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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입구부터 삼엄했다
장갑과 마스크와
그리고 절대로 닿지 말아야 한다는 무언의 지침 덕에
사람 수에 관계없이 고요하리만큼 조용했으며
그 조용함 조차 약리적 효과를 갖는 것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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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생활도
그리하여 사회도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혼란스러운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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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사랑에 빠진 이들은
언제쯤
으스러지게 끌어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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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코로나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으나
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서
코로나보다 사람의 할 일이 더 많음에 대해서는
모두들 짐짓 모르는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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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이 아닌
접속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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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할아버지의
去彼取此(거피취차)를 빌어
잠시 제목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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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병상의 병실에
어느 철없는 사람이 있어
밤 깊도록 남도의 억양으로 버무려진 지난 사연들이
늘어지고 늘어지고...
조금 조용하게... 를 통사정 한 끝에
겨우 잠을 청 하는데
그래 봐야 옆 병상 코 고는 소리의 끝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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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러자고
귀를 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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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
밀림 지경이 되어있을
산 깊은 누옥의 뜨락을 그리워하는 일이
유일한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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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맑은 소리들
온몸에 둘러둘러
열린 귀를 푸르게 적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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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열이레의 날들이
찰박찰박 젖은 걸음으로
한사코
여름을 향해 떠나야 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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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남은 날들은
초록 바람 이거나
노란 송홧가루가 되어
하염없이
허공을 떠다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