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코로나19 후 남겨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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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코로나19 후 남겨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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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코로나19 후 남겨진 것들’

함상혁 프란치스코 신부 (수원교구 공도본당 주임)

가톨릭신문 2022-01-16 [제3278호, 22면]

 

 

 

 

영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나 뉴스를 보게 되면 인상적인 제목의 영화들을 만나게 됩니다. 천국의 문을 두드린다는 뜻의 영화제목 ‘Knockin‘ On Heaven’s Door’도 기억나고 한국 영화 중에서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라는 제목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몇 년 전에 제 마음에 들어왔던 제목 중 하나가 바로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이라는 영화 제목이었습니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제목만으로도 뭔가 감성적이고 감동적일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제목에 끌려 영화를 보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개봉하는 극장이 너무 적어 보지는 못했습니다. 사랑 후에는 무엇이 남을까요? 어떤 분들은 사랑 후에 추억이 남는다고 하고, 어떤 분들은 그 사람의 자리가 남는다고 합니다. 내 마음 한 쪽에 그 사람의 자리가 영원히 있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그럼 코로나19 후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일까요? 참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는 것은 미세먼지가 아주 심한 날이나 감기에 심하게 걸린 날 정도였습니다. 평소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그것도 밤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범죄자 취급을 받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세상이 변해서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니면 범죄자 취급을 받습니다.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시설에 들어갈 때나 신분 확인을 했는데 이제는 라면 한 그릇을 먹어도 신분 확인을 해야 합니다.

 

성당의 풍경도 많이 변했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신자들이 성당에 오면 서로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성당에 들어갔습니다. 미사 때 열심히 성가도 불렀습니다. 지금은 핸드폰을 꺼내 QR 체크인을 하고 너무나 당연하게 손 소독을 하고 성당으로 들어갑니다. 성수를 찍고 성호를 긋고 성당에 들어가는 것은 이제 잊어버렸습니다. 미사 때 성가를 크게 부르면 큰일 납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왠지 조심스럽고 감염확률을 높이는 행동으로 여겨져 피하게 됩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많은 사람이 예측하는 것처럼 삭막하고 건조한 사회가 될까요? 각자 자기 할 일만 하고 모든 일은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사회가 될까요? 사람을 만나는 것도 메타버스(가상현실)에서 이루어질까요?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합니다. 작년 가을부터 미사가 끝나고 나면 훈훈한 광경을 봅니다.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성당에 못 나오던 신자분들이 성당에 나오니까 너무 좋은가 봅니다. 1년 만에 오신 분도 있고 2년 만에 오신 분도 있습니다. 이분들이 미사가 끝나고 나면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6개월 만에 만난 분도 있고 1년 만에 만난 분도 있는 것입니다. 마치 이산가족이 다시 만난 것처럼 너무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서로 안부를 확인하고 다들 건강한 걸 확인하면서 안심하고 즐거워합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 2년을 넘어갑니다. 그동안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졌을 만도 한데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은 사람을 만나고 싶고 좋은 사람과 함께 있고 싶은 것입니다. 함께 좋은 풍경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같이 웃고 떠들고 싶어 합니다. 코로나19 후 무엇이 남을까요? 극도의 개인주의, 가상현실, 비대면, 우울한 디스토피아가 펼쳐질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이전과 같은 대규모 행사나 모임의 횟수는 줄어들겠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함께 어울림에 대한 갈망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포스트 코로나19, 코로나19 후의 세상은 더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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