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짐’ 자초하는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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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짐’ 자초하는 국민의힘

道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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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짐’ 자초하는 국민의힘

 

국민의힘 의원들이 최근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지사의 ‘국민의 짐’ 조롱에 발끈했다. 경기도의 지역화폐 기본소득 정책 홍보비 과다 집행을 비판한 국민의힘을 향해 “음해 선동에 몰두하니 국민의 짐으로 조롱받는 것”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이 지사를 질책한 것이다. 제1야당에 대한 비판이 과하다는 이들도, 할 말을 했다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최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흔드는 손’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국민의힘 모습을 보니, 스스로 ‘국민의 짐’이 되는 길을 찾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5선 조경태 의원은 “현재의 비대위는 더는 대안 세력, 대안 정당을 기대할 수 없다”며 “비대위를 끝내자”고 했다. 김 위원장 임기가 내년 4월인데 다 채울 필요 없다는 것이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야당은 공격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반대로 복당도 못 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야당은 날지 못하는 타조가 아닌 창공을 나는 독수리가 되어야 한다”고 야성 회복을 주문했다.

 

국민의힘 열성 지지층은 ‘김종인 저격’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그들 눈엔 김 위원장이 못마땅할 것이다. 야당 몫 상임위원장을 모두 포기하고, 당명과 정강·정책 변화를 추진할 때만 해도 당 지지율이 오르니 참을 만했다. 이제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의원들은 물론 재계가 결사반대하는 ‘공정경제 3법’ 추진을 위해 소속 의원들을 압박하는 김 위원장 모습은 보수의 대변자를 자임해온 이들에겐 눈 뜨고 볼 수 없는 악행이다. 손님이 주인 행세를 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당을 뿌리째 흔드는 꼴이니 견디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요구대로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몰아내면 국민의힘은 부흥할 수 있을까. 고립을 자초할 뿐이다. “김종인도 버린 당”으로 낙인찍힐 위험이 훨씬 크다. 솔직히 김 위원장 주장은 틀린 게 별로 없다. 김 위원장은 보수는 고작 15%인데, 그걸 다 결집해 봐야 전망이 없으니, 보수정당을 더는 얘기하지 말자고 한다. 30·40세대가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 한 선거에서 이길 희망이 없다며 젊은 정당으로 변신을 주문한다.

반면 국민의힘에서 재보선과 대선 도전을 준비하는 인사는 고만고만하다. 꿈을 꾸는 건 자유지만 이미 흘러간 물로 풍차를 돌릴 수는 없다.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안철수 영입’을 쉼 없이 제기하지만, 그 역시 철 지난 인물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사석에서 이런 말을 하곤 한다. “그 사람들은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고 자꾸 안철수 영입을 얘기하는데, 옛날 이명박 대통령 때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기 싫어서 안철수와 만났던 친이계가 주축이 돼 다시 작업하는 것 아니냐. 누굴 바보로 아냐?”

김종인식 변화에 대한 제동은 본질에서 ‘영남 기득권 사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주류로 살아온 영남 보수강경파의 반격이다. 이들은 총선, 대선, 지방선거, 총선에 4연패했다. 태극기 부대와 보수 유튜버에 기대 문재인 정부 반대만 외치며 장외집회로 날을 지새우다 쓸쓸히 퇴장한 황교안 전 대표에게서 도대체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분노해도, 국민의힘보다는 그쪽이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다수를 점하는 현실을 돌파하지 못하면, 김종인 위원장 말마따나 국민의힘엔 희망이 없다. 부족한 걸 보강해 집권 가능한 정당을 만들자는 데 변화를 거부한다. 사즉생의 각오는 고사하고, 여전히 따듯하고 배부른 시절의 모습이다.

 

국민의힘이 민심을 얻으려면 김종인 위원장 주문보다 더 격하게 변신해야 한다. 80대 비대위원장이 집도하는 수술대에 올라서도 불만만 늘어놓고, 철 지난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고장 난 축음기 같은 현재 모습은, 국민의 짐이라는 조롱을 듣기에 안성맞춤이다. 국민의힘이 지금처럼 쌈박질로 날을 지새우다 그냥 그렇게 무너진다면, 누구도 말릴 재간이 없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표 말처럼 독수리가 되려면, 독수리처럼 뼛속을 비워 무게를 줄이고, 상승기류를 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대한 날개와 몸집을 버텨낼 수 없다. 추락한다.

약자를 보호할 대책을 내고, 젊은이의 불안과 요구에 답해야 한다. 다주택자들에게 보유세를 더 내자고 주문하고, 국민의힘이 나서 재계에 공정경제 3법 수용을 설득해야 한다.

 

신승근 ㅣ 논설위원skshin@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66878.html#csidx7a8056a9d599f8ab216ae35390a8e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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