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사기극, 궁극의 망상을 낳다<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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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에 얽힌 작은 이야기들

대국민 사기극, 궁극의 망상을 낳다<下>

봉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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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사기극, 궁극의 망상을 낳다<下>



흔히 거짓말은 그 거짓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 내어야만 하고 그렇게 확대 재생산되며 극을 향해 치닫게 되면, 마침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게 된다.
하물며 개인이 만들어 낸 거짓말도 그런 막장에 다다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것이 어느 특정 단체나 조직도 아니라 국가가 행하게 된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는 불 보듯 뻔 할 것이며, 특히 국가가 행한 사기질은 그 신뢰감에 있어 개인이나 특정 단체가 행한 거짓말과는 그 차원부터가 다르다 할 것이다.


국가의 거짓말은 국민을 재앙으로 이끈다..


태평양 전쟁 당시, 항공기라는 최첨단 무기에 무지한 일본의 국민들로써는 당시 일본 육군과 국가가 벌인 “나카노 오장의 B-29 어부바 육탄 공격”이라는 말도 안 되는 사기질에 전혀 의심의 여지의 눈초리를 보낼 수 없었고, 또한 의심스럽다 하더라도 입 밖으로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 상황에 삐딱선 탔다가는..빨간 마티즈가 뙇~~


그러하여 당시 일본의 대중에게는 “나카노의 육탄 공격”이라는 팩트(?)를 바탕으로 갖가지 아이디어가 차례차례 쌓여져 마침내 황당하기 그지없는 소위 초메가톤급 사상누각(沙上樓閣) 상황까지 만들어내게 된다.


1944년 12월 8일, “말 타기로 적의 폭격기를 격추시킨” 나카노의 영웅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도쿄 니혼바시 미츠코시 백화점에서 그의 기체가 전시된 직후인 12월 말, 전쟁 당시 일반 대중들에게 신무기 따위를 소개하던 잡지 <기계화(機械化)> 1945년 1월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새로운 전술이 소개되었다.


나카노의 쌩구라, 말뚝박기 전술은 마침내 가지를 친다..

 

제목: 적의 B29를 포획하는 새로운 전술(敵B-29 捕獲 新戦術)


아래 그림은 우리 본토를 맹폭(盲爆)하는 적기 B29를 붙잡는 전술이다.


 

강철 와이어가 달린 로켓을 발사해 B-29에 낙하산을 걸어 속력을 감소시키고 오토자이로가 장착된 로켓 추진 공격기를 접근시켜 B-29의 거대한 기체 위에 강하 밀착한 뒤, 내부에 돌입, 독특한 침투전법을 사용해 적의 폭격기를 점령한 후, 아군 기지에 유유히 귀환하는 것이다.
적의 발표에 따르면, B-29 폭격기 1대의 자재로 전투기 12기를 제작할 수 있다고 하므로 자재 확보의 의미에서도 통쾌하기 짝이 없다.


전쟁 초반 B-17을 노획한 경우는 있었지만.. 뭐시라? B-29를?

 

이 무슨 개소리인가 싶지만, 이런 황당한 소리를 읊어대고 있는 <기계화>라는 잡지는 그저 멋모르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공상과학 잡지가 아니라 당시 일본 군부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는 소위 국책 잡지로, 그 표지에도 “국방 과학 잡지(国防科学雑誌)”라 떡하니 박혀있고, 발행 이유도 “국민에게 과학 무기 지식의 보급 철저라는 사명 달성에 매진할 것임”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몽매한 국민들에게 과학 무기 지식을 보급하는 국책 잡지 <기계화>..

 
이 무지몽매한 국민들에게 현대 무기의 우수성을 깨우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과학 잡지의 45년 1월호가 인쇄된 날짜는 1944년 12월 20일로, 이 시기는 10월 25일, 레이테에서 연합함대가 탈탈 털리며 괴멸된 지 약 2개월, 11월 24일, B-29에 의한 최초의 도쿄 공습이 벌어진지 약 1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 시기는 일본 본토 공습이 점점 격화되기 시작하고 미군이 오키나와나 대만을 침공해 오는 것은 시간문제가 되어있던 시기로, 당연히 일본 국민들에게 전쟁의 공포를 체감시키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였던 B-29 중폭격기에 대한 대책은 그저 이따위 망상 만발한 무기나 머구리 전술의 고안 차원을 넘어 가장 급박한 문제였다.


현실적인 대안마련이 급선무였지만..간절하게 원하면 우주가 나서서..쩝~

 
하지만 현실적인 대안을 강구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전 국민의 힘을 모았어야 할 이 시기에 일본 군부는 그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즉, 국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되도 않는 거짓말로 점철된 프로파간다를 냅다 들이밀어야 했고, 이를 믿을 수밖에 없었던 일본의 개돼지들은 이를 더욱 확대 재생산해서는 저 따위의 망상의 구렁텅이를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개돼지들은 국가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거이야~!!


말 나온 김에 이 일본의 획기적인 새로운 전술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자.


그 내용은 지극히 심플한데, 어부바를 할 수 있도록 B-29 폭격기 날개에 추와 낙하산이 달린 와이어 로켓을 쏘아 날개에 걸어 적기의 속력을 감속시킨 다음, 이를 오토자이로가 장착된 로켓 추진 공격기가 추적한다.
이후 특수 흡착 장치가 달린 공격기가 B-29 등짝에 어부바를 하면 잠입 결사대가 폭격기 기체에 침투하여 미군 승무원들을 사살하거나 생포한 다음 기체를 몰고 유유히 본토로 귀환한다.


이렇게 나카노처럼 들러붙은 다음 나포하면 되는 겨! 어째 간단하지? 크흑~~


근데 이거 어디서 한 번 보았던 내용인데?
그렇다.
액션 배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티븐 시걸 옹이 특공대 대장으로 출연한 1996년 작, <파이널 디시즌(원제는 Executive Decision)>이란 영화를 보면, 테러범들에게 납치된 민간 항공기에 F-117 스텔스 전투기가 여객기 배에 들러붙은 다음, 특공대원들을 침투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에서 특공대를 태운 전투기가 여객기 배때지에 들러 붙는다..


이 장면에서 시걸 옹이 장렬히 사망(?)하면서 등장하시자마자 영화에서 휑하니 사라져버려 단지 그의 명성만을 믿고 영화관을 찾은 많은 관객들에게 엄청난 실망감과 허탈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또한, 밀덕의 관점에서 보자면, 저따위 허무맹랑한 전술을 구사하는 것도 웃기지만 F-117 후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특공대원을 수용할 만 한 공간(적어도 7~8명은 되었던 듯..)이 있다는 게 도대체가 말이나 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그럼 엔진은 어디 있는 겨? F-117이 글라이더였어?)


F-117은 수송기였다..쪽 팔려서 그랬는지 영화에서 휑하니 사라지는 시걸 옹..


이런 면에서 보자면, 일본은 무려 50년이나 전에 저런 아이디어를 상상해 내었다는 게 놀랍기도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쌩 머구리 짓은 마찬가지다.
기사에서는 “새로운 전술”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옛날 옛적, 캬라비안의 해적들이 상선을 나포할 때 쓰던 수법을 현대 항공전에도 가능하다는 식으로 씨부려 놓은 것에 불과하고, 그저 황당무계하기만 한 이 전술의 모태가 되었던 것은 바로, 그들 스스로가 현실에서 가능하다고 온 국민을 향해 선전한 “나카노 오장의 B-29 어부바 육탄 공격”이었다.


나카노의 어부바는 50년이 지나 헐리웃에까지 영향을 미친다..흑~ ㅠ.ㅠ


하지만 해당 기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것은 바로 B-29 폭격기 나포가 가능하다면 태평양 전선 전체에서 일본군에 있어 가장 위협적인 존재, 즉, “미군의 항공모함도 나포가 가능하다!”라는 신개념 황당 전술이었다.


뭐잇? 미 항모를 뽀리깐다고? 아래는 패전 후 미 본토로 옮겨지는 일본기들..


해당 기사를 보자.


제목: 적의 항공모함 포획 전술.


특수 잠수함으로 접근해 수중에서 적 항모의 추진기를 정지시키고 항모 주변에 특수 연막탄을 투하해 연막을 전개한 다음 공수부대가 갑판에 착함을 강행한다.
그 직후 대형 잠수함이 인근 해상에서 부상해 현측에 사다리를 걸고 특공대를 투입하면 경악한 적은 금방 섬멸되고 적의 항공모함을 완전히 점거하는 쾌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림 아랫쪽에 항모 나포 방법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엉엉~~


이딴 헛소리에 대해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한가?


이 모든 것의 근원은 그저 실체를 덮기 위해 국가가 만들어낸 거짓말을 우매한 국민들이 이를 그대로 믿었고, 그를 바탕으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좀 더 나은 아이디어를 제공해 만들어낸 거대한 궁극의 망상이었다.
이들 우매한 일본 국민들의 멍청함과 당시 일본이라는 국가의 비열함은 당연히 손가락 질 받아야 마땅하지만 문제는 우리의 근현대사 또한 이런 지적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요소들이 많이 있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라는 가면을 쓴 이 땅의 무소불위의 권력들과 그 하수인들이 행한 수많은 거짓말들은 이를 믿은 많은 이들에게 아픔을 주었고 아직도 우리들 가슴 속 깊은 곳에 생채기로 남아있다.
국가와 매스컴을 믿지 않으면 무엇을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정부와 매스컴을 믿지 않으면 뭘 믿겠소? 글쎄..


잘 한 번 생각해 보자.
만약 국가가 당신도 슈퍼맨이 될 수 있다고 발표한다면 과연 당신은 국가를 믿고 빨간 망토를 두른 채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릴 수 있을 것인가?


당신도 슈퍼맨이 될 수 있다! 죽창으로 미군의 땅크를 잡을 수 있다!


웃기지만 이 나카노의 어부바 공격은 일본 우익들 사이에선 아직도 팩트로 신봉되며 "태평양 전쟁 기적의 5대 비화(奇跡の5大 秘話)" 따위로 불리면서 떠받들여지고 있다.

그리고 지극히 당연하지만 당시 일본군 내부에서 저 따위 황당한 작전이 계획되거나 실제 전투에 운용해 보려 시도한 적은 없었다(왜냐? 지네 거짓말은 누구보다 지네가 더 잘 아니까..)


일본군이 저 전술에 사용할 신무기를 개발했을 쯤이면 아마 미군은.. 



<사진 출처>

http://www.combatreform.org/lighttanks.htm
https://ameblo.jp/wa500/theme-10012756536.html
http://www.impawards.com/1996/executive_decision_ver2.html
https://dejareviewer.com/2015/07/01/1996-was-the-year-the-macho-80s-action-hero-died/
http://soranokakera.lekumo.biz/tesr/2014/week4/
https://www.ydn.com.tw/News/245884
https://www.caninomag.es/el-mundo-vs-superman-como-el-hombre-de-acero-se-convirtio-en-asesino-para-ganarse-tu-admirac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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