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바람난 년들 / 권나현
보소!
자네도 들었는가?
기어이 아랫말 매화년이
바람이 났다네.
고추당초보다
매운 겨울살이를
잘 견딘다 싶더만,
남녁에서 온
수상한 바람넘이
귓가에 속삭댕께
안 넘어갈 재주가 있당가?
아이고
말도 마소!
어디 매화년 뿐이것소.
봄에 피는 꽃년들은
모조리 궁딩이를
들썩대는디.
아랫말은
난리가 났당께요
키만 삐쩡 큰 목련부터
대그빡 피도 안 마른
제비꽃년들까정
난리도 아녀라,
워매 워매
쩌그
진달래년 주딩이 좀 보소
삘겋게 루즈까정 칠했네.
워째야 쓰까이
참말로
수상한 시절이여!
여그 저그 온 천지가
난리도 아니구만.
그려
워쩔 수 없제
잡는다고 되것어
말린다고 되것어
암만 고것이
자연의 순리라고 안 혀라.
보소
시방 이라고 있을 때가 아니랑게
바람난 꽃년들
밴질밴질한
낯짝이라도
귀경하라믄
우리도 싸게
나가 보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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