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시 모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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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詩 모음

첫눈 시 모음 2

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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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눈 - 박성우
첫눈은 강물에게로 가서 강물이 되었다
첫눈은 팽나무에게로 가서 팽나무가 되었다

강물도 팽나무도 되지 않은 첫눈을
맨손으로 받고 맨손으로 모아,
꽁꽁 뭉친 첫눈을 냉장고에 넣었다

긴긴 밤 시를 쓰다가도
긴긴 밤 외롭단 말을 하려다가도
냉장고 얼음 칸을 당기면
첫눈 내리던 희푸른 밤이 찾아왔다

자울자울 졸던 강 건너 먼 불빛은
첫눈 내리는 강물을 찰바당찰바당 건너오고
눈발은 팔랑팔랑 팽나무 가지를 흔들어 깨운다

 

나는 첫눈 내리는 밤을 좁은 방에 앉히고

첫눈 내리는 밤과 조근조근 얘길 나눈다

찰진 홍시 내놓고 포글포근한 밤을 맞는다

 

첫날 며칠만 보내고 떨어져 사는 신혼 밤

첫날밤 내내 살을 녹이던 당신은

이내 내 곁으로 와서 무릎을 베고 잠에 든다

 

그러면 나는 꺼낸 첫눈을 냉장고에 넣고

다시 외롭고 차고 긴 겨울밤, 잠자리에 든다 *

* 박성우시집[가뜬한 잠]-창비,2007

 

* 첫눈 - 신현득
첫눈은 첫눈이라 연습 삼아 쬐끔 온다
낙엽도 다 지기 전 연습 삼아 쬐끔 온다
머잖아 함박눈이다 알리면서 쬐끔 온다

벌레 알 잠들어라 씨앗도 잠들어라
춥기 전 겨울옷도 김장도 준비해야지
그 소식 미리 알리려 첫눈은 서너 송이 *

 

* 첫눈 - 이시영

  이 아침에도 다람쥐들은 재빨리

능선을 넘고 있겠구나 *

* 이시영시집[호야네 밀]-창비,2014

 

* 첫눈 - 박철

등 굽은 한 늙수그레가
지퍼를 닫듯
쓸며 가는 외진 길

한때 그가 문을 열고
쏟아낸 말들 지우며

자귀숲은 등 뒤에서 그 구부정을 바라보다
더  말없이
첫눈처럼 보내주네

무명이란 가장 마즈막에 펴오르는 불꽃, 놀이
멀리 기러기 셋
하늘 열며 날아간다
* 박철
시집[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창비,2018

 

* 첫눈 - 공광규

"국밥 한 그릇 줘유!" 하면 돼지국밥을 내오는

고추조림이 맛있는 서산 중앙시장 국밥집에서

옛날 겨울 맛이 나는 동치미 국물로 입을 가시며 나오는데

첫눈이 채소전 늙은 호박과 파란 싹이 난 무와 배추와

흙 묻은 생강과 감자와 고구마와 인삼 위에 내린다

장꾼들은 첫눈이 반가운지 채소에 쌓인 눈을 털어낼 생각도 안하고

북적이는 사람들도 늙으나 젊으나 머리와 눈썹이 하얗게 센

신선이 되어 하늘바라기를 하고 있다

나는 눈 오는 것이 재미있어서 소고기와 개고기와 돼지고기와

생닭과 닭발을 쌓아놓은 육전을 지나고

미꾸라지와 잉어와 게와 조개를 담아놓은 함지박과

새우젓 바탱이 옆에 늘어놓은 꼬막과 고등어와 갈치와 꽁치와

생미역과 바닷말과 마른 북어를 걸어놓은 어물전을 지났다

가축시장 말뚝에 매인 길짐승과 우리에 갇힌 날짐승들도

눈 오는 날 팔려가는 것이 즐거운지 펄쩍펄쩍 뛰거나 깃을 친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고향 빈집이 있는 나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고 동생들도 없는 것이 서러워서

한참이나 첫눈을 뜨거운 눈물에 말아 먹고 있다 *

* 공광규시집[담장을 허물다]-창비,2013

미처 피할 새도 없이/겨울이 가을을 덮친다/ 울긋불긋/ 위에/ 희끗희끗/… 네가 지키려 한 여름이, 가을이, 한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가는구나/ 내일이면 더 순수해질 단풍의 붉은 피를 위해/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첫눈이 쌓인다.” 최영미 시인에게 첫눈은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1101943355&code=990201#csidxa2907312a5b4e71863cc43be1a8f98d
미처 피할 새도 없이/겨울이 가을을 덮친다/ 울긋불긋/ 위에/ 희끗희끗/… 네가 지키려 한 여름이, 가을이, 한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가는구나/ 내일이면 더 순수해질 단풍의 붉은 피를 위해/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첫눈이 쌓인다.” 최영미 시인에게 첫눈은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1101943355&code=990201#csidxa2907312a5b4e71863cc43be1a8f98d

 

* 첫눈 - 이재무 
첫눈은 우리가 잠든 사이에 왔으면 좋겠어
도둑 떼처럼 남몰래 쳐들어와서 세상이 만든 지도를 지웠으면 좋겠어
늦은 아침 오줌이 마려워 문을 열었다가
빛을 반사하는 흰빛에 깜짝 놀라 잠시 눈이 멀었으면 좋겠어
가지마다 열린 눈꽃 음표를 읽으며 콧노래를 부르면 좋겠어
이웃에게 정답게 인사를 건네고 이민 간 옛 친구에게
, 네가 살던 마을에 첫눈이 왔어야! 문자를 남겼으면 좋겠어
하늘이 내려준 하얀 도화지에 괴발개발 낙서를 남기며
늑장 부리다 지각하여 상사에게 꾸지람을 듣고
퇴근길 주머니가 허전한 실직을 불러내 따뜻한 술을 마셨으면 좋겠어
첫눈은 눈꽃 화음에 귀가 젖어 곤한 잠을 자는 사이에 내렸으면 좋겠어

 

* 맥(脈) - 신대철

그 해엔 첫눈이 많이 내렸지

미치지 않을 수가 없었어

山 속에 살면서

글쎄, 그들은 인간의 피를 받았다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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