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시인 / 안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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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희근 시인 / 안개 외 1편

심 파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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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근 시인 / 안개

 

 

안개가

아파트 지붕을 딛고 내려와

창문을 제 어머니 젖인 양 어루만지더니

땅바닥으로 흘러내리어, 마침내

세상을 과일봉지처럼 싸버렸다

 

나의 사색도

나의 연민도

무슨 흘러내리는 것으로 싸버릴 수 없을까

무슨, 과일봉지 같은 것으로

 

 


 

 

강희근 시인 / 山에 가서

 

 

나이 스물을 넘어 내 오른 산길은

내 키에 몇 자는 넉넉히도 더 자란

솔숲에 나 있었다

 

어느 해 여름이던가

소 고삐 쥔 손의 땀만큼 씹어낸 망개열매 신물이

이 길가 산풀에 취한 내 어린 미소의 보조개에 괴어서

 

해 기운 오후에 이미 하늘 구름에

가 영 안오는

맘의 한 술잔에 가득 가득히 넘친 때 있었나니

 

내려다 보아 매가 도는 허공의 길 멀리에

때 알아 배먹은 새댁의 앞치마 두르듯

연기가 산빛 응달 가장자리에 초가를 덮을 때

또 내려가곤 했던 그 산길은

내 키에 몇 자는 넉넉히도 더 자란

솔숲에 나 있었다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강희근(姜熙根) 시인

1943년 경남 산청에서 출생. 호는 하정(昰玎).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 동아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 196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연기 및 일기』, 『풍경보』. 『산에 가서』, 『사랑제』, 『사랑제 이후』, 『화계리』, 『소문리를 지나며』,『 중산리 요즘』등이 있음. 국립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소장,·인문대학장, 도서관장, 전체교수 회장 및 전국국공립대교수협의회의 부회장, 배달말학회장, 경남문인협회 회장을 역임. 현재 경상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경남펜클럽회장. 공보부 신인예술상, 경남도 문화상, 조연현 문학상,  동국문학상, 시예술상 등을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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