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통일되면 뭘 할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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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통일되면 뭘 할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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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통일되면 뭘 할 수 있는데?


김진향 /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남북한 평화의 유니콘 개성공단 







북한도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군요. 우리가 어떻게 그들과 함께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실상을 듣고 나니 예상보다 멀쩡한 나라여서 놀랐어요. 그래도 막상 같이 산다고 생각하면 조금 불안하거든요. 그냥 다른 나라들처럼 각자의 나라에서 잘 살면 안되나요?



물론 당장 통일까지 갈 필요는 없지요. 통일은 오랜 평화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오는 거라고 이야기했잖아요. 그동안 우리가 할 일은 각자의 영역에서 평화롭게 잘 사는 거지요. 남과 북은 이미 경제적으로 협력하면서 살아본 경험이 있잖아요. 2004년부터 2016년 2월까지 12년 동안 개성공단으로 출퇴근했던 남북의 사람들이 바로 산 증인이죠. 개성공단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앞서 개성공단이 남과 북의 평화 프로젝트이자 경제 프로젝트라고 했죠. 경제적으로는 우리의 구조적 저성장 문제를 탈출할 수 있는 방안이자, 실질적으로 남북 평화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도 통일의 방안으로 개성공단을 높게 평가합니다. 독일이 서독과 동독으로 분단되었다가 통일을 이룬 이야기 아시죠? 독일 통일은 빌리 브란트 총리가 추진한 '동방정책'에 힘입은 바가 큰데요, 이 동방정책을 만든 사람이 에곤 바르예요. 에곤 바르가 개성공단 사진을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이건 놀라운 상상력이다. 내가 동방정책을 설계할 때 동독 지역에 서독의 공단을 만든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다. 대단한 상상력이다. (...) 한국의 통일 모델이 필요한데, 이건 베트남 모델도 될 수가 없고, 독일 모델도 될 수가 없다. 한국형 통일 모델이여야 하는데, (...) 개성공단 모델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개성공단을 확장해서 계속 따라가면 그 중간에 경제 통일이 올 것이고, 종점에 마침내 한반도의 통일이 올 것이다. (<10년 후 통일> 89쪽, 정동영, 지승호)



에곤 바르의 말대로 개성공단은 놀라운 상상력의 결과물입니다. 요즘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죠? 일상의 문제를 전에 없는 창의적인 방식과 경제적인 관점으로 풀어내는 기업들이요. 남북평화 문제를 가장 창의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개성공단이 바로 최초의 남북 공동 스타트업입니다. 남북이 경제적으로 협력하며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들어가다 보면 남과 북 모두 엄청난 번영을 누릴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계의 유니콘 기업들이 그렇듯 말입니다. 평화롭게 공존하되 서로 만나고 놀고 함께 일하며 잘 살아가는 거죠.



개성공단이 굉장히 효과적인 경제프로젝트라는 건 앞에서 여러 번 이야기 해주셔서 이해했어요. 에곤 바르의 평가를 들어보니 정말 좋은 정책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평화프로젝트라는 말은 이해가 잘 안 돼요. 개성공단과 평화 사이에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 건가요?



그럼 좀 더 실질적인 얘기를 해볼게요. 앞에서 개성공단 부지가 원래는 북의 군사기지였다는 말을 했죠? 개성은 한국전쟁 당시 북이 서울로 들어 오는 주요 루트 중 하나였어요. 그만큼 중요한 군사 요충지이자 군사력이 밀집된 지역이죠. 그런 곳에 있는 군부대와 군사기지를 없애고,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경제협력의 장을 만들었기 때문에 개발 초기부터 그 상징성으로 주목을 받았어요. 공단이 가동된 후에는 광화문에서 매일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통근버스가 생겼습니다. 남북 간에 군사적인 긴장감이 고조되었을 때도 통근버스는 10년 동안 계속 다녔어요. 서울 한복판을 지나 철조말과 지뢰밭이 설치된 군사분계선 일대를 아침저녁으로 건너다닌 겁니다. 상징적인 장면이죠.



예를 들어 남북 간에 우발적인 군사 충돌이 발생했다고 생각해봅시다. 통근버스가 매일 개성으로 출발하고, 남과 북의 노동자 6만 명이 개성공단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적 충돌이 쉽게 확대될 수 없죠. 개성공단은 물리적 존재만으로도 남북의 정치, 군사적 위기를 완충하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여러분, '국가안보'라는 말 자주 들어보셨죠? 외부의 위협이나 침략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뜻인데요. 국민의 생명이 달린 일이니 국가의 역할 중 아주 중대한 영역입니다. 국가안보를 강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음... 군사 무기를 많이 사면 되지 않을까요?



과연 그럴까요? 그건 소극적인 안보에 불과합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 봅시다. 적극적인 안보는 바로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했죠. 싸울 준비를 하는 것보다 아예 싸움이 일어날 수 없는 구조를 만드는 게 더 현명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개성공단은 남북평화의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인 셈이죠. 6만 명의 남북 노동자들이 24시간, 365일 함께 지내고 있는데 누가 함부로 군사적 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겠어요. 마주 달리는 폭주 기관차를 막아주는 역할이 바로 개성공단이 가진 안보적 가치라고 할 수 있어요. 돈 버는 안보죠. 사실 북측이 정말로 원하는 건 미국 기업이 북으로 진출하는 겁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북측은 여전히 미국과 전쟁을 끝내지 못한 상황이라고 이야기했죠? 그들이 정말로 원하는 건 평화라는 것도요.



그런데 미국은 자국의 기업이 들어가 있는 나라와는 군사적인 충돌과 전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북측에게 미국과의 경제협력은 전쟁 위기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수십 법 회담하는 것보다 개성공단 같은 예를 여러 개 만들고, 미국 기업이 북측으로 진출하는 경제협력을 확대해나가는 게 훨씬 효과적인 방법인 거예요. 애매한 평화정책을 남발하느니 개성공단에서 남북의 근로자들이 매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일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쌓아가는 것 자체가 평화를 정착시키는 과정인 거고요.



한마디로 돈도 벌고 전쟁도 막을 수 있는 거네요! 꼭 통일을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되는 거고요.



그렇죠. 오랜 시간 동안 평화를 정착시키는 과정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통일이 되는 거니까요. 굳이 의식적으로 통일을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평화 자체가 통일인 거예요. 개성공단은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정치체제와 경제제도를 배우고 협력해나가는 공간이기도 해요. 남측은 북측의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북측은 남측의 시장경제를 이해하고 배울 기회를 가지게 되는 거죠. 두 국가의 체제가 다른데 배워서 뭐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 과정은 남북 모두에게 소중한 경험이 될 거예요.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정치제도 아시죠? 요즘 남측 사람들이 좋아하고 선망하는 정치시스템이죠.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장점을 합쳐놓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만약 남과 북이 따로 살면서 자본주의, 사회주의만 파고들면 새로운 정치, 경제 시스템에 대한 상상이 빈약해질 수밖에 없어요. 다른 체제를 경험할 기회 자체를 가지기 어려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개성공단을 통해 서로 다른 국가 시스템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죠. 국가관이라는 건 결국 공동체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에 대한 방법론적 고민인데, 개성공단에서의 경험은 남북이 더 좋은 국가를 상상하는 데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거예요.



구체적인 예를 하나 들어주신다면요.



개성공단에서 12년 동안 남과 북이 함께 살며 서로서로 배운 사례는 많죠. 그 중 자본주의경제와 사회주의경제의 기본적인 차이 하나를 예로 들어볼게요. 자본주의경제에서 노동은 임금, 즉 돈으로 환산하는 개념이죠? 일하러 간다는 말을 돈 벌러 간다고 말하기도 하잖아요. 노동뿐 아니라 토지도 돈이고, 건물도 돈, 모든 재화가 돈입니다. 그래서 '자본'주의라고 하는 거죠. 앞서 이야기했듯이 사회주의경제에서는 그런 것들이 돈이 아니에요. 노동 또한 임금으로 환산되는 게 아닙니다. 북측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을 팔아서 임금을 받는다, 돈을 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우리처럼 노동을 사기 위해 고용하고 돈을 벌기 위해 노동을 파는 고용, 피고용 개념 자체가 없다고 보면 됩니다.



그럼 무엇 때문에 일할까요? 기업소든, 공장이든, 협동농장이든 그들이 일하는 이유는 그 일이 국가가 자신에게 맡긴 공적 임무이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국가란 인민위원회나 노동당과 같은 사회적 공동체를 말합니다. 즉 그들의 노동은 자본주의사회의 개인적 노동이 아닌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노동입니다. 직장 일은 사회구성원으로서 국가가 부여한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겁니다. 대신 국가는 그들의 생활을 책임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와는 굉장한 차이가 있죠.이렇게 다른 점이 명확하게 존재합니다. 그 다른 점들을 배우는 과정이 개성공단에서 일어나죠. 예를 들어 돈을 좀 더 줄 테니 일을 더 하자고 하면, 북측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돈의 관점에서 일을 시키려고 했기 때문이에요. 우리 기준에서는 돈을 더 주면 일을 더 시킬 수 있는 게 상식이지만, 그들 기준에서는 돈으로 사람의 노동을 산다는 개념 자체를 몰상식하게 여기고 기분 나빠할 수 있는 문제거든요. 물론 최근에는 북측 내부에서도 시장화가 진행되고 있긴 합니다.



시간과 노동을 팔고 돈을 받는 게 당연한 건 줄 알았는데, 북한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하는군요. 그럼 북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다가 연장 근무가 필요하면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하나요?



북측에서는 노동의 동기를 부여할 때 물질적인 대가 대신 사회적 책임감과 윤리적, 도덕적 의식을 강조해요. 이런게 우리와 다른 점입니다.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볼게요. 개성공단의 한 기업에서 오후 6시에 퇴근해야 하는 직원들을 불러 놓고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 갑자기 일이 생겨 두 시간 연장 근무를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일인당 몇 달러씩 더 줄 테니 일 좀 더 합시다." 우리 상식으로는 북측 노동자들은 노동력이고, 노동력은 곧 돈이기 때문에 이 말이 틀린 건 아니에요. 그러나 앞서 말했듯 북측 사람들 기준에서는 이 말이 자신들을 돈으로만 본다고 생각해 싫어합니다. 몰상식한 거예요.



그럼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남측의 원청업체에서 급하게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이번 일을 잘하면 향후 더 많은 주문을 받을 수 있을 거 같으니, 함께 좀 더 일합시다." 이렇게 함께 더 잘해보자는 책임감을 중점에 두고 이야기하면 충분히 수긍하는 데 모든 것을 돈으로 연결 지으려고 하니까 오해가 생기는 거예요. 북측 근로자에게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이유와 가치에 관해 물어보면 대부분 "북과 남의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기 위해서"라거나 "민족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합니다. 남측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대부분 돈 벌어 먹고살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거예요. 노동에 대한 인식이 다른 거죠. 최근 북측의 경제개혁 조치로 이런 경향이 퇴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북측 사람들은 모든 것을 돈 중심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것을 매우 낯설어합니다.



이렇게 다른 두 세계가 만나니 개성공단 초기에는 당연히 불협화음이 생겼어요. 서로 몰랐기 때문에요. 하지만 조금 지나면 서로를 알게 되고, 몰라서 오해한 것을 이해하면서 공존하게 됩니다. 사실 우리는 개성공단에서 북측 사람들과 생산과 관련된 말만 했지, 통일이나 평화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어요. 남북 간에 군사적 긴장이 생길 때도 우리는 기업의 생산만 보고 일만 하자고 했었죠. 그렇게 생산에만 집중했는데도 개성공단에는 평화가 이미 와있었습니다. 분단 세월 동안 다른 체제와 제도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목적을 향해 일하고 대화하고 밥 먹다 보면, 어느새 대립과 적대는 흐릿해지고 화해와 평화가 와있었어요. 부모님은 잘 계시는지, 자식은 잘 크는지,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서로 안부도 묻게 되고요. 개성공단을 보면 남북의 평화와 통일의 길이 보인다는 말은 바로 그런 의미에요. 평화가 그리 거창하고 어려운 일 같지는 않죠? 그래서 저는 개성공단은 매일매일 작은 평화와 통일의 사례가 발현하고 축적되는 기적의 공간이라고 말하곤 해요.



개성공단의 가치를 지금까지 너무 모르고 있었네요.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지금은 어떤 상태인가요?



2016년 개성공단이 중단되기 전까지 125개의 제조기업이 가동 중이었고, 100여 개의 영업소가 있었죠. 북측 노동자 5만 5천여 명에 남측 주재원까지 합쳐 약 6만여 명이 근무했습니다. 누적 생산액은 32억 달러가 넘었었죠. 6.15 공동선언에 기초한 기존 합의대로라면 개성공단은 2012년에는 전체 2천만 평 개발이 완료되어 3천여 개 이상의 제조 기업이 매년 500억에서 1천억 달러 이상을 생산하고, 약 50만 명을 수용하는 거대도시가 되어야 했어요. 그렇게 되었다면 개성공단은 공단과 상업지역을 포함해 세계적 수출기지이자 관광특구로서 동북아시아의 평화 도시로 자리매김했겠지요.



그러나 현재 개성공단은 계획과는 다르게 1단계 100만 평 개발에 멈춰있고 , 그마저도 반절 이상이 빈 땅으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러다 2016년에 우리 정부가 전면중단했죠. 개성공단은 평화, 안보, 통일을 일궈내던 기적의 공간이었어요.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다니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죠. 다행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19 평양선언에서 "조건이 되는 대로 개성공단을 우선 정상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평화의 파도를 타도 남과 북이 손을 잡고 하루빨리 개성공단을 재개해야해요. 나아가 제2, 제3의 남북경제특구를 만들어가야겠죠.





서울역이 국제역이 된다면?







얼마 전까지 '헬조선'이란 말이 유행했어요. 유학이나 이민 가고 싶어하는 친구들도 많고요. 그런데 선생님이 평화를 정착시키면 남북이 경제 대국이 된다고 하니 좀 설레면서도 상상이 안 돼요. 우리가 어떻게 경제 대국이 될 수 있는 건가요?


여기는 경제분야라 여러분이 이해하기 약간 어려울 수도 있어요. 중간중간 질문을 이어나가 봅시다. 기존 한국경제는 이미 한계 상황입니다. 보통 한 나라의 경제가 자기 완결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자체 인구가 1억 정도는 돼야 합니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 때 내국인에게만 팔아도 충분한 수익이 난다는 거죠. 인구 5천만인 대한민국에는 충분한 내수시장이 없어요. 그래서 외국으로 눈을 돌린 겁니다. 수출을 통해 타개책을 찾는 거죠. 덕분에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유지하며 경제성장을 이뤘죠. 지금도 내수보다 수출 규모가 압도적이에요.

하지만 한계는 있습니다. 우리 경제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예전처럼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한 저가 정책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거죠. 우리 한국 경제는 분단경제, 즉 '섬나라 경제'입니다. 원래 한반도는 대륙과 바다를 잇는 지리적 특성상 역사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대륙과 연결되는 경제망을 구축해왔어요. 우리 선조들도 대륙 국가, 대륙인이라는 인식과 세계관을 지니고 살았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휴전선에 가로막혀 바다를 건너지 않고는 외국으로 못 나가죠. 섬나라 아닌 섬나라가 돼버린 거예요. 경제도 그래요. 분단 때문에 수출도 섬처럼 바닷길을 중심으로 해왔지요. 이런 경제구조를 섬나라경제, 분단경제라고 합니다.

OECD는 한국이 현재의 분단 상태를 지속할 경우 2031년에는 경제성장률이 0퍼센트대로 떨어진다고 발표했어요. 한국이 안고 있는 장기적인 구조적 저성장 문제는 전 세계적 불황의 여파도 있지만 결국 분단 때문인 겁니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데 분단이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는 거죠.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나뉘어 서로 교류할 수도 없고, 경제적인 협력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분단경제 속에서는 더이상 성장이 불가능합니다. 남북이 함께하지 않으면 내수시장 규모도 확대할 수 없고요. 지금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한국경제는 구조적으로 저성장에 갇혀있을 수밖에 없죠. 분단과 휴전선에 가로막혀 북측뿐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의 중국, 러시아 등 북방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길도 막혀버리고요.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반도로서의 강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겁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경제성장률이 0퍼센트가 된다니, 당황스러운데요.

그렇죠? 이대로 가선 안 됩니다. 전혀 방법이 없는 걸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에게는 지난 70년간 팽개쳐두던 엄청난 기회가 있습니다. 남북경협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대안이고 해답이에요. 여러분도 아는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09년에 "남북이 평화로 가게 되는 2050년에는 통일 한반도의 국민소득이 8만 7천 달러(한화 약 9,369만 원)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습니다. 남북이 평화를 정착시키면 분단체제에 갇혀있던 섬나라, 분단 경제를 평화경제로, 대륙과 해양을 잇는 지리경제학 중심의 허브경제, 대륙경제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예요. 이유를 불문하고 남북경협을 해야 하는 이유죠.

미국을 잇는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라니, 어마어마하네요. 남북경협과 통일이 남측 경제 저성장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군요. 하지만 어떻게요?

혹시 한반도 신경제지도라는 말 들어본 적 있나요? 경제교류를 통해 남측이 북측 너머의 유라시아 대륙, 중국 대륙과 이어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경제권이 만들어질 수 있어요. 북방경제권이라고 하죠. 한반도 전체에 'H' 형태의 새로운 경제지도가 그려지는 겁니다. 좌측의 환서해 경제벨트, 우측의 환동해 경제벨트 그리고 이 두 갈래 길을 잇는 남북 접경지역의 DMZ 평화벨트까지, 총 세 개의 커다란 경제권이 한반도에 형성되는 거죠.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은 남북이 평화경제를 구현한다는 점을 전제로 합니다. 남과 북이 손잡고 경제협력을 하게 되면 우리는 철도나 도로를 이용해 곧바로 중국과 러시아 대륙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남북경협을 중심축으로 한반도가 동북아시아 경제의 중심으로 도약하겠다는 이야기죠. 그렇게 되면 경제권 자체가 확장되고 대륙으로 나아가는 역동적인 경제구조가 됩니다.

남과 북이 경제협력을 하는 것만으로 그렇게 큰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다니, 상상이 잘 안 돼요.

그럴 수 있어요. 같이 생각해봅시다. 남측의 자본과 기술이 북측의 토지와 노동력을 만나는 개성공단 같은 모델이 더욱 발전하여, 북측의 자원과 적정기술이 남측의 세계적 영업망과 결합하는 모델이 나오면 어떻게 될까요? 지난 20년간 지속해온 구조적 저성장 문제를 극복할 뿐더러, 청년 일자리 문제도 해소할 겁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앞서 한국경제는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라고 했죠. 한국경제가 어째서 구조적 저성장에 봉착했냐 하면, 중국경제가 우리 경제를 수출에서 압도했기 때문이에요. 우리 상품들이 중국 상품에 밀려 수출이 안되기 시작하면서 구조적인 저성장이 시작된 거죠. 만약 남과 북이 평화경제로 가게 된다면 경쟁력에서 중국을 압도할 가능성이 큽니다. 개성공단의 경험이 그것을 증명해요.

단언컨대, 개성공단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예요.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경협은 한마디로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우월한 경제적 비교우위를 낳습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우리가 개성공단에서 직접 남북경협을 해보았기 때문에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개성공단 모델을 두 개, 세 개 확장하는 것이 바로 남과 북이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거예요. 제조업과 같은 2차 산업뿐 아니라 3차, 4차 산업까지 범위를 넓혀갈 수 있죠. 그러면 쉽게 중국을 추월할 수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남북경협은 국가경제 규모 자체를 크게 만듭니다. 남과 북 모두 국가경제 전체가 번영하게 되는 겁니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지 않습니까? 국부가 늘어나면 직접적으로는 여러분의 일자리가 많아지고, 질적으로도 더 좋은 일자리를 가지게 되는 거예요.

그렇군요! 남북경협을 통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도 얻고, 일자리 문제도 해소될 수 있는 거네요. 아까 한반도 신경제지도라는 것이 새롭게 그려진다고 하셨잖아요. H 형태의 환동해, 환서해 경제벨트 그리고 DMZ 평화벨트는 무엇인가요?

먼저 환동해 경제권부터 얘기해볼게요. 환동해 경제권은 남측과 북측, 러시아 그리고 일본을 연결하는 커다란 고리입니다. 환이라는 글자가 한자로 '고리 환 (環)'자예요. 부산과 설악산, 금강산과 원산, 함흥 등을 거쳐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와 일본의 니가타를 포함하는 에너지, 자원 벨트죠. 북측과 러시아에 풍부한 가스, 철광석 등의 천연자원을 공동개발하자는 겁니다. 배경 설명이 필요할 것 같네요. 우리나라가 엄청난 가스 수입국인 건 알고 있나요? 2017년 기준, 일본에 이은 세계 2위 가스 수입국입니다. 자체적으로 가스 발굴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오만, 카타르 등에서 전량 수입해오지요. 구글 맵을 켜고 앞서 말한 국가들의 위치를 확인해보세요. 동남아시아, 중동 등 모두 멀리 있죠? 우리나라는 가스 수입도 수입이지만 물류비로도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환동해 경제권을 통해 러시아와 북측의 천연가스를 남측에서 수입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현재 대비 가스비가 최대 1/4까지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만큼 러시아의 가스는 저렴하고 또 우리와 가까워 물류비를 아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서울에 원산을 연결하는 철도인 경원선이 복원되면, 러시아에서 가스를 구매해 원산을 거쳐 서울에서 바로 받을 수 있습니다. 남측은 단시간에 저렴한 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고, 북측은 연간 1억 달러 정도의 통과료를 받으며, 러시아는 천연자원을 판매할 수 있죠. 모두가 윈윈하는 전략이에요. 철광석을 비롯한 지하자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엔 돈과 일자리가 생깁니다. 환동해 경제권의 파급효과가 거세질수록 세 나라를 누비는 글로벌 에너지 전문가가 더 많이 필요해질 겁니다. SK나 한화 등 대기업은 이미 동남아시아의 에너지산업 수주를 통해 엄청난 수익과 고용창출을 이뤄내고 있어요. 그런 일이 이제는 환동해 경제권에서 일어날 차례지요. 어때요, 여러분에겐 정말 좋은 기회이지 않나요?

한 번쯤은 한국을 발판 삼아 외국에서 일해보고 싶은 제게 솔깃한 이야기네요. 그럼 환서해 경제권과 접경지역 DMZ 벨트는 어떤 거예요?

환서해 경제권은 중국과 남북을 연결하는 산업, 물류 벨트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중국은 엄청난 인구와 탄탄한 경제발전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국가입니다. 더군다나 아시아 대륙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한반도가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꼭 협력해야 하는 국가예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대다수 공산품은 중국에서 해로를 통해 수입되고 있는데요. 목포, 인천, 개성, 평양, 신의주 그리고 중국의 대련을 잇는 환서해 경제권을 통하면 더 빠르고 저렴한 물류비로 물건을 수입할 수 있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횡단철도 (TCR), 시베리아횡단철도 (TSR), 몽골횡단철도 (TMR) 등 이미 유라시아 대륙을 종횡무진 달리는 철도를 한반도와 연결할 수 있게 되지요. 지금 남측의 철도는 분단 때문에 북을 거쳐 대륙으로 나아갈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앞으로는 서울역에 국제선 플랫폼이 들어서게 됩니다. 서울역에서 중국으로, 러시아로, 유럽으로 가는 기차표를 살 수 있게 되는 거죠. 이렇게 되면 일본과 호주도 우리 인프라를 사용하게 될 겁니다. 이 두 나라는 환서해 경제권에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거든요. 일본이나 호주에서 유럽까지 선박으로 화물을 운반할 경우 보통 45일이 걸립니다. 해적을 만날 염려도 있고요. 하지만 해로가 아닌 철로를 이용하게 되면 훨씬 신속하고 안전하게 운송을 담보할 수 있어요. 이들의 대중국, 대유럽 수출량을 생각하면, 이 모두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된다는 사실이 자명하죠?

앞서 말한 환서해 경제권과 환동해 경제권이 2차 산업이라면, 접경지역 DMZ 벨트는 평화, 관광, 생태, 환경 등을 키워드로 한 3차 산업입니다. 특히 DMZ (Demilitarized zone, 비무장지대) 는 약 70년 간 인간의 발자취가 전혀 닿지 않은 생태의 보고 같은 곳이에요. 전쟁 덕분에 인간으로부터 보호 받게 된 굉장히 아이러니한 곳이죠. DMZ에 대한 외국 관광객들의 관심은 대단합니다. 20세기 이후 한반도의 냉전체제를 상징하는 묵은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DMZ를 비롯한 금강산-설악산 관광벨트까지 '평화'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관광 수입을 창출할 수 있겠죠. 지중해에서는 이탈리아가 중심적인 경제 허브 역할을 하죠. 동북아시아를 지중해와 같은 바라도 본다면 한반도가 지리상 주변 국가들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엄청 기대돼요! 경제벨트가 제대로 꾸려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가장 중요한 건 도로와 철도 같은 인프라입니다. 개성공단 폐쇄 이후로 끊겼던 길만 다시 복원한다면 사람, 물건, 자원이 오가는 건 일도 아닙니다. 조금 슬픈 비유이지만,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국가를 지배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이 철도와 도로건설이잖아요. 길이 있어야 사람과 물자가 구석구석 이동할 수 있으니까요. 철도는 곧 산업의 혈맥이라고 할 수 있죠.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가장 먼저 한 일도 한반도 전역에 철도망을 건설하는 일이었어요. 부산부터 신의주까지 이어진 기차가 만주와 러시아로 연결됐죠. 그래서 남북 정상들은 모두 남북 경제교류의 첫 단추가 철도와 도로 연결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남북이 경의선, 동해선 철도와 도로를 복원하는 것만 봐도 그렇죠. 여러분, 교과서에서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사진을 한번쯤 봤을 겁니다. 일제강점기 때 마라토너 손기정 선수가 1936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역에서 기차를 탔습니다. 부산-서울-평양-신의주-단둥-하얼빈-모스크바-바르샤바를 거쳐 베를린으로 갔죠. 여러분, 조만간 서울역이 국제역이 된다는 상상을 해보세요. 기차, 자동차, 자전거 혹은 걸어서 북을 거쳐 유라시아 대륙 어디든지 갈 수 있게 됩니다. 


약 80년 전에도 부산역, 서울역을 거쳐 대륙으로 기차를 타고 갔어요. 독립운동가들이 기차를 타고 만주와 러시아 대륙으로 이주해서 항일독립운동기지를 구축했고, 조선 말 일제 치하에서 먹고살기 어려웠던 사람들도 새로운 기회를 찾아 대륙으로 나아갔어요. 북으로 가는 철도와 도로를 복원하는 일은 한반도가 오랜 시간 바라온 대륙과의 연결망을 복원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드넓은 유라시아 대륙이 우리의 실질적인 삶의 무대가 되면 상상력의 지평 또한 어마어마하게 확장되겠죠. 기차를 타고 북으로 교환학생을 가고, 개마고원에서 북의 청년들과 록페스티벌을 즐기고, 함께 유라시아횡단열차를 타고 몽골로, 바이칼 호수로 휴가를 떠나게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가슴 설레지 않나요? 요즘엔 우리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길을 보수하는 건 일도 아닙니다. 길을 연결하는 것을 시작으로 남북이 24시간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는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우리 방송사의 평양 지국 설립 허가, 개성공단 재개 등 다양한 남북교류가 속력을 내게 될 겁니다. 여러분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일이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좋겠어요. 



와, 신기해요! 지금처럼 지속해서 남북 교류가 진행되면 그런 상상들이 현실이 될 날이 오겠네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통일하면 '존버' 그만해도 됩니다 







선생님, 그런데 '존버'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인데 '존나 버티자'는 뜻이에요. 그만큼 저희는 요즘 뭔가를 나눌만한 여유가 없는 거 같아요. 비싼 대학등록금, 청년실업, 주거난 등을 생각하면 벌써 살길이 막막하고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희망찬 그림이긴 한데 그렇게 되려면 우리가 북을 많이 지원해줘야 하는 거 아닌지, 통일 시대를 살아가게 될 우리만 그 부담을  감당하느라 지금보다 더 팍팍하게 살아가야 하는 건 아닐지 걱정돼요. 



충분히 할 수 있는 걱정이에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게요. 2018년 올해부터 장장 남북이 경제교류를 시작해서 점차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뤄간다고 상상해봅시다. 통일 한반도의 GDP 수치를 나타내는 그래프는 어떻게 그려질까요? 1번, 수직 상승한다. 2번, 교류를 시작한 직후에는 수직 하강하고 먼 미래에 수직 상승한다. 3번, 하강한다. 한번 예측해보세요. 정답은? 1번입니다. 만흔 사람이 초기에는 남측이 가난한 북측을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사는 게 더 어려워진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만 하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골드만삭스도 남북이 경제교류를 시작하고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지향해가게 되면, 1인당 국대총생산 수치인 GDP가 매년 수직 상승해 2050년에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결과를 내놓았잖아요. 세계 최고의 투자은행이니 누구보다도 정확히,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게 그들의 일이죠. 그만큼 공신력이 잇다는 뜻이에요. 앞에서도 한번 이야기했죠? 



워런 버핏과 함께 세계 3대 투자 거물로 꼽히는 짐 로저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제 한국으로 이사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모든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겠다"고 말했어요. 남과 북이 경제협력과 교류를 시작하면 한반도가 중국과 인도를 제치고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이뤄낼 것이고, 앞으로 최소 10년에서 20년은 한국어가 중국어보다 더 '핫한' 언어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입니다. 솔깃한 소식이죠.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북측의 1인당 국민 소득은 139만 원 수준이었어요. 같은 해 한국의 국민소득 (2,968만 원) 의 5퍼센트도 안 되는 수준이었죠. 북측은 매년 플러스 성장세를 기록하지만, 여전히 남북의 1인당 국민소득 격차는 약 40배 정도 돼요. 그런데 어째서 전 세계의 투자 전문가들은 남과 북의 경제협력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것일까요? 남과 북의 소득 격차를 메우는 데 모든 돈을 낭비해야 하는 가정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결과입니다.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나와있듯이, 2050년 통일 한반도의 1인당 국민소득이 8만 달러가 넘는 건 현재 남과 북의 국민소득을 다 합치고도 두 배 이상 올라간다는 뜻이에요. 



그게 정말 가능한가요? 



딱 한 가지만 기억하면 좋겠어요. 남북 경제교류의 핵심은 유무상통 (有無相通) 의 원칙을 지키는 것입니다. 있을 유, 없을 무, 서로 상, 통할 통, 서로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나누며 공동의 이익과 번영을 누린다는 뜻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합의에서도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의 번영을 위해 경제협력 사업을 공리공영과 유무상통의 원칙에서 적극 활성화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애초에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돕거나 도움받는 형태는 불가능할뿐더러 생각조차 하지 않는 거죠. 



유무상통의 원칙, 기억할게요. 남측은 북측에 자본력과 기술력을 나눌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럼 남측에는 없고 북측에만 있는 건 뭔가요? 



맞아요. 우리에겐 뛰어난 기술력과 자본력이 있어요.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서처럼 인프라 건설을 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겠죠. 북측에는 양질의 노동력과 풍부한 지하자원이 있고요. 모르는 사람이 많을 텐데, 북은 세계적인 자원 강국입니다. 2016년 5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북측이 지닌 지하자원의 경제 가치가 10조 달러 (약 1경 1700조 원) 에 달한다고 발표했어요. 이외에도 여러 기관이 북측의 자원매장량을 추정하여 발표하는데, 4천조 원이라는 곳도 있고 7천조 원이라는 곳도 있고 다양한 의견이 나옵니다. 분명한 사실은 북측이 상당한 수준의 주요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겁니다. 상당한 규모의 석유도 매장되어 있다고 해요. 자원의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풍부하지만, 기술력이 부족해 있는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죠. 우리는 매년 기름값 인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남의 기술과 북의 자원이 만나면 엄청난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겠지요. 



또 북측은 지금까지 자급자족 자립경제를 추진해왔기에 에너지 자립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럼 우리는 발전소를 지어주고, 그만큼 북측에서 자원을 가져올 수 있겠죠. 러시아는 이미 2014년 10월에 북측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어요. 북측 철도 5천 4백 킬로미터 중 3천 7백 킬로미터를 개보수, 현대화하는데 러시아가 250억 불을 투자하기로 한 거죠. 흥미로운 점은 투자 먼저 하지 않고, 러시아가 북측의 자원을 받아서 외국에 그 자원을 판 대금으로 공사를 진행한다는 거예요. 러시아 입장에서는 손 짚고 헤엄치기인 셈이죠. 사실 러시아가 북측과 한 사업은 2007년 10.4 선언 당시 남북이 함께 하기로 했던 사업이었어요. 남측이 국제적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북측의 도로, 철도, 항만, 발전소와 같은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기로 하고, 그 대가로 북측의 자원을 공동개발하거나 북측에 아예 제련소를 만들어 자원을 가공하고 부가가치를 높여 판 다음 이익금을 나누는 거죠.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10.4 선언을 부정했고,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면서 남북관계가 악화됐어요. 10년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죠. 그 사이에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측과 자원협력을 강화해서 큰 이득을 보게 됩니다. 우리가 분단에 갇혀 남북경협을 중단하고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을 때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이 그 이득을 챙겨 가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인 거죠. 이렇게 북측은 외국투자를 받고 싶어 합니다. 2011년부터는 경제개혁 조치들을 법제화했어요. 경제번영을 위해서죠. 북측이 미국과 전쟁종식, 즉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고자 하는 이유도 결국 경제적으로 잘 살고 싶기 때문이에요. 우리에게 북측은 30년, 40년간 지속가능한 경제적 기회예요. 제가 지난해 이런 연구를 했어요. 북측 도로를 남측 도로의 70퍼센트까지 끌어올리려면 약 20~30년이 걸립니다. 북측은 국가가 땅을 소유하기 때문에 토지수용비로 따로 필요 없죠. 북측의 노동력을 그대로 쓴다는 가정하에 도로를 건설할 경우 단순 시설비, 건설 기자재비만 해도 수십 년 간 유지되는 수백조 원의 시장이 생기는 겁니다. 이 시장성은 1980년대 초반 중동 건설 특수의 수십배에 달합니다. 국내 도로 선설 시장은 연간 9조 원밖에 안돼요. 엄청난 잠재 가치죠. 



대한민국의 주요 건설사나 토목 회사들이 북에 계속 가고 싶어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북에는 1,700만에 달하는 우수한 노동력이 있습니다.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교육 수준도 높아요. 개성공단 사례에서 본 것처럼 임금경쟁력도 우수하고요. 초반에는 대북제재 때문에 제조, 유통업 중심으로 경제협력을 할 테지만, 점차 전 영역에서 이뤄질 거예요. 남과 북이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는 과학기술 분야도 있습니다. 북에 무슨 과학기술이 있나 싶겠지만, 북은 자체적으로 인공위성을 개발할 정도로 특정 분야에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군사 분야, 기계금속, 우주항공 분야를 특화해서 상당한 과학기술력이 있어요. 남측의 과학기술과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남북의 경제협력은 단기적인 이익을 내는 데 그치지 않아요. 경제 규모 자체를 크게 만듭니다. 한마디로 함께 나눌 수 있는 파이의 크기가 커지는 거죠. 우리 경제 규모는 한반도의 범위를 넘어서 유라시아 대륙까지 확장될 겁니다. 결론적으로 남북이 경제적으로 협력하면 지금까지 어떤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폭발적인 경제번영을 만들 수 있어요. 이미 우리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싱가포르 등의 주변국들도 통일 한반도에 투자할 기회만 바라보고 있어요. 어때요, 이제 골드만삭스와 짐 로저스가 예측한 내용이 타당해 보이나요? 앞서 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굉장한 이야기네요. 그런데 남북 경제교류로 국내총생산과 국민소득을 올리는 것 말고, 당장 제가 더 좋은 삶을 사는 덴 어떤 도움이 될까요? 



좋은 질문이에요. 우선 내가 좋은 삶을 살 수 있어야, 남북이 열어갈 평화시대도 의미가 있는 거겠죠.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남북이 공동으로 누리게 될 경제적 번영은 모두 평화를 전제로 합니다. 남북이 서로 싸우지 않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곧 경제협력을 해나가는 과정인 거예요. 그러니 우선 국방과 관련된 인적, 재정적 비용부담이 꽤 줄어들게 됩니다. 현재 남북의 군사 규모는 합쳐서 180만 명에 달합니다. 남북이 평화를 전제로 경제협력을 하면 이렇게 거대한 군사력도 필요하지 않고, 양측을 합쳐 약 30~40만 명이면 충분할 거예요. 매년 48조 원에 달하는 국방비도 많이 줄겠죠.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면, 청년들이 21개월을 꼼짝없이 군대에서 보내는 대신 더욱 생산적인 분야에 종사할 수 있을 겁니다. 



북을 적으로 상정하여 국방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썼던 비용도 다른 곳에 쓸 수 있게 됩니다. 2015년 국방예산에는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에 약 7조 원이 책정되었어요. 그런데 전국 대학생의 반값 등록금을 지원하는 예산도 약 7조 원입니다. 또 2023년까지 미사일 개발에 책정된 예산은 약 17조 원이에요. 65세 모든 노인들에게 월 20만원씩 기초 노령연금을 주는 총 예산도 약 17조 원이고요. 국방에산삭감분만큼 국민에 대한 사회복지비가 크게 늘어나는 겁니다. 국민이 행복해지겠죠. 앞으로 남북의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면 새로운 미사일을 사들일 이유가 없겠죠. 군비를 줄이고 사회복지비를 늘임으로써 우리 사회가 더욱 풍요로운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겁니다. 사회안전망의 보호 속에서 누구나 자존감을 지킬 수 있는 복지국가 말이에요. 주거난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주택을 더 마련할 수도 있고, 통일한반도의 국민소득이 껑충 뛴다면 북유럽처럼 기본소득 제도를 실험할 수도 있겠죠. 이렇게 평화는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겁니다. 



너무 좋아요! 그렇게 된다면 지금보다는 덜 불안할 거 같아요.



저도 우리가 조금 덜 불안한 세상에서, 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잇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 모든 이야기는 한반도의 평화를 기반으로 한 예측들이에요. 그래서 저는 평화 없는 대한민국은 비정상적인 섬나라라고 늘 이야기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분단은 땅만 가른 게 아니에요. 사람도 가족도 공동체도 갈랐고,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인식 속에 분단을 구조화했어요. 다소 어렵게 들리겠지만 우리 사회 도처에서 일어나는 모든 비상식적인, 비정상적인 일들은 사실 구조화된 분단체제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니 우리가 사는 나라를 헬조선이라 부르며 탈남을 꿈꿀 수밖에 없게 된 거죠. 희망도 없고 탈출구도 없어서 여러분들의 말처럼 존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고요. 하지만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정착하면 우리 삶의 질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될 거예요. 북을 적대시하는 데 소모한 에너지와 자본을 자신과 자기 삶, 그리고 우리 공동체를 돌보는 데 쓸 수 있을 테니까요. 



남북이 경제적으로 힘을 합치려 해도 결국 평화가 우선되어야 하는 거네요. 



맞아요. 남북경제협력의 최종 목표가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게 아니에요. 분단시대를 끝내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려는 방법으로 경제협력을 하는 거죠. 중국과 대만이 연간 2천억 달러의 경제교류를 하며 냉전의 벽을 허문 것처럼, 남과 북도 경제적으로 협력하는 과정에서 서로 만나게 되면 알게 되고 함께 섞여 살게 됩니다. 사람과 물자, 제도의 격차가 해소되고 장애물을 하나씩 제거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시장'이 조성되는 거예요. 이를 매개로 남북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한 새로운 경제공동체, 생활공동체, 문화공동체를 꾸려나갈 것입니다. 누구도 그 흐름을 막을 수 없어요. 앞서 이야기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기억하지요? 핵심은 남북을 평화경제이자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전환한 다음 동북아를 평화와 경제의 공동체로 묶자는 거예요. 그 중심에 한반도가 있죠. 이 구조가 안정적으로 지속하려면 동북아 전체에 평화의 기운이 돌아야 합니다. 결국 남북경제협력은 유무상통의 원칙에 따라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정착시켜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남북경제협력만 잘해도 한반도에서 건강한 일상을 꾸릴 수 있다는 거네요. 희망이 생기는 기분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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