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의 미수습자 중

끝내 5명은 수습하지 못한 채

미수습자 수색은 끝났다

 

▲다섯 명의 미수습자

 

 

 

더 세월

(The Sewol)

 

제 36회

 

 

미수습자 수색

 

 

목포신항 부두에 트럭 한 대가 도착했다. 트럭에는 철재와 목재가 가득 실려 있다. 워킹타워(walking tower)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자재로 제세실업에서 공급한 것이다.

 

“앞으로 열 대가 더 들어옵니다.”

 

트럭에서 내린 운전기사가 부두에 서 있는 서정민 사장에게 보고했다.

옆에는 이순정 상무가 서 있다. 그녀는 계속 들어오고 있는 트럭을 바라보고 있다가,

 

“옆으로 비켜서세요, 사장님. 트럭이 연달아 들어오고 있어요.”

 

서정민이 다칠까 봐 그를 옆으로 밀며 말했다.

 

합동수습본부 직원이 와서 자재 인수를 시작했다. 선내 진흙을 제거하고 유체를 수습하기 위해 작업대를 설치하는 데는 많은 자재가 필요하다.

 

선체가 육상에 거치되는 시점에 맞춰 10여개 관련 부처와 단체가 참여하는 합동수습본부가 가동했다. 본부는 종합상황실, 작업인력대기실, 유가족 지원실 등 이동식 주택 40동으로 이뤄졌다. 팽목항에 있던 미수습자 지원시설 10개도 이곳으로 옮겨졌다.

 

“서 사장, 차 한잔하지.”

 

자재 인수인계를 마쳤을 무렵 뒤에서 어깨를 툭 치는 사람이 있었다. 선체조사위원 선배였다. 그의 안내로 이동식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제수씨도 앉으세요.”

 

선배는 이순정을 공손히 안내했다.

이때 가만히 있어도 될 서정민이 나섰다.

 

“호칭이 그러시면 안 됩니다, 선배님. 우린 부부가 아니라 엄연한 동업자에요.”

 

“그건 난 모르겠고…… 자네가 오해하게 행동하잖아. 하하.”

 

평범한 동업관계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듯 너털웃음으로 분위기를 정리하는 그는 여직원으로 하여금 따끈한 차 세 잔을 시켰다. 차를 마시며 선조위 조직에 대해서 설명하는 선배.

 

이렇게 친절한 선배가 어디 있냐?

호기를 부리는 듯한 그가 우습기도 하다.

 

선체가 육상에 안전하게 거치되었으니 본격적인 선체 수색이 시작된다. 선체조사위원회(국회 선출 5명, 희생자가족대표 선출 3명)가 6개월에 걸쳐 9명의 미수습자를 찾고 선체 내 잔존 유류품을 수색하는 작업을 실시한다. 수색 기간은 최대 4개월 연장할 수도 있다. 사고 원인을 정확히 밝히기 위한 선체조사도 병행된다.

 

수색 작업은 인양만큼이나 난도가 높다. 아파트 8층 높이(22m)의 선체가 옆으로 누운 탓에 인부들은 수직절벽이나 다름없는 공간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 또 선체가 3년 가까이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었던 탓에 부식이 많이 진행되어 수색 과정에서 붕괴나 함몰의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다.

 

부두 구석에서 컨테이너 생활을 하고 있는 유족 50여명은 간혹 무기력하고 우울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 사실을 서울구치소 503번 여사님은 알고 계실까?”

 

이런 때는 두려운 감정마저 증폭된다.

 

수습본부에는 10여 개 기관에서 공무원 백여 명이 파견됐다.

목포시에는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시내 도로변에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플래카드가 줄줄이 걸렸다. 다음 달 예정이던 유달산 축제도 취소됐다.

 

“육지에 올려진 배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나요. 부모들 마음은 오죽 하겠어요.”

 

참사 1,091일만에 인양작업이 완료된 세월호를 보자 시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모듈트랜스포터를 빼낸 후 리프팅빔과 받침대를 용접해서 더 단단하게 고정하는 작업이 추가됐다. 선체 중간에서 선미 쪽으로 일부 꼬이는 현상과 선수와 선미에서 휘어지는 현상이 복합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육상 거치 완료 후 일주일간 외부세척과 방역, 산소농도와 유해가스 측정, 안전도 검사를 하면서 미수습자 9명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 준비에 들어갔다.

 

선체 내외부 영상 촬영 → 선체외부 장애물 제거 → 선체 외부 세척 → 워킹타워 설치 → 우현 선측(천장) 난간 설치 → 선내 방역 → 위해도 및 안전도 검사 → 미수습자 수색

 

수색 작업을 위한 준비작업 순서였다. 

고압세척기 6대를 목포신항으로 가져와 선체 외부세척에 적합한지 테스트를 완료했다.

 

코리아샐비지는 선체정리업체로 선정되었다. 수색 준비작업을 하면서 산소농도 측정기와 유해가스 검지기 등 장비를 이용해 선내에 사람이 들어가서 수색작업을 해도 되는지 위해도를 테스트했다.

 

상하이샐비지 협력업체 씨엠에스서비스는 선체의 천장과 바닥, 벽면 등이 수색작업을 진행해도 안전할 만큼 두꺼운지 점검했다.

 

수색 작업은 선체 내부 수색과 선체에서 걷어낸 펄을 분석하는 등의 방법으로 진행한다.

 

염분 세척 → 방역 → 진입 → 교육

순서로 진행하고, 시신수습을 위해 전문 수습인을 투입하고 6.25유해발굴단도 참여시킨다.

 

코리아샐비지는 선체에서 제거해낸 펄을 걸러낼 체 10여개를 특수제작했는데, 미수습자의 유해와 유류품 수색을 위해서다. 가로세로 각 1미터 크기에 지름 5밀리미터의 구멍 수천 개가 나 있는 체이다.

 

“펄의 무게가 600톤, 막대자루 2,600개에 담겨 있다고요?”

 

서정민은 합동수습본부 직원에게 놀라움을 보였다. 펄은 체 위에 부어 물로 세척한다고 직원은 대답했다.

 

“참사 당시 여섯 살이었던 권혁규 군을 기준으로 체를 특수 제작한 거죠.”

 

옆에 서 있던 유해발굴 전문가가 보충 설명했다.

 

세척작업과 워킹타워 설치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선체 내부 수색이 진행된다. 세척작업을 하는 것은 선체 내 부착물을 제거하고 기름이나 진흙으로 인한 수색 작업 중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26미터 규모의 워킹타워를 설치해 수색할 객실의 높이에 따라 발판을 만들어 수색 요원을 투입한다.

 

누운 배의 우현 위에는 핸드레일을 쳐 수색자가 추락하지 않도록 한다.

유체를 발견한 기분은 어떨까.

 

“죽었지만 바로 내 코앞이야. 가슴이 아파!”

 

‘꽃다운 죽음’이라고 아름답게 애도하는 것조차 상처가 된다.

‘살았으니까 됐다’는 말도 생존자의 가슴에 송곳을 찌르는 것과 같다.

 

딱 한 번이라도 유체를 봤으면 좋겠다고 가족은 말한다. 왜 딱 한 번일까?

세 번, 네 번, 백 번이 있는데……. 그건 너무 간절하니까.

 

죽은 오빠의 여동생은 말했다.

 

“아빠는 살아가는 이유의 50%를 잃었어요. 50%는 오빠요 나머지는 나랍니다.”

 

배 안에서 언니오빠들은 벽까지 부수면서 발버둥 쳤는데 정부는 눈감고 그렇게 보냈는가, 분노했다.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한 봉사는 이어졌다.

 

논술강사를 하다 팽목항에서 광화문까지 자원봉사자로 살았던 사람.

유가족을 위로하는 노래를 지어 부른 아마추어 가수.

자발적으로 홀로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부부.

손가락에다 봉선화 물을 들인 뒤 기도하는 사람.

유가족을 위해 무료 변론하는 국회의원.

아이에서 할머니까지 304명이 손을 맞잡고 있는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

단원고 희생자 약전을 토대로 손으로 써내려간 창작시 260점을 쓴 교육문예창작회 소속 시인들.

세월호 기억시를 국회의원회관 로비에 전시한 ‘416기억저장소’

세월호 200일 기록을 담은 SNS그림전을 연 목포의 화백

 

목포신항에서 미수습자 귀환과 희생자 추모 의미로 304m 길이의 천에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쓰는 서화 퍼포먼스는 압권이다.

 

“진도씻김굿으로 생전에 원혼을 풀어주니 기분이 좀 나아요.”

 

애절하고 구슬픈 노랫소리가 위안을 줬다고 한 어머니는 말했다.

 

연극 '별망엄마'는 안산시 고잔동의 별망설화를 각색했다. 바다로 나간 아들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소소한 감동으로 담아냈다. 관람료가 전석 4,160원이었는데 세월호의 의미이기도 하다.

 

선체가 육상에 거치되자 해저와 선체에서 유해 수습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세월호 세척작업

 

 

5월 5일 아홉 명 중 처음으로 한 명이 수습됐다. 고창석 교사였다. 그는 진도 선체 인양 해저에서 34센티 정강이뼈로 발견됐다. 유해상태가 좋아 12일 만에 신원이 확인됐다.

 

5월 10일 조은화 양의 유해가 선체 수색 25일 만에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수습됐다. 3층 B갑판에서 그의 가방도 발견됐다.

 

“언론이 조은화 양을 많이 조명하던데, 어떤 이유라도?”

 

“그 학생이 전교1등을 했답니다. 학부모들은 성적에 관심이 많으니까요.”

 

유해수습 작업자 간의 대화였다.

 

5월 14일 수습된 허다윤 양의 유골은 그동안 차가운 목포신항 냉동 안치실에 보관됐다.

 

5월 22일 이영숙 씨의 유해가 육상거치된 세월호 미수습자 수색과정에서 발견됐다.

 

선체가 목포 신항에 거치되면서 가장 먼저 선체에 들어간 것은 로봇이었다. 선체조사위원회는 선체의 부식이 심해 진입이 위험한 만큼 로봇을 이용해 내부를 먼저 살피기로 했기 때문이다.

 

침몰 8일째에도 해저에 로봇을 보내 수중음파탐지망으로 거대한 물체를 포착했었다. 그때 세월호의 형태가 뚜렷하게 보였다. 당시 투입됐던 해저탐사로봇은 크랩스터였다.

 

크랩스터는 여섯 개의 다리를 이용해 해저면을 걸어다니면서 150미터 반경에 있는 물체를 탐지하고 전방 15미터 이내에서는 영상도 촬영할 수 있다.

 

이제 미수습자는 5명이 남았다.

남현철 박영인 학생

양승진 선생

권재근 권혁규 부자

 

5명의 미수습자를 찾기 위해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2017년 8월16일부터 9월 21일까지 42일간의 ‘2차 수중수색’을 마쳤다. 그리고 9월 25일 침몰해역에 대한 ‘3차 수중수색’을 시작했다.

 

선체 수색에도 로봇이 나섰다.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수색 방법을 브리핑했다.

 

“객실 내부의 상태를 알기 위해서 로봇카메라를 집어넣어서 객실 현황을 먼저 확인하고자 합니다.”

 

선체 부식이 심하다보니 수색 작업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 일단 로봇을 먼저 투입한다는 것이다. 유실방지 사각펜스가 설치된 사고 해역은 로봇 대신 곧바로 잠수부가 내려가 수색한다. 조류가 워낙 센 지역이라 수색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해저로봇은 조사위와 수색업체가 의뢰하면 투입할 계획이다.

 

수습본부는 침몰해역 지점에 설치된 펜스가 조류의 흐름을 막아 퇴적현상 발생함에 따라 직각으로 설치된 길이 200미터의 남·북측 펜스 아래와 펜스 인근에 쌓인 토사를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작업방식은 펜스 주변에 쌓인 50센티의 토사를 직접 확인하는 방식과 해저면의 토사를 퍼 올려 작업선에서 진흙 등을 분류하는 작업이다.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조은화와 허다윤양의 이별식이 9월 23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서울시청에 도착한 두 소녀의 영정은 하얀 국화 대신 빨간 장미꽃으로 물들었다.

 

조은화, 허다윤 양을 배웅하며 안식을 기원했다.

 

아직 유해를 찾지 못한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가족을 생각해 장례식이 아닌 이별식이란 이름으로 두 소녀를 떠나보내기로 했다.

 

한 시민은 말했다.

 

“어떤 것이든 아픈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줄어들기 마련인데, 이 일에 대해서는 그 아픈 게 줄어들지를 않을 것 같아요.”

 

25일 두 소녀는 단원고로 옮겨져 마지막 인사를 한 뒤 수원시립연화장에서 화장을 하고 단원고 친구들이 있는 평택시 서호추모공원에 안치됐다.

 

고 이영숙 씨의 영결식이 10월 13일 오전 치러졌다.

목포신항에서 열린 가운데 운구차량이 육상거치된 세월호를 지났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다섯 분의 유해가 하루빨리 수습되기를 온 국민과 함께 기원합니다.”

 

조사가 읽혀지고 추모시가 낭독됐다.

 

영결식에서, 두고 온 내 아들아, 잘 살아라. 이 못난 어미 몫까지.” 낭독됐을 때  31살의 아들의 마음이 짐작된다.

 

‘세월호일반인희생자추모관’에 봉안된 이영숙 씨는 인천에서 홀로 살다가 제주도에서 일하던 아들과 함께 살려고 이사하는 날 세월호에 승선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이 씨의 유해는 세월호 사고 3년여 만인 지난 5월 22일 세월호 3층 선미 좌현 객실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모습으로 발견됐다.

 

“마음을 추스른 뒤 목포에 가서 아직 유해를 수습하지 못한 유족들을 도울 예정입니다.”

 

아들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다섯 미수습자 수색은 선체를 직립한 후 실시할 것이다.

 

▲조은화 허다윤 이별식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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