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단' 같은 SUV? 렉서스 UX
윤지수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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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장르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시대. 콤팩트 SUV 렉서스 UX가 세단의 편안함을 탐했다. 높이 낮추고 무게중심 끌어내려 SUV 숙명인 뒤뚱거림을 원천 차단한다. 그런데 세단을 쫓으면서 SUV만의 장점을 흐리진 않았을까?
글 윤지수 기자, 사진 렉서스 코리아, 윤지수
납작 SUV
UX를 공식 시승 행사에서 만났다. 사전에 알아본바, 길이 4,495㎜로 우리에게 익숙한 기아 스포티지(4,485㎜)만큼 큰 준중형 SUV를 기대했다. 그러나 직접 마주한 느낌은 사뭇 달랐다. 높이 1,520㎜로 스포티지(1,645㎜)보다 125㎜나 낮다. SUV 특유의 듬직함은 기대하기 힘들다. 단지 어린이 정수리 보이듯 천장이 훤히 보일 뿐이다.![]()
그래도 SUV 분위기 풍기는 이유는 벨트라인(옆 유리창 아래 철판이 맞닿은 선)이 무척 높아서다. 두툼한 문짝 때문에 상대적으로 옆 유리창이 늘씬해 보일 지경. 더욱이 검은색 플라스틱 덮개로 바닥을 두르고 휠 아치를 사다리꼴 모양으로 꾸며, 강인한 느낌을 냈다. 이런 스타일은 UX, 즉 도시(Urban) + 크로스오버(X-over) 이름 뜻과 같은 맥락이다.
실내도 낮다. 엉덩이가 바닥에 폭 파묻혀 세단처럼 안정적인 자세로 앉을 수 있다. LC(GT 쿠페)처럼 두툼히 솟은 계기판을 보며 높직이 솟은 센터터널(변속레버가 위치한 부분)에 팔을 올리고 있으면, 절로 세단에 앉은 착각에 빠진다. 개인적으로 ‘낮은 차’ 좋아하는 기자는 만족스러우나, SUV 높은 시야를 기대했다면 불만스러울 수 있겠다.
LS에서 가져온 아날로그시계, 그리고 아틀란 지도를 넣은10.3인치 모니터
공조장치는 물론 열선 및 통풍 시트까지 자동으로 조절한다(왼쪽). 대시보드 위에 가죽을 덮었다(오른쪽)
렉서스 ‘L’ 엠블럼을 붙인 만큼, 실내엔 나름 ‘고급’을 담았다. 가령 LS에서 보았던 운전대와 아날로그시계를 그대로 가져왔고 부드러운 가죽으로 대시보드 위를 덮었다. 온도에 따라 각종 열선 및 통풍 기능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과 3개 자세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 기능 등 편의 장치도 풍부하다. 10.3인치 센터패시아 모니터에 심은 아틀란 지도는 디지털 계기판과 연동될 만큼 제법 신경 쓴 모양새다.
2열은 무난하다. 키 177㎝ 기자가 앉으면 어디 하나 닿지 않으나, 여유롭진 않다. 등받이 각도는 다소 세워진 상태며, 조절할 순 없다. 트렁크는 좁다. 안 그래도 낮은 차가 바닥을 높여놔 트렁크 공간이 매우 좁아 보인다. 실제 트렁크 용량은 SAE(미국 자동차 기술자 협회) 기준 17.1세제곱피트로 약 484.2L다. 참고로 앞서 비교했던 기아 스포티지가 같은 기준 798L다. SUV 고유의 장점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땅으로부터 594㎜
UX는 가솔린 엔진과 함께 전기모터를 품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시동을 걸면 전기모터가 출발 준비를 마칠 뿐 엔진은 조용하다. 저속 주행 때도 마찬가지다. 지하주차장을 나서며 단지 바퀴 비비는 소리밖에 들을 수 없었다. 앞 80kW(약 106마력), 뒤 5.4kW(약 7.2마력) 전기 모터 출력으로 무난히 차체를 이끈다. 제원상 시속 115㎞까지 전기로만 달릴 수 있다고. 그러나 실제 도로 흐름에 따르다 보면 엔진을 계속 잠재우기는 쉽지 않다.
가속 반응은 재빠르다. 항속 중 페달을 밟으면 엔진과 변속기가 힘쓸 준비를 마치는 동안, 전기모터가 힘을 보탠다. 이어 엔진이 힘을 더하면서 본격적인 가속을 시작한다. 전기 모터와 146마력 2.0L 엔진 힘을 합친 시스템 총 출력은 181마력. 0→시속 100㎞ 가속 시간 8.7초 숫자로 엿볼 수 있듯 무난히 속도를 높인다.
화끈한 소리는 없다. 전자식 무단변속기 e-CVT가 엔진 최고 rpm에 고정한 채 속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6단으로 나뉜 수동 변속 모드로 조작하면 보통 일반 변속기(토크 컨버터)보다 반응이 빨라, 제법 직관적인 조작을 즐길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무난한 편. UX 백미는 승차감이다. 낮은 시트 높이와 함께, 서스펜션 초기 반응을 무르게 조율해 중형급 세단만큼 부드럽게 도로를 누빈다. 다소 솔직하게 노면 정보를 전하는 유럽산 SUV와 달리 북미 시장을 겨냥한 성향이 또렷하다. 흡음재를 꼼꼼히 덧댄 덕분에 노면 소음도 적다. 앞 창문은 차음 유리를 쓰기도 했다.
그렇다고 허둥대지는 않는다. 회전 구간에서 운전대를 감아보면 일반 SUV보다 쏠림이 현저히 적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버티는 셈. 비결은 낮은 무게중심이다. 저중심 설계 GA-C 플랫폼을 밑바탕 삼았을 뿐 아니라, 문짝과 보닛 등을 알루미늄 소재로 바꾸는 등 위쪽 무게를 덜어 무게중심을 끌어내렸다. 그 결과 바닥으로부터 단 594㎜ 높이에 무게중심이 자리한다.
고속 안정감도 SUV답지 않다. 시야가 낮고 무게중심이 바닥에 붙어, 차분하게 도로 위를 흐른다. 초기 반응 말랑한 서스펜션은 큼직한 충격에는 든든하게 버틴다. 댐퍼 속 ‘스윙 밸브’가 잔진동 같은 자잘한 충격은 밸브를 열어 위아래 움직임을 풀고, 묵직한 충격엔 밸브를 닫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버티는 까닭이다.
사륜구동 시스템은 렉서스가 준비한 시승코스에선 느낄 수 없었다. 단지 뒤쪽에서 조금의 힘을 보탤 뿐이다. 렉서스 E-Four 사륜구동 장치는 동력 축 없이 뒤 별도의 전기모터로 뒷바퀴를 굴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뒤 모터 5.4kW 최고출력으로 엿볼 수 있듯 ‘보조’ 기능이라고 보면 되겠다. 시속 70㎞가 넘으면 사륜 기능은 꺼지며, 시스템 총 출력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앞뒤 20:80 비율로 동력을 나눌 수 있을 때는 저속에 한해서다.
UX에는 차선 중앙을 쫓는 차선 추적 어시스트 LTA가 들어간다
SUV 본질
첨단 운전자 보조 장치는 빠짐없다. 설정한 속도에 따라 앞차와 간격을 조정하며 달리는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DRCC’와 차선 가운데를 쫓으며 차선이 없을 땐 아스팔트나 연석 경계선을 파악해 달리는 ‘차선 추적 어시스트 LTA’가 들어갔다. 이 둘을 조합하면 고속도로에서 잠깐이나마 반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셈. 그런데 직접 켜보니 DRCC는 흠잡을 데 없으나, LTA는 차선 중앙에서 조금씩 좌우로 왕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이브리드 기능 품은 첨단 자동차답지 않은 모습이다.
총 53㎞를 달린 후 L당 15.7㎞ 연비를 기록했다
대략 1시간, 총 53㎞를 달린 후 기록한 연비는 L당 15.7㎞다. 가끔 급가속하고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효율 내기 어려운 고속 주행 위주로 달렸음에도 연비가 꽤 높게 나왔다. 하이브리드 강점을 살려 주행 중 간간이 시동을 꺼트려 기름을 아꼈기 때문이다. 공인 복합 연비는 L당 15.9㎞(도심 16.5㎞/L, 고속 15.3㎞/L)다.
렉서스 UX는 “SUV가 뒤뚱거린다는 편견에 맞서고 싶었다”는 카코 치카(CHika Kako) UX 개발 수석 엔지니어 말처럼 세단처럼 편하면서도 안정적이다. 특히 저중심 설계로 끌어낸 주행 질감은 동급 SUV를 한참 웃돈다. 그러나 SUV 매력은 어떨까? 트렁크는 좁고 높직한 시야도 없다. 세련된 주행 성능과 콤팩트 SUV 감성을 모아 새 장르를 개척했다는 UX. 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 원래 토끼에 소홀해지진 않았을까? 가격은 4,510만~5,410만 원이다.
<제원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