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풍경 /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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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풍경 / 고은영

사랑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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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풍경 / 고은영

 



아버지 정갈한 두루마기 앞섶이
유난히 차 보이고
대님 매던 서툰 손놀림에
여명의 장 닭소리 아직 생생한데

희망을 두레질하는 차례상에는
언제나 생소한 얼굴들이
낡은 액자에 오랜 고화로 박힌 채
살폿 웃거나 근엄하다

쪽진 머리 저 여인은 고조 할매
흑백의 두루마기 아스름 저 시무룩한 고조 할배
구레나룻 여덟 팔자 유난히 쌔근한
저 남자 우리 할매 멋스러운 지아비
서른한 살 과부든 우리 할매
할배 바라보는 눈매가 붉어 애처롭다

묵시적 가족사
태어나 얼굴 한번 구경 못했다
피붙이라고 살가운 말 한 마디 없었다
어느 시공에도 우리는 서로 만나지 못했고
만날 수 없던 운명 호적에나 묶여 있을까

설날 아침
휘적휘적 저 눈길을 걸어 온 조상 들
우리 집 안방에 진귀한 고화 전시에 나란히 앉아
한껏 밝은 얼굴로 따끈한 떡국을 드시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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