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당신의 아버지는 지금 몇번 입니까?

작성일 작성자 개똥벌래



두 내외가 농사지으며 하나뿐인 아들 서울에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중견기업에서 과장으로 근무하고 결혼해 딸하나 낳고 강남에 34평짜리

아파트에서 잘 살고 있어서 아버지는 동내 사람들에게 아들자랑에 푹 빠져 살고 있었다.

아들은 가족들을 데리고 자주 찾아와 이제는 아버지,어머니 함께 살자고 올때마다 조른다.

그러나,태어나서 지금껏 살아온 고향을 두고 아들집으로 간다는것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그렇게 두 내외가 자식 자랑을하며 지내다 어머니가 그만 세상을 떠나셨다.



장례를 치르고 아들은 아버지 혼자서 계시면 않된다며 자기집으로 모시겠다고,

아버지에게 제발 고집을 꺽으시라며,"어머님도 돌아가시고 혼자서 계시면  제가 어떻게

잠시라도 마음편히 살수 있겠습니까?그러니 남은것 정리하시고 저희와 함께 서울로 가시자"며

간곡하게 조르기에 아버지는 서울생활을 그려보며 아들네 집으로 가기로 결정을 했다.

그렇게 아내도 떠나고 의지할곳도 없고해서 야산과 논,밭을팔아 아들에게 주고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아들은 그 돈으로 34평 아파트에서 42평 아파트로 옮기고 얼마 동안은 그런대로 편안 했습니다.



그즈음 아들은 부장승진 준비도 하고 밀려드는 회사일에 아침도 거르고 새벽에 출근하고

자정이 다 되서야 집에 돌아와 쓰러져 자는날이 계속 되었다.

아침에 잠시 아버지가 출근하려면 나오셔서 뵙고 아내에게 요즘은 내가 바뻐서

아버지에게 신경을 못 쓰니 당신이 아버지께 잘 해드리라는 말을 날마다 하는게 버릇이 됐다.

몇달을 그렇게 보내고 그날은 조금 일찍이 들어와 보니 집안이 썰렁하게 비어 있었다.

다들 어디를 갔나하며 물을 마시며 식탁을 보니 아내의 메모가 있었다.

"여보,우리 모처럼 외식하려 갔으니 일찍오면 밥 차려 먹어요,좀 늦을지도 몰라요"



가족을 기다리며 맥주를 한잔 마시는데 현관쪽이 시끄럽더니 아내가 들어온다.

그런데 아내와 딸만 들어오길래 "왜,둘만이지?"

"둘만 이라니?요기 밍키도 있잖아"하며 강아지를 들이대며 환하게 웃는다.

"아니,아버지는?" "아버님 집에 않계셔? 어디 노인정에라도 가셨나보지 뭐"

"아버지 늘 이렇게 늦게 들어오시나?" "으 응.." 아내는 더듬거렸다.

사실 아내는 시아버지가 언제 나갔다 언제 들어 오는지 모른다.관심도 안쎴으니까...

    자정이 다 되어가도 오시지 않는 아버지걱정에 아들은 어쩔줄 모르며 책상앞에 앉아서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아버지에게 소홀했던 자신을 한없이 원망하고있는데

책상위에 정성드려 접은 쪽지가 보였다.

재빨리 쪽지를 펴보니 정성드려 한자한자 눌러쓴 아버지의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무슨 한이라도 맺힌듯 종이가 찢어지도록 눌러쓴 아버지의글이...

"잘 있거라 3번아,6번은 간다." 아들은 아버지가 남겨놓은 한줄의 글이 무슨 뜻인지 알수가 없었다.



다음날 이른아침 아들은 먼저 파출소에 가출신고를 하고 온 동내를 찾아 다녔으나

아무도 아버지를 본사람이 없었다. "잘 있거라 3번아.6번은 간다." 머리를 쥐어짜도 알수가 없었다.

온 동내를 뒤지고 다녀도 아버지의 흔적도 찾지못한 아들은 아버지 방을 열어 보았다.

햇볓이 잘 들지않는 아버지방은 우중충 하다는 느낌마져 들었다.

벽을 가로질러 쳐 놓은 빨래줄엔 팬티 두징과 런닝셔츠 두장이 걸려 있었다.

한쪽 벽에는 딸이 싫다고 버린 옷장이 놓여 있는게 왜,이리 서글플까.

새것하나 사줄 형편도 않 되었던가... 아버지를 모시고 와서 난 무얼 했는가...

    옷장 앞에는 작은 상이 있었다.상 위에는 멸치볶음과 소고기 장조림과 신김치가 놓여있고

상옆에는 마시다만 소주병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이럴수는 없는거다

이 우중충한 방에서 혼자서 식사를 하시고 손수 옷을 빨아 방에서 말리셨다니...



아들은아버지 찾는일에 온 시간을 보내던 그날도 애잔한 마음에 술한잔 하고 집에 오는데

동내 어르신이 나를 부르신다."이보게,자네 김ㅇㅇ영감 자제가 아닌가?"

"아,예,그런데 어르신은 누구시지요?" "응, 나는 김영감 친굴세,그런데 왜 김영감이 안보이네?"

그래서 창피하지만 아버지가 가출한 사실을 그대로 말씀 드렸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풀지 못한  아버지의 글을 보이며 이글의 뜻을 아시냐고 물었다.

한참을 보시던 어르신은 "자네,이글의 뜻을 모른단 말인가?" "이사람아,

김영감이 늘 애기하곤 했지,우리 집에선 며느리가 젤위고 손녀가 둘째고 3번이 아들이고,

4번은 강아지 밍키고 5번은 가정부고 자신은 아무 쓸모없는 6번이라며 한숨짖곤 했지"

가슴이 쿵 내려앉는 기분으로 돌아서는 내게 "이보게 고향엔 면목없고 창피해 아니 갔을거야,

집 근처에도 없을거야,내일부터 서울역 지하철부터 찾아 보자구.내, 함께 가줌세"

아!아버지,제가 죽일 놈입니다.

아버지 어떻게,아버지가 6번입니까? 아버지는 우리 가정에 1번,아니순위를 따질수가 없지요.

아버지 용서도 빌지 못하겠습니다.아버지~~~





 여러분의 부모님은 지금 몇번 입니까?  -반딧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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