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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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詩 모음

아침 시 모음

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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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 문태준 

새떼가 우르르 내려앉았다

키가 작은 나무였다

열매를 쪼고 똥을 누기도 했다

새떼가 몇발짝 떨어진 나무에게 옮겨가자

나무상자로밖에 여겨지지 않던 나무가

누군가 들고 가는 양동이의 물처럼

한번 또 한번 출렁했다

서 있던 나도 네 모서리가 한번 출렁했다

출렁출렁하는 한 양동이의 물

아직은 이 좋은 징조를 갖고 있다 *

* 문태준시집[먼 곳]-창비

 

* 아침을 기리는 노래 - 문태준

시간은 꼭 같은 개수의 과일을 나누어주시네

햇볕, 입술 같은 꽃, 바람 같은 새, 밥, 풀잎 같은 잠을

 

나는 매일 아침 샘에 가 한 통의 물을 길어오네

물의 평화와 물의 음악과 물의 미소와 물의 맑음을

 

내 앞에는 오늘 내가 고를 수 있는 물건들이 있네
갈림길과 건널목, 1월 혹은 3월 혹은 9월 혹은 눈송이, 첫 번째, 분수와 광장, 거울
그리고 당신

당신이라는 만남
당신이라는 귀
당신이라는 열쇠 *

 

* 새날 아침에 - 문태준
새날이 왔습니다.
아침 햇살을 따사롭게 입습니다.
햇살은 사랑의 음악처럼 부드럽습니다.
아침은 늘 긍정적입니다.
아침은 고개를 잘 끄덕이며 수긍하는,
배려심 많은 사람을 닮았습니다.

어제의 우울과 슬픔은
구름처럼 지나가버렸습니다.
어제의 곤란을 기억해내야 할 의무도,
필요도 없습니다.
간단하게 어제의 그것을
이 아침에 까마득하게 잊어버리면 됩니다.

우리에겐 새로운 하루가 앞에 있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요.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우리는 다시 시작하기만 하면 됩니다.

 

* 아침 - 정현종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풋기운!

운명은 혹시
저녁이나 밤에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올지 모르겠으나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 아침 - 천상병
아침은 매우 기분 좋다
오늘은 시작되고
출발은 이제부터다

세수를 하고 나면
내 할 일을 시작하고
나는 책을 더듬는다

오늘은 복이 있을지어다
좋은 하늘에서
즐거운 소식이 있기를. *

* 아침 - 윤동주
휙, 휙, 휙
쇠꼬리가 부드러운 채찍질로
어둠을 쫓아
캄, 캄, 어둠이 깊다깊다 밝으오
이제 이 洞里의 아침이
풀살 오른 소엉덩이처럼 푸르오
이 동리 콩죽 먹은 사람들이
땀물을 뿌려 이 여름을 길렀오
잎, 잎, 풀잎마다 땀방울이 맺혔오
구김살 없는 이 아침을
심호흡하오 또 하오 *

 

* 아침 - 이해인
사랑하는 친구에게 처음 받은
시집의 첫 장을 열듯
오늘도 아침을 엽니다.

나에겐 오늘이 새날이듯
당신도 언제나 새사람이고
당신을 느끼는 내 마음도
언제나 새마음입니다

처음으로 당신을 만났던 날의
설레임으로
나의 하루는 눈을 뜨고

나는 당신을 향해
출렁이는 안타까운 강입니다.

 

* 아침 - 강은교

이제 내려 놓아라
어둠은 어둠과 놀게 하여라
한 물결이 또 한 물결을 내려놓듯이
한 슬픔는 어느 날

또 한 슬픔을 내려놓듯이

그대는 추억의 낡은 집
흩어지는 눈썹들
지평선에는 가득하구나
어느 날의 내 젊은 눈썹도 흩어지는구나.
그대, 지금 들고 있는 것 너무 많으니
길이 길 위에 얹혀 자꾸 펄럭이니

내려놓고, 그대여
텅 비어라
길이 길과 껴안게 하라
저 꽃망울 드디어 꽃으로 피었다.  

 

* 아침에는 이슬이 - 이향아  

아침에는 이슬이

저녁에는 안개가

나도 이만하면

넉넉 합니다

 

햇살은 너그럽고

새들은 짖어쌓고

나도 이만하면

화려합니다.  

 

가다가다 눈먼 바람

평지를 막고

빈 들판 질러가던

그대 흙신발

어느 새 돌아와

서성댑니다.

 

내 가슴 복판에서

서성댑니다.

 

* 아침 - 복효근 
새벽비가 늙은 감나무 잎사귀 하나하나를
다 씻어놓으니
감나무는 잎사귀, 잎사귀 제 귀마다에
햇살에 말갛게 헹군 첫 꾀꼬리소리를
가득 -
한가득 쟁여 넣는지
잎사귀 그 둥근 귓바퀴에
무슨 보석 귀걸이인 듯 이슬방울이 찰랑찰랑하다
이제 늙은 감나무는 열예닐곱 청춘처럼
어디 뵈지도 않는 꾀꼬리소리와 머언 먼 태양에게도
푸른 손을 흔들어 뵈는데
저들의 수작에 어쩌자고 나는 끌어들여서
늙은 감나무 잎사귀를 다 채우고도 그대로 남은
저 햇빛 범벅 푸른 우주의 음률을 내 두 귀 가득 채우는가
내 뇌혈관 맑은 실핏줄까지가 아릿하고 또 말갛게 틔어오는데
그 바람에
여보, 뭐해 찌개가 졸아서 다 타잖아
어쩌고저쩌고
이른 아침 듣는 아내의 지청구도 꾀꼬리 소리만 같았다

 

* 아침에 - 위선환 

당신이 보고 있는 강물 빛과 당신의 눈빛 사이를 무어라 이름 지을 것인가//

시간의 저 끝에 있는 당신과 이 끝에 있는 나 사이는 어떻게 이름 부를 것인가//

고요에다 발을 딛는 때가 있다 고요에다 손을 짚는 때가 있다//

머뭇거리며 딛는 고요와 수그리고 짚는 고요 사이로 온몸을 디밀었으니//

지금, 내 몸에 어리는 햇살의 무늬를 어떤 착한 말로 읽어내야 할 것인가//

나뭇잎과 나뭇잎의 그림자 사이를 나뭇잎이 나뭇잎의 그림자가 되는 사이라 읽으니,//

한 나무는 다른 나무쪽으로 가지를 뻗고 다른 나무는 한 나무쪽으로 가지를 뻗어서//

두 나무는 서로 어깨를 짚어주는 사이라 읽으니, * 

 

* 아침 - 황금찬

밤새 눈이 내리고

손님처럼

아침 해가 솟는다.

 

태양은 수없는 은비늘을

뿌리며 쏟아져

설원이 빛난다.

 

솔잎 위에 쌓인

눈을 털며

오전의 산을 오른다.

 

싸리나무를 갉아먹다 간

산토끼의 길이

인도보다 정답다.

 

잿빛 산토끼는

어느 눈 속에서

꿈을 꾸고 있을까.

 

눈 위에 떨어진

솔씨를 찍어먹던 장끼 두 마리가

날개를 치며 능선을 넘고

 

나는 휘파람을 불며

산토끼의 길을 따라

가고 있는 것이다. *

* 황금찬시집[별이 있는 밤]-양림사,1983

 

* 아침의 장관 - 이시영
 벵골만에 아침이 오면 수천의 벵골인들이 반월형의 바다를 향해 엉덩이를 까고 실례하고 있는 모습을 기차여행중인 어느 외국인 카메라가 잡고 말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인도양에서 밀려온 시원한 파도가 막 일을 끝낸 그들의 아랫도리를 깨끗이 닦아주고 있는 모습은 바다에서 갓 솟구쳐오르는 아침해와 더불어 장관이었다. *

 

* 겨울 아침 - 오세영
마음이 가난한 자는
천국이 저희 것이라 했던가.

비록 강퍅한 시대와 맞서
서릿발 사나운 동토로 내몰렸다고 하나
의식은
추의와 고독의 절정에서 가장 명징하게
맑아질지니

이성이
빙벽의 불타는 이마에서
반짝 빛나는 이 겨울 아침에 일어나 나는
먼저 시를 쓰리라.

밤새 하얗게 내리는 눈밭에서 종종거리는
산새들의 그 정갈한
발놀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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