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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쥐와 검정쥐의 비유 - 안수정등(岸樹井藤) 이야기

작성일 작성자 한암

 

 

흰쥐와 검정쥐의 비유

안수정등(岸樹井藤) 이야기

 

빈두설경(賓頭說經)에 기록되어 있는 이 안수정등(岸樹井藤)의 비유담은 우리의 인생을 언덕[岸]과 나무[樹]와 우물[井]과 칡덩굴[藤]로 엮어서 만든 이야기로 불자들이 아니더라도 많이 알려져 있는 이야기입니다.

 

옛날 어떤 한 사람이 망망한 광야를 가는데 무서운 코끼리가 그를 쫓아오고 있었습니다. 코끼리를 피하여 정신없이 달아나다 보니 언덕 밑에 우물이 있고 등나무 넝쿨이 우물 속으로 축 늘어져 있어 다급한 나머지 등나무 넝쿨을 하나 붙들고 우물 속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우물 밑바닥에는 이무기 세 마리가 떨어지면 잡아먹겠다며 입을 크게 벌리고 있고, 우물 입구사방에는 독사 네 마리가 혀를 날름거리며 잔뜩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할 수 없이 등나무 넝쿨을 생명줄로 삼아 우물 중간에 매달려 있자니 설상가상으로 흰 쥐와 검은 쥐 두 마리가 번갈아 가며 그 등나무 넝쿨을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만일 쥐가 갉아서 등나무 넝쿨이 끊어지거나 두 팔의 힘이 빠져서 아래로 떨어질 때는 꼼짝없이 독사들에게 잡아먹히는 수 밖에 없는 신세가 된 것입니다.

 

그 때 머리를 들어서 위를 쳐다보니 등나무 위에 매달려 있는 벌집에서 달콤한 꿀물이 떨어져 한 방울 두 방울 입 안으로 들어가 꿀을 받아먹는 동안에는 그 달콤함에 취해 자신이 절벽에 매달려서 코끼리를 피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흰 쥐와 검은 쥐가 넝쿨을 갉아먹어 언젠가는 떨어져 독사의 밥이 되리라는 자신의 신세도 잊고 있었는데 그 동안 대지에는 난데없는 불이 나 태울 만한 모든 것은 다 태워 버렸답니다.

 

이 안수정등은 인생에 대한 비유로써 넓은 광야는 무명장야(無明長夜), 어떤 한사람은 생존인간, 코끼리는 무상하게 흘러가는 세월, 등나무 넝쿨은 생명, 흰 쥐와 검은 쥐는 낮과 밤, 벌은 삿된 생각, 너덧 방울의 꿀은 5욕, 세 마리 이무기와 네 마리 독사는 삼독(三毒)과 사대(四大), 불은 늙고 병드는 것을 각각 비유한 것입니다.

 

삼독은 탐(貪)·진(瞋)·치(癡) 즉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입니다. '나'에게 맞으면 탐욕을 일으키고, '나'에게 맞지 않으면 분노하며, '나'의 탐욕을 채우고 분노를 달래기 위해 갖가지 어리석음을 저지릅니다. '나'를 위해 세 가지 독 기운을 뿜어내는 것입니다. '나'를 위해 뿜어낸 이 세 가지 독 기운은 세 마리 이무기가 되어 '나'를 통째로 삼키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네 마리 독사는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네 가지 기운인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을 뜻하는 것으로, 목숨이 떨어지면 곧바로 그 기운들을 거두어가기 위해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끝없는 무명장야의 이 세상에 태어나 무상신속의 불안 속에 위협을 당해 가면서 수파후랑(隨波遂浪)하는 인생, 이 인생을 부처님은 이 설화에 비유했습니다.

 

 

♬  Silver Pas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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