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점심때 투명인간 되었는데, 식당순례 24 동태맑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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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속의연꽃

그날 점심때 투명인간 되었는데, 식당순례 24 동태맑은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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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점심때 투명인간 되었는데, 식당순례 24 동태맑은탕

 

 

외식하는 날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밖에서 먹는다. 물론 혼자 먹는다. 홀로 일하는 사람은 나홀로 밥을 먹을 수밖에 없다. 오늘은 어디 가서 먹어야 할까? 고독한 식당순례자는 이 거리 저 거리를 헤맨다.

 

역세권에서 멀리 떨어진 식당에 가 보고자 했다. 크지 않은 식당, 장사가 잘 안될 것 같은 식당이 타겟이다. 코로나19시대에 여러 식당에서 밥을 먹어 주어야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것이다.

 

 

한 식당이 포착되었다. 식당 간판을 보니 명태찜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느끼한 육류보다는 수산물이 나을 것 같았다. 이런 것도 선택일 것이다. 선택하는 것 없이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식당순례가 될 것이다.

 

메뉴판을 보았다. 명태를 위주로 한 여러 개의 메뉴가 보였다. 명태찜은 2인 이상이다. 나홀로 가는 사람에게는 해당사항 없다. 가장 무난해 보이는 명태맑은탕을 주문했다. 칠천원이다. 싸지도 않고 비싸지도 않은 적정한 가격이다.

 

 

언젠가 서울에서 불교관련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점심시간이 되었는데 주최측에서는 참석자들에게 만원씩 나누어 주었다. 식사제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만원 가지고 근처 식당에서 사먹으라는 것이다.

 

누구와 함께 식사해야 할까? 안면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과 당연히 함께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들은 식사하러 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랜 만에 만난 교수들과 환담을 나누며 삼삼오오 사라졌다. 동류의식이 있었기 때문일ㅇ 것이다.

 

함께 밥 먹을 사람이 없었다. 만원 짜리 한장 들고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야 했다. 마침 안면 있는 법우님이 있어서 함께 식사했다. 식사하는 내내 불편했다. 그들은 왜 나를 투명인간 취급했을까?

 

투명인간이라는 소설이 있다. 소설가 성석제 선생의 소설이다. 투명인간은 무엇일까? 내용이 궁금해서 인터넷 주문해서 사 보았다. 그러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성석제 선생을 언젠가 만날 일이 있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소설가 성석제는 고등학교 친구이다.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이후 한번도 만나 본 적이 없다. 언젠가 매스컴에 성석제라는 이름이 나왔는데 분명히 아는 이름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그 성석제 같았다. 얼굴을 보니 틀림없었다. 세월이 흐르면 얼굴 모습이 변해서 알아볼 수 없는데 성석제는 고등학교 1학년 당시 얼굴이 남아 있었다.

 

소설 투명인간을 다 읽어 보지 않았다. 성석제를 언젠가 만나면 소설 한권쯤 읽어야 이야기가 될 것 같아 산 것이다.

 

투명인간은 문자 그대로 보이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조직에 속해 있지만 모두 외면했을 때 투명인간이라고 말한다. 요즘 군부대 성추행 사건 뉴스가 나오는데, 성추행 당했다고 신고하면 투명인간 취급당한다고 한다.

 

그날 점심시간에 투명인간이 되었다. 그 날 이후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한번도 강의나 강연, 세미나에서 발표 해 본적이 없다. 그러나 열심히 참석 했다. 참석하면 노트에 꼼꼼히 메모하고 반드시 참석후기를 남겼다.

 

내가 속이 좁은 것인지 모른다. 오랜 만에 만난 사람들끼리 점심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자리에 내가 끼여 들 여지는 없다. 설령 함께 자리를 했더라도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수행승들이여, 뭇삶들은 세계에 따라 관계를 맺고 어울린다. 저열한 경향을 가진 자들은 저열한 경향을 가진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탁월한 경향을 가진 자들은 탁월한 경향을 가진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S14.4)

 

“수행승들이여, 뭇삶들은 세계에 따라 관계를 맺고 어울린다. 믿음이 없는 자는 믿음이 없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부끄러움이 없는 자는 부끄러움이 없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창피함을 모르는 자는 창피함을 모르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배움이 없는 자는 배움이 없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게으른 자는 게으른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새김이 없는 자는 새김이 없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지혜롭지 못한 자는 지혜롭지 못한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S14.17)

 

“살아있는 생명을 해치는 자는 살아있는 생명을 해치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주지 않는 것을 빼앗는 자는 주지 않는 것을 빼앗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사랑을 나눔에 잘못을 범하는 자는 사랑을 나눔에 잘못을 범하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거짓말을 하는 자는 거짓말을 하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이간질을 하는 자는 이간질을 하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욕지거리 하는 자는 욕지거리 하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꾸며대는 말을 하는 자는 꾸며대는 말을 하는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탐욕스러운 자는 탐욕스러운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화내는 마음을 지닌 자는 화내는 마음을 지닌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 잘못된 견해를 지닌 자는 화내는 마음을 지닌 자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어울린다.”(S14.27)

 

 

흔히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말한다. 부처님도 그렇게 말씀하셨다. 그래서 탁월한 경향을 가진 사람들은 탁월한 경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어울리고 저열한 경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어울린다고 했다. 시를 좋아 하는 사람은 시를 좋아 하는 사람들끼리 어울릴 것이고, 술 좋아하는 사람은 술 좋아 하는 사람들끼리 어울릴 것이다. 그렇다고 술 마시는 것을 저열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술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동종업계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만의 리그가 있다. 그들만의 삶의 방식에 외부 사람이 끼기 힘들다. 이런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점심시간에 투명인간 되었다고 해서 한탄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쉬웠다.

 

늘 혼자 다닌다. 일도 혼자 한다. 밥도 혼자 먹는다. 홀로 있는 것에 익숙하다. 투명인간 취급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 스스로 생각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서운해할 필요 없다. 그들은 그들만의 삶의 방식이 있는 것이다. 앞으로 강연, 강의, 세미나에 참석할 일이 없지만, 설령 참석한다고 하더라도 밥은 홀로 먹을 것이다.

 

명태맑은탕을 깨끗이 비웠다. 마치 복지리를 먹는 것처럼 개운하다. 속이 확 풀어지는 것 같다. 오늘 점심은 유쾌한 식탁이 되었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다시 찾을 것을 약속한다.

 

 

2021-08-27

담마다사 이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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