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자 요한의 죽음 (Herod's Banquet )

헤로데 안티파스(Herodes Antipsa)는 동생 필리포스의 아내 헤로디아와 혼인을 했고, 세례자 요한이 이를 비난하자 체포한다. 마침 헤로데의 생일을 맞아 연회가 베풀어지고, 헤로디아의 아름다운 딸인 살로메가 춤을 추어 헤로데와 그의 손님들을 즐겁게 한다. 임금은 살로메에게 “네가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 내 왕국의 절반이라도 너에게 주겠다.” (마르코 6,23)고 말한다. 그러자 그녀는 자기 어머니가 부추키는 대로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이리 가져다 주십시오” (마태 14, 8)라고 청한다. 헤로데는 괴로웠지만, 손님들 앞에서 맹세까지 하였기에 경비병에게 감옥에 있는 세례자 요한의 목을 베게 하였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다가 살로메에게 주게 하자, 소녀는 그것을 자기 어머니에게 주었다. 그 뒤에 요한의 제자들이 소문을 듣고 가서, 그의 주검을 거두어 무덤에 모셨다.

마태오와 마르코 복음이 전하는 세례자 요한의 죽음에서 헤로데를 바라보는 시각은 차이가 있다. 마태오에 따르면 헤로데는 세례자 요한을 제거하기 위한 핑계를 찾았고, 마르코에 따르면 헤로데는 요한을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알아 두려워하며 보호해 준 것으로 전한다. 결국 세례자 요한의 죽음의 직접적인 요인은 헤로디아의 계략인 것이다. 모함, 유혹, 공포, 퇴폐적인 구경거리와 잔인함이 가득한 세례자 요한의 죽음과 관련된 이 일화는 중세 이례로 예술가들에게 매력적인 주제였다.

춤추는 딸, 살로메

1140년 경, 툴루즈의 성 에티엔느 대성당(Cathedral of St-Etienne)의 클로이스터 주두에는 [헤로데와 살로메]와 [살로메의 춤]이 있다. [헤로데와 살로메]에서 헤로데가 옥좌에 앉은 모습, 왕관과 수놓인 겉옷은 왕권을 상징하며, 특히 자신의 오른쪽 무릎 위에 놓인 과장된 손은 그의 강력한 힘을 나타낸다. 그와 마주보는 살로메는 다리가 엇갈려 묘사되었는데, 이는 살로메가 춤을 추고 있음을 알려준다. 사실 성서에서는 헤로디아의 딸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소녀’로 칭하는데, 헤로디아의 딸이 살로메임을 밝힌 것은 유대의 역사학자 플라비우스 요세푸스(Flavius Josephus)이다. 헤로데는 살로메의 턱을 어루만지고 있는데, 이 역시 성서에 등장하지 않는 대목이다. 중세에서 이러한 제스쳐는 육체의 죄를 의미한다. 이 대목은 살로메가 헤로데를 유혹하는 모습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이는 당시 살로메가 마치 이브처럼 부정적인 여성 이미지, 유혹하는 여인(seductress)의 원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ROMANESQUE SCULPTOR, French
Herod and Salome
c. 1120
Stone
Musée des Augustins, Toulouse




 

 



 ROMANESQUE SCULPTOR, French
Capital
c. 1120
Stone
Musée des Augustins, Toulouse




한편 [살로메의 춤]은 살로메가 헤로데의 시종으로부터 건네받은 세례자 요한의 목을 어머니인 헤로디아에게 건네는 장면이다. 화면 왼쪽에는 향연의 테이블이 등장하고, 테이블에 앉아 있는 세 인물 중 맨 오른쪽이 헤로디아이고, 가운데가 헤로데 왕, 맨 왼쪽의 인물은 화면 오른쪽의 세례자 요한의 목을 건네는 시종과 동일한 모자를 쓰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시종으로 여겨진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살로메의 모습이 중복되어 등장함으로써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시간의 사건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처럼 한 장면에 연속적인 시간을 그리는 것은 고대와 중세 미술에서 흔히 나타나는 방식이기도 하다.

세례자 요한의 참수

12세기 제작된 베로나의 산 제노 바실리카 (Basilica di San Zeno)의 청동문에는 신구약 성서의 일화가 18장면 등장하는데, 그 중에 [세례자 요한의 참수]가 있다. 저부조로 청동조각인 이 작품의 왼편, 거대한 탑이 등장하는데 중세시대에는 세례자 요한이 갇혔던 감옥이 거대한 돌로 만들어진 탑으로 묘사된다. 화면 가운데, 세례자 요한이 등장하는데, 그의 목은 바로 앞에 있는 시종이 헤로데 왕에게 가져가고 있다. 세례자 요한의 몸은 머리가 베어진 다음에도 손을 아래로 떨어뜨린 채 그대로 서 있는데, 종종 자율신경계가 목이 베어진 다음에도 그대로 작용하기 때문에 참수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중세에는 과학적인 근거보다는 표현의 미숙함이나 기적의 발현으로 이러한 표현이 등장하곤 한다. 목이 잘린 세례자 요한과 시종 사이에 삼각구도를 이루는 사형집행인은 참수 때 사용한 칼을 칼집에 다시 꽂고 있는 중이다.

 



 [세례자 요한의 참수] 12세기
산 제노 바실리카, 베로나






Donatello
Herod's Banquet
1427
Bronze, 60 x 60 cm
Baptistry, Siena




 

 

Donatello
Herod's Banquet (detail)



 

헤로데의 향연

1423년 도나텔로는 시에나 대성당 세례당의 세례반에 [헤로데의 향연]을 제작한다. 화면 전경에는 향연의 장면이 펼쳐지고, 중경에는 향연의 흥을 돋우는 비올라를 연주하는 악사가 있으며, 원경에는 쟁반위에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들고 있는 시종의 모습이 나타난다. 향연의 장면에서 화면 왼쪽 전경, 시종은 헤로데에게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바치며 무릎을 꿇고 있다. 이를 본 헤로데는 공포와 충격으로 두 팔을 벌리며 뒤로 물러선다. 반면 헤로데 옆의 헤로디아는 세례자 요한의 머리 쪽으로 다가가고 있다. 그녀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화면 오른쪽, 저녁식사에 초대 받은 손님들은 이 갑작스러운 사건에 놀라며 식탁 끝으로 물러나고 있다. 살로메는 무리들 중 가장 앞 쪽에 있으며 그녀는 막 춤을 마친 듯 우아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Fra Filippo Lippi
Herod's Banquet
1452-65
Fresco
Duomo, Prato




15세기 화가들에게 [헤로데의 향연]은 인기있는 주제였는데, 1452년 필리포 리피는 프라토의 두오모 벽화로 이 내러티브한 장면을 시간의 전개에 따라 그리고 있다. 화면은 향연의 테이블을 중심으로┌┐형으로 깊이감을 지니며, 왼쪽에는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는 살로메, 가운데 향연의 테이블 앞에서 춤을 추는 살로메, 그리고 맨 오른쪽에는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헤로디아에게 바치는 살로메의 모습이 펼쳐진다. 리피는 선적인 우아함으로 살로메가 춤추는 모습을 매력적으로 그려내면서도, 세례자 요한의 목을 쟁반에 받아들고, 어머니 헤로디아에게 바치는 모습은 잔혹하리만큼 무표정하게 표현했다.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든 살로메

 

 

 

 

Titian
Salome with Head of John Baptist
1550




 

 

Tiziano Vecelli
Young Woman with a Dish of Fruit
c. 1555
Oil on canvas, 102 x 82 cm
Staatliche Museen, Berlin




15세기 이후 화가들은 살로메가 춤추는 모습보다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받아든 장면에 더 관심을 둔다. 1560년 경 티치아노가 그린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든 살로메]에서 화면 밖으로 시선을 던지는 살로메는 ‘소녀’라기 보다는 관능적인 ‘여인’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전리품처럼 쟁반을 높이 들고 몸을 뒤로 젖힌 자세에서는 그녀의 춤추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한편 쟁반 위의 세례자 요한의 머리, 그리고 깊은 눈에 시선을 멈추면 두려움과 섬뜩함이 느껴진다.


 

Caravaggio
Salome with the Head of St John the Baptist
c. 1607
Oil on canvas, 90,5 x 167 cm
National Gallery, London




1607년 경 카라바조가 그린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든 살로메]에는 강한 대비가 충돌한다. 화면을 지배하는 짙은 어두움과 세례자 요한의 머리와 사형 집행인의 어깨에 떨어지는 눈부신 하이라이트, 세례자 요한의 머리채를 움켜진 사형 집행인의 폭력적인 손아귀, 그 아래 마지막 한숨을 내쉬며 모든 것을 체념한 망자의 힘없는 눈동자, 젊은 살로메의 윤기 흐르는 피부와 늙은 하녀의 주름진 얼굴, 카라바조는 이러한 대비를 통해 세례자 요한의 죽음이라는 사건의 현실감과 극적인 효과를 동시에 재현한다. 티치아노의 시선이 살로메에 있었다면, 카라바조의 시선은 세례자 요한의 목을 강조한다. 이를 반증하듯 그는 비슷한 시기 [세례자 요한의 참수] 장면을 직접 본 듯이 그리고 있다.

 





Caravaggio
Beheading of Saint John the Baptist
1608
Oil on canvas, 361 x 520 cm
Saint John Museum, La Valletta




감옥의 안뜰, 사형이 집행되는 순간 세례자 요한은 사형집행인의 일격으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그는 치명타를 가하기 위해 ‘자비 misercordia’라고 불리는 단검을 뽑아들고 있다. 사형집행인 옆의 관리는 세례자 요한의 머리가 놓일 쟁반을 가리키고 있다. 늙은 여인은 연민과 놀라움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있고, 젊은 하녀가 쟁반을 들고 있다. 이 장면에는 살로메가 등장하지 않는다. 화면 왼쪽 두 죄수들이 이 장면을 지켜보는데, 카라바조는 세례자 요한이 헤로데 왕궁의 지하에 홀로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해 근처 마케루스(Machaerus) 요새에서 참수되었음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글 출처 : 네이버 캐스트 (정은진)

 

 



 





 

 

 




 

 


 

Fra Filippo Lippi
Herod's Banquet (detail)




 



 


원문출처


http://youni.biz/technote01/board.php?board=ChristlyArt&command=body&no=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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