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민재 시인 / 입춘대길 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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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석민재 시인 / 입춘대길 외 4편

심 파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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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민재 시인 / 입춘대길

 

 

대길은 주먹 내는 일

네가 1/3을 버리면 나도 2/3을 버릴 수 있지

 

봄 1명은 1만 대군,

앉아서 사나 서서 죽으나

 

동과 서를 붙여줘도

삐딱한 다리

 

문 열고

 

북벌! 북벌! 북벌!

관문마다 이렇게 싸우다가는

 

이념은 언제

국경은 언제

심각하다 퇴로가 없다

 

코앞에 붙은 인재가 떨어지지 않는다

 

계간『시와 사상』 2021년 겨울호 발표

 

 


 

 

석민재 시인 / 입동立冬

 

 

피곤하면 자고

배고프면 먹는 건데

 

오늘은

좋아요,라는 말처럼 아무에게도 피해 안 주는 말만 했습니다

 

7번 버스를 놓쳤을 때도

겁을 화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도

 

엄마는

제가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해 주셨는데

 

영화 보면서 울고, 본 얘기를 남에게 해주면서 또 울고

심지어 영화 볼 때보다 더 많이 우는데

 

어디 갔다가

안 돌아오는 어른들은 어찌 된 걸까요?

 

크게 추울 거라고 뉴스에서 말합니다

밤은 자신을 최대한으로 몰아붙입니다

 

모든 일이 안 풀리는 때가 있습니다

세상이 믿어 줄까, 하는 의심으로 잠 못 자는 날이 있습니다

 

월간『모던포엠』 2021년 1웡호 발표

 

 


 

 

석민재 시인 / 모란

 

 

1

 

강둑에 앉아 낚시하다가

뭐라도 걸리면

우쭐해서

식구들에게 자랑하며 나눠 먹고 자랐는데

 

물고기를 실컷 잡아놓고

풀어주는 사람이

친구 하자고 다가오면

 

영 거슬린다 낚시를 재미로 하는 것이

 

2

 

수도를 틀어

숭어를 씻는데

주둥이를 씻고 있는데

 

돈 받으러 온 남자가 수도꼭지를 잠근다

빚은 빚인데

 

숭어와 물을 들고 간다

 

계간 『시와 편견』2021년 ​ 겨울호 발표-

 

 


 

 

석민재 시인 / 신경神經

 

 

감나무에서 떨어진 것은

갈비뼈 다섯 대가 부러져

병원 침상에서 고양이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잠시잠깐 저승 쪽으로 돌아눕다가

불에 덴 듯이 깜짝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는 것은

저 가마솥 때문이다 장작불에 달아오른

신음소리 때문이다

비명보다 빠르게 도망간 고양이 때문이다

쇄액- 쇄액- 저 날카로운 고양이

푹 고아질 고양이

가마솥을 할퀴는 고양이

관절이 아픈 고양이

시칠리아의 암소 시칠리아의 암소

시칠리아의 고양이

오늘도 뒤뜰에는

솥뚜껑에 큰 돌이 얹힌 채

푹 삶기고 있는 것은

 

계간『문파』 2020년 가을호 발표

 

 


 

 

석민재 시인 / 동: 백이

 

 

아침밥을 줄까, 꽃처럼

울고불고해도

아침뉴스에서 날씨 말하는 사람이

빨강은 좋은 색이야, 제가 말 안한 게 있는데요

죽음은 변화의 가장 강력한 무기

역대동백들의 사명

태연하게 피납니까?

동백에서 동: 백으로

어린애와 개는 정원 일에는 맞지 않대요, 그러니까

같이 죽지 않을래요?

오늘도 손님이 오실 건데요

지금은 경찰과 학교를 믿어야 해요

오늘은 날씨가 좋아도 권한 밖의 일들이

여태 떨어지고 있는 저들이,

 

Mook『시마』 2020년 4호 발표

 


 

석민재 시인

경남 하동에서 출생. 2015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 201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엄마는 나를 또 낳았다』(파란, 2019)​가 있음. 현재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으로 활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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