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로를 막는 비닐봉지는
코끼리 가축이 삼키기도 하고
고래의 뱃속에도 들어갑니다


▲비닐봉지 천국?




제19회



비닐봉지


플라스틱이 열을 받으면 화를 낸다. 그 결과 52종의 암을 유발하는 화학물질로 변해 주위를 공포분위기로 몰아넣는다.


플라스틱 컵이나 비닐봉지에 뜨거운 음료나 음식을 담거나, 플라스틱 그릇으로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데워서는 안 되는 이유다.


2019년 4월 1일은 비닐봉지 철퇴의 날.


이날부터 전국 대형마트, 백화점, 복합상점가(쇼핑몰)와 매장크기 165㎡(약 50평) 이상의 대형잡화점(슈퍼마켓)에서 1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대상은 대형마트 등 대규모점포(3,000m² 이상) 전국 2,000여 곳으로 서울시에만 922개나 된다. 슈퍼마켓(165㎡ 이상) 11,000여 곳에서 1회용 봉투와 쇼핑백 사용이 금지된다. 위반 시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과태료 300만원까지 부과된다.


이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에 따른 것이다.


다만 종이재질에 도포(코팅)된 일부 쇼핑백은 그동안 발전된 재활용기술을 감안해 허용된다.


공무원이 현장점검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환경부 이단아는 남자 직원 장기리와 함께 현장 점검에 나섰다. 두 사람은 주무관 직급으로 한 팀에 근무한다. 장기리가 이단아보다 나이는 한 살 많지만 환경부 경력은 2년 늦다. 군복무를 마치다 보니 그렇게 됐다.


“홍보 기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장기리는 비닐봉지 사용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계도 기간 6개월이 이미 지나갔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고.


그래서 점검하기 전에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느낀 나머지, 이단아는 쇼핑몰 카페에 앉자마자 장기리에게 퀴즈풀기를 제안했다.


“환경부가 제공한 ‘일회용 봉투 및 쇼핑백 사용금지’ 관련 궁금증이 몇 가지 적혀 있는데 공부하는 의미에서 제게 물어 보세요.”


질문은 장기리가 하고 대답은 이단아가 한다.


“대규모점포 및 슈퍼마켓 점포 내 입점해 영업하는 업체 모두 1회용 봉투 및 쇼핑백 사용금지 대상인가요?”


“대규모점포에 입점한 모든 업체는 규제대상이죠. 임대, 판촉, 수수료업체, 면적 등의 조건과 관계없이 모두 적용됩니다.”


대형점포에 입점해 있으면 가게의 크기와 성격에 관계없이 적용된다는 뜻이다.


“대형점포 및 슈퍼마켓과 점포 내에 입점한 임대업체가 규정 위반 시 과태료 부과 대상은 어느 쪽인가?


“두 대상 중 관리 및 운영 주체에게 과태료가 부과되죠.”


애매하다고 생각된 점이 해결이 된 셈이다.


“수분 있는 제품 등을 담기 위한 비닐봉투(속비닐)의 기준은 어떻습니까?”


이단아는 먹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보여주며, “누수 가능성이 있는 이런 제품은 속비닐 사용이 가능하죠.” 말했다.


속비닐을 요약하면 이렇다.
- 포장 시 수분이 필수로 함유되거나 액체가 누수 될 수 있는 제품(어패류, 두부, 정육 등) 등은 속비닐 사용이 가능하다.
- 아이스크림 등 상온에서 수분이 발생하고 내용물이 녹을 우려가 큰 제품은 속비닐 사용이 가능하다. 단, 온도의 차이로 인해 생기는 단순 수분의 경우 속비닐 사용이 불가하다.
- 겉면에 수분이 없더라도 포장이 되지 않은 1차 식품(벌크로 판매하는 과일, 흙 묻은 채소 등)의 경우 속비닐 사용이 가능하다.
- 생선‧정육‧채소 등도 이미 트레이 등에 포장된 제품을 담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과자, 일반가공식품 등 골라 담기와 같은 상품의 경우 1회용 봉투 및 쇼핑백 사용이 가능한지요?”


“이미 포장된 여러 품목을 담기 위한 것은 불가합니다.”


“그럼 벌크로 캔디, 젤리 등을 판매하는 경우 고객이 골라 담아온 것을 1회용 봉투에 담아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한가요?”


“개별 포장하지 않고 벌크로 판매하는 경우 속비닐 사용이 가능합니다.”


“선물세트에 제공되는 패키지 쇼핑백은 규제대상인가요?”


“1회에 제공될 목적으로 제작‧배포된 제품은 사용이 불가하지요. 단, 제빵 등의 포장은 인정합니다.”


“대규모점포 내 입점한 와인샵에서 제공되는 와인용 쇼핑백은 규제대상인가요?”


“대형점포이므로 규제를 적용받습니다. 다만, 와인용 쇼핑백 중 상자 형태의 경우 포장으로 간주돼 사용이 가능하고요.”


일회용에 제공할 목적인 봉투 및 쇼핑백의 규제대상은 합성수지, 종이 재질에 단면 이상을 합성수지 등으로 도포한 것 등이다.


그러니 규제되지 않는 대상은 종이, 생분해성수지(환경표지인증), 종이 재질 단면에 UV 코팅 이외의 코팅, 라미네이션 쇼핑백, B5(182㎜×257㎜) 또는 0.5ℓ(500㎤)이하의 비닐 봉투‧쇼핑백, 망사‧박스 및 자루 형태로 제작된 봉투·쇼핑백, 이불, 장판 등 대형물품을 담을 수 있도록 제작된 50리터 이상의 봉투 등이다.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비닐 포장재가 개발되고 있다.


▲다양한 친환경 포장재



커피 한 잔씩 마신 후 그들은 동대문 시장으로 갔다. 대형점포와 시장 상황을 비교해 보기 위해서다.


“같은 동대문인데 평화시장은 쓰고 두타는 못 쓰는 이유가 뭡니까?”


“둘 다 대규모 점포로서 사용금지가 원칙이나 전통시장 배려의 뜻에서 잠정적으로 단속을 보류하는 것이죠.”


도매업의 특성을 감안해 물품을 담는 50리터 이상 대규모 비닐은 쓸 수 있다. 인근 제일평화시장은 같은 의류 도소매 시장이지만 전통시장이라는 이유로 현재는 단속하지 않는다. 남대문시장·서울풍물시장·경동시장 등도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영세 상인들의 어려움을 고려해서 전통시장은 아직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고 있다. 점차 일회용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도록 계도한다.


상가건물 1층의 반찬가게에 들어가 보니 포장된 반찬을 담는 검정 비닐봉지가 벽 한쪽에 줄줄이 걸려 있다. 속비닐 외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쓴다는 것이다. 작은 가게들이 모인 일부 상가 건물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가 건물도 대규모 점포에 해당한다. 일회용 비닐봉지를 쓸 수 없는데도 지키지 않는 데가 많다.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비닐봉투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안내판이 매장 곳곳에 붙어있어도 모른 척하고, “비닐봉지로 한 번 더 묶어주실 수 없나요?” 말할 땐, “이제 그런 거 안 쓰잖아요. 나라에서 금지해요.” 말하면 멋쩍어 한다.


소비자들은 1회용 비닐봉투 규제를 환영하지만 종이봉투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지침을 정확히 몰라 일부에서는 혼란이 야기되기도 한다.


아파트 단지 내 상가 건물의 슈퍼마켓에서 과자 몇 개와 음료를 주인은 말없이 검정 비닐봉지에 담아준다. 50평 미만이라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이것 역시 대규모 점포에 입점해 있어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된다.  


“환경보호가 목적이라면 모든 업소에서 비닐봉투를 규제하는 것이 정답인데, 지금의 규제는 환경도 아니고 돈의 논리도 아니고 그저 정치논리의 규제일 뿐이네요.”


일반 국민처럼 말하는 장기리가 순진해 보이기도 한다.


“금년이 총선 아닙니까.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느낌이 있어야죠. 제대한 지 얼마 안 되는 장 주무관님은 아직 순수한 면이 많으셔서…….”


“이 주무관님의 애인도 보통이 아니던데요?”


이단아의 애인 지태풍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제대군인은 그들의 연인관계를 이때 언급하는 게 적시안타로 생각하는 모양.


“그 사람은 시민단체 소속이니 사명감이 좀 다르잖아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그녀는 장기리를 일으켜 세워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다. 시장을 많이 돌아다녀서인지 피로하기도 하여 앉을 만한 곳을 찾다가 결국 중국집으로 향했다.


중국집 주인은 전화 받기에 바빴다. 점심때라 시장 여기저기서 주문이 폭주하는가 보다. 식당 종업원은 스티로폼 그릇에 비닐 랩을 싸기에 바쁘다.


“음식 배달이 문제로군요.”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장기리가 한심하다는 듯 말한다.


“그들도 알아서 하겠죠. 대책이 안 보이긴 하지만.”


이단아는 남의 일같이 말하는 것 같으나 속으로는 대한민국 백년대계의 환경오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가 일회용품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미국 메인 주는 국내 처음으로 일회용 스티로폼 용기사용을 금지했다.


스티로폼(폴리스타이렌)은 작은 입자로 부서져 다른 제품처럼 재활용할 수 없어 환경을 오염시키고 야생 동물을 해치며 심지어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주지사가 강조하기도 했다.


“위반 시 100달러 벌금이랍니다.”


장기리는 뉴스에서 보았다.


플라스틱폼 음식 용기가 미국에서 버려지는 폐기물 10위권 안에 드는 것으로 메인주의 경우 매년 3억 개 이상의 일회용 컵과 접시가 사용된다고 한다.


▲일회용 쓰레기의 공포



지구의날’ 4월 22일은 상당히 의미 있는 날이 되었다.
캘리포니아 원유 유출을 계기로 미 상원위원이 이날을 제안했다.


‘비닐 쓰레기 줄입시다!

지구는 일회용이 아닙니다!


이날만큼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지구를 위한 좋은 구호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도 비닐 봉투에 대한 고민은 크다.
뉴저지 주정부는 2020년 1월부터 소매점·식당에서 1회용 비닐봉지 사용 금지를 하고, 종이봉투의 경우에도 봉지당 10센트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50여 타운은 조례안 시행에 들어갔다.


비닐봉지 뿐 아니라 스티로폼 포장용기, 플라스틱 빨대 등 1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전면금지하는 법안이 채택되지 않은 것은 제조 업주들의 반대 로비가 거센 탓이다.


핀란드의 경우 매장에서 썩는 비닐봉투와 종이봉투를 연간 4장은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정책의 성공을 위해 정부가 종이봉투, 썩는 비닐봉투, 장바구니 대여 등 대체품을 시급히 마련해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


바나나에 대한 질의가 잇따르자 이단아는,


“겉면에 수분이 없더라도 포장되지 않은 1차 식품으로 속비닐이 허용됩니다.”


해석을 내놓았다.


지난해부터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크게 높아졌지만 일괄 규제가 아닌 예외 대상이 있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준 결과 ‘보다 실효성 있는 이행 로드맵’이 필요했다.


2015년 한국의 경우 비닐봉지 사용은 국민 1인당 연 420장, 일회용 컵은 연 514개로 비닐봉지 과다소비국이다.


‘의정부 쓰레기산’은 이미 유명해졌다.
이곳에는 26만 톤에 이르는 폐기물이 방치돼 있다. 현재까지 처리된 양은 2퍼센트도 안 되는 5,000톤 남짓이다.


의정부시 자원순환과가 밝힌 계약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혼합폐기물처리 업체와 톤당 12만원
- 소각처리 업체와 톤당 25만원
- 건설폐재류처리 업체와 톤당 4만원


그러나 운반 작업은 돌발 변수가 생기면서 중단됐다. 폐기물을 조금씩 걷어내던 중 쓰레기 더미 속에서 고장 난 덤프트럭과 폐섬유 등 예상치 못한 혼합폐기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처리 업체가 계약을 변경하자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폐기물 처리에 책정된 예산은 22억원이다. 이중 국비 70%, 경기도 10%, 의정부시 20% 부담이다. 폐기물 업체가 소유 재산이 없는 상황이라면 시의 구상권은 의미가 없다.


아휴!
  
경북 의성군 쓰레기산도 문제다. 폐기물은 비닐·플라스틱·목재·섬유 등 18만 톤 규모다. 재활용 가능 8만 톤, 소각 가능 3만 톤, 매립 가능 7만 톤이다. 쓰레기 더미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악취로 주민을 괴롭히고, 침출수로 낙동강을 오염시키니 처리가 시급하다.


환경부는 2020년 초 전국에 쌓여 있는 120만 톤의 불법 폐기물을 3년 이내에 모두 처리하기로 했다. 폐기물 책임자에게 처리를 촉구한다지만 국가 370억 원과 지자체 130억 원을 합해 총 500억 원 세금을 쓰레기 치우는 데 쓰는 셈이다.
   
지금도 매일 쏟아지는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기 버거운 상황에서 불법 쓰레기까지 공공소각장에서 감당하는 것은 무리다.


“왜 남의 쓰레기를 우리 동네에서 태우느냐?”


당연히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다.


이런 지경에 장난치는 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불법 투기 브로커가 활개 치는 상황에서 폐기물은 방치되기 십상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랍니다.”


경험에서 나오는 이단아의 지적이다.


“며칠 전에는 폐기물 처리업자와 브로커가 함께 걸려들었지요.”


“어떻게요?”


장기리는 호기심이 동해서 이단아의 대답을 기다렸다.


“폐기물 처리 비용이 급격하게 오른 상황에서 폐기업자는 톤당 3만원에 싸게 처리해 주겠다는 브로커의 유혹에 넘어갔지요. 결국 두 사람이 같이 쇠고랑…….”


현실은 쓰레기를 치워도 어딘가에 불법 쓰레기가 또 쌓인다는 것이다.


한국 쓰레기 대란은 2017년 중국이 플라스틱 수입 중단 조치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수출이 막힌 데다 국내에서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다.


“쓰레기산이 몇 개나 되나요?”


장기리가 이단아의 머릿속에 있는 정보를 끌어내고 싶었다.


“현재 전국 235곳 120만 톤에 달하죠.”


“처리할 매립·소각·연료 재처리 시설 등은 어떻습니까?”


“태부족이죠.”


편리한 일회용품의 사용 대가는 고스란히 환경오염으로 돌아오고 있다. 미세먼지 역시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과 낭비적인 전력 소비에 기인하는 점이 있다고 두 사람은 동의한다.


“이럴 때 환경단체의 주장이 궁금합니다.”


“대체로 이런 방향이죠.”


제안된 내용은 이렇다.
-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부활
-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금지 전통시장 등으로 확대
- 종이 팩 별도 수거·재활용 강제


▲쓰레기산: 사람도 환경도 몸살



쓰레기 처리시설 확충은 답이 아니다. 우선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법안이 필요하다.


각국은 환경오염국 오명 벗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필리핀·태국·인도네시아·말레시아·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도 플라스틱 폐기물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소극적 대응은 ‘환경오염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다.
 
2019년 필리핀 중북부 해안가에서는 길이 2.6m의 꼬마 향유고래가 고통에 몸부림치다 10시간 만에 죽었는데, 부검 결과 배 속에서 약 500그램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다. 고래의 위를 가로막은 것이다.


2019년 5월 필리핀 환경단체는 주필리핀 캐나다 대사관 앞에서 쓰레기 2,450톤을 가져가라며 시위를 벌였다. 캐나다와 외교 갈등을 빚을 정도다. 2019년 3월 한국의 쓰레기 1,200톤이 필리핀에서 유턴해 온 것도 좋은 예이다.


영국과 미국, 호주에서 온 플라스틱 폐기물의 범람에 동남아시아가 반격을 개시했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쟁까지 언급했다.


중국에 이어 둘째로 많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국인 인도네시아 문제도 심각하다. 인도네시아는 매년 98억 개의 비닐봉지를 사용하며 95%는 쓰레기로 처리된다. 플라스틱 빨대가 매일 1억 개씩 사용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플라스틱과 포장 랩 등의 사용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도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물병 줄이기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태국은 바다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리는 나라 중 5위를 차지한다. 2021년부터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의 수입을 전면 금지할 계획이다.  


“동남아 중 방글라데시는 가장 먼저 친환경 움직임을 시작했다는데 가난한 나라에 특별한 이유라도?”


“특별한 이유가 있죠.”


방글라데시는 2002년 세계최초로 얇은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다. 얇은 비닐봉지가 홍수 때 배수로를 막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나라는 수출에 사용되는 비닐봉지를 제외하고 비닐봉지 생산·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2019년 5월 말레이시아는 미국·영국·일본·사우디아라비아·캐나다·호주·중국·스페인 등 10개국에서 밀반입된 쓰레기 450톤을 본국으로 돌려보냈다. 외국발 폐기물 규모가 3,000톤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중국의 조치에서 비롯했다.

2018년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중단한 이후 동남아시아로 향했던 선진국 쓰레기들이 줄줄이 ‘유턴 조치’를 맞고 있다. 동남아도 “더는 선진국의 쓰레기 처리장이 되지 않겠다”며 쓰레기 밀반입을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이 문 걸어 잠그니 동남아로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난 셈이군요.”


“그렇다고 봐야죠.”


이단아가 수긍했다.


전 세계 플라스틱과 종이 등 쓰레기 수출의 절반을 처리해 온 중국이 ‘노 댕큐’ 하자 선진국 쓰레기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동남아로 향한 것이다.


한편 케냐에서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된 이유는 색다르다.
케냐 초원에서 비닐을 삼킨 코끼리가 갑자기 죽자, 2017년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금지 시켰다.


90년대 비닐봉지가 케냐의 모든 유통과정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장을 보면 바나나, 토마토, 양파, 생선 등 모든 것이 비닐봉지에 각각 싸서 판매되었다. 편리했지만 한번 쓰고 버려진 폐비닐은 하수구를 막아 홍수를 일으켰고 강은 더러워졌다.


“더러는 바람에 날려갔어요.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요?”


이단아는 장기리를 앞에 두고 신나게 설명해 나갔다.
거리 가로수에 빨간색, 노란색, 검정색 열매가 아니라 비닐이 매달렸다. 흉측했다. 초원에서 풀을 먹던 소와 코끼리가 갑자기 죽었다. 비닐을 먹은 것이다. 정부는 결국 비닐봉지사용 전면금지를 법으로 정하고 규제했다.


20세기 플라스틱 발견은 멋진 일이다. 그러나 모든 곳에 확산된 플라스틱은 자연의 흐름을 막았고 생명의 숨통을 끊었다. 사람들은 비닐이 해롭다는 것을 몸으로 경험했지만 비닐봉지 사용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람이 버린 MSG 쓰레기에 중독된 코끼리



커피전문점에서 플라스틱 컵이 사라지고 마트에선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됐지만 정작 일회용품 사용이 훨씬 많은 배달·배송업체는 아무런 제한 없이 일회용품을 물 쓰듯 쓰고 있다.
 
배달원은 하나같이 배달통에서 비닐봉지를 꺼낸다. 음식 가짓수대로 사용된 플라스틱 용기와 플라스틱 숟가락 등 비닐봉지엔 일회용품이 한가득이다.


신선식품 배송업체에서 생선과 달걀 등 총 8개 식품을 주문하니 박스 3개가 배달됐다. 일부 식품은 아이스팩과 함께 스티로폼 박스에 포장됐고 깨지기 쉬운 병은 비닐 완충제로 둘둘 말았다. 포장된 바나나는 스티로폼 재질의 싸개로 한 번 더 감쌌다.


마트에서 물건을 샀다면 종량제 봉투 하나지만 배송 서비스에선 포장재 등 일회용품 9개가 추가로 사용됐다.


마트에선 속비닐 한 장 쓰기도 어려운데 배달·배송업체들은 일회용품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2013년 100만 명도 안 됐던 배달앱 이용자는 2018년 2,500만 명까지 늘었다.
배송 서비스 주문액은 3년 새 40배가 증가했다.


이런 까닭에 국민 1인당 연간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량은 세계 두 번째, 생활폐기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창피하다.
대책이 없나?


“전문 배달업체는 공동용기를 사용하고 세척·소독해서 각 음식점에 공급해주면 어떨까요?”

장기리가 이단아에게 제안해 보았는데 현실성은 아직 그렇다.


자고 나면 생기는 쓰레기 산을 막으려면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40%가까이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의 재생에너지 비중 70% 목표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한국이 세계에서 7번째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고, 대기오염도 심각하다.
  
플라스틱 분리수거를 잘하더라도 품질이 떨어져 재활용률은 높지 않다.
그린피스 사무총장의 지적을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배달음식 쓰레기가 몇 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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