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사

아르고 원정대(아르고나우테스 원정, 아르고나우타이 원정) 이야기

작성일 작성자 道雨




아르고 원정대(아르고나우테스 원정, 아르고나우타이 원정) 이야기



* 아르고나우테스 : 그리스 전설에서 이아손과 함께 '아르고선(船)'을 타고 황금 양털을 구하러 간 50명의 영웅.



황금 양털을 구해오는 일은 원래 이아손의 아버지 아이손으로부터 테살리아 이올코스의 왕위를 찬탈한 삼촌 펠리아스가 이아손에게 맡긴 것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이아손의 삼촌인 아타마스는 첫번째 아내인 구름의 여신 네펠레와의 사이에 프릭소스와 헬레라는 두 자식을 낳았다.

2번째 아내인 이노는 네펠레의 자식들을 미워하여, 기근을 해결하는 유일한 수단은 프릭소스를 제물로 바치는 것이라고 아타마스를 설득했다.


그러나 프릭소스가 제물로 바쳐지기 전에, 네펠레의 유령이 프릭소스에게 황금 털을 가진 양을 가져다주어, 그와 여동생 헬레는 그것을 타고 바다를 건너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헬레는 양의 등에서 떨어져 익사했고, 그곳이 뒤에 헬레스폰트라고 이름 붙여진 해협이다.


프릭소스는 무사히 건너편에 이르렀으며, 흑해 연안을 따라 멀리 콜키스까지 나아가서 양을 제물로 바치고, 아레스의 숲에 그 양털을 매달아, 잠자지 않는 용으로 하여금 그것을 지키게 했다.


그 양털을 찾아오라는 임무를 맡은 이아손은, 원정에 참가할 그리스의 가장 뛰어난 영웅들을 불러모았다.

원래의 이야기에 따르면, 원정대는 이아손 자신의 종족인 미니안족의 주요성원들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나중에 더 유명한 다른 영웅들이 추가되었고 한다.


그들은 예언자들만 사는 땅인 렘노스에 도착하여 거기에서 여러 개월을 머물렀다. 그리고 헬레스폰트로 나아가던 중, 돌리오네족이 사는 나라에 이르러, 그곳의 왕 시지코스에게 후한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다시 항해를 떠난 그들은 폭풍 때문에 같은 곳으로 되돌아왔고, 그들을 알아보지 못한 돌리오네족의 공격을 받았으며, 뒤이은 전투에서 이아손은 시지코스를 죽였다.


베브리케족이 사는 나라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아미코스라는 왕에게 권투시합을 도전받았으며, 폴리데우케스가 그 도전을 받아들여 그를 죽였다.


흑해 어귀에서 그들은 하르피이아들 때문에 항상 식량을 망치는 눈멀고 나이든 왕 피네우스를 만났다. 보레아스의 날개달린 아들들이 피네우스를 해방시켜주자, 피네우스는 그들에게 콜키스로 가는 길과 심플레가데스, 즉 절벽의 밑뿌리가 움직여 지나가려는 것은 무엇이든지 박살내는 2개의 절벽인 키아네아 암벽들을 지나가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아손은 그의 조언에 따라 비둘기 1마리를 미리 보내 암벽에 끼어 죽게 한 다음, 암벽이 다시 되돌아가는 사이에 '아르고선'을 빠져나가게 했다.

그 이후로 그 암벽은 고정되어 다시는 닫히지 않았다.


아르고나우타이는 마침내 콜키스에 도착했으나, 그곳의 왕 아이에테스는 황금 양털을 내놓는 조건으로 이아손에게 불을 내뿜는 황소들을 쟁기에 잡아매어 아레스의 들판을 갈라고 요구했다. 들판을 다 갈고 거기에 용의 이빨을 심으면 거기에서 무장한 용사들이 솟아오른다는 것이었다.


이아손과 사랑에 빠진 아이에테스의 딸인 마법사 메데이아는 그에게 불을 막아내는 고약을 주고, 용의 이빨에서 태어날 용사들에게 돌을 던지면 자기들끼리 싸우다 죽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침내 이 과제를 완수했으나 아이에테스는 여전히 황금 양털을 넘겨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메데이아가 용을 잠들게 한 사이에, 이아손은 양털을 가지고 메데이아와 함께 몰래 달아날 수 있었다.


귀향길에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마침내 '아르고선'은 이올코스에 도착하여 코린트 지협에 있는 포세이돈에게 바쳐진 숲속에 정박하게 되었다.

이들의 원정에 관한 이야기는 적어도 호메로스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오디세우스의 방랑에 관한 이야기도 부분적으로는 여기에 기초를 둔 것으로 보인다.

고대에는 이 원정을 역사적 사실, 즉 그리스인이 흑해에서 무역과 식민지 사업을 개척한 사건에 관한 이야기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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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나우타이 원정대




아르고나우타이(고대 그리스어: Αργοναύται)는 고대 그리스 전설에서 영웅 이아손과 함께 황금양모를 구하기 위해 콜키스로 떠난 50명의 영웅들을 말한다. 아르고나우타이 의 뜻은 '아르고 배의 선원들'이란 뜻으로 이 영웅들이 타고 간 배의 이름이 아르고였다. 이들을 아르고 원정대라고 부른다.

이야기

이올코스의 왕 크레테우스가 죽자, 이올코스의 왕위는 아들 아이손에게 돌아가야 했다. 그러나 아이손이 아직 어렸기 때문에, 아이손의 형 펠리아스 (아이손의 어머니 티로포세이돈 사이에서 태어남)는 아이손을 감금하고 왕위를 찬탈한다.

아이손은 유배지에서 아들 이아손을 몰래 낳았는데, 이아손은 장성하여 이올코스로 돌아와 자신의 왕위계승권을 주장한다.


펠리아스는 콜키스에 있는 황금양피를 가져오면 왕위를 내놓겠다고 말한다.

이아손은 그리스 각지에서 영웅들을 모으는 한편, 아르고스라는 사람에게 크고 빠른 배를 만들게 한다. 이렇게 지어진 배가 바로 아르고 호이다.


이아손은 자신의 모험을 함께 할 모험가들을 아르고 호에 태우고 원정을 떠나는데, 그 숫자는 전승에 따라 다른데, 대략 50명이었다.


이아손이 이끄는 원정대는 이올코스의 파가사이를 떠나 수많은 모험을 경험한다. 특히 하르퓌아이에게 고통을 받던 피네오스 왕을 구해주었는데, 그 보답으로 피네오스는 콜키스로 가는 길과 난파선을 만드는 암벽들을 지나가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아손은 피네오스의 조언에 따라 비둘기를 미리 보내 암벽이 합쳐지게 한 다음, 암벽이 다시 되돌아가는 사이에 아르고 호를 빠져나가게 했다.(이 때 비둘기의 꽁지깃이 끼어 빠졌다고도 한다.)


이들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파시스 강의 탁류를 거슬러올라가, 콜키스(지금의 흑해 연안 그루지아 부근)에 도달하였다.

이아손은 콜키스의 왕 아이에테스에게 황금 양피를 요구했다.


아르고 호 - 로렌조 코스타



아르고호의 선원들

아르고호의 선원들의 정확한 명단을 밝혀진바가 없다. 다음은 여러 문헌에 나오는 선원들의 이름을 모은 것이다.

  1. 나우폴리오스 : 뱃길 잘 헤아리는 아르고스사람
  2. 네스토르 : 나중에 트로이 전쟁에도 참가함, 장수(長壽)한 것으로 유명함
  3. 라에르테스 : 오디세우스의 아버지
  4. 린케오스 : 천리안을 가짐, 원정대의 망보는 사람, 이다스의 형제
  5. 메데이아 : 이아손의 부인, 원정대의 대원으로 포함하지 않기도 함
  6. 멜라스 :
  7. 멜레아그로스 : 칼리돈오이네우스의 아들, 냄새에 민감한 사냥꾼
  8. 몹소스 : 원정대의 예언자
  9. 벨레로폰 : 키마이라를 처치한 영웅
  10. 보레아드 : 쌍둥이 형제 칼라이스와 제토스, 북풍의 신 보레아스의 아들들
  11. 부테스
  12. 아드메토스 : 페라이의 왕, 페레스의 아들
  13. 아르고스 : 아르고 호를 제작한 사람
  14. 아우톨루코스 : 헤르메스의 아들
  15. 아이탈리데스 : 헤르메스의 아들, 원정대의 전령역할
  16. 아스칼라포스
  17. 아카스토스 : 펠리아스의 아들, 투창의 명수
  18. 아탈란테 : 일설에 의하면 그녀는 여자였기 때문에 이아손이 배에 태우지 않았다고 함. 유일한 여자 선원
  19. 악토르 : 히파소스의 아들
  20. 안카이오스 : 원정대의 조타수
  21. 암피온
  22. 에키온
  23. 에르기노스 : 밀레토스사람, 머리가 하얗게 셈
  24. 에우페모스 : 포세이돈의 아들, 원정대의 조타수 역할
  25. 에우리알로스
  26. 오이디푸스 : 라이오스의 아들, 테바이의 왕
  27. 오일레우스
  28. 오르페우스 : 악기의 명인
  29. 이다스 : 발이 빠른 것으로 유명, 륀케오스와 형제지간
  30. 이드몬 :원정대의 망꾼, 눈/귀가 밝음
  31. 이아손 :원정대의 대장, 영어발음은 제이슨
  32. 이올라오스 : 헤라클레스의 조카
  33. 이피토스 : 현상들을 신의 뜻으로 풀기를 좋아함
  34. 카스토르 : 씨름 잘 하기로 유명
  35. 클뤼티오스 : 에우뤼토스의 아들, 아폴론에게 활쏘기 시합을 도전했다가 죽임을 당함.
  36. 탈라오스
  37. 텔라몬 : 헤라클레스의 절친한 친구, 펠레우스의 형.
  38. 티피스 : 원정대의 저타수, 알 수 없는 병으로 죽음
  39. 파트로클로스 : 아킬레우스의 절친한 친구 혹은 연인
  40. 팔라이몬 : 헤파이스토스의 아들
  41. 펠레로스 : 주신 디오니소스의 사생아
  42. 페리클뤼메노스 : 포세이돈의 아들, 둔갑의 도사
  43. 페이리토스 : 걸어다니며 세상 소문을 많이 들음
  44. 펠레우스 : 아킬레우스의 아버지, 텔라몬의 동생
  45. 필록테테스 : 활의 명인
  46. 포리클리메노스 :넬라오스의 아들
  47. 포이아스 : 활의명수
  48. 폴리데우케스 : 틴다레오스의 아들, 권투잘하기로 유명, 헤파이스토스에게 부탁 오른손에 쇠주먹을 담
  49. 프론티스
  50. 헤라클레스 : 유명한 영웅, 힐라스를 찾기 위해서 아르고 호 원정에 빠진다.
  51. 힐라스 : 일설에 따르면 헤라클레스의 아들,혹은 딸린 부동. 샘의 요정들에 유혹당해 중도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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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나우타이 이야기



55몀의 아르고나우타이 원정대



이아손은 ‘여성 이야기’ 중 ‘악녀 메데이아’에 등장하는 영웅이다. 그는 펠리아스(Pelias) 왕의 명령으로, 아르고 호를 타고 그리스의 이올코스(Iolkos)를 떠나, 흑해 연안의 콜키스(Cholkis)로 황금양피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

그의 모험의 특징은 페르세우스, 헤라클레스, 테세우스처럼 혼자가 아니라, 다른 영웅들과 함께 팀을 이뤄 모험을 한다는 것이다.

이아손의 모험을 그린 작품이 바로 BC 3세기경 로도스(Rhodos) 섬 출신이었던 아폴로니오스가 쓴 『아르고 호의 모험』이다.


아폴로니오스는 그 당시 알렉산드리아의 교양 있는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아르고 호의 모험』을 썼다. 그래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지 않는다.

황금양피를 가지러 가게 되는 배경도 작품 중간쯤에 가서야 비로소 언급된다. 아르고 호의 신화는 당시 독자들이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으로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미 앞의 ‘악녀 메데이아’ 부분에서, 아르고 호의 모험의 배경이 되는 황금양피에 얽힌 이야기와 이아손이 그리스로 귀환한 뒤의 행적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언급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이아손이 콜키스를 거쳐 다시 그리스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어떤 모험들을 겪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만 『아르고 호의 모험』을 통해 알아볼 것이다.



아르고 호, Lorenzo Costa, 16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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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손은 이올코스의 펠리아스 왕이 황금양피를 가져오라고 명령하자, 당장 전령을 띄워 그리스 전역에 흩어져 있는 영웅들을 모집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인터넷 공지를 한 것이다.

그러자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54명의 영웅들이 이올코스로 속속 모여들었다. 그리스 신화 속 영웅들은 아무리 위험한 모험이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은 일찍이 시련을 통해서만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쳤던 것이다.


신화 작가들마다 아르고 호의 모험에 동참한 영웅들의 리스트는 다르지만, 그들 모두가 공통으로 언급하는 영웅들이 있다. 헤라클레스(Herakles), 오르페우스(Orpheus), 폴리데우케스(Polydeukes)와 카스토르(Kastor) 형제, 제테스(Zetes)와 칼라이스(Kalais) 형제, 텔라몬(Telamon)과 펠레우스(Feleus) 형제, 쌍둥이 이다스(Idas)와 링케우스(Lynkeus), 아드메토스(Admetos), 페리클리메노스(Periklymenos), 아우게이아스(Augeias), 아르고스(Argos), 티피스(Tiphys)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 이외에 자주 언급되는 영웅들은 멜레아그로스(Meleagros)와 예언가 이드몬(Idmon)과 몹소스(Mopsos) 등이다. 가끔 테세우스(Theseus)와 여자 영웅 아탈란테(Atalante)도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폴로니오스에 의하면, 테세우스는 이 시기에 친구 페이리토오스와 지하 세계에 있었고, 아탈란테는 같이 가고 싶어 했지만 이아손이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아손은 여자가 있으면 불화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아손의 부탁을 받고, 우선 아게노르(Agenor)의 아들 아르고스가 아테나 여신의 도움으로 배를 만들었다. 그 배는 50명 이상이나 탈 수 있는 그 당시로서는 항공모함 급이었다.

배 이름은 배를 만든 아르고스의 이름을 따서 아르고(Argo) 호라고 명명했다. 아테나 여신은 도도나(Dodona)에서 가져온 참나무를 선수에 박아 넣었다. 참나무는 인간처럼 말을 할 수도 있었다.


영웅들이 모이자, 이아손은 대장을 뽑자고 제안했다. 그들은 모두 만장일치로 헤라클레스를 추대했다. 헤라클레스는 이미 상당한 명성을 누리고 있었고, 일원 중 가장 힘이 셌다.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대장직을 거절했을 뿐 아니라, 바로 원정대를 조직한 이아손이 대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두들 그 말에 찬성하고 티피스를 조타수로 임명하고 아르고 호의 진수식을 거행했다.

바로 그때 아르고스와 아카스토스(Akastos)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아르고스는 자기가 직접 만든 배를 그냥 떠나보낼 수가 없었다. 또한 펠리아스의 외아들 아카스토스는 이아손을 좋아했다. 모험을 하고 나서 얻을 명성에도 욕심이 났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의 뜻을 어기고 원정에 동참했다.


그들은 출항하기 전 항해의 신 아폴론에게 제물을 바치고 무사 귀환을 빌었다. 제사가 끝나자, 예언가 이드몬은 자신을 제외한 모든 영웅들이 무사히 귀환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하지만 그는 일찍부터 자신이 항해하다가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모험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침이 되자 선수에 박혀 있던 말하는 도도나의 참나무가 영웅들에게 빨리 떠나라고 독려했다. 아르고 호는 마침내 파가사이(Pagasai)만을 출발하여 마그네시아(Magnesia) 반도를 끼고 돌면서, 에게 해 서쪽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갔다. 마침내 아르고 호의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며칠 뒤 아르고 호의 왼쪽 편에 오사(Ossa) 산이 보였다. 한참 후에 올림포스(Olympos) 산이 보이자, 그들은 바로 동쪽으로 항로를 틀었다.





아르고 호의 모험 경로



렘노스 섬

아르고 호의 모험 경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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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맨 먼저 정박한 곳은 렘노스(Lemnos) 섬이었다.

언젠가 렘노스 여인들은 아프로디테 여신을 섬기는 것을 게을리 한 적이 있었다. 여신은 그 벌로 여인들에게서 지독한 악취가 풍기게 했다. 남편들은 그때부터 아내들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 대신 그들은 트라케(Thrake)를 약탈하여 여인들을 집으로 납치해 와 사랑을 나누었다. 아이들도 트라케의 여인들에게서만 생겨났다. 렘노스의 여인들은 질투심으로 눈이 뒤집혔다.


그들은 어느 날 남편들이 모두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간 틈을 타 회의를 소집하여, 렘노스의 모든 남자들을 몰살하기로 결의했다. 이어 저녁에 남편들이 돌아오자, 잔뜩 술을 먹인 다음, 곯아떨어진 그들을 모두 잔인하게 살해했다. 그들은 남편들뿐 아니라 트라케의 여인들도 모두 죽였다. 후환을 없애기 위해 자신들이 낳은 아들뿐 아니라 트라케의 여인들에게서 낳은 아들들도 모두 죽여 없앴다. 그때부터 그들은 트라케가 자국 여인들의 원수를 갚으러 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트라케 쪽으로부터 아르고 호가 렘노스 해안에 도착하자, 렘노스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그들은 그동안 트라케의 침공을 두려워하며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드디어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고 오해했다.

렘노스의 여인들은 모두 한때 렘노스의 남자들이 쓰던 무구로 완전 무장을 하고 시장 광장에 모였다. 여왕 힙시필레는 아버지이자 전왕 토아스(Thoas)의 무구로 무장했다. 그녀는 사실 아버지만은 차마 죽일 수 없어 배에 태워 몰래 살려 보냈었다.

이아손은 그녀에게 헤르메스의 아들 아이탈리데스(Aithalides)를 전령으로 보내 정중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힙시필레가 전체 회의를 소집하여, 영웅들을 해변에 묵게 한 다음 아침에 물자를 충분하게 주어 조용히 떠나보내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힙시필레의 늙은 유모 폴릭스(Polyxo)가 그 말에 반대했다. 그녀는 자신들이 늙어 죽고 나면 누가 렘노스의 주인이 될지 생각해 보라고 충고했다. 그녀는 영웅들을 아예 집안으로 초대하여 눌러앉게 하자고 제안했다. 여인들은 약간 두렵기는 했지만 긴 토의 끝에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여인 천하였던 렘노스에서는 그동안 새로운 세대는 태어나지 않고 기존의 사람들만 죽어나가, 자꾸 줄어들기만 하는 인구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었던 것이다. 힙시필레는 자신의 전령을 보내 영웅들을 초대했다.


이아손을 비롯한 다른 영웅들은 이 초대에 기꺼이 응했다. 하지만 헤라클레스(Herakles)는 이아손의 행동이 마뜩찮았다. 그는 힙시필레의 초대에 응하지 않고, 시종 힐라스(Hylas) 그리고 몇몇 영웅들과 함께 배에 남았다. 이아손은 힙시필레의 궁전으로 가고, 다른 영웅들도 각각 여인들 하나를 정해 그들 집으로 떠났다.


힙시필레는 이아손에게 예전에 렘노스에서 벌어진 사건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어서 전했다. 자신들에게 소홀한 남편들을 집에 못 들어오게 했더니, 트라케 여인들과 함께 아들들을 데리고 트라케로 모두 떠나버렸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아손에게 렘노스에 남아서 왕위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이아손은 호의는 고맙지만 곧 떠나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며칠이 흘러도 이아손을 비롯한 영웅들이 돌아오지 않자, 헤라클레스는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이아손에게 자신의 전령을 보내, 여자들과 놀아나려고 원정대를 조직했냐고 비아냥거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이아손이 즉시 영웅들을 소집하여 부랴부랴 아르고 호로 돌아왔다. 렘노스의 여인들은 슬펐지만, 그들을 떠나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목적은 이루지 않았는가.



아르고 호의 영웅들에게 결박당한 아미코스 왕, BC 425-400년경의 도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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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들이 떠난 뒤 렘노스에 죽은 남자들을 대신해 줄 새로운 세대가 태어났다. 힙시필레는 에우네오스(Euneos)와 데이필로스(Deipylos)라는 두 아들을 낳았다.

그녀는 아들을 낳으면 이올코스의 할아버지 아이손에게 보내라는 이아손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그 후 여왕 힙시필레는 렘노스의 모든 남자들을 죽이자는 결정을 따르지 않고 아버지 토아스를 살려준 사실이 밝혀져 노예로 팔렸다. 하지만 그녀의 아들 에우네오스는 트로이 전쟁 당시 렘노스의 왕이었다.


키지코스 왕

아르고 호의 모험 경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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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노스를 떠난 아르고 호는 곧바로 헬레스폰토스로 향하지 않고 사모트라케(Samothrake) 섬에 들렀다. 영웅들은 오르페우스의 제안에 따라 그곳의 신비 의식에 참여해서 안전한 항해를 기원했다. 이어 사모트라케를 출발한 아르고 호는 중간 기항 없이 헬레스폰토스를 통과해서 돌리오네스(Doliones)족의 나라에 도착했다.


돌리오네스족의 나라는 주둥이를 묶은 자루처럼 해안으로 자루처럼 불쑥 튀어나온 반도였다.

돌리오네스족의 키지코스(Kyzikos) 왕은 이아손보다 어렸다. 예언가 메롭스(Merops)의 딸 클레이테(Kleite)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아이도 없었다.

그는 아르고 호의 영웅들을 극진히 대접하라는 신탁을 받은 터라, 그들에게 풍성하게 주연을 베풀어주었을 뿐 아니라, 떨어진 물자를 충분하게 보충해 주었다.


다음날 아침 이아손을 비롯한 대부분의 영웅들은 출발하기 전 반도 중앙에 있는 딘디모스(Dindymos) 산에 올랐다. 그들은 앞으로 항해하게 될 동쪽 해안의 지형을 살펴보고 싶었다. 키지코스 왕은 마르마라(Marmara) 해안의 종족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이야기 해주었지만, 보스포로스(Bosporos) 해협 너머의 나라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그런데 키지코스 왕은 그들과 같은 섬에 이웃해서 살고 있는 거인 족들에 대해서도 이아손 일행에게 주의를 주지 않았다. 거인들은 여섯 개의 팔이 달린 괴물들로, 그동안 감히 돌리오네스족은 공격하지 못했다. 돌리오네스족이 포세이돈 신의 보호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괴물들 중 일부가 아르고 호에 영웅들이 몇 남아 있지 않은 것을 간파하고 곧 약탈 대상으로 삼았다. 그들은 배에 남아 있던 헤라클레스가 누구인지 알 턱이 없었다.

그들이 공격해 오자 헤라클레스는 무시무시한 올리브 몽둥이로 단숨에 몇을 해치웠다. 나머지 괴물들은 연락을 받고 급히 산에서 내려온 다른 영웅들이 합세해서 소탕했다.


영웅들은 죽은 괴물들을 해안에 아무렇게 버려두고, 꾸불꾸불한 해안을 따라 동쪽으로 하루 종일 항해를 계속했다. 하지만 저녁 무렵 갑자기 역풍이 불어 배가 뒤로 자꾸 밀려갔다. 간신히 적당한 곳을 찾아 상륙했지만, 너무나 밤이 깊은 탓인지 노련한 키잡이 티피스(Tiphys)조차도 그곳이 아침에 출발한 돌리오네스족의 인구 밀집 지역에서 아주 가까운 그들의 영토인지를 몰랐다.

돌리오네스족들도 야음을 틈타 군대가 상륙하는 것을 보고 그들을 해적으로 오인했다. 그동안 해적들이 자주 해안 마을들을 약탈했기 때문이다.

돌리오네스족 군사들이 그들을 몰아내기 위해 해안으로 몰려왔다.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지만, 돌리오네스족은 엄청난 사상자를 내고 성으로 도망쳤다. 아침이 되어서야 영웅들은 자신들이 죽인 자들이 누군지를 깨닫고 깜짝 놀랐다. 시체 중에는 키지코스 왕도 있었다. 그의 가슴에는 이아손의 창이 꽂혀 있었다.


아르고 호의 영웅들과 돌리오네스족은 슬픔에 싸여 왕의 시신을 화려하게 장사지냈다. 키지코스의 젊은 왕비 클레이테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장례식 중 목매 자살했다.


장례식이 끝나자 극심한 폭풍우가 일어났다. 폭풍우는 잦아들 줄 몰랐다. 아르고 호는 열이틀 동안이나 섬에서 꼼짝하지 못했다.

예언가 몹소스가 딘디모스 산에 올라가 그곳에서 위대한 여신으로 추앙을 받았던 키벨레(Kybele) 여신을 달래야 한다고 예언했다. 그들은 산 정상에 있는 여신의 낡은 제단에 나무로 여신상을 깎아놓고 제물을 바쳤다. 그들은 완전무장을 한 채 제단 주위를 빙빙 돌면서 창과 방패를 두드렸다. 그들이 내는 소리는 가장과 아버지와 남편을 잃은 돌리오네스족의 오열하는 소리를 뒤덮을 정도로 엄청났다. 제사가 끝나자 폭풍우가 순식간에 멎었다.


미시아

다음날 아침 돌리오네스족의 나라를 출발한 아르고 호 영웅들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누가 지치지 않고 가장 늦게까지 노를 저을 수 있는가를 놓고 시합을 벌였다. 그런데 헤라클레스가 너무 세게 노를 젓는 바람에 그만 노를 부러뜨렸다.

그들은 시합을 중단하고 가까운 미시아(Mysia) 해안에 잠깐 정박하여 쌓인 피로를 풀기로 했다. 상륙 지점은 키오스(Kios) 강 어귀에서 가까운 만이었다. 헤라클레스는 동료들이 쉬는 사이 숲으로 들어가 새 노를 만들 나무를 물색했고, 그의 시종 힐라스는 페가이(Pegai) 샘에서 물을 길렀다.


하지만 그가 샘물가에 엎드려 물을 뜨기 위해 수면에 머리를 숙이는 순간, 샘물의 요정들이 힐라스의 예쁜 얼굴을 보고 반한 나머지, 그만 그를 갑자기 물속으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힐라스는 ‘악’ 하는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샘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근처에서 폴리페모스(Polyphemos)가 힐라스의 외마디 비명을 듣고 달려왔지만, 그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힐라스가 산적들에게 납치당했다고 생각하고, 부랴부랴 헤라클레스를 찾아 그 사실을 알렸다. 헤라클레스는 힐라스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말을 듣고 깊은 충격을 받았다. 그는 밤새도록 미친 듯이 숲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힐라스의 이름을 불렀다.



힐라스와 요정들, John William Waterhouse, 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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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자 순풍이 불었다. 그러자 아르고 호는 순풍을 이용하려고, 일원들 중 헤라클레스 등 세 사람이 승선하지 않은 줄도 모르고 급히 출발했다. 한참 후에야 비로소 그들은 세 사람이 없는 것을 알아차렸다. 회향하려 했지만, 북풍신 보레아스의 아들 칼라이스와 제테스가 완강하게 반대했다.

바로 그때 바다의 신 글라우코스(Glaukos)가 파도를 헤치고 나타나, 헤라클레스가 콜키스로 가는 것은 제우스의 뜻이 아니라고 알려주었다. 헤라클레스는 에우리스테우스 왕을 위해 해야 할 과업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다.

글라우코스는 힐라스도 샘물의 요정들의 남편이 되어 행복하게 살 것이며, 폴리페모스는 미시아에 키오스(Kios)라는 도시를 건설할 운명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글라우코스의 말을 듣고 그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항해를 계속했다.


베브리케스인의 나라

미시아를 출발한 아르고 호는 꼬박 하루 낮 하룻밤을 쉬지 않고 달렸다. 영웅들은 지친 몸을 잠시 쉬려고 눈에 보이는 아무 해안에나 정박했다. 그곳은 베브리케스(Bebrykes)인들의 나라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베브리케스의 아미코스(Amykos) 왕이 부하들을 데리고 나타나 거만하게 말했다.


“너희 이방인들은 잘 들어라! 우리나라에는 예부터 내려오는 관습이 있다. 모든 이방인은 나와 권투 시합을 해야 한다. 만약 나를 이기지 못하면 이 나라에서 살아 나갈 수 없다.”


이 말을 듣고 폴리데우케스가 나섰다. 그는 타고난 권투 선수였다. 아미코스 왕과 폴리데우케스는 한참을 서로 싸웠지만 승부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싸움은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작되었다.

아미코스의 펀치는 거칠고 둔중했지만, 폴리데우케스 펀치는 부드럽고 날카로웠다. 마침내 폴리데우케스가 아미코스의 일격을 보기 좋게 피하더니, 잽싸게 앞으로 튀어 나와 그에게 회심의 한 방을 날렸다. 그의 주먹은 방심한 아미코스의 귀를 정통으로 맞추어 뼈를 으스러뜨렸다. 아미코스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 꼬꾸라져 죽고 말았다.

왕이 맥없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베브리케스인들이 무기를 들고 폴리데우케스에게 달려들었지만, 대비하고 있던 영웅들이 즉시 그들과 맞섰다. 곧 격렬한 싸움이 일어났지만, 베브리케스인들은 영웅들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예언가 피네우스

영웅들은 그곳에서 하루 낮 하룻밤을 쉰 다음 다시 출발해서, 이번에는 보스포로스 해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피네우스(Phineus)의 나라에 도착했다.


피네우스는 북풍신 보레아스(Boreas)의 딸 클레오파트라(Kleopatra)가 그의 아내였으니, 아르고 호의 영웅들 중 제테스와 칼라이스의 매부였다. 그곳 왕이자 예언가였던 그는 인간에게 신의 뜻을 너무 자세하게 알려주어 제우스의 미움을 사 시력을 잃었다.


그뿐 아니었다. 그가 무엇을 먹으려 하면, 어디선가 갑자기 괴물 새 하르피이아이(Harpyiai) 세 마리가 쏜살같이 날아와 음식을 낚아채 갔다. 조금 남아 있는 음식도 그들이 뿌린 악취가 풍겨 먹을 수가 없었다. 그는 영양실조로 피골이 상접하여 거의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는 아르고 호의 영웅들이 상륙했다는 얘기를 듣고, 이제 드디어 고통에서 벗어날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신탁에 의하면 북풍신의 아들 제테스와 칼라이스가 하르피이아이들을 쫓아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르피이아이, Ulisse Aldrovandi의 『괴물의 역사』 속 삽화,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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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 호의 영웅들은 그를 불쌍히 여겨, 당장 음식을 마련하여 피네우스 앞에 미끼로 내놓았다. 과연 어디선가 하르피이아이들이 나타나 잽싸게 그것을 낚아채 갔다.

북풍신의 아들답게 어깨에 날개가 달린 제테스와 칼라이스가 날 준비하고 있다가 재빨리 그들을 뒤쫓았다. 그러는 사이 영웅들은 피네우스 노인을 목욕시키고 진수성찬을 마련해 주었다. 피네우스는 정말 아주 오랜만에 맛있게 식사를 하고 나더니, 답례로 그들 앞에 닥친 난관들과 그것들을 해결하는 방법들을 알려주었다.


피네우스에 따르면, 아르고 호의 앞으로의 가장 큰 난관은 두 개의 바위 심플레가데스(Symplegades) 사이를 통과하는 일이었다. 이 바위는 보스포로스 해협 끝에 있으면서, 흑해와 에게 해를 이어주는 관문이었다. 어떤 물체가 그 사이를 지나가면 서로 부딪히는 바람에, 지금까지 그 누구도 배를 타고 에게 해에서 흑해로 넘어갈 수가 없었다.


그는 또한 흑해 남쪽 해안을 따라 콜키스로 가는 지형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다만 황금양피를 갖고 돌아오는 길에 대해서는, 많은 조력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며, 아프로디테의 도움만 믿으라고만 말했다. 피네우스가 예언을 마치자마자, 하르피이아이들을 추격했던 제테스와 칼라이스가 돌아와 경과를 보고했다.


“우리들은 스트로파데스(Strophades) 군도에서 그 괴물 새들을 따라잡았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칼을 빼어 막 그들을 해치우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Iris)가 나타나 제우스 신의 명령을 전했습니다. 새들은 단지 제우스의 명령만을 수행했을 뿐,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다시는 피네우스 노인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그들을 살려 주었습니다.”



하르피이아이의 추격, Erasmus Quellinus II., 1630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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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레가데스 바위

아르고 호의 영웅들은 피네우스를 그의 시종 파라이비오스와 백성들에게 안심하고 맡기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르고 호는 곡예하듯 꼬불꼬불하고 깎아지른 듯한 보스포로스 해협을 통과하여, 마침내 피네우스가 경고한 심플레가데스 근처에 도착했다. 바위는 짙은 바다 안개에 싸여 있었다.


영웅들은 피네우스가 알려준 대로, 먼저 비둘기 한 마리를 바위 사이로 날려 보냈다. 바위들이 비둘기의 꼬리 날개를 으깬 다음 다시 튀는 동안, 아르고 호의 영웅들은 아테나 여신이 나타나 뱃머리를 잡아 이끌어 주고, 오르페우스가 절묘한 리라 연주로 용기를 북돋우어 주자, 잽싸게 노를 저어 그 사이를 무사히 통과했다.

아르고 호는 비둘기가 꼬리를 잃은 것처럼 선미(船尾) 장식만 잃었을 뿐이다.

그 후 바위들은 해협 양쪽에 각각 뿌리를 박고 고정되었다.


그 후 거센 폭풍우가 배를 거의 조종할 수 없게 만들었지만, 아르고 호의 영웅들은 활처럼 휠 정도로 열심히 노를 저어, 불상사 없이 마침내 흑해에 도달했다.

그들은 남쪽 해안을 따라 가다가 곧 티니아스(Thynias)라는 조그만 섬에 도착했다.

영웅들이 뭍에 오르자, 갑자기 아폴로 신이 성스런 빛을 비치며 그들 앞에 나타났다. 신은 리키아(Lykia)에 있던 자신의 신전에서 북쪽 하늘 끝에 있는 히피르보레이오이(Hyperboreioi)의 나라로 가는 중이었다. 그들은 오르페우스의 연주와 찬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제단 하나를 세우고 아폴론에게 야생 염소를 바쳤다. 아폴론이 자신들 앞에 현현(顯現)한 것을 계기로, 아르고 호의 영웅들은 위험한 순간에도 서로 버리지 않기로 맹세했다.


마리안디노이족

아르고 호의 모험 경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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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고 호는 항해를 계속하여 아케루시아(Acherusia) 곶에 정박했다. 그 근처에는 지하 세계에서 발원하는 아케론(Acheron) 강이 흑해로 흐르는 어귀가 있었다. 그것은 헤라클레스가 케르베로스를 데려올 때 사용한 지하 세계의 입구였다.


어떻게 알았는지 그곳에 살던 마리안디노이(Mariandynoi)족의 왕 리코스(Lykos)가 미리 마중을 나와 영웅들을 열렬하게 환영했다. 그들의 숙적 배브리케스의 아미코스 왕이 죽었다는 소식이 벌써 그의 귀에까지 닿았던 것이다. 그는 아르고 호의 영웅들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시하며, 아들 다스킬로스(Daskylos)를 길잡이로 딸려 보내겠다고 자원했다.


다음날 영웅들이 다시 승선하려고 했을 때, 예언가 이드몬이 수컷 멧돼지의 공격을 받았다. 멧돼지는 리코스(Lykos) 강의 습지에 숨어 있다가 이드몬의 오른쪽 허벅지를 엄니로 물어뜯었다. 이다스가 재빨리 뛰어나가 다시 이드몬을 공격하려는 멧돼지를 창으로 찔러 죽였다. 하지만 이드몬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죽고 말았다. 아르고 호의 영웅들은 3일 동안 그를 애도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키잡이 티피스가 병에 걸려 죽었다. 동료들은 깊은 슬픔에 사로잡힌 채, 이드몬의 봉분 옆에 티피스의 봉분을 세웠다.

출발할 때가 되자, 앙카이오스(Ankaios), 에르기노스(Erginos), 나우플리오스(Nauplios), 에우페모스(Euphemos)가 차례로 키잡이 티피스의 역할을 맡겠다고 자원했다. 영웅들은 격론 끝에 앙카이오스를 티피스의 후임자로 선택했다.


시노페, 아마존, 칼리베스, 티바레네스, 모시코노이족

아케루시아 곶으로부터 그들은 며칠 동안 동쪽으로 항해를 계속하다가, 파플라고니아(Paphlagonia)의 할리스(Halys) 강변의 시노페(Sinope)에 도착했다. 시노페는 원래 아소포스(Asopos) 강의 딸이었다. 제우스는 그녀에게 반한 나머지 어떤 소원이라도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녀는 교활하게도 처녀성을 원했고, 이곳을 자신으로 고향으로 정하고 여생을 행복하게 보냈다.


시노페에서 영웅들은 우연히 세 젊은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테살리아 출신의 삼형제 데일레온(Deileon), 아우톨리코스(Autolykos), 플로기오스(Phlogios)였다. 그들은 헤라클레스가 아마존 원정을 갈 때 따라갔다가 실수로 그와 헤어져서 이곳에 남게 되었다. 마침 아르고 호에는 힐라스 등 세 명의 노 젓는 자리가 비어 있던 터라, 그들이 그 자리를 채워 주었다.


그 후 아르고 호는 아마존 족, 칼리베스(Chalybes)족, 티바레네스(Tiberenes)족, 모시코노이(Mosykonoi)족의 나라를 피네우스가 권한 것처럼 상륙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쳤다.

아마존족은 호전적인 여전사의 나라였다. 활 쏘는 데 방해가 된다고 가슴 한 쪽을 절제할 정도였다.

칼리베스족은 땅을 경작하지도 않고 가축을 기르지도 않으며, 오로지 대장간 일로 먹고 종족이었다. 나라에 철이 많이 났기 때문이다.

티바레스족은 아내가 분만의 고통을 겪을 때, 남편도 마치 산욕을 치르는 것처럼 같이 신음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모시코노이족은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살았고, 혼음을 즐겼다.


아레스의 섬

영웅들이 이 나라들을 지나치자, 그들 앞에 무인도 아레스의 섬이 나타났다. 예언가 피네우스가 그곳에서 그들을 도와줄 자가 바다에서 나타난다며, 영웅들에게 꼭 들르라고 충고했던 섬이다. 하지만 피네우스는 하늘에서 날아올 불행도 조심하라고 했다.


과연 섬에 가까워오자 새 한 마리가 아르고 호 위를 선회하더니 청동 깃털 하나를 떨어뜨렸다. 깃털은 오일레우스(Oileus)의 어깨에 떨어져 상처를 냈다. 깃털은 마치 화살처럼 단단하고 날카로웠다. 섬의 해안에 늘어선 나무에는 새들이 새까맣게 덮여 있었다.


아르고 호의 영웅들은 피네우스의 충고를 떠올리며, 영웅들 중 절반이 노를 젓는 동안 나머지 절반은 방패로 머리 위를 물 샐 틈 없이 가리고 함성을 지르며 칼로 방패를 두드렸다. 새들이 엄청난 소음에 놀라 일제히 날개를 퍼덕이며 멀리 달아나자, 영웅들은 안전하게 섬에 상륙했다.


그날 밤 엄청난 폭풍우가 일어났다. 어둠 속에서 배 파편 조각에 매달려, 네 명의 영웅이 아르고 호 영웅들의 캠프 근처 해안으로 밀려왔다. 그들은 바로 콜키스로 황금양을 타고 갔던 프릭소스와 아이에테스 왕의 딸 칼키오페의 아들들로, 아르고스(Argos), 프론티스(Phrontis), 멜라스(Melas), 키티소로스(Kytissoros)였다.

그들은 아버지 프릭소스가 죽은 뒤, 그리스로 가다가 폭풍우를 만나 난파를 당했던 것이다. 그들이 그리스로 향한 것은,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할아버지 아타마스가 세운 오르코메노스 왕국에 남겨둔 재산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아손은 자신과 사촌뻘인 그들을 진심으로 환영했다. 이아손이 자신의 임무가 콜키스의 황금양피를 그리스로 가져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도움을 부탁했다. 아르고스와 그의 형제들은 기꺼이 돕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외할아버지 아이에테스의 심기를 건드리지는 않을까 몹시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영웅들은 바다에서 그들을 도울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 피네우스의 정확한 예언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르고 호는 그 후 필리라(Philyra) 섬의 해안을 따라 갔다.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는 한때 그 섬에서 아내 레아(Rhea)의 질투를 피해 수말로 변신해 필리라와 사랑을 나누었다. 필리라는 나중에 테살리아의 펠리온(Pelion) 산에서 반은 인간, 반은 말인 아이를 낳았다. 그가 바로 유명한 켄타우로스족의 현인 케이론(Cheiron)이었다. 그는 아킬레우스를 비롯한 많은 영웅들의 스승이 되었다. 아르고 호 원정대의 대장 이아손도 바로 케이론의 제자였다.


아르고 호가 마침내 콜키스에 도착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고 호의 영웅들의 시야에 갑자기 카우카소스(Kaukasos) 산이 탑처럼 우뚝 솟아올랐다. 마침내 아르고 호가 콜키스에 도착한 것이다.

그들은 프릭소스 아들들의 안내를 받아, 아르고 호를 파시스(Phasis) 강어귀로 몰았다. 그 강은 콜키스의 수도 아이아(Aia)를 관통해 바다로 흘러들었다.

이아손은 먼저 콜키스의 신들에게 포도주와 꿀을 섞어 제주를 바친 다음, 아르고 호를 엄폐가 잘 되어 있는 강의 지류에 숨긴 다음, 작전 회의를 소집했다.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에로스

같은 시각 올림포스에서는 헤라 여신이 아테나 여신과 함께 이아손 일행을 도울 방도를 찾고 있었다. 그들은 콜키스의 왕 아이에테스와 대면을 앞 둔 이아손 일행이 걱정스러웠다. 아이에테스의 거친 성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헤라 여신은 아테나 여신과 함께 아프로디테 여신을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녀의 아들 에로스를 시켜 메데이아의 가슴속에 이아손에 대한 사랑의 불을 지피기 위해서였다.


헤라의 간곡한 부탁을 받은 아프로디테는 아들 에로스를 찾았다. 에로스는 마침 어린 가니메데스(Ganymedes)와 주사위 놀이를 하고 있었다.

가니메데스는 트로이의 왕이었던 트로스(Tros)의 아들이었다. 제우스는 그를 사랑한 나머지 독수리로 변신하여 납치한 후, 올림포스 산으로 납치해 와 신들에게 술 따르는 일을 시켰다.

놀이에 열중한 에로스는 좀처럼 그녀의 말을 들을 것 같지 않았다.


아프로디테는 아들이 거절할 수 없는 장난감을 뇌물로 내밀며 말했다.

“아들아, 아이에테스의 딸 메데이아의 가슴에 이아손에 대한 사랑이 불타오르도록 해주려무나. 네가 그렇게만 해주면, 제우스 신께서 어렸을 적 갖고 놀던 귀한 이 황금 공을 주겠다.”

귀가 솔깃해진 에로스는 당장 놀이를 중단하고 재빨리 지상으로 내려갔다. 그는 콜키스 궁전에 도착해서, 메데이아에게 이아손을 쳐다보는 순간 황금화살을 날린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이아손이 선상에서 작전 회의를 하다

작전 회의에서 이아손은 영웅들에게 우선 프릭소스(Phrixos)의 아들들과 함께 아이에테스를 찾아가 정중하게 황금양피를 달라고 간청해 보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그것이 실패할 경우에만 술수나 힘을 쓰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모두들 그의 제안을 환영했다. 영웅들 중 텔라몬(Telamon)과 아우게이아스(Augeias)가 사절단에 합류했다. 특히 아우게이아스는 태양신 헬리오스(Helios)의 아들로, 콜키스 왕 아이에테스와는 배다른 형제였으며, 헤라클레스의 12가지 모험 중 하나가 바로 그의 외양간을 치워주는 것이었다. 그들은 프릭소스의 아들들의 안내로 파시스 강가의 공동묘지를 지나 콜키스의 궁전을 향했다.


이아손이 프릭소스의 아내 칼키오페를 만나다

궁전에 도착한 이아손 일행은 우선 프릭소스의 아내 칼키오페(Chalkiope)를 만났다. 그녀는 그리스로 떠났던 아들들이 갑자기 나타나자 깜짝 놀랐다. 그렇게 빨리 돌아온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자식들을 그리스로 보내놓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랐다.

다행히 자식들이 무사한 것이 안심이 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이방인 이아손 일행이 자신을 먼저 찾아온 것을 보면 심각한 일이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간의 사정을 전해 듣고는 이아손에게 아들들을 구해 준 것에 대해 몇 번이나 감사를 표했다. 하지만 이아손이 콜키스에 온 목적을 말하며 도움을 요청하자, 얼굴에 불안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아이에테스가 이아손에게 과업을 주다

이어 이아손 일행은 마침내 아이에테스와 왕비 이디이아를 알현했다. 왕은 손자들이 이방인들과 함께 온 것을 마뜩찮아 했지만, 자신이 가장 총애했던 막내 손자 키티소로스에게 무슨 일인지 한번 설명해 보라고 했다. 키티소로스는 이아손 일행은 자신과 형제들의 생명의 은인이며, 신탁의 명령으로 황금양피를 가지러 왔다고 대답했다. 그는 할아버지 아이에테스 왕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보고 이렇게 덧붙였다.


“할아버지가 은총을 베풀어 주시면 그리스인들은 말썽 많은 사우로마테스인들이 할아버지의 왕홀 밑에 머리를 조아리도록 하겠답니다.”


왕은 프릭소스의 아들들이 자신의 왕권을 빼앗기 위해 영웅들을 데려왔다고 오해했다. 그는 영웅들을 당장 죽이고 싶었지만, 한번 시험하고 싶었다. 더욱이 그들의 대장이라는 녀석이 자신이 데려온 영웅들 중 대부분이 신들의 자손들이라고 허풍을 떠는 게 가소로웠다. 그리고 자신과 배다른 형제라는 아우게이아스라는 녀석도 정체가 미심쩍었다. 그는 그들을 천천히 죽여도 손해 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멸적인 웃음을 지으며 이아손에게 말했다.


“내겐 헤파이스토스 신이 만들어 준 황소가 두 마리 있다. 황소는 청동발굽을 하고 있으며 불을 내뿜는다. 사람의 살이 불에 닿으면 뼈도 남지 않는다. 내가 그 황소를 줄 테니, 너희들 중 누가 멍에를 씌우고, 4일 분량 면적의 밭을 하루 만에 갈아라! 그리고 씨앗 대신 내가 주는 용의 이빨을 뿌려라! 이빨이 땅에 뿌려지면 한참 후에 땅 속에서 천하무적의 전사들이 솟아난다. 그 전사들도 이삭을 자르듯이 모두 죽여라! 너희들 중 하나가 이 과업을 완수하면 황금양피를 주겠다!”


이아손은 아이에테스 왕의 말을 듣자마자, 온몸이 마비된 듯 굳어버렸다. 자신은 도저히 이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우선 아이에테스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메데이아가 에로스의 황금화살을 맞다

바로 그때 메데이아 공주가 방에서 나와 아버지 옆에 서더니, 이아손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에로스가 그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그는 이아손의 가랑이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가, 황금화살을 날려 그녀의 가슴 정중앙을 명중시켰다. 화살은 메데이아의 가슴 속에서 불꽃처럼 타올랐다. 그 순간부터 메데이아는 갑자기 이아손에게 모든 정신을 빼앗겨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이아손에게 불타오르는 시선을 던졌다. 정신이 혼미해서 깊은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도무지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음이 달콤한 고통으로 휩싸였다.



화살을 날리는 에로스, Julius Kronberg, 1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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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아손은 수심에 싸여 아르고 호로 발길을 돌렸다. 아르고스가 그걸 보고 좋은 방법이 있으니 걱정 말라며 그를 안심시켰다. 아르고스는 어머니 칼키오페를 다시 찾아가 이모 메데이아의 도움을 얻도록 할 생각이었다. 이모만 도와준다면 그 일은 쉽게 해낼 수 있었다. 헤카테 여신의 사제였던 메데이아는 마법사였으며, 약초도 잘 다룰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사이 메데이아는 내내 이아손만을 생각하며, 눈앞에 아른거리는 그의 모습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그녀는 이아손의 일거수일투족을 떠올리며 애를 태웠다. 그녀의 눈에는 아직도 이아손의 모습이 어땠는지, 그리고 그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 모든 것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가 말한 것, 그가 의자에 앉아 있다가 문 쪽으로 어떻게 걸어 나갔는지 하는 것도 눈앞에 어른거렸다.

이리저리 생각하다가 그녀는 급기야 그런 남자는 세상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귀에서는 계속해서 그의 목소리와 그가 했던 달콤한 말들이 울려 퍼졌다.


이아손과 메데이아가 만나다

고민하던 메데이아는 결국, 아버지의 뜻에 반하지만 이아손을 돕기로 결심했다. 이아손을 그대로 두었다간 분명 죽을 것이 뻔했다.

그녀는 언니 칼키오페를 찾아가 이아손 일행을 도와주겠다고 말하려 했다. 언니의 아들들을 위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사실은 도저히 사랑하는 사람을 죽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버지를 배반해야 한다는 수치심과 이아손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심각하게 갈등했다. 메데이아는 선뜻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그녀는 몇 번이나 언니에게 가려고 자신의 방문을 나섰다가 다시 방 안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출발하려고 하면 수치심이 그녀를 방안에 붙잡아 두었고, 수치심으로 멈추어서면 대담한 욕망이 그녀를 밖으로 재촉했다. 세 번째 그녀는 그걸 시도했지만 다시 멈추어 섰다. 네 번째 다시 자기 방에 돌아온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며 침대에 몸을 던졌다.


하녀 하나가 흐느끼는 메데이아를 발견하고 칼키오페에게 가서 그 사실을 알려줬다. 칼키오페는 마침 아들 아르고스와 함께 메데이아를 설득할 방도를 궁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동생 메데이아를 찾아와 동생을 위로하며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조카들을 위해 제발 이방인인 이아손을 도와달라는 것이다. 언니의 부탁에 용기를 얻은 메데이아는, 마지못해 그러는 것처럼 은밀하게 이아손을 만나기로 약속했다.


이아손과 메데이아, John William Waterhouse,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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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데이아가 이아손을 만난 곳은 자신이 사제로 있는 헤카테 신전이었다. 신전은 왕궁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외진 곳에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메데이아는 이아손에게 카우카소스 산 크로커스 꽃의 새빨간 즙이 든 병 하나를 주며 사용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 즙은 바로 두 마리 황소가 뿜어대는 불 입김으로부터 그와 무구들을 보호해 줄 묘약이었다.

이 기적의 꽃은 프로메테우스가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며 고통을 겪으면서 흘린 피가 땅에 떨어진 곳에서 자라났다.


이어 메데이아가 이아손에게 땅에서 솟은 병사들을 해치울 수 있는 방법을 일러주면서 내건 유일한 조건은, 자신을 미래의 신붓감으로 그리스로 데려가 달라는 것이었다.

이아손은 약병을 받아 들고, 올림포스의 모든 신들에 걸고 그녀에게 항상 충실하겠다고 맹세했다. 이아손은 그녀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아르고 호로 돌아왔다.

그는 모두들 잠이 들자, 메데이아가 일러준 대로 한적한 곳을 찾아 신들께 제물을 바친 뒤에, 병뚜껑을 열고 그 즙을 온몸과 그리고 창과 방패에 문질러 발랐다.


이아손이 과업을 완수하다

다음날 이아손은 이 약의 힘으로 황소를 제압하여 멍에를 얹어 쟁기로 재빨리 밭을 갈 수 있었다. 그가 열심히 밭을 갈면서 아이에테스가 건네준 용의 이빨을 뿌리자, 과연 땅속에서 무장한 전사들이 튀어나왔다. 이아손은 메데이아가 당부한 대로, 그들과 맞서 싸우려 하지 않고, 그들 한가운데에 커다란 돌을 하나 던졌다. 그러자 그들은 서로 싸우더니 마지막에는 몇 남지 않았다. 그들도 격렬하게 싸운 뒤라 모두 부상을 당한 채였다.

이아손이 그들을 손쉽게 해치우고 나자 해는 어느덧 서쪽으로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했다.


아이에테스 왕은 이아손이 예상과는 달리 자신이 내건 과업을 손쉽게 완수하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딸 메데이아를 의심했다. 마법사인 그녀 말고는 황소를 제압할 자는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당장 시시비비를 가릴 시간이 없었다.

그는 이아손에게 내일 약속대로 황금양피는 건네주겠다고 하면서, 부하들을 시켜 이슥한 밤에 수도 아이아(Aia)를 관통하는 파시스 강기슭에 정박해 있는 아르고 호를 불태워 영웅들을 몰살해 버릴 계획을 세웠다.


이아손이 메데이아의 도움으로 황금양피를 탈취하다

메데이아는 아버지의 음모를 일찍부터 꿰뚫어보았다. 아버지의 성격상 이아손이 과업을 완수해도 황금양피를 줄 리가 없었다. 그녀는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급히 아르고 호를 찾아가 위험한 상황을 알린 다음, 이아손을 아레스의 숲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과연 황금양피가 커다란 참나무에 걸려 있었고, 잠들지 않는 용이 지키고 있었다. 용은 제우스가 죽인 티폰(Typhon)이라는 괴물의 피에서 태어났다. 녀석은 똬리를 틀고 있었으며, 몸집이 아르고 호보다도 더 컸다.

메데이아는 쉭쉭거리는 용을 처음에는 노래로 달래다가, 눈까풀 위에 수면제처럼 갓 자른 노간주나무 즙을 몇 방울 떨어뜨렸다. 그러자 녀석은 갑자기 스르르 눈까풀을 내리더니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이아손은 참나무에서 조용히 황금양피를 거둬서는, 그녀와 함께 아르고 호가 정박해 있는 해안으로 내려갔다.



용에게 수면제를 먹이는 메데이아와 황금양피를 탈취하는 이아손, Christian Daniel Rauch,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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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키스로 올 때와는 다른 귀환 항로를 택하다

아르고 호가 테살리아로 귀환한 것에 대해서는 많은 이설들이 있다. 하지만 아르고 호의 영웅들이 피네우스의 충고를 따라, 태양이 도는 반대 방향으로 흑해를 돌았다는 것에는 일반적으로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아폴로니오스와는 다른 설에 의하면, 메데이아는 현재의 도나우 강인 이스트로스(Istros) 강어귀에서 아버지 아이에테스가 자신을 따라잡자, 납치해 온 어린 동생 압시르토스(Absyrtos)를 죽인 다음, 토막을 내서 하나씩 빠른 바다 물살 속에 던졌다.

그러자 아이에테스는 잠시 추격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나중에 장례식을 위해 아들의 시신을 모두 수습해야 했다.


1차 추격대 대장 오빠 압시르토스를 살해하다

아르고 호의 모험 경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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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폴로니오스의 『아르고 호의 모험』에 의하면, 이아손을 따라간 1차 추격대는 아이에테스 왕이 아니라 오빠 압시르토스가 이끌었다. 그는 이스트로스 강어귀에서 아르고 호를 따라 잡았다.

숫자상 열세를 느낀 아르고 호의 영웅들이 그들과 협상을 벌여, 아르테미스에게 바쳐진 무인도에 메데이아를 내려놓고, 며칠 동안 신전의 여사제의 보호에 맡기기로 합의했다.

근처 브리고이(Brygoi)인의 왕이 며칠 뒤 그 사건을 심의하여, 메데이아가 집으로 돌아가야 할지, 아니면 이아손을 따라 그리스로 가야 할지, 황금양피는 누구의 것이 되어야 하는지 등을 판결하기로 했던 것이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메데이아는, 오빠 압시르토스에게 은밀하게 전갈을 보내, 거짓으로 자신은 이아손에게 유괴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탈출할 방도를 함께 찾아보기 위해 은밀하게 만나자고 전갈을 보냈다.

이날 밤 압시르토스가 단 둘이 동생을 만나기 위해 아르테미스 섬을 방문하자, 메데이아의 계획대로 매복해 있던 이아손이 뒤에서 그를 칼로 쳤다. 이어 아르고 호의 영웅들은 대장을 잃은 콜키스 함대들을 급습했고, 함대는 뿔뿔이 흩어진 채 도망쳤다.


키르케에게서 살인죄를 정화하다

추격자들이 없어졌지만, 아르고 호는 이오니아 해에서 이리저리 방황을 하고 항로를 찾지 못했다. 아르고 호의 선수에 박아놓은 참나무가 다시 말을 시작하여 신탁을 알렸다.

이아손이 메데이아의 고모이자 마녀였던 키르케(Kirke)에게 가서, 압시르토스를 죽인 살인죄를 씻어야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다시 방향을 돌려 에리다노스(Eridanos)와 로다노스(Rodanos) 강을 거쳐, 키르케가 살던 아이아이에 섬으로 가서 살인죄에 대해 정죄를 받았다. 그 당시 에리다노스 강과 로다노스 강은 이탈리아 북부를 관통하고 있었다. 영웅들은 그 강을 통해, 남쪽으로 우회하지 않고 이탈리아의 서해안에 있는 키르케의 섬으로 올 수 있었던 것이다.


키르케, John William Waterhouse,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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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아케스인들의 나라에서 2차 추격대를 따돌리다

콜키스의 추격대는 압시르토스의 부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에테스는 아르고 호가 왔던 길을 따라 또 다른 추격대를 보냈다.

아이에테스는 부하들에게 메데이아와 황금양피 없이는 절대 돌아오지 말라고 협박했다. 추격대가 지금은 코르키라(Korkyra)로 불리는 드레파네(Drepane) 섬에 도착하자, 아르고 호는 맞은 편 마크리스(Makris)라는 조그만 섬 해안에 정박해 있었다.


당시 코르키라는 파이아케스(Phaiakes)인들의 나라로 알키노오스(Alkinoos) 왕이 다스리고 있었다. 따라서 코르키라는 나중에 오디세우스와 아이네이아스도 바다를 방랑하며 거치는 섬이었다.

아르고 호의 영웅들은 모험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을 기뻐하며 자축하고 있었다. 추격대 대장은 알키노오스 왕과 아레테(Arete) 왕비를 찾아가 콜키스의 왕 아이에테스의 이름으로 메데이아와 황금양피를 인도해 줄 것을 요구했다.


메데이아는 이번에는 알키노오스 왕의 왕비 아레테를 찾아가 그간의 사정을 전하며, 자신은 조국 콜키스로 송환되면 틀림없이 죽을 것이라며, 제발 도와달라고 간청했다. 왕비는 메데이아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돕기로 작정했다. 그녀는 그날 밤 잠자리에서 남편 알키노오스에게, 얼마나 많은 아버지들이 딸들을 부당하게 대했는지 그 사례를 열거했다.


그녀는 우선 닉테우스(Nykteus)가 딸 안티오페(Antiope)에게 가한 가혹행위를 얘기했다. 닉테우스는 딸 안티오페가 제우스의 사랑을 받아 임신하자, 박해를 시작했다. 안티오페가 그를 피해 달아나자, 자살하면서 형제 리코스(Lykos)에게 자신의 원수를 갚아달라고 유언했다. 그 후 안티오페는 리코스에게 갖은 수모를 당했다.


아레테는 아크리시오스(Akrisios)가 딸 다나에(Danae)에게 가한 잔인한 행동도 예로 들었다. 아크리시오스는 외손자의 손에 죽을 것이라는 신탁을 듣고, 딸을 칠흑같이 어두운 청동감옥에 가뒀다. 딸이 제우스의 아들 페르세우스를 낳자, 둘을 궤짝에 넣어 바다에 버렸다.


아레테는 마지막으로 애인과 사랑을 나누었다는 사실만으로 딸 메토페(Metope)를 학대한 에케토스(Echetos)를 예로 들며 말했다.


“지금도 에페로이스의 불쌍한 메토페 공주는 잔인한 아버지 에케토스 왕의 명령으로 감옥에서 신음하고 있어요! 그녀는 청동 바늘에 찔려 눈이 먼 채 청동 보리알을 무거운 맷돌로 빻아야 해요. 아버지는 딸에게 ‘이 보리알을 다 빻으면 시력이 돌아올 것이다.’고 조롱했답니다. 콜키스의 아이에테스 왕도 메데이아 공주를 데려다가 그들과 똑같이 잔인하게 대할 거예요.”


아레테는 결국 알키노오스 왕으로부터 다음날 그가 어떤 기준으로 판결을 내릴지 알아냈다. 그는 아내에게 이렇게 심중을 털어 놓았다.

“메데이아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처녀라면 콜키스로 돌아가야 하오. 하지만 더 이상 처녀가 아니라면 이아손 곁에 있도록 할 것이오.”


아레테는 남편이 깊이 잠이 들자, 이아손에게 전령을 보내 이 소식을 알렸다. 이아손은 즉시 아르고 호 근처에 있던 동굴에서 메데이아와 결혼식을 올렸다. 아르고 호의 영웅들은 푸짐한 향연을 베풀어 결혼식을 축하했고 신방 침상에 황금양피를 깔았다.


과연 다음날 알키노오스 왕은 아레테 왕비가 이아손에게 미리 알려준 판결 원칙을 발표했다. 이어 메데이아가 이아손의 아내라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콜키스인들은 아이에테스가 무서워 빈손으로 콜키스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 중 일부는 코르키라에 정착했고, 다른 사람들은 일리리아(Illyria) 제도를 점령했다.


세이레네스

이아손은 이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세이레네스(Seirenes)가 사는 섬을 지나갔다. 세이레네스는 반은 여자이고 반은 새인 바다의 마녀들이다. 그들은 매혹적인 노래로 지나가는 뱃사람들을 홀려 죽게 만들었다.

오르페우스가 리라 연주로 만들어내는 더 고혹적인 멜로디로, 세이레네스가 만들어내는 마법의 멜로디를 압도했다. 오르페우스가 세이레네스의 노랫소리가 침투할 수 없는 일종의 방어막을 쳐준 것이다.


하지만 영웅들 중 부테스(Butes)만은 노랫소리에 홀려, 갑판에서 뛰어내려 그들이 사는 섬 해안으로 헤엄쳐 가려고 했다. 하지만 아프로디테가 그를 구해서, 릴리바이온(Lilybaion)을 거쳐 에릭스(Eryx) 산으로 데려가 애인으로 삼았다.

어떤 설에 의하면, 세이레네스는 이미 무사 여신들과의 노래 경연에서 패배하고 날개를 잃은 뒤여서, 재차 오르페우스에게 패배하자 자살했다. 하지만 한 세대 후에 오디세우스가 지날 때 그들은 아직도 그 섬에 건재하고 있었다.


어부와 세이렌, Frederic Leighton, 1856-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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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타이 바위

아르고 호가 다음에 도착한 곳은 갈림길이었다. 한쪽 길은 스킬라(Skylla)와 카립디스(Charybdis)가 사는 바위 절벽이었고, 다른 쪽 길은 프랑크타이(Planktai) 바위들이 요동치는 암초 밭이었다. 둘 다 끔찍한 길이었다.

스킬라는 윗부분은 여자의 모습이지만 아랫부분은 개머리가 여섯 개 달린 괴물로, 그곳을 지나가는 배에서 한꺼번에 선원들을 여섯씩 낚아채 갔다.

또한 카립디스는 스킬라가 사는 절벽 맞은편의 바다 밑에 사는 거대한 소용돌이로 모든 것을 단숨에 집어삼켜 버렸다.

이에 비해 프랑크타이는 심하게 움직이는 바위섬들로, 그중 하나의 밑에는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이 있어, 프랑크타이 주변은 언제나 수증기와 화염에 싸여 있었다.


아르고 호가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사이, 바다의 요정들인 네레이데스(Nereides)가 나타났다.

네레이데스는 네레우스(Nereus)와 도리스(Doris)의 50명의 딸들을 말한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내 암피트리테나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도 네레이데스였다.

그들은 헤라의 명을 받고, 아르고 호를 프랑크타이 바위 쪽으로 안전하게 안내했다. 헤라는 이미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Iris)를 헤파이스토스에게 보내, 그곳에 있는 대장간을 잠시 쉬도록 부탁했다.

테티스가 아르고 호 뱃머리를 잡고 안내하자, 나머지 요정들이 선미를 밀어, 아르고 호는 마침내 위험한 플랑크타이를 무사히 빠져나갔다.


리비아의 트리토니스 호수

그 후 아르고 호의 영웅들은 시칠리아 동쪽 해안을 따라가다가, 트리나키에(Thrinakie) 섬 해안에서 풀을 뜯고 있던, 눈부시게 하얀 헬리오스의 소 떼를 보았다. 그들은 그중 한 마리를 잡아 주린 배를 채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예언가 피네우스의 경고를 떠올리고 꾹 참았다.


그때 갑자기 엄청나게 센 북풍이 몰려와 아르고 호를 순식간에 리비아의 끝자락 시르티스(Syrtis) 사구로 몰고 갔다. 게다가 아르고 호는 엄청난 파도에 밀려 육지 쪽으로 1마일쯤 되는 모래 속에 처박히고 말았다.

상륙해 보니 눈이 닿는 곳은 사방이 모두 사막뿐이었다. 아르고 호의 영웅들은 모두들 죽음을 예감하고 모래에 홈을 파고 외투를 덮고 누웠다. 마지막으로 잠이나 실컷 자고 싶었다.


바로 그때 리비아의 요정들이 염소 가죽을 입고 이아손의 꿈속에 나타나 신탁을 전했다.

“이아손이여, 잠시 후 바다에서 말이 뛰어 나오거든, 그 발자국을 따라 아르고 호를 떠메고 가라!”

이아손은 잠이 깨어 동료들에게 그 신탁을 말해 주었다. 모두들 그 뜻을 이해할 수 없어 웅성거리고 있었다. 도대체 바다에서 어떻게 말이 나온단 말인가. 바로 그때 갑자기 정말 바다에서 말이 한 마리 뛰어 나오더니 발자국을 남기며 멀리 사라졌다.

그제야 그들은 신탁을 연상하고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며, 즉시 아르고 호를 들어 어깨에 메고 발자국을 따라갔다. 12일이나 걸어 기진맥진한 후에, 그들은 마침내 트리토니스(Tritonis) 호수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호수의 출구를 찾을 수 없었다. 아르고 호의 영웅들은 또 다시 절망에 사로잡혔다.


그 순간 이아손이 갑자기 델피에서 받은 세발솥을 기억해 냈다. 그는 모험을 떠나기 전 신탁을 물으러 델피 신전에 간 적이 있었다. 그에게 아폴론 신전의 여사제 피티아가 세발솥 두 개를 주면서, 그중 하나를 귀환 중 위기에 빠졌을 때 리비아의 신 트리톤(Triton)에게 바치라고 했었다. 이아손이 제단을 쌓고 세발솥을 바치며 부르자, 포세이돈 신의 아들 트리톤 신이 나타나, 한 손으로는 세발솥을 손에 쥐고, 다른 손으로는 아르고 호의 선수를 잡고 호수 출구 쪽으로 끌고 갔다.


크레타의 청동인간 탈로스

트리토니스 호수를 간신히 빠져나온 아르고 호는, 아프리카 북부 해안을 따라오다가 북쪽으로 선수를 돌려 크레타 섬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온몸이 청동으로 된 보초병 탈로스(Talos)가 아르고 호에 돌을 던지며 영웅들이 상륙하는 것을 방해했다. 그러자 메데이아는 부드럽게 이 괴물을 부르며, 자신이 갖고 있는 영약을 건네주며 그를 영원히 죽지 않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것은 수면 음료였다. 메데이아는 탈로스가 영약을 벌컥벌컥 마신 뒤 깊은 잠에 빠지자, 그의 목에서부터 발목까지 흐르는 하나밖에 없는 혈관을 막고 있는 청동 못을 발목에서 빼냈다. 그러자 그곳에서 몸속에서 피의 역할을 하던 무색의 신성한 영액이 콸콸 흘러나와, 얼마 지나지 않아 탈로스는 죽고 말았다.

하지만 다른 설에 의하면, 탈로스는 메데이아의 눈빛에 매료되어 비틀거리다가 바위에 부딪쳐 발목에 상처가 나 피를 모두 흘리고 죽었다. 또 다른 설에 의하면 아르고 호의 영웅들 중 포이아스가 화살로 그의 발꿈치를 쏘아 죽였다.

탈로스, BC 4세기경의 도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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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이올코스로 귀환하다

크레타를 떠나 항해를 계속하던 아르고 호는, 저녁이 되자 남쪽에서 불어오는 폭풍우에 휩싸였다. 주위는 짙은 어둠이 깔려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었다. 이아손이 항해의 신 아폴론을 연호하며 도움을 간청했다. 그러자 아폴론이 그의 기도를 가납하고, 한 줄기 밝은 빛을 비추어, 아르고 호의 우현으로 스트로파데스 섬들 중 하나인 아나페 섬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키잡이 앙카이오스는 아르고 호를 그곳에 무사히 상륙시켰다.

아침이 되자 폭풍우가 가라앉고, 그들은 다시 출발하여 아이기나(Aigina) 섬을 지나, 마침내 이올코스에 무사히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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