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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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기습 겨울,

햇꿈둥지
댓글수23

 

 

#.

달빛 흥건한 새벽,

바람 불고

번뜩이는 서리 내리더니

입동 앞 세워 겨울이 진주해 있었다.

 

#.

마당가 나무들

여름 지나 가을 깊도록

무성했던 잎들을 속절없이 떨구어 제 발등만 덮고도

추위 앞에 의연해서

사람의 일들을 민망하게 한다.

 

#.

뿌리 짜임이 하도 옹골져서

수 없는 도끼질에도 끄떡없던 고주박 하나를

어르고 달래어 한나절 만에 겨우 땔감으로 만드는 일,

 

#.

쪼개어진 모두를 아궁이에 넣어

구들이 달구어지면

도끼질로 묵근해진 허리 지짐이나 하면 되겠다.

 

#.

시골살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남는 게 없으니 억지 부릴 일 아닌데도

어떤 일이든 시작을 하면

끝을 본 뒤에야 손을 털게 되니

이 또한 시골 중병이다.

 

#.

일이 있으면 그 일을 해 치우느라고

일이 없으면 어떻게든 일거리를 만드느라고

종종 거리게 되는 일상,

 

#.

바람과 겨울에 덜미를 잡혀

관성적으로 동동거리다가

 

#.

어둠이 내리는 시간에

추위를 한 아름 몰고 집안으로 들어서는 일,

 

#.

문득 

생각해 보니

아버지가 그러셨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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