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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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코로나 일지

햇꿈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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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내 갈색으로 난장을 일구던 바람이

연두빛으로 변심을 하더니만

부드럽기가 비단결이다.

 

#.

밭도

집도

산도

꼼짝않고 정지해 있어서

내려다 보면 그저 아득할 뿐,

마을회관의 남루한 깃발 몇 개가

유일한 동사로 펄럭이는데

돌아가신 박씨 영감님께선

무얼 그렇게 하염없이 쳐다보고 계셨던걸까?

 

#.

오늘 잠시

마당가 햇볕 자락에 앉아 마을 길을 내려다 보다가

아하~

박씨 영감님 께선

현재의 일들을 보신 것이 아니라

그 밭과

그 길과

그 산에 새겨진 당신의 옛일들을

되새김 처럼 아주 천천히 되돌아 보고 계셨던 것 임을 깨우친다.

 

#.

진공의 적막,

 

#.

말을

할 것도

들을 것도 없이

산 중에 갇혀 지낸

 

#.

코로나 석달 열흘째

 

#.

그 새

꽃이 피었던 자리마다

새 잎이 제법 장하게 넓적하다.

 

#.

밤마다

오래 전에 죽은 이들의 손을 잡고

이승의 일들을 고자질하다가

맑은 새 소리에 깨어난 새벽,

 

#.

아직 어둑한 저만큼 앞에

오늘을 기적으로 받아든 또 한사람이

유령처럼 걷고있다.

 

#.

하늘이 아프고

세월이 아픈

불가사의한 고통들을 내 안에 끌어 안아

이치의 자폐를

스스로 치유해 가는 일,

 

#.

이울어가는

하현의 초승달이

서산 눈섶으로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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