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주재원 생활 희로애락

인도 희로애락-오늘 할 일은 오늘 하자

작성일 작성자 kyk

노총각 혼자 어떻게 사는지 궁금한 어머니가 갑자기 오늘 자취집에 오신다고 어제 전화가 왔다.
어제 자기전에 좀 청소를 하고 잤으면 좋으련만 그 놈에 '내일하면 되지' 병이 또 도져서 TV보다가 잠들어 버린게 화근이었다.


퇴근 즈음에 맞춰 오신다고 하셔서 아침에 일어나서 밥은 대충 먹고 정신없이 집을 치웠다. 깔끔하신 어머니 성격에 이 나이 먹도록 장가도 못간 아들내미 혼자사는 자취집이 지저분하면 더 걱정을 하시기 때문이다. 방을 치우고 나온 쓰레기와 가방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예정에도 없던 청소를 한 탓에 회사에 지각할 것 같았다. 입사한지도 얼마 안됐는데 지각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16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더디게 느껴지는지 중간에 사람을 태우느라 멈춰설 때마다 타는 사람들이 얄밉도록 미웠고, 그때마다 엘리베이터 문이 자동으로 닫히는 것을 못기다리고 나는 신경질적으로 닫힘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내 사전에 약속 시간에 늦거나 지각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입사한지 한 달도 안지났는데...
내일 토요일이니까 내일 오시면 좋으련만 굳이 오늘 저녁에 오시려고 하는 어머니의 그 심경을 모르겠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해서 문이 열리기만을 바로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집에서 7시 50분에 나왔으니까 쓰레기를 버리고 바로 주차장으로 달려가서 차를 타고 가면 잘하면 지각을 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망할 놈의 엘리베이터 속도가 너무 늦다. 원래 이렇게 더뎠던가.
1층에 도착하기 직전에 한 쪽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쓰레기 비닐봉지를 들고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 나갈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드디어 1층까지 백 만년이 걸려 도착하자 마자 용수철처럼 튀어 나가서 몇 개의 계단을 날아서 뛰어 내린 후 오른 쪽으로 돌아 쓰레기장을 향해 눈썹이 휘날리게 뛰었다.
쓰레기장을 지나쳐 약 15미터 정도 더 가면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온다. 쓰레기 봉지를 얌전하게 쓰레기장에 놓고 갈 여유가 내겐 없었다.
쓰레기장 앞을 달려가며 쓰레기 봉지를 던지고 갈 생각이었는데, 하필이면 세 명의 아줌마가 쓰레기장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마 쓰레기를 버리러 왔다가 잡담을 하고 있는 중이리라. 저쪽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그런건 따질 겨를이 없었다.
달려가면서 쓰레기장을 레이더로 체크하니 맨 왼쪽에 서 있는 아줌마의 등과 쓰레기장의 왼쪽 벽면의 사이가 약 1미터 가량 포착됨과 동시에 왼손으로 쓰레기 봉지를 날렸다. 오~케이.
이제 15미터 정도 달려가서 지하로 내려가 차를 타고 달리면 된다. 지각은 어떻게든 면해야 했다.
그런데,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는 입구까지 반 쯤 달려갔을 때, 문득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듯 했다.
뛰어 가면서 고개를 돌렸는데 아까 그 세 명의 아줌마가 나를 쳐다보면서 까르르하고 웃으면서 손짓을 하는 것이 아닌가.
속도를 줄이고 다시 한 번 뒤를 돌아 봤다. 그런데 그 중 한 아줌마가 나를 부르며,
"가방 버리는 거 맞아요?"
라고 했는데 순간 나는 그 말 뜻을 이해하질 못했다.
그 아줌마 손에는 내 가방이 들려 있었다.
도대체 이게 뭔 시츄에이션인가. 내 오른 손을 봤더니 쓰레기 봉지가 들려 있었다.
가방을 내던지고 쓰레기 봉지를 들고 뛰었던 것이다.
그때서야 사태 파악이 된 나는 다시 쓰레기장으로 뛰어 돌아가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고 가방을 받고 쓰레기 봉지를 다소곳하게 쓰레기 더미 위에 놓고 다시 주차장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뭐가 죄송하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했다. 
그 세 아줌마들의 하하호호를 뒤로 하고, 아침부터 당한 쪽팔림도 뒤로 하고 차를 타고 곡예운전을 해서 겨우겨우 회사에 세이브.
지각은 면했다.

위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에 아직 결혼하기 전 혼자 자취하며 회사 다닐 때의 일이다.
그 후로 직장 생활을 하며 '오늘 할 일은 내일로 미루지 말고 오늘 하자'를 지키며 살아 왔는데 심신이 지쳤을 때 특히 요즘처럼 정신없이 바쁘고 힘들 때는 요것만 내일하자 라고 내 자신과 타협을 해 버린다. 이것 만은 꼭 고치자고 요즘 반성을 하는 나날이다.

귀국 전에 가장 큰 이벤트였던 전시회도 끝나고 바쁜 것은 어느 정도 다 처리한 것 같다. 바쁠 수록 돌아가야 하지만 할 일은 미루지 말아야 한다.

13년 전 쓰레기 대신 가방을 쓰레기장에 던져 버린 그 날, 사실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가까스로 지각을 면하고 회사에 도착해 커피 한 잔을 타서 내 자리에 앉아 한 숨을 돌리며 언제나 그렇듯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책상 위에 놓았는데...
그건 핸드폰이 아니라 TV리모콘이었다.

 

 

지난 주 일요일은 첸나이 시내 호텔 옥상을 빌려 나의 송별회와 새로 온 주재원의 환영회겸 바베큐 파티를 했다.

 

 

고기를 굽는 망이 없어서 한국에서 공수해 온 비싼 소고기를 후라이팬으로 구웠다. 맛있긴 맛있었는데 옥상이라 엄청 더웠다.

 

 

호텔 옥상에서 마리나 비치가 보인다. 여긴 인도양이다.

 

 

 

처음엔 미니 프리젠테이션을 할 생각이었는데, 본사 사장님도 오시고 다른 해외 거점에서도 참가 의사를 밝혀 사태가 점점 커져 대대적인 부품 전시회가 되어 버렸다. 이거 준비하느라고 거의 한 달 동안 정신없이 지냈다. 이제 다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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