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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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가나안 신자

햇꿈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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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운동 후

사방을 둘러 공손히 합장하여 인사한다

 

#.

모든 일에 감사합니다

춘사와 죽음 까지도,

 

#.

내 안과 밖으로 칭칭 감겨 있던

다분히 인간적인 신앙의 끈을 거두어 버린 날부터

그리고

직거래를 선언 하기까지,

 

#.

교회 안에서의 태산 같은 엄숙과

막연한 경건은 감당하기 어려웠고

 

#.

미사 중 가슴을 두드리는 통회 때마다

앞에도 있고 뒤에도 있는

허리 굽고 어깨 좁아진 노인들 모습을 보면서

울컥 할 때가 많았다.

 

#.

몸이 부서지도록 살아온 저니들의 한생은

이미 신앙만큼 거룩하다.

 

#.

교회의 안과 밖을 교의적 당위로 구분하여

허리 굽고 관절 망가진 이들이

수십 계단을 힘겹게 오르는 일은 고행이다.

 

#.

그리하여

신자 정년제가 필요하다.

 

#.

재너머 마을에서 비닐하우스 해체 작업을 같이 하던

앞 마을 베드로가 불쑥 물었다.

- 형님 승당에는 은제부터 나올 거유?

- 손 읎는 날 잡아 나가야지...

 

#.

가나안 신자... 가 도대체 뭣인지?

저 혼자 약속의 땅에서 노니는 날라리 신자인지?

궁금하시거든

가나안을

역독 하시길,

 

#.

롤란드 슐츠가 쓴 죽음의 에티켓을 주문하고

낡은 작업복의 해진 곳을 꿰맨다.

 

#.

근육질의 바람이 불어

표창 같은 서리 내리고

아침엔 얼음조차 얼었으니

이제

겨울과의 맞짱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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