去觸取續(거촉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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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토골 일기

去觸取續(거촉취속)

햇꿈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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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은 입구부터 삼엄했다

장갑과 마스크와

그리고 절대로 닿지 말아야 한다는 무언의 지침 덕에

사람 수에 관계없이 고요하리만큼 조용했으며

그 조용함 조차 약리적 효과를 갖는 것으로 느껴졌다.

 

#.

사람도

생활도

그리하여 사회도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혼란스러운 세월,

 

#.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이들은

언제쯤

으스러지게 끌어안을 수 있을까?

 

#.

모두들

코로나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으나

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서

코로나보다 사람의 할 일이 더 많음에 대해서는

모두들 짐짓 모르는 척,

 

#.

접촉이 아닌

접속의 세상

 

#.

노자 할아버지의

去彼取此(거피취차)를 빌어

잠시 제목 삼았다.

 

#.

다섯 병상의 병실에

어느 철없는 사람이 있어

밤 깊도록 남도의 억양으로 버무려진 지난 사연들이

늘어지고 늘어지고...

조금 조용하게... 를 통사정 한 끝에

겨우 잠을 청 하는데

그래 봐야 옆 병상 코 고는 소리의 끝자락,

 

#.

내가

이러자고

귀를 열었나?...

 

#.

지금쯤

밀림 지경이 되어있을

산 깊은 누옥의 뜨락을 그리워하는 일이

유일한 위안이 된다.

 

#.

그 맑은 소리들

온몸에 둘러둘러

열린 귀를 푸르게 적실 일,

 

#.

오월 열이레의 날들이

찰박찰박 젖은 걸음으로

한사코 

여름을 향해 떠나야 한다는데

 

#.

오월의 남은 날들은

초록 바람 이거나

노란 송홧가루가 되어

하염없이 

허공을 떠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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