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탁 시인 / 바가모요* 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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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용탁 시인 / 바가모요* 외 4편

심 파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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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탁 시인 / 바가모요*

 

 

심장을 놓고 가는 사람의 장소에는 삽 한 자루의 높이만 있다

 

노동의 뼈대로 세워 올린 당신의 계단 위에 흰 꽃을 놓는다. 친애하는 건축물 앞에서 해명을 요구하는 사람들. 울음을 먹고 산 자들이 입주를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오면 말랑말랑한 살들이 안긴다. 저녁의 위로는 짧다. 한 삽 한 삽

게워낸 당신의 연한 마음. 종일 모래에 섞고도 남았나요. 당신의 앉은 자리에 버무리다 만 선사의 가루가 떨어진다. 저 단단한 건축의 살에서도 당신 살 냄새가 날까. 어쩌면 처음부터 화석이었던 당신. 고단한 모래가 씹힌다. 근사한 노래 같다.

 

나는 당신의 언어를 상속받지 않을래

 

연단 위 확성기를 든 자의 목소리는 차라리 먼 나라의 아리랑. 옥상 위에 올라가 꽃비를 맞는다. 고복은 하늘이 내린

자의 관습이라는데 당신과 나는 족보가 없다. 울음이 반올림되면 고장 난 심장도 구호를 외칠,

 

결국 팔이 올라가지 않았다

손목 잃은 구호가 공중에서 흩어진다

 

당신의 장소에 꽂한 삽 한 자루, 유실물은

노래다. 이마가 두 번, 놓아둔 심장에 닿는다. 술잔이 넘친다. 여전히

 

나의 혁명은 어설프다

 

*바가모요(Bagamoyo): 탄자니아의 프와니에 있는 도시' 심장을 두고 간다'라는 뜻

 

월간『모던포엠』 2021년 12웡호 발표

 

 


 

 

송용탁 시인 / 사다함

- 한 번밖에 생을 받지 않은 자

 

 

쉬는 날 놀이공원에 가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난 광대가 되었습니다

물고기 보러 바다에 가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난 어부가 되었습니다

죽은 사람 보러 납골당에 가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난 시인이 되었습니다

 

차라리 무너진 구중에 버리지 그랬어

그럼 난 폐족이 되었을텐데

 

나는 오래전에 버려진 아이입니다. 만년 전에는 땅을 기던 용족이었고, 천년 전에는 싱그러운 배추였으며, 백년 전에는 스콜을 뒤집어 쓴 비옷이었습니다. 십년 전에는 순장된 구겨진 옷이었고 오늘은 당신이 잃어버린 우산입니다.

 

미아는 잘 아는 사람에게서 시작되는 길입니다

 

어제의 장소에 우두커니 꽂힌 채 나는 봄이 되겠습니다. 혼자 뒤집힌 구두처럼 겨울로 와서 여름으로 갑니다. 적당한 곳에서 당신의 물색으로 이격된 갈림길이 되겠습니다.

 

뒤집힌 구두의 불편함이 당신을 자꾸 뒤돌아보게 합니다

 

내일도 몸입기를 시작할테죠

 

살짝 올라간 입꼬리로 한 문장이 됩니다

 

2021년 제4회 직지신인문학상 수상시

 

 


 

 

송용탁 시인 / 이가리 닻 전망대

 

 

  너와 도망친 곳

  닻을 내린다

 

  흰 배를 가르자

  숨은 죄가 죄다 쏟아져 버렸다

  ​거먕빛 바다는 저 안에서 얼마나 잠들었던 거야

 

  ​칼날을 삼킨 배는 금속성을 이해하지만

  도마는 나무의 구도를 앓고 있었다

  비린내를 닮은 유령들이 전망대를 밀어내고

 

  ​혼자서 바다의 무늬를 필사했다

  칼날이 무뎌지고 있었다

  ​토막은 너무 짧은 그리움이잖아

 

  ​하오의 바다가 야위어 가는 동안

  ​미역국을 끓이는 여자

  ​모진 섬 하나 몸을 씻는다

 

  ​물에 빠진 손가락은 새벽마다 단단해졌지

  흰 수면 위 찢어진 그물이 넘실대고

  구멍 사이로 해는 빠져 나가

  오늘밤도 삼킨 달만 힘들게 뱉었다

 

  ​밥물이 넘치고 식칼을 든 사람의 등이 푸르게 번진다

  ​여자는 외딴섬에 젖을 물린다

 

  ​시는 나를 부리는 요령妖靈

  ​그 섬에 그 흔한 사람 하나 없는데

 

  ​각몽은

  ​소실점 없이 그려진 풍경이었다​

 

  바다가 밤새 속 깊은 기침을 뱉는다

  조타륜이 쉴 새 없이 돌아간다

 

2021 제13회 포항소재문학상 수상시

 

 


 

 

송용탁 시인 / 위리안치

 

 

살이 가시의 전개를 해칠까 두려워요

 

손톱 밑을 파고드는 집요한 속도를 이기지 못해 결국 꽃이 핍니다. 꽃밭은 꽃의 이유를 숨기기 위해 독한 향기를 가졌어요. 내가 나를 가두면 독이 오르나 봅니다.

 

들뜬 표정의 보라 죄를 증명한 보라

속내를 밝히면 내 몸에도 가시가 자랄까요

유배된 사람은 밤새 돋힌 흰머리를 봅니다

폐기된 사람은 뒷모습이 없어요

 

불면이 계속될 때

 

가시의 질문에 온몸으로 대답해야 합니다. 꽃을 수놓은 이불을 덮고, 덮은 이불의 꽃을 꺾습니다. 이불 밑으로 빠져나간 발목은 몸에서 출발한 것 중 가장 멀리 도망간 흔적입니다. 걷지 않아도 발목은 자유인가요,

 

그믐 같은 이불 속으로 숨어든

몸안의 단단함이 무서워요

가시의 뿌리는 바깥에 두지 않습니다

 

질문은 슬프고 표정은 증발합니다

 

오늘도 나를 던지는 그믐을 봅니다

가시는 이미 달아난 보라

손톱 밑이 예쁜 사람입니다

 

2021년 11월 4회 남구만문학제

 

 


 

 

송용탁 시인 / 목다보

 

 

아버지는 목수였다

 

팔뚝의 물관이 부풀어 오를 때마다 나무는 해저를 걷던 뿌리를 생각했다. 말수 적은 아버지가 나무에 박히고 있었다.

 

나무와 나는

수많은 못질의 향방을 읽는다

 

콘크리트에 박히는 못의 환희를 떠올리면 불의 나라가 근처였다. 쇠못은 고달픈 공성의 날들. 당신의 여정을 기억한다. 아버지의 못은 나무못. 나무의 빈 곳을 나무로 채우는 일은 어린 내게 시시했다. 뭉툭한 모서리가 버려진 나무들을 데려와 숲이 되었다. 당신은 나무의 깊은 풍경으로 걸어갔다. 내 콧수염이 무성해질 때까지 숲도 그렇게 무성해졌다. 누군가의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는 건 꽂히는 게 아니라 채우는 것. 빈 곳은 신의 거처였고 나의 씨앗이었다.

 

그는 한 손만으로 신을 옮기는 사람

 

나무는 노동을 노동이라 부르지 않는다. 당신에겐 노동은 어려운 말. 그의 일은 산책처럼 낮은 곳의 이야기였다. 숲과 숲 사이 빈 곳을 채우기 위해 걷고 걸었다.

 

신은 죽어 나무에 깃들고

아버지는 죽어 신이 되었다

나무가 햇살을 키우고

나는 매일 신의 술어를 읽는다

 

목어처럼 해저를 걷는다

 

202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송용탁 시인

1977년 부산에서 출생. 국립창원대학교 국어교육전공 석사 졸업. 202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되어 등단. 현제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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