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영 시인 / 호박 등신불 외 1편

댓글수0 다음블로그 이동

◇ 시인과 시(현대)

윤관영 시인 / 호박 등신불 외 1편

심 파스칼
댓글수0

윤관영 시인 / 호박 등신불

 

 

호박오이, 호박가지. 호박고구마

그러니까 호박은 다되는 절대 교배자

일인 당백, 무한 빨판이다

해거리를 안해도 병충해가 없는 수박은

호에 접붙인 결과다 수박인 호박, 고래로

호박꽃에 코 박고 들어간 게 코끼리다

고래서 코가 늘어났다

그 귀는 호박이 유전자다

호박꽃을 우습게 보고 난장치다

빨려 들어간 게 나다 우수가 빨려 들면서

이승을 향한 애원의 눈빛이 나의 좌경적 성향이 되었다

이마가 넓어지면서 눈썹이 순해졌다

초년운이 바뀌고 귀가 늘어났다 삼복염천에,

잎사귀가 누어질망정 빈 줄기를 세우는 게 호박이다

그지없이 기고 타오르는 게 호박이다

제 봄으로 제 그늘을 만드는 호박

제 속에 저를 심는 호박

나는 호박 관영, 절망할 때 조차 전진한다

밤에는 꽃 닫는 호박, 줄기도 모르는 새 호박을 달고

지형에 상관없이 내달리는 게 호박이다

홥가관영이다

시렁 위, 똥구멍 통풍되게 모셔지는 부처 호박

소리는 늘어져 본 적 없는 앞에서 나는 것

끊길망정 놓지않는 빨판

교배는 교배인 줄 모르게 진행된다

나는 나를 믿고 돌진돌진돌진

세파를 덮는, 호박관영

 

내가 나에게 거수례를 붙인다

다양배액!

 

- 『시산맥』 2011년 겨울호

 

 


 

 

윤관영 시인 / 몽당싸리비

 

 

바람 맑아 칼칼한 날, 팥죽솥을 걸었네.

그늘엔 두툼한 눈덩이 쌓였는데

통장작에 앉아 불을 지폈네.

아랫도리부터 된통 한 번은 비틀어 올라가야,

끝장을 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모지랑싸리비

막대기가 된 싸리비,

묶은 칡은 풀리지 않았네.

발매치와 대솔장작을 몸 위에 얹고서,

신문지 한 장으로 제 몸을 불사르는 비움

또깡또깡 끊어지면서, 쉬 재가 되었네.

젖은 부지깽이도 그을리며 불타올랐네.

맑은 재 된 다비식이

팥죽 속에 새알을 남긴 듯해

보리밟는 걸음으로 주걱질을 했네.

뭉근한 불땀 속에 나무주걱질은 귓바퀴를 닮아

귀신의 길을 알 듯도 했네.

    

 


 

윤관영 시인

1961년 충북 보은 출생. 1996년 《문학과 사회》 가을호에 「나는 직립이다」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으로『어쩌다, 내가 예쁜』(황금알, 2008)이 있음. 현재 『미네르바』 자문위원. 2009년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수상. 현재 망원동에서 아들과 함께 식당(父子부대찌개)을 운영하고 있다.

 

맨위로

https://blog.daum.net/simjy/12026558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