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말하게 하라

 

01

산다는 것, 기적

 

크로마뇽인은 후세에 남기기 위하여 동굴 벽에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다.

그들은 오직 살아갔을 뿐이다.

살아가기 위하여 사냥을 기원하고, 다산을 기원했다.

 

당신 한 사람 살아있으면, 천만 만만 억 조 개의 춤추는 생명들.

당신 한 사람 살아있지 못하면, 천만 만만 억 조 개로 갈라지고 찢기는 생명들.

 

 

02

살아가소서

 

죽어있는 것들아, 그리고 죽어가는 것들아.

너흰 이미 말 할 힘을 잃었구나,그리고 말할 힘을 잃어가는 중이구나.

 

미안하다, 그대들 죽어가는 것들이여.

그대들로 인하여 우리는 살아가는 중이다.

 

생존본능의 이면에 다른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결국 몸을 통하여 죽어간 것들과 살아가는 것들을 증언해야 하리라.

 

살아가는 것들을 위하여, 그리고 삶을 잃어가는 것들을 위하여,

우리는 살아있는 몸으로 말해야한다.

죽어가는 것들을 위하여, 그리고 죽어있는 것들을 위하여,

우리는 몸으로 말해야한다.

 

03

지구가 건강해야 몸이 건강하다

 

* 내가 여기서 사용하는 "가이아"는 나의 여신 지구의 애칭이다.

 

가이아의 표면에는 70퍼센트의 물이 존재한다.

우리 몸의 70퍼센트도 물로 이루어져 있다.

 

우연일까? 천만에.

우리는 가이아의 일부분으로서,

가이아의 표면에 있는 물의 비율이 살아있는 것들에게도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

 

당신의 몸에도 그만큼의 물이 찰랑대기를.

내 살아있는 연인, 가이아의 몸뚱이를 당신들도 온전히 닮기를.

 

04

먹는 것마다 보약

 

더 진한 욕망으로 더 많이 먹으려는 사람들로 세상은 가득하다.

사람들은

보약에, 뱀탕에, 인삼에, 다이어트식에, 기타 헤아릴 수 없는 건강식에 쩔여서 산다.

의지하는 것이 많을수록 그만큼 스스로는 나약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단지 존재하고픈, 단지 꽃피우고픈 작은 욕망만을 가진 사람들은

더 진한 욕망의 추구자들에게 모든 걸 빼앗기며 살아간다.

 

오늘 당신이 먹는 푸성귀, 고사리나물, 쑥, 된장, 미역, 쌀알 하나하나…….

왜 그것이 당신의 보약이 되지는 못하는가?

실상, 우리가 먹는 것은 모두가 고맙고 고마운 보약이 아닌가.

 

05

유전자 풀(pool)

 

유전자, 그것은 우리의 것이다.

우리는 그것이 필요했다.

유전자는 숱한 죽음을 반복하며 유전자 풀(pool)에 섞였다가 다시 우리의 것이 되곤 했다.

유전자 풀은 살아있는 것들의 세포 속에 담긴 정보이다.

 

우리의 의식이 발현되기 위해선 물질이 필요했다.

보이지 않고 들을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이 세상에 말을 하려면 육신화(니르마나카야)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것이 화신(化身)이다.

 

150억년 밖에 되지 않는 이 우주의 역사 중에서 의식을 구현시킬 물질은 무엇일까?

자유롭게 쌓아 올라가는 레고의 조각들.

그래, 가장 편리한 물질은 수소와 탄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물질이로군,

 그래서 생명체들의 몸은 탄화수소 화합물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 유전자는 우리의 것이 되기 위해, 우리의 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허공꽃을 지우기 위해

몸으로 태어나야 한다.

 

삐그덕거리는 하이브리드, 절름거리는 키메라는 삐그덕거린다.

삐그덕거리는 몸에 깃든 의식 역시 삐그덕거린다.

불완전한 몸은 자연선택에 의해 도태된다.

 

손발이 닳고 닳으면, 마음도 닳는다.

몸과 마음은 별개가 아니다. 그것들은 서로 의존해서만 존재한다.

손가락 끝의 지문이 닳아 사라지면, 우리의 정체성도 사라진다.

 

06

이기적 유전자

 

이기적 유전자가 간과한 것이 있다.

우리의 지적 능력만으로는 우리의 완전한 본성을 알 수는 없다.

불완전한 지성으로 생명현상을 바라볼 때, 이기적 유전자의 현상은 관찰된다.

 

생물을 이기적 유전자에 의해 조종되는 기계에 불과하다는 딱지를 붙이면, 

나눔으로 생기는 풍요와 다양성, 다양성 속에 나타나는 통일성을 바라볼 수 없게 한다.

 

나의 마음을 나누어주고, 당신의 마음을 받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맥동과 박동.

이것이 확산하여가는 생명이다.

 

07

독화살의 제거

 

비록, 병의 원인, 죽음으로 몰고 가는 메커니즘을 이론적으로 규명하진 못했다 할지라도,

그 모르는 채로의 “원인”을 제거하면 병은 사라진다.

 

1854년, 영국의 런던에서 콜레라가 창궐했을 때,

콜레라에 걸린 사람들을 조사하던 존 스노는 콜레라에 걸린 사람들 모두가 ‘하수 펌프와 가까운 곳에 설치된 펌프에서 물을 길어다 먹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것을 안 존 스노가 한 일은, 그 독화살 곧 하수 펌프의 물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콜레라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08

노화

 

세포 속에 타고 있는 불길은 연소가스를 남긴다.

연소 작용으로 인하여,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고, 그 이상이 축적되면,

면역시스템의 기능이 저하된다.

그리하여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진다.

 

몸으로 오랫동안 말하기 위해서는 노화를 늦추기.

 

그러기 위해

적게 먹기,

은은하게 먹기.

 

09

세포의 유기적 결합

 

세포가 모여 세포집단(조직)이 이루어지고,

세포 집단이 모여 기관이 되고,

기관이 모여 한 몸(개체)이 된다.

 

세포의 모임이 생명이 되고, 조화와 균형을 지니면 한 개체요,

조화와 균형이 깨지면 생명은 사라진다.

생명은 고도의 질서를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10

숨 쉬는 것 (呼吸)

 

숨 쉬는 것은 기적이다.

숨 쉬는 방법은 수억 년을 거치면서 알아낸 방법이다.

 

오늘 우리가 숨 쉬는 것은 숱한 또 다른 것들이 숨 쉬지 못하면서 죽어갔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의 숨결 속에 무수한 죽음들을 간직하고 있다.

 

나무가 숨을 쉬고, 돌이 숨을 쉬고 지구가 숨을 쉰다.

어? 돌이 숨 쉬고 지구가 숨 쉰다고?

 

그렇다.

우리 인간만이 살아 숨 쉬는 것이 아니라, 돌도, 숲도, 지구도 그 크기로 살아 숨 쉰다.

인간들이 자신의 몸뚱이만 생각하느라, 더 큰 생명들의 호흡을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11

어항에 수돗물을 갈아 준 미영이

 

초등학교 2학년인 미영이는, 교실 앞에 있는 어항의 금붕어가 힘이 없자, 물을 갈아준다.

갈아 준 물은 운동장의 수돗가에서 받아 온 수돗물이었다.

다음날, 금붕어들은 거의 기진맥진하여 죽게 될 처지에 이르렀다.

 

금붕어들에게 맑은 물을 먹게 해 주고픈 그 동기가 금붕어들을 죽일 수도 있지만,

그러나 그 동기는 앎이 넓어짐에 따라 더 많은 금붕어들을 살릴 수 있는 능력으로 성숙하리라.

 

12 길들여진 익숙함

 

뇌하수체의 호르몬 분비는 익숙한 느낌의 복원이다.

생체시계 역시 길들여진 익숙함이다.

그것은 살아가면서 소비해야 하는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다.

 

 

13

세균이 나쁜 건 아니다

 

세균이 몸 안에 창궐하면, 몸 전체의 유기적 조화와 균형이 깨진다.

조화나 균형을 위해서는 이기적으로 창궐하는 암세포나 감기 바이러스 등의 세균은 억제되어야 한다.

 

세균의 입장에서는 충실히 자신의 생존본능에 충실하고 있을 뿐이지만, 우리는 건강한 몸을 지켜야 한다.

세균은 세포껍질을 외투삼아 우리 몸의 자양분을 먹으며, 더 크게 번식하며 세포들 하나하나를 잠식해 들어간다.

 

세균의 왕국이든, 세포의 왕국이든, 몸의 왕국이든, 인류의 왕국이든, 은하의 왕국이든 간에 고정되어 있는 선악의 가치 기준은 없다.

단지 어느 크기의 왕국을 우리가 살아가느냐에 따라 이루어지는 조화와 균형의 크기가 다를 뿐이다.

 

14

면역체계(immune system)

 

예방주사를 맞는 이유는 체내에 면역성을 가지기 위해서다.

육체에 들어온 세균은

조화와 균형을 이루려는 몸의 질서에 의해서 기진맥진해지고, 결국 싸움에서 패배한다.

 

싸움에서 이긴 육체는 면역성을 가진다. 신체는 한 번 승리한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가진다.

그러므로 면역성은 자신감이다.

신체는 그 자신감으로 장래에 닥칠 더 큰 세균을 물리친다.

 

몸은 같은 세균에 두 번째로 노출될 때, 기억세포들이 활성화되어 재빨리 형질세포를 만든다.

온 몸을 두둥실 떠다니는 항체는 세균을 무력화시킨다.

 

세균을 없애려고 하는 것은

그 놈들이 미워서가 아니라, 이기적 유전자의 무자비한 생존 본능을 이겨내고 조화와 균형을 지키려 함이다.

세균 중에는 유산균이나, 술을 발효시키는 효모나, 대장균 등, 인간들에게 이로운 세균들도 얼마든지 많이 존재한다.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 체계에 대한 신뢰는 자연 치유력에의 신뢰다.

우리는 오늘도 수많은 세균들을 먹고 마시지만, 우리 몸은 그들을 모두 이겨 내고 있다.

우리 몸의 조화와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서.

 

 

15

연결하라

 

무엇이 가로막는가?

흐르다가 막힌다면, 앞에 막고 있는 것을 삼키라.

 

미토콘드리아도 그렇게 하나의 세포에게 먹혔지만, 결국 그 미토콘드리아는 하나로 연결되었다.

 

막히고 단절된 것들은 맞닿아 함께 하나로 다시 재조직되어야 하리라.

 

16

어린이는 천국에 산다

 

건강의 척도는 순환의 원활한 정도이지, 몸무게의 정도로 가늠하는 것이 아니다.

몸의 혈관을 흐르는 혈액은 흐름이 원활해야 건강한 몸을 가진다.

마찬가지로, 사회에서도 의사소통 관이 막히거나 일방적이면,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병이 든다.

 

어린이는 천국에 산다.

몸의 건강은 각 기관들의 물질대사가 막힘없이 원활하게 순환하는 것이다.

그들의 혈관은 활짝 열려있어 혈액은 탄력 있게 몸을 돌고 돈다.

동맥에 지방 침전물이 가라앉아 굳어져 버린 것도 아니며,

판막은 심장의 박동에 따라 활짝 열리고 부드럽게 닫힌다.

흐르는 것 마다 원활하니, 몸짓이 생기 있고 생각도 밝다.

 

천국이 이들에게 있음은 이기적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몸의 건강 때문이다.

 

마음의 건강은 기의 원활과 순환에 의해 지켜진다.

주춤대지 않고, 기죽지 않고, 역류하지 않고, 닫힘과 열림이 리드미컬하고 자유롭다.

  

 

17

통증

 

공포라는 감정은 몸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의식의 일부분이 되었다. 의식은 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포라는 감정은 생존을 담보하는데 필수적인 감정이기도 하다.

공포가 없었다면, 사자 앞에서 도망치려 하지 않았을 것이고, 절벽 앞에서도 멈추지 않고 그냥 한 발 내딛어 아래로 떨어져버렸을 것이다.

 

통증이 있기에 우리는 몸의 이상을 알고, 그것을 치유하려 한다.

통증이 바로 우리의 치료약이다. 

병을 통하여 우리는 병에 대해 면역력을 키우고, 병을 통하여 조화와 균형을 회복한다.

 

조화와 균형은 자연 치유력의 근원이다.

조화와 균형이 깨지면, 조화와 균형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힘이 작동하는데, 그 힘이 자연 치유력이다.

 

자연 치유력은 조화와 균형 자체의 속성이다.

조화와 균형은 원래의 상태이므로, 조화와 균형의 회복도 원래 상태로의 복귀인 것이다.

원래 있어야 할 기의 자리가 원기(元氣)이며, 조화와 균형은 원래의 기이다.

 

18

호연지기

 

어제를 잘 살아야 오늘을 잘 산다.

오늘을 잘 살아야 내일을 잘 산다.

조금 전의 순간이 현재를 타고 미래로 흘러간다.

 

니힐리즘(허무주의)은 이렇게 말하리라.

그 장소를 아무리 깨끗하게 청소하고 아무리 깨끗하게 이용한다 하더라도 어차피 더러워질 것이다.

그러니 청소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어차피 죽을 것이다. 그러니 살아갈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몸 청소를 잘 해야 하리라.

몸 청소를 통하여 우리는 니힐리즘을 넘어간다.

 

거칠 것 없어라.

지극히 크고 굳세어

우러르고 굽어봄에

우리의 몸에도 마음에도 부끄럼이 없어라.

 

 

 

연미소 (yeonmi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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