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원 생활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달고 씁쓰름하다.

(한국 회사에 가끔씩 연락하면 한국은 씁쓰름하기만 하단다 하하하)

회사원이라면 또 그 회사가 해외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회사라면 누구나 해외 주재원을 희망하고 한 번쯤은 도전해 볼 만한 것이다.

단, 그 해외 부임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기분은 180도 달라진다.

그 중에서도 이곳 인도는 말을 안해도 알겠지만, 일반적으로 기피하는 지역임에는 틀림없다. 누구는 장기 휴가 때, 차를 빌려 유럽 일주를 한다고 하는데 이곳은 휴일이 와도 딱히 할 것이 없다. 유명하다는 관광지를 소개 받아 가보면 모두 힌두 템플(사원)이 대부분이다. 내 눈엔 다 그게 그거인거다. 쉬는 날에는 그저 쇼핑몰에 장 보러 가거나, 영화를 보는 것이 다일 뿐. 남들은 골프를 친다는데 나는 어째 취미가 없어서.

 

각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해외 주재원 발령은 정식 발령으로 본인에게 알려지기도 하고, 정식 발령 이전에 상사로부터 본인 의사 상담을 하기도 해서 어느 정도는 미리 본인에게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국내 발령과는 달리 해외는 가족 생활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또, 1년에 한 번 해외 주재원 근무 희망을 조사하기도 해서, 회사에서는 어느 정도 이것을 반영하게 된다. 물론 희망한다고 해서 다 해외로 보내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는, 외국계 기업으로 본사는 당연히 외국에 있으며, 발령 전에 임원으로부터 의향을 물어 왔고, 사실 너무 뜻밖이었기 때문에 일주일간의 결정할 시간을 준다고 했다. 지역이 지역인만큼.

그러나, 결정하기까지 나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해외에 대한 동경이 컸고, 밤에 커다란 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 보다가 그대로 엎어져 잠들 정도였다. 유학을 간 것도,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글로벌 회사에 취직을 해서 여기저기 많이 다니는 것도 어찌보면 어렸을 때의 꿈을 지금까지 잘 쫓아오지 않았나 싶다.

다행인 것은 우리 중전이 진취적인 사고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아무리 부임지가 인도라지만 우리에게 그런 것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여기 와서 알게된 주재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참 재미있는 것이 많다. 어떤 사람은 원래 자기가 인도로 올 것이 아니라 동료가 오는 것으로 거의 되어 있었다는데, 상사로부터 인도 부임 이야기가 나왔을때 그 동료가 상사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부모님을 부양해야 된다는 둥, 외국 생활을 해 나갈 자신이 없다는 둥, 외국 여행 가도 물갈이를 심하게 해서 안된다는 둥, 갖은 이유를 들며 제발 살려 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가 오게 되었다는데, 부임 결정되었을때, 그 부인이 '왜 당신은 울며 빌지 않았냐'고 했다고 한다. 가려면 당신 혼자 가라고 난리를 쳤다는데 그 부인은 지금 첸나이에서 2년째 남편과 아이와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주재 기간이 끝났는데, 후임자가 마땅히 없어서 최장 비자 연장 기한인 5년이 지나고 귀국해서 비자를 다시 받아 재부임한 사람도 더러 있다. 잘 됐다고 해야 할지, 안됐다고 위로를 해야 할지...

또, 도저히 이곳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데 대개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본국으로 귀임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

나는 현재 이곳에서 본사에서 부임해 온 주재원 2명과 인도 현지인 약 100여명과 같이 근무를 하고 있다. 어느 덧, 이곳에 온지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나는 회사 업무와 인도 생활 모두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회사 업무는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어느 회사든 어떤 일이든 스트레스가 없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간 내가 다녀 본 외국의 인상은 더운 나라일 수록 게으르고 일에 대한 개념이 없다. 인도는? 가히 환상적이다. 작년에 와서 딱 3개월만에 흰머리가 엄청 많아졌다. 그리고, 인도가 영어권이라고는 하나 인도인 특유의 발음과 억양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서투른 나의 영어로 아직도 고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동생 같고 조카들 같은 어린 인도인 직원들이 잘 따라와 주고 있어서, 때론 미치기 일보 직전일 때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나름대로 잘 이끌어 왔다고 생각한다.

 

현재 인도는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의 격전지로 심화되어 가고 있다. 수 년전까지만 해도 중국으로 몰렸던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의 인건비 상승과 중국 정부의 외국계 기업에 대한 배부른 정책으로 탈중국화 하여 지금은 동남아시아 중에서도 아직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이나 이곳 인도로 많이 옮겨 오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살고 있는 첸나이만 해도 수 많은 외국계 자동차, 전자, IT 업계 회사들이 앞다투어 공장을 짓고 있다. 첸나이에는 현재 5천명의 한국인이 있으며 외국인 중에는 가장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다음으로 일본인이 700여명이다. 우리 회사는 첸나이에서 북쪽으로 70km 떨어진 Sri city라는 지역에 있으며 나는 매일 첸나이에서 왕복으로 하루에 3시간 반이나 걸려 출퇴근하고 있다. Sri city에는 현재 25개국의 100여개 회사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공장을 건설중이다. 이곳에 아쉽게도 한국 회사가 없어서 나는 이 지역 유일한 한국인이다. 살고 있는 첸나이 아파트도 한국 사람들이 많은 첸나이 남부 지역이 아니라, 회사와 그나마 가까운 첸나이 시내 북쪽에 있기 때문에 작년까지만 해도 꽤 대단지 아파트인데도 외국인이라고는 나와 중전 두 사람이 전부였다. 올 해 들어 일본인과 유럽, 인도네시아, 중국인들이 하나 둘씩 들어 왔고, 최근에 한국인 가족이 들어 왔다. 중전이 얼마나 반가워 하는지 모른다. 남편이 우선 들어와 자리를 잡았고, 부인과 아이는 이번 추석이 끝나고 들어 온다고 하니 드디어 우리 아파트에도 한국인이 들어 오게 되어 이루 말 할 수 없이 기쁘다.

 

인도 생활면에서는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주재원들을 위한 편의는 최대한 보장해 주기 때문에 인도 자체의 열악한 환경을 제외하면 그다지 불편한 것은 없다. 주재원 및 가족을 위한 편의는 당연히 회사마다 규정이 있기 때문에 다를 수 밖에 없지만, 기본적으로 인도에서 최소한 중상위 생활이 가능하도록 편의를 제공한다. 아파트, 주재원 차량, 가족 차량, 차량 기사, 국제학교 학비 지원, 가족 어학비 지원, 식품 지원, 귀국 휴가 경비 지원, 휴가시 해외 여행 경비 지원, 급여외 각종 수당 등 본국에서는 누리지 못할 호화롭다면 호화로운 생활을 한다. 다시 말하지만 회사마다 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위에 나열한 각종 제공을 모두다 부여 받지는 않는다. 다만 이곳에 와 있는 한국을 포함한 외국계 기업들을 비교해 보면 평균적으로 한국계 기업보다는 외국계 기업의 대우나 조건이 좋다. 모든 소요되는 비용을 회사가 지원해 주는데가 있는가 하면(물가가 싸고, 타해외 거점과는 달리 인도는 오지이기 때문에), 어떤 회사는 각 비용에 제한을 두고 그 초과하는 비용에 대해서 주재원이 부담을 하게 하는 회사도 있다. 한국계 기업은 대부분 후자에 속한다. 한국계 기업이 좋은 것은 역시 먹는 것은 잘 먹는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은 흔히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먹는거는 잘 먹어야지, 잘 먹어야 일도 잘 한다는 관념이 있다. 사실 인도는 외국인들의 고충 중에 하나가 바로 식생활이다. 종교상의 문제로 소고기, 돼지고기, 술 등 제약이 많아서 구하자면 구할 수는 있는데 한국처럼 쉽게 구할 수도 없고, 위생 상태가 최악이라 구매하는 것이 꺼려진다. 한국계 기업은 회사에 한국 요리가 가능한 셰프를 구해서 주재원 및 가족들을 위한 음식을 제공하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한국에서 식품을 실은 컨테이너를 실어 오기도 해서 먹는 것 하나는 지원을 아끼지 않는데, 외국 기업은 그렇지 않다. 유럽, 미주, 일본계 기업들은 다른 대우는 좋은데 먹는 것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다. 알아서 하라는 것인데, 그 지원을 다른 방법으로 해 준다. 본국 귀국 휴가를 1년에 2회 이상(1회에 2주)을 주거나(한국계 기업은 보통 1년 또는 2년에 1회로 1주임), 우리 회사처럼 3개월에 한 번씩 식품도 구할 겸 가까운 동남아로 1주일씩 휴가 및 경비 지원을 해 주는 곳도 있다. 어떤 회사는 가구당 급여 외에 1년에 한 번 한화 1천만원 상당을 주고 여행을 가든 식품을 구하든 맘대로 쓰라는 통 큰 회사도 있다. 타해외 주재원은 상상도 못하는 대우다. 그만큼 인도는 오지다.

남편들은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회사로, 회사에서 집으로 다람지 쳇바퀴 돌듯이 변함없지만, 마담(부인)들은 한국에서 흔히 누려 보지 못했던 기사, 메이드가 있어서 생활면에 있어서 확실히 편하다. 우리 집은 두 사람 살림이니 굳이 메이드는 쓰고 있지 않지만 간단한 청소(바닥 쓸고 닦고 쓰레기통 비워 주는 정도)를 하고 가는 도우미가 있다. 인도에서 잘 적응하며 사는 마담들이 인도 생활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는데, 그건 바로 시댁을 자주 안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는 명절, 생신 등 각종 가족 행사에 빼놓지 않고 가던 것을 여기서는 쉽게 갈 수 없다는 이유로 열외되고, 시댁에서는 오히려 객지에서 고생한다고 여기 걱정은 하지 말라고 하니 이보다 더 금상첨화는 없을 듯 하다. 우리 중전은 한국에 있을 때, 고부갈등은 전혀 없었고(내 여동생과는 좀 안좋았다), 시댁에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여기 와서 하는 이야기가 솔직히 시댁에 자주 안가는 것이 좋긴 좋단다. 어쩔 수 없는 며느리이자 새언니인가 보다. 그래도 어머니한테 잘 하니 불만은 없다.

 

한국은 이제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다른 때는 한국 생각이 잘 안나는데 유독 명절때만 되면 한국 생각이 많이 난다.

내일은 우리 박여사님 잘 지내고 계신가 전화 한 번 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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