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설(雪.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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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토골 일기

입춘설(雪.說)

햇꿈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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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기다리는 성급한 마음이

이틀의 날들을 싹둑 베어 버린

팔삭둥이 달,

 

#.

입춘이 되었으니

이제

법쩍으로 봄이다.

 

#.

새벽에는

시린 눈 위에

달빛이 흥건했다.

 

#.

그리고도

여전한 추위,

 

#.

먼 데서 보내 준

곶감 하나를 베어 먹다가

꼬르륵 잠든 밤,

 

#.

꿈 길에

재 넘은 호랑이가

창가를 기웃거리고 있었다.

 

#.

바깥나들이를 마치고 들어선 마당가에

퇴비 포대가 수북이 쌓여 있으니

아지랑이처럼 몸 일으켜 밭으로 나가야 할 일인데

한사코 집안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으름,

 

#.

게으른 선비 책장 넘기듯

먼 빛으로 밭고랑을 건네다 보며

하나

둘 

셋...

 

#.

서쪽 바다 갯바위에 사는 올빼미는

셋까지 밖에 세지 못해서

밤 새 물고기를 잡아 소복이 쌓아 놓고는

먼동 트는 아침에 세어보기를

하나. 둘. 셋... 많다...

하나. 둘. 셋... 많다...

 

#.

이렇게 한나절을 보내는 올빼미처럼

밭고랑을 어지러이 맴돌며

하나. 둘. 셋... 많다...

 

#.

우선

뒷 산 복수초는

긴 겨울에도 안녕하셨는지 

공손한 걸음으로 한 바퀴 둘러본 뒤에

 

#.

등 떠밀린 경작 본능에

불 댕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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