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승계작업에 호위무사 노릇한 언론, 부끄러움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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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승계작업에 호위무사 노릇한 언론, 부끄러움 알아야

道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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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삼성 불법 경영승계를 엄단했다면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명인사의 기고문을 대신 작성해주는 등으로 합병에 유리한 기사를 보도되게 하여 투자자 의사결정 왜곡.”

검찰이 지난 1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 등의 혐의로 기소하며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2015년 5월 합병 발표 뒤 투자자들이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에 반발하자, 이런 일을 꾸몄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비슷한 소문이 돌았지만, 반신반의했다. 만약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이다. 저명인사의 양심과 식견을 믿은 국민을 속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해 6월23일 동아일보에 “헤지펀드, 대기업 순환출자 해소 때 경영권 빈틈 노려”라는 노대래 전 공정위원장의 인터뷰가 실렸다. 검찰은 삼성이 적어준 기고문을 토대로 말한 것으로 본다. 그는 인터뷰 두달 전 성균관대 석좌교수로 임명됐다. 삼성은 대학 재단을 운영한다.

6월14일에는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합병 무산 땐 세계 벌처펀드들이 한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인터뷰를 했다. 그는 삼성 출신이다.

 

언론은 두 사람의 뒤에 삼성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최대 광고주인 삼성의 비위를 맞춘 것이다. 단순한 추측이 아니다. 삼성 뇌물공여 사건 재판에서 증거가 드러났다.

“기획기사, 동아를 출발로 본격적으로 (경영) 방어권 제도 개선 얘기를 해나갈 예정.”

특검은 이승철 전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장충기 미전실 차장에게 보낸 문자를 공개했다.

 

5년이 흘렀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수사심의위 권고 무시한 이재용 기소.” 보수언론은 일제히 검찰을 공격한다. 삼성 변호인단의 검찰 비판을 그대로 옮겼다.

“이재용 결국 또 기소, 한 기업인에 대한 끝없는 수사와 재판”, “또다시 사법리스크에 휩싸인 삼성”이라는 기사는 황당하기까지 하다.

 

이미 대법원이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위해 미전실이 합병을 주도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고 확정한 것은 철저히 뒷전이다. 압수수색에서 혐의를 뒷받침하는 다량의 내부자료가 쏟아졌다. 법원도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재판에서 혐의를 따질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런데도 ‘이재용 (불법승계) 리스크’가 본질인 삼성 위기를 ‘사법 리스크’ 때문이라고 호도한다. 언론이라면 할 짓이 아니다.

 

삼성이 한국 대표기업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그런 기업의 총수가 4년새 두 번씩이나 기소된 것은 당사자는 물론 삼성과 대한민국의 수치다. 선진국에서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지난 20년간 삼성의 불법 경영권 승계를 눈감아 주고, 봐주기로 일관한 한국사회의 ‘업보’다. 일부 저명인사와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치주의를 훼손한 검찰과 법원의 책임이 크다.

 

삼성 경영승계의 출발점은 1990년대 중반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증여한 돈으로 계열사 주식을 싸게 사들여 승계를 준비했다. 하이라이트는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와 삼성에스디에스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헐값에 받은 것이다.

 

참여연대는 1999년 에스디에스 사건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을 배임혐의로 수차례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끝내 기소를 거부했다. 2000년에는 법학교수들이 에버랜드 사건으로 이 회장을 고발했지만, 월급쟁이 사장들만 기소했다.

2008년 삼성 특검이 뒤늦게 이 회장을 기소했다. 법원은 에버랜드 사건은 무죄를 선고하고, 에스디에스 사건은 집행유예로 풀어줬다. 그마저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삼성으로부터 다스 소송비 61억원을 뇌물로 받고, 2009년 이 회장을 특별사면했다.

 

20년 전 삼성의 불법 경영권 승계를 엄단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 부회장은 감히 뇌물을 주고, 불법합병과 회계부정을 저질렀을까? 백번 양보해서 2008년 특검 때라도 엄단했다면 현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이 부회장이 실형을 산다고 해서 삼성이나 한국경제가 크게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설령 그런 위험이 있더라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 이재용이라는 이름은 이제 한국사회에서 법치주의의 존폐가 걸린 상징이 됐다. 법치를 포기하지 않는 한 또다시 봐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언론은 구태를 벗지 못하지만, 국민이 더는 용납하지 않는다.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특혜 군 복무’ 의혹은 법적으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은 이른바 ‘엄마 찬스’라는 불공정 문제에 분노한다. ‘공정’은 이제 좌-우, 진보-보수의 차원을 뛰어넘는 화두가 됐다. 검찰도 이런 국민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불법 경영승계를 봐주는 것은 불공정의 극치다.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뇌물공여 혐의로 처음 구속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선처를 구했다면, 이미 지난해말이나 올해초 만기 출소했을 것이다. 또 2018년 12월 본격화한 검찰의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수사도 없었을 것이다. 이 부회장이 법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발버둥칠수록, 법치의 동앗줄은 더욱 꽁꽁 옭아매고 있다. ‘결자해지’의 각오가 필요하다.

 

곽정수 ㅣ 논설위원jskwak@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61617.html#csidxcd58d1e9ecc2acf89a73588c4afaa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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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승계작업에 호위무사 노릇한 언론, 부끄러움 알아야

 

<한겨레>가 10일 확인한 검찰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공소장은,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에 유리한 여론 조성을 위해 삼성이 언론을 어떻게 동원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광고와 인맥, 향응 등으로 여론을 ‘만든’ 삼성의 행태야 고질병이라 쳐도, 언론 윤리와 책임을 망각한 채 기꺼이 ‘또 하나의 가족’이 된 일부 언론은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공소장에 따르면, 삼성의 미래전략실 등이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전후해, 합병 효과는 부풀리고 반대 주장은 무력화하기 위해 펼친 언론 대응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삼성에 유리한 기고문을 작성해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전달했고, 노 전 위원장은 기고문 내용대로 언론 인터뷰를 했다. 삼성 출신인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장에게는 인터뷰와 토론회를 하도록 부탁해 여론몰이를 시도했다.

또 삼성에 불리한 기사가 나가는 것을 전날 저녁마다 점검해 삭제나 수정을 요구했는데, 한 신문이 비판 기사를 쓰자, 편집국장을 해고하지 않으면 광고와 협찬을 끊겠다고 압박해 기사를 막은 일도 있다.

 

삼성이 이렇게 나왔어도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당당히 거부하는 게 마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이 삼성의 의도를 충실히 따랐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사례 가운데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같은 큰 신문사에서 나온 기사도 포함돼 있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이어서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를 전문가와 투자자들이 했지만, 언론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당연한 선택이다’라는 식으로 보도했다. 합병에 반대한 엘리엇펀드를 투기자본으로 규정하고, 합병을 애국심과 먹튀 자본의 대결로 몰고 간 것도 삼성의 논리에 부합한 보도였다.

당시 이런 시각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고 본 시민들도 있었지만, 이 프레임이 삼성-언론의 유착으로 ‘가공됐다’는 것까지는 몰랐을 것이다.이제 국민도 총수 일가와 기업을 분리해 보고 있으며,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우리 기업에 긴요하다고 생각한다.

 

재벌 앞에서 바람보다 먼저 눕는 일부 언론의 행태는 이런 국민 인식에 못 미치는 것이다. 삼성 광고가 언론사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언론이 최소한의 금도마저 팽개치면 국민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는 점 또한 잊어선 안 된다.

 

[ 2020. 9. 11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961754.html#csidxc48ee833eb070a5893a7cd667e3fcc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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