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비 둥지의 뻐꾸기 알>
운곡 오철수
실개천이 무너진다.
갈대기둥 억새가지 엮어 지은
초옥(草屋)이 무너져 내린다
장마철, 큰 물 대비하여
육중한 굴삭기 쳐들어 온 날,
개개비 부부 불길한 예견으로
목이 터지도록 울어대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후덕한 새 개개비,
개개비가 슬피 우는 까닭을
가장 명석 하면서도 가장 아둔한
두뇌의 소유자(인간)가 어찌 알랴만,
턱까지 차오르는 무더위 견디어내며
공들여 지은 둥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덩그러니 빈 둥지 안에
남겨진 뻐꾸기 알 하 나,
개개비의 깊은 모성은 하나 남은 뻐꾸기 알조차
버리고 떠날 수 가 없었나 보다.
가을 가고, 겨울 가고, 내년 봄 다시 오면,
봄보다 따뜻한 온기로 품어보리라
다짐했는데,
알(卵)도, 둥지도 지켜내지 못한 설움
통곡(痛哭)하는 개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