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웅 시인 / 장자의 나비 외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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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세웅 시인 / 장자의 나비 외 2편

심 파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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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웅 시인 / 장자의 나비

 

 

한밤에 자다가 깨니

내가 영 내가 아니다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되풀이되는 꿈을 깨면

장자의 나비처럼,

살아가는 내가 영 내가 아닌

되풀이되는 꿈일 수 밖에 없다

그럼, 죽음도 두려워할 건 아닌 건가

죽어서야 꿈 아닌 삶을 찾을 수 있다면,

혹은 창문 안에서만 바라보던 바깥풍경을

이젠 바깥 풍경 속에 직접 서서

오히려 비좁은 창 안을 들여다 본다면

그 것이 죽음이라면,

삶은 영 내가 아니구나

가위눌린 꿈을 깬 새벽에

잠든 마누라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마누라에게 미안하고 미안하나,

살아가는 내가 영 내가 아니다

 

 


 

 

김세웅 시인 / 新川洞

 

 

내가 사랑하는

朴兄의 집이 있는 동네 어귀에서

나는 잠시 발을 멈춘다

생각하면

땅덩이가 가이 구름조각이고

발을 멈추는 나나

땅덩이나

어디론가 머물면서 흐르기는

매 한 가지 아닌가

新川洞 어귀에서,

구름조각처럼 어디론가 떠나버린

朴兄의 안부를 염려하고

朴兄의 안부를 묻듯

나는 포장집의 소주를 마신다

새로 개설된 변압계는 新川洞

꼭대기서 윙윙거리지만

밤 열 두 시 이후

포장집도 떠나고

변전소의 희미한 불빛을 받으며

朴兄의 안부인 듯

新川洞  언덕에 한 잎 풀이 새로 핀다

 

 


 

 

김세웅 시인 / 그 사람의 肖像

 

 

공중전화부스에서

통화를 마치고 그가 나온다

나와선 담배를 필까 망설이다가

골목길로 들어선다

골목길은 굽어있어, 곧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골목은 양손에 집들을 주렁주렁 달고서

힘겹게 이어진다

지나간 통화를 골똘히 생각느라 그는

함께 가는 골목의 지친 옆모습을 보지 못한다

높은 그리고 파아란 하늘에

그의 골똘한 생각이 비친다

얼굴만 들어 쳐다보면 될 것을,

그는 골똘히 잠기느라

자신의 생각을 보지 못한다

함께 가는 골목이 힘겨운 어깨를

슬며시 그의 어깨에 기대어도

알지 못한다

마침내 그는 담배를 피워 문다

그의 생각 대신 숨통이 터진 담배 연기가

코에서 힘차게 뿜어져 나와

흩어지며 그의 생각을 지운다

조금은 가벼워진 그는

지난 일들을 잠시 잊는다

잠시 잊힐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영원히 잊혀질 수 있는 것이다

 

 


 

김세웅 시인

1953년 대구 출생.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1981년『시문학』지 신동집시인 추천 완료로 등단. 시집,『삼중주』(시문학사),『날이 갈수록 별은 보다 높이 뜨고』 (시와 시학사),『돌아가는 길』 (시와 시학사),『칼과 연못』 (문학의 전당),등이 있음. 에세이집『바람으로 지은 집』발간. 대구시인협회 회장 역임. 낭만시 동인. 대구문인협회회원. 대구시인협회 고문. 현재, <낭만시> 동인. 세종이비인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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