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홍 시인 / 그리움 외 4편

댓글수0 다음블로그 이동

◇ 시인과 시(현대)

김철홍 시인 / 그리움 외 4편

심 파스칼
댓글수0

김철홍 시인 / 그리움

 

 

어떤 그리움에도 흔적은 없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에 잠수하는 순간

작은 물방울 튀어 심장으로 파고들 때

이 몽당연필 같은 감동,

 

무슨 언어와 지혜가 필요하랴

 

 


 

 

김철홍 시인 / 그림자 밖 그림자

 

 

그림자에 묶여 나를 벗어나지 못하고

나를 쫓아오느라 바빴던 그림자

나를 풀고 앞걸음 하며 황혼을 끌고 간다

 

짧으면 짙어지고, 길면 옅어지는

그림자 밖 그림자 짙어야 할까, 길어야 할까?

그림자 속 나는 어디를 걷는가?

 

 


 

 

김철홍 시인 / 안전한국이요?

 

 

마지막 '호'라는 글자를 누르니 분노가 솟구쳤다

비는 호흡이었다

2014. 세, 월, 자판을 치니 '툭하며

그동안 참고 있던 눈물이 떨어진다

 

비는 구원이었다

물에서 흘러나와 땅을 적시고 소리를 파묻는다

푸른 하늘이 두렵다 비는 비를 볼 수 없고

노란 리본, 색이 더욱 지워지고 바다는 파랗고

 

'스'라는 마지막 자판을 만지자 부끄러움이 흘렀다

묶여있던 긴 한숨이 떨어진다

2015메, 르, 를 치니 ‘푸후' 하며

비는 기침이었다

 

내일도, 내일도, 오늘은 기침을 한다

우산을 벗고 오늘 비를 맞는다

분노와 부끄러움을 꿰매는

비는 실이었다

 

비를 묶고 발걸음을 붙잡고 눈물을 던진다

더 강렬하게 모다깃비가 내린다

눈물이, 한숨이, 부끄러움이, 분노가

뭉친 비는 돌멩이가 되었다

 

- 시집 『선과 색 그리고 각』(시와세계 시인선 022. 2015)

 

 


 

 

김철홍 시인 / 시속 제로

 

 

밤새 무슨 일이 있었나? 앞뜰 은행나무 땀에 젖어 있다

 

한치 밖

밤새 내려앉은 구름은 아직 졸고

 

나뭇잎들은 이슬을 붙들고 햇살이 들어올 틈이 없다

 

나와 허공 사이가 정체

 

숲을 가둔 참새소리는 젖은 낙엽을 지나고

 

은행나무 잎, 툭 떨어지고

안개가 풀썩 주저앉는다

 

더욱 짙게 나도 풀어진다

 

시속 제로, 그 너머 햇살은 서성거리고

 

 

 


 

 

 

김철홍 시인 / 선과 색 혹은.5

 

 

선과 선 사이 네모가 자랐다 선을 긋는다 위선과 참선이 만난 허공이 불안하다 수직 사이에 말을 긋는다 수평선은 시간을 긋는다 지 하철 5분 거리 네모는 네모를 열 개의 네모가 탄생한다 수평으로 연 결되고 모서리에 네모가 초생달이 붙는다

 

비명 속에 네모가 자랐다 비명은 귀를 붙잡았다 수직이 낙하하고 열다섯 개의 네모 속 네모를 세웠다 허공의 계단을 질주한다 유목하는 말들이 수백 개의 네모로 완성되었다 날선 각이 자라고 있었다 자유는 101호 102호 103호 ....로 부서지고

 

네모 속 네모를 지나 네모 속 네모는 네모, 그 갇힌 네모가 하루를 벗는다 좌선, 풍선이 떠오른다 갈들이 켜지고 네모가 확장된다 유목을 꿈꾸며 각이 날카로워지고 '절규', 서로의 색깔들이 핏대줄을 세 운다 시선 밖, 다른 사각死角이 자란다.

 

 


 

김철홍 시인

전남 나주에서 출생. 2013년 계간 《시와 세계》에 〈피아노 앙상블〉외 4편으로 신인상 등단. 현재 〈현대선시포럼〉 동인. 국가인권위원회 재직 중.

맨위로

https://blog.daum.net/simjy/12027139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