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두 번 인양 시도 끝에 성공
재킹바지 방식으로
진흙을 덮어쓴 배가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반잠수식 선박에 옮겨진 세월호




더 세월
(The Sewol)


제 34회



선체 인양 성공


겨울을 넘기고 다시 시도한 건 재킹바지 방식이다.


상하이샐비지는 2017년 3월 중순 선체에 두 차례 접근했지만 폭풍을 피해 정박했다가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의 강한 조류에 잠수사들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상하이샐비지가 전 인양 과정에서 중국 잠수사들만으로 작업하기로 하여 우려를 자아냈다.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효과는 있지만 세월호 수중수색에 참여했던 국내 잠수사들의 경험을 살릴 수 없게 된 점이 아쉽다.


안전을 위해서는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수중수색에 참여했던 한국 잠수사들은 조류에 대한 적응은 물론 탁수에서 유리창 모양만 봐도 몇 층인지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경험을 쌓았다. 오히려 경험자의 조언이 안전을 보장할 거라고 말했다.


안전장구를 공급하러 갔던 서정민이 팽목항에서 88수중개발 팀장을 만났다.


“수십 점씩 유실품 배수와 함께 돼지뼈가 흘러나왔다는데 그게 뭐에요?”


“상하이샐비지 인부들이 먹고 버린 거라는데 유족들을 놀렸다는 인상을 주었지요.”


세월호 선체 인양을 위한 구조 선박의 도착 상황은 이렇다.


- 인양 크레인선 달리하오호(상하이샐비지 소속, 12,000톤급)는 2015년 8월 도착
- 재킹바지선 2척(상하이샐비지 소속, 척당 인양 하중 23,000톤급)은 2017년 3월 6일과 12일 도착
- 반잠수선 도크와이즈 화이트마린호(네덜란드 회사 소속, 인양 하중 72,000톤급)는 2017년 3월 16일 도착


세월호는 인양에 필요한 리프팅빔(인양 선체 받침대) 33개를 설치한 상태다. 설치 과정에서 뱃머리를 들어올리다 선체가 부서지는 등 사고가 났다.


서정민은 기자와 함께 세월호 인양 현장을 찾았다.


밀착 취재하는 기자는 꼼꼼히 보고 있었다. 배의 곳곳은 구멍이 뚫리고 잘려나가서 미수습 시신이 유실됐을 우려가 느껴졌다. 서정민은 안타까운 마음과 간절한 마음이 교차해서 말했다.


“정부와 인양업체의 판단 착오로 7개월 허송세월 한 건데 참사 3주기인 4월 16일까지는 인양이 돼야죠.”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무턱대고 인양 시기를 발표한 게 문제였지요.”


기자의 마음도 마찬가지였다.


유가족들은 현장에 400명은커녕 40명밖에 없다고 소리치면서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마침 해수부 장관은 미수습자 가족들이 천여 일이 넘도록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의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고개를 숙이고는,


“3주기 전에는 언제든지 인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짐도 했다.


가족협의회는 인양방식이 급히 변경된 것에 대해 상하이샐비지의 기술력도 아직 검증되지 않아 성공을 확신할 수 없음에 초조해했다.


지난 3년간 일정이나 절차를 불투명하게 공개해 온 탓에 일각에선 은폐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정부는 늑대소년이 돼가고 있다.


2017년 3월 13일
세월호 선체에 설치해놓은 리프팅빔에 연결했던 인양 와이어 66개를 두 바지선에 절반씩 연결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와이어 연결작업의 변수는 날씨와 재킹바지 두 척의 균형 유지 여부이다.


“인양 시기는 언제쯤일까요?” 기자가 물었다.


“아마도 소조기인 3월 21일이나 4월 5일일 될 것 같아요,”


서정민이 들은 바가 있어서 말했다.


“다른 조건이 있을 텐데요?” 기자는 꼼꼼했다.


“인양 작업은 파도가 1m 이내, 바람이 초속 10m이내에 들어와야 하고, 연속 3일정도 이런 날씨가 돼야 하죠.”


“선체를 해저면에서 1m 들어올리는 시험 인양이 중요하다고 하던데요.”


“시스템과 장비에 이상은 없으나 일부 인양줄의 꼬임 현상을 발견하여 꼬임방지 장치를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처음 인양이 중요하지요.”


3월 22일 오전 10시
세월호가 차디찬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지 3년 만에 역사적인 시험 인양이 시작되었다.


배가 떠오른다는 건 희망도 떠오른다는 것.
미수습자 9명의 시신을 회수할 수 있다는 희망이기도 하다.


3년간 바다 깊은 곳에 잠들어있던 침몰에 관한 진실이 드디어 해수면 밖으로 떠오르는 순간이다.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은 팽목항에 모여 차분한 분위기 속에 간절한 마음으로 인양 성공을 기원했다. 초조하게 인양 소식을 기다리던 가족들은 시험 인양 발표가 나오자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예정대로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험 인양이 시작되었고, 12시 30분 시험 인양을 하며 인장력을 단계적으로 가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22일 오후 3시 30분,


“세월호 선체가 해저면에서 1m 인양되었어요.”


소식이 팽목항 유가족들에게 전해지자 환호성이 울렸다.


“시험인양은 끝났더라도 본격적으로 인양하려면 와이어 상태와 선체 균형을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요?”


서정민의 직업적 체크리스트 습관이 작동했다.


“그래서 잠수사들이 들어가서 확인한 후 인양을 판단합니다.”


판단은 세월호 인양추진단장 이철조의 몫이다.


오후 9시부터 시작한 본격 인양 작업은 23일 0시 기준으로 시간당 3m 속도로 부상 중이던 세월호의 선체는 오전 1시 30분 해저면에서 14.5m까지 인양되었다.


공중에서 촬영한 인양 장면



2017년 3월 23일 오전 3시 45분
세월호 선체 전체가 해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우현 스태빌라이저가 모습을 드러내며 약 1073일 만에 처음으로 해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선체는 해저면에서 22m가량 인양된 것이다.


2014년의 새하얀 모습과는 달리, 3년 만에 올라온 배는 하얗기는커녕 선체에 쓰여 있던 세월호 글씨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누런색으로 녹이 슬었고 선체 이곳저곳이 찢기고 긁힌 모습이었다. 까만색은 녹이 아니라 개펄 진흙이었다. 세척을 마치면 예전의 모습을 기대해 볼까.


“바지선과 선체 간에 접촉이 있어 인양에 방해받지 않을까요?”


인양 과정에서 선체의 자세가 변동되며 와이어와 선체간의 간섭현상이 발생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 1차 고박 작업 후 바지선과 선박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풍구 등의 구조물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23일 오후 2시, 선체가 수면 위 6m까지 상승했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간섭현상 대책 작업이 인양을 상당히 지연시킨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돌발사태가 발생했다.
오후 6시 30분경 세월호 좌현 선미 램프가 열려있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램프는 세월호의 화물 및 차량 적재용 발판으로 원래는 닫혀있어야 하나 침몰 당시 해저면과 맞닿는 충격으로 잠금장치가 파손되어 램프가 열린 것으로 추측된다.


길이가 11m나 되는 램프가 열린 상태로는 반잠수선에 올릴 수 없어 잠수부를 투입하여 10시간 만에 램프를 제거했다. 다행히 램프 제거 작업이 조류 물살이 약한 소조기를 넘기지 않고 정상적으로 완료되어 인양작업이 재개됐다.


“해신이 도와준 건가요.” 오션씨앤아이 요원이 말했다.


“쓰잘데없는 소리. 자네 크리스천 맞아?” 팀장이 받았다.


3월 24일 오전 10시
해수면 위 13m 부상을 완료했다.


동거차도 인근에 있는 반잠수선 쪽으로 이동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조류가 불안정하여 3시간가량을 기다렸다가 오후 5시경부터 이동을 시작했다. 시간 지체로 유실방지막 설치를 하지 않았지만, 세월호의 무게 변화가 감지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유실물이 생기지는 않은 것으로 예상한다고 인양팀은 말했다.


3월 24일 오후 8시 30분
세월호를 끌어올린 재킹바지선들이 반잠수선에 도착하여 위치 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이후 2시간 동안 위치 조정을 마치고 25일 오전 4시 10분 세월호가 반잠수선에 무사히 선적되었다. 오후 9시 15분 완전 부양됨에 따라 선체가 전부 드러났다. 그리고 날개탑을 제거하고 선체 고정작업에 들어갔다.


고정작업에는 6일 가까이 걸렸다.


3월 31일,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선 화이트마린호는 이날 오전 7시 동거차도 인근 해역을 출발했다. 예정보다 1시간 반 단축하여 오후 1시에 목포신항에 도착했다. 항정 105km를 평균속도 18km로 달려온 것이다. 반잠수선을 철재부두에 접안하는 작업은 30분 만에 끝났다.


호송에 긴장했다.


해상의 풍랑은 육지의 풍랑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인양에 성공하면 추가작업을 더해 상하이 샐비지가 가져가는 돈은 916억 원, 인양 후 정리비용까지 합해 세월호 총 인양비용은 1,020억 원 정도 된다.


세월호 인양 작업을 맡은 홍총 상하이샐비지 대표가 2017년 4월 11일 오후 목포신항에 마련된 취재지원센터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소감을 밝혔다.


“적자를 봤고, 1억 달러를 대출한 상태입니다.”


그는 1,000억원 이상 손해를 보는 경제적 대가를 치렀다고 말했다.


바다 상황이 도와주지 않아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을 때도 있었지만 미수습자 가족들이 손을 잡으며 부탁한 상황을 결코 외면할 수 없었다면서 “이번 인양성공이 가족들에게 작은 위로와 보답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세월호 인양이 선박구조 사상 큰 의미를 갖는다고 털어놨다.


리프트 빔 33개를 배 밑으로 넣어 설치한 것은 지금껏 없었던 일이며, 재킹바지선 2척과 세월호 등 3척이 엮인, 축구장 3개 크기의 공간이 바다 위로 이동하면서 성공한 사례는 역사상 처음이라는 것.


홍 대표는 “인양과정에서 다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서 “사람이 더 희생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인양현장에 머물며 국제적 안전규칙을 지키도록 감독했다”고 말했다.


상하이 샐비지는 인양계약금에 추가하여, 침몰현장 유실물을 보존하기 위한 펜스설치비 60억원과 기상악화에 따른 비용지원 5억원을 한국정부로부터 받았다.


▲인양된 선체를 목포신항으로 실어 나를 ‘반잠수식 선박’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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