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숙 시인 / 서해와 동침하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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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유현숙 시인 / 서해와 동침하다 외 1편

심 파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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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숙 시인 / 서해와 동침하다

 

 

공중을 덮으며 한 떼의 철새들이 밀입국해 온다

기러기 떼 가창오리 떼 억새 밭 너머에 콩알처럼 깔려 있다

유효기간이 뚜렷이 각인된 바코드를 등에 찍고

저렇듯 세상을 경유한다

 

서해는 해감을 토하며 뒤척이고 뼛속까지 붉은 서약의 저녁이

뜨겁다

 

사르륵 새들의 옆구리에서 깃털 떨어지는 소리 들리고

이제 막

서쪽에 닿는 이는 옷을 벗는다

 

시집『서해와 동침하다』문학의전당 2009

 

 


 

 

유현숙 시인 / 아산만 小景

 

 

오래전에

그곳에는 난데없이, 일제히, 무리지어 나는 새떼들이 있었다

 

누가 생철판을 공중에서 가위질 하는가

희번덕이며 흩날리는 저 은백색의 연모戀慕들

 

햇볕 아래서는 맹목마저 이다지 눈부셔

도려진 허공이 쾌활快闊하게 갯고랑에 박힌다

 

주워든 허공 한 조각으로 내장을 긁어대며 바람을 되질하는

격렬한 오후가 있었다

 

『애지』 2012년 봄호

 

 


 

유현숙 시인

1958년 경남 거창 출생. 2001년 《동양일보》 신인문학상과 2003년 《문학 선》 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서해와 동침하다』(문학의전당, 2009), 『외치의 혀』 200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수혜. 온시 동인.  시산맥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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