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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기억의 경계가 분명치 않으므로
그저
오래되었다고 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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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 너머의 소리로 들리던 거친 이명은
난청이 되었고
난청은 딴청으로 발전하여
묻고자 하는 사람을 자주 의아케 하더니만
급기야는 멍청의 경지에 이르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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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답을 들어야 할 말이거든
크게 하거나
아니면 종이에 써서 보여달라... 고 버텨 왔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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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이건 왜 이래?
저건 또 왜 그런 거야? 의
이제 막 세상에 대한 궁금이 무진한 아이의 물음을
바르고 예쁘게 들어서
아름답게 답해 주어야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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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을 기다린 끝에
수술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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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소리
귀 기울여 들을 것들이 있을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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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열리거든
오래도록 잊어버렸던
신새벽
앞산 산사의 범종 소리부터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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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열개씩의
돌나물
취나물
오가피잎
토끼풀
희고 노란 민들레 잎
엄나무 잎
엉겅퀴 잎
질경이
왕고들빼기 잎
참나물
그리고 찔레순에 더한
과일과 견과류... 들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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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전 만찬으로
하이브리드 샐러드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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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짐승처럼
초록 잎새들을 쉬지 않고 먹어
뱃고래가 두둑해지거든
저 복작거리는 도시의 병원을 향해
뱃심 좋게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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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했던 귀가
쾌청하게 열리기 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