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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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신장개업

햇꿈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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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것을 듣기 위함이 아니라

꼭 들어야 할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한 일은

 

#.

국부 마취 뒤에

귀 안쪽 머리 부분의 뼈를 건드리는 드릴 소리와

간혹 망치 소리와

고착되어 기능을 상실한 피부 조직을 떼어내는 소리들이

 

#.

통증도 감각도 없이

내 몸 깊은 곳에서 울려 나왔다

 

#.

두 시간쯤의 수술이 끝날 무렵은

마취제 작용 시간의 끝 부분 이기도 해서

예리한 드릴 소리에 살짝 통증이 묻어나곤 했다. 

 

#.

귀 말고도

눈신경이 복잡하게 지나는 부분을 수술 길로 썼던 탓에

수술 후에는

귀의 기능이 회복된 것만큼

눈의 기능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하는 일도 중요해서

 

#.

잘 들리는가? 와 한 묶음으로

잘 보이는가?를 물었으나

보이는 것들이 흐릿하다는 대답에

수술팀들이 우르르 모여 얼굴 좌우 신경을 자극하고 확인하는 법석과 함께

신경과 협진을 얘기하는 중인데

그중에 눈 밝은 사람 하나 있어 말 하기를

 

-안경 여기 있어요

 

#.

수술된 귀는

소독 솜들로 꼭 꼭 틀어 막혀 있으나

골전(骨傳) 음량으로 인한 가벼운 어지러움

세상은

여전히 들끓는 소리로 시끄럽다.

 

#.

세밤 네낮 동안

낯선 대처의 병원에 누워 남은 일생의 잠시를 탕진한 뒤

다시

초록 울울한 산중에 들어서니

 

#.

조금 더 명징해진

바람소리

새소리

그리고

이젠 사랑할 수도 있을

아내의 잔소리...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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