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란 시인 / 빛을 문 파랑새 외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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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류혜란 시인 / 빛을 문 파랑새 외 2편

심 파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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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란 시인 / 빛을 문 파랑새

 

 

여린 부리 파랑새

사랑이라는 빛 하나 문다

 

바람 지나는 밤낮

나의 온기속에 그대 심장을

그대 온기 속에 나의 심장을

 

미소도 눈물도 두 심장

하나의 맥박되어

 

덤불 어지러운 미물의 제자리걸음

빛으로 이끌어내며

사철바람 타고 날개치는

 

고운 부리 파랑새

사랑이라는 빛 하나 싣고 간다

 

 


 

 

류혜란 시인 / 여기서 꽃이어야

 

 

님아, 여기서 꽃이어야

다른 곳에서도 꽃이지

 

동굴에 홀로 피었다지는 꽃이어야

부케의 틈에서도 진심을 쏟아 살다가는 꽃이지

 

낙조 이후에 당당한 꽃이어야

미명 앞에서도 스스러워하는 꽃이지

 

허나 좀 더 생각해보게나

그래서 통증 가운데 시를 쓰는 꽃이 되려면

보게나 자네 진즉

건실한 몸으로 시란 것을 계속 쓰고 있는

꽃인지, 아닌지,

 

꽃이 나의 소원이면

신께서 나를 모셔놓은 생의

어느 터에서든지

 

마음자리 가난하고 나직해지는,

그리하여 꿈처럼 시어에 닿는 사람이어야

 

지금 여기서 바로

여기서 꽃이어야

 

 


 

 

류혜란 시인 / 노을미용실

 

 

나 동쪽 바닷가에 산다

저편 서쪽 바닷가 할머니

마주칠 때마다 파마 좀 하라시는데

난 생머리 주의라 질색

저편 노을미용실로 끌고 사실 것만 같다

 

나 빨래 널고 잊는데

할머니 저녁이면 물장구치듯 쫓아와

빨래 걷으라, 물오리처럼 귀 쫀다

나, 잡초도 존중한다, 도 닦는 소리하는데

할머니는, 흉하다, 흥흥 토라지신다

 

마음 안 맞춰지는 할머니가 계신 저편

그리하여 나 틈틈이 바라본다

물오리 기다리는지 어느덧 걱정하는지

구시렁구시렁 서쪽 내게로 배어들어

 

결국 노을미용실 찾아가 파마 말고 보게 된,

내 집에선 안 보였던 엄청나게 시적인,

매번 낯선 색의 노을 때문에

언제부턴가 나 저편에 넘나들며

할머니 친구 되어가는 꿈꾼다.

 

 


 

류혜란 시인

1980년 서울에서 출생. 2010년 《문학청춘》으로 등단. 시집으로 『고양이 무공』(발견, 2011)이 있음. 현재 '발견' 동인으로 활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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