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성가정 성당과 요셉 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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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성가정 성당과 요셉 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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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성가정 성당과 요셉 성인

김명숙 소피아 박사

 

 

 

 

예수님의 고향은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나자렛 사람”이라 일컬어졌지요(마르 1,24 등). 지금도 이스라엘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을 ‘나자렛 사람’, 곧 ‘노쯔리’라 칭하니 우리의 정신적 고향은 나자렛인 셈입니다. 예수님이 유·청년기를 보낸 집터에는 현재 ‘성가정 성당’이 봉헌되어 있지요.

 

나자렛은 산 위의 외딴 마을이라 예수님 시대에는 백 명 남짓 살았던 듯합니다. 구약성경에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지요. 나자렛 근처에 자리한 “갈릴래아 카나 출신”(요한 21,2) 나타나엘은 예수님에 대한 소식을 듣고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1,46)하고 의문을 표합니다. 갈릴래아에서는 메시아가 나올 수 없다던 믿음(7,41)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사 11,1은 이사이의 뿌리에서 움튼 새싹이 미래의 임금이 되리라고 예언하는데요, “새싹”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네쩨르’가 나자렛 사람 ‘노쯔리’와 어근의 철자가 같아 상징적입니다.

 

산골 마을 나자렛에서 처녀의 임신 소식은 빠르게 퍼졌겠지요. 당시 요셉은 마리아를 망신주거나 벌하기보다 조용히 파혼하기로 결심합니다. 여기서 요셉의 성품이 엿보입니다. 요셉은 그게 성령으로 말미암은 일임을 천사에게 듣고서야(마태 1,18-25) 마리아를 아내로 맞습니다. 그러니 아기 예수에 대한 수태고지는 마리아와 요셉 둘 다 받은 셈입니다. 비록 친자는 아니었지만 요셉 성인은 예수님을 친아들처럼 기릅니다. 헤로데의 위협에서 보호하려고 이집트로 같이 내려가고, 그 뒤 나자렛으로 돌아와 가정을 꾸립니다. 또한 파스카 같은 성전 방문 의무 축제에는 아들을 데리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지요(루카 2,41). 성경에 나오지는 않지만 아버지로서 아들에게 미친 요셉의 영향은 상당했던 것 같습니다.

 

성화에는 요셉이 할아버지처럼 자주 표현되는데요, 이는 신약 외경 『야고보 원복음』을 따른 거로 보입니다. 거기서 요셉은 마리아와 나이 차가 많이 나는 홀아비로 그려집니다. 옛 이스라엘에서는 조혼이 흔했고요,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도 존재했습니다. 제가 알고 지낸 유다인 할머니도 열넷에 재취(再娶)로 들어가 오랫동안 과부로 사셨거든요. 성모님의 상황도 비슷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활동을 시작할 무렵 요셉 성인은 이미 세상을 떠난 걸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마태 12,46과 마르 3,31에는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만 언급되지요. 요셉 성인이 돌아가신 곳은 나자렛 고향집이었을 겁니다. 거기서 예수님과 성모님이 지켜보시는 가운데 죽음을 맞았을 터이므로 요셉은 이후 임종의 수호성인이 되었습니다.

 

나자렛의 성가정 성당에 가면, 양부(養父)로서 자신이 낳지 않은 아이를 끝까지 책임진 가장, 요셉의 모습을 떠올려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묵상도 해봅니다. 만약 우리가 요셉을 본받아 세상의 모든 아이를 하느님께서 맡기신 자녀처럼 사랑해준다면 그분의 나라가 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고 말이지요.

 

[2021년 12월 26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 성화 주간) 의정부주보 6면]

 

 


 

* 김명숙 소피아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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