속 작업하면 시간이 절약될 텐데요.”


“대형 태풍이나 조류 변화 때문에 해상 작업기지를 동거차도 같은 안전지역으로 대피하는 게 좋지.”


“성공 가능성은?”


“맹골수도처럼 빠른 유속과 짧은 가시거리에서 세월호 무게의 배를 통째 들어올린 전례가 없다는 게 두려움인데, 해외 전문가조차 가능성은 50% 이상이라고 신중함을 보이고 있군.”


세월호가 건조된 지 20년이 넘은 노후선박이란 점도 부담스럽다. 수십 개의 구멍에 와이어를 연결한다지만 인양 시 낡은 선체 측면이 통째로 뜯겨 나가거나, 작업 과정에서 구멍마다 부식이 심해질 수 있다. 물 속 부식의 진행속도는 상당히 느리지만 배가 낡았다는 점이 걱정이다.


이순정의 궁금증은 인양업체 선정으로 돌아왔다.


“조선 세계 1위인 우리나라가 1천억 원을 들여서 왜 중국업체에 인양을 맡겼나요?”


서정민도 처음엔 궁금했으나 이해가 됐다.


“인양 입찰에서 상하이샐비지는 네덜란드 업체보다 기술력은 뒤졌지만, 액수를 600억 원 이상 낮게 써내 인양업체로 선정됐지.”


“그럼 입찰에서 한국은?”


“국내 조선3사도 대형 해상크레인이 있지만, 용량이 1만 톤에 불과해 세월호 인양엔 부족하고 인양전문업체가 아니라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지.”


▲세월호 침몰 위치




선체 인양 실패


혹자는 궁금해 할 것이다.


인양업체 선정되기까지 일 년을 왜 허송세월했나?


정부는 답변한다. 7개월의 수중수색 종료 후 선체처리기술검토TF의 활동에 소요된 5개월은 선체를 제대로 들어 올릴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답변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술검토TF가 제안한 선체 부양 방식은 선체 표면의 93개 지점을 크레인에 연결해 들어올리는 것이었지만, 실제로 상하이샐비지가 제시한 방식은 선체 밑으로 24개의 철제빔을 끼워넣고 선내에는 보조부력재를 넣어 부양시키는 방식이었다.


선체를 인양하라는 여론이 고조되자 정부가 ‘인양 가능’을 발표한 것이라고 특조위는 주장한다.


원래 해양수산부는 상하이샐비지와 851억원에 계약했으나 나중에 계약금액은 916억원으로 불어났다. 달라진 여건을 감안한 것이다.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350명 정도다. 이들은 100여명이 돌아가면서 3교대 체제로 24시간 연속 근무하고 숙식도 바다 위에서 해결한다.


‘선수들기’는 세월호 인양의 핵심이다. 뱃머리 들기 작업은 처음 시도한 지 50여일 만에 성공했다.


“역도선수는 웃을지 모르겠네요. 한쪽만 드는 게 그렇게 어려웠냐고?”


상하이샐비지의 협력사 오션씨앤아이 사무실에서 학교 선배인 담당 기술자와 대화하는 중 서정민이 농담 삼아 말했다.


선수 들기는 당초 2016년 5월 초에 시작하려 했으나 기술적 보완, 기상 악화 등으로 6차례 연기됐다. 결국 7월 29일 뱃머리를 약 5도 들어 올려 선체 하부에 리프팅 빔(lifting beam) 18개를 설치하는 작업을 마쳤다. 13시간이나 걸리는 작업이었다.


“그러니까 상하이샐비지가 업체로 선정된 후 거의 1년 만에 선수를 조금 들어올렸다는 뜻이네요.”


“그만큼 난도가 높기 때문이지. 한 달 보름 전 너울로 인한 선체 손상을 받은 적도 있고 해서. 재발 방지를 위해 손상된 선체 두께(12㎜)보다 10배 이상 두꺼운 125㎜짜리 특수강판으로 보강했지.”


“아마도 기술 검토하고, 겨울 날씨 넘기고, 빔 준비하고, 시행착오 하는 데 1년을 잡아먹은 셈이군요.”


서정민이 자꾸 물고 늘어지는데도 선배는 화를 내지 않았다. 우리 사이에 이런 것 가지고 짜증부리겠어, 하는 식이다.


인양작업선(달리하오호, 12,000톤급) 크레인으로 선수를 해저면에서 5도 정도 들어 올리면 약 10m 정도 된다. 세월호 우측에 미리 내려놓은 리프팅 빔 18개에 와이어 3개를 걸어 위치센서(리프팅 빔 가장자리에 위치)를 모니터링하면서 선체 밑으로 집어넣는 순서로 진행됐다.


“파도가 세면 안 될 텐데요?”


“파고 1m 이내지. 이번 작업 기간에는 파고가 0.9m 이하여서 순조로웠지.”


“인양 시 무게중심 변화로 선수가 동요하지 않았나요?”


“그래서 선수 좌우에 250톤짜리 앵커 4개와 선체를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주는 말뚝도 함께 설치한 거라네.”


“유실방지망은 물론 준비하셨겠지요?”


“당연하지.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유체를 보존하는 거니까.”


리프팅 빔에는 1㎝ 간격의 유실방지망(63m×13m)을 설치, 그동안 잠수사들의 접근이 불가능했던 선체 왼쪽(누운 쪽) 창문과 출입구를 봉쇄해 향후 인양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유실에 대비했다.


해수부는 후속 공정인 선미 측 리프팅 빔(8개) 설치가 완료되면 2016년 8월 중 리프팅 빔과 리프팅 프레임에 와이어를 연결할 계획이었다.


이후 와이어 52개를 리프팅 빔(26개) 양쪽에 걸고 크레인에 연결된 리프팅 프레임(lifting frame)에 달아 선체를 들어 올린다는 것이다.


남은 공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9월 중 세월호 인양과 플로팅도크 선적 예정이었으나, 결국 크레인 인양은 포기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크레인 인양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배운 셈이다.


한 작업 방식의 포기는 다음 방식까지 시간 지연이라는 희생이 따른다.


“다음 방법은 어떤 걸까요? 성공 여부가 핵궁금이며 걱정이기도 합니다.”


“이미 재킹바지를 염두에 두고 있지만…….”


우선 기본적으로 전제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선체 인양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라는 것.


세월호는 국내 여객선 중에서도 최대 규모인 6,825t급인 배다. 그 거대한 배는 수심 44m 밑으로 완전히 가라앉았다. 유속이 빠르기로 유명한 맹골수도 바닷물 속이다.


또 세월호는 선체를 여러 조각으로 절단하지 않은 채 통째로 인양된다. 해양수산부는 애초 인양업체 선정 입찰을 공고하며 선체를 절단하지 않고 완전체로 인양하는 것을 기본 조건으로 내걸었다. 미수습자 시신 유실 등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조건을 감안하면 세계적으로 이와 유사한 사례는 전무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다음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탠덤리프팅(Tandem Lifting) 방식으로 통째 인양하는 세계 최초의 초대형 선박 인양사례가 될 것이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사고가 발생해 침몰한 7000t급 이상 외국 선박 15척 중 14척이 인양됐는데 대부분이 선체를 해체한 뒤 인양됐다.


세월호는 퇴적물을 포함해 1만톤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길이가 145m인 초대형 선박이다. 해체 없이 통째 인양하는 건 애초 무리한 시도일지 모른다. 국민들은 과정을 꼼꼼히 지켜볼 것이다.


▲크레인으로 들어올리는 건 실패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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