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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동훈 검사장 "조국 사태, 이 나라를 후지게 만들었다"

배민영 입력 2021. 06. 01. 09:48 수정 2021. 06. 01. 09:56 댓글 21

 

"조국 책 내용, 하나같이 사실 아닌 뇌피셜"
"조국이 말하는 중립은 자기편 들어주는 것"
"휴대전화 압수도 안 했는데 과잉수사인가"
"조국 옹호하고 국민에게 룰 지키라 하나"

한동훈 검사장. 뉴시스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이른바 ‘조국 사태’와 관련해 “‘비리를 저지른 것’ 자체보다 ‘권력으로 비리를 옹호한 것’이 훨씬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한 검사장은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곧 있을 대규모 검찰인사와 관련해 “조국사태가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라 본다. 권력이 싫어하는 수사를 한 검사들만 내쫓겠다는 게 아니라, 조국을 적극 옹호한 검사들만 남기고 다 내쫓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도 한때는 ‘국민적 영웅’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위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활약했다. 서울중앙지검으로 자리를 옮긴 뒤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의 사건을 처리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도 그의 손을 거쳤다. 현 정권 들어 3년여에 걸쳐 진행된 ‘적폐청산’ 수사는 대부분 그가 도맡았다. 국민도, 여당도, 청와대도 검찰에 힘을 실어주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한 검사장의 칼끝이 ‘살아있는 권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하자 여권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결국 좌천을 면치 못했고 ‘숙청 대상’이 됐다.

그런 한 검사장이 조 전 장관의 저서 ‘조국의 시간’에 대해 참았던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누군가는 해야 할 말이고, 반드시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31일 전화 통화로 진행했다. 이하는 문답.

―조 전 장관의 책에 검찰과 윤 전 총장, 한 검사장을 겨냥한 비난·주장이 많더라.

“책이 수백쪽인데, 이렇게 할 말 많은 사람이 왜 법정에서는 수백번씩 증언거부하면서 아무 말 안 하는지 모르겠다. 책을 보니, 새로운 내용 없이 조국이나 추종자들이 SNS, 유튜브에서 반복해 온 내용들 그대로고, 하나같이 사실이 아닌 뇌피셜들이다. 판결문 한 번만 읽어 보시라. ‘뇌피셜’말고 ‘사실(fact)’은 거기 있다. 정경심, 조범동, 조권 판결문의 유죄 범죄사실들, 유재수 감찰 무마 등 조국 공소장들, 이성윤 공소장의 조국 관여 사실들이 다 공개되고 평가받았는데도 아직도 이런 말 하는지, 마치 다른 세상 사람 같다. 속을 사람도 이제는 별로 없지 않나.”

―자신의 혐의는 권력비리가 아니라는 조 전 장관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조국은 적어도 권력비리는 아니라고 했다던데, 조국 사건은 권력이 총동원되어 권력자 조국에 대한 수사를 막고 검찰에 보복하는 순간, 공정과 상식을 파괴하는 최악의 권력비리가 된 것이다. 나는 조국사태에서 ‘비리를 저지른 것’ 자체보다 ‘권력으로 비리를 옹호한 것’이 훨씬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조국을 옹호해 놓고, 국민들에게는 룰을 지키라고 할 수 있겠나? 조국 사태는 룰과 상식을 파괴해서 이 나라를 굉장히 후지게 만들었다.”

―조 전 장관은 사소한 도덕적 잘못이라는 취지인데?

“이 나라 국민들 중 어느 누가, 입시서류들을 매번 위조하나? 교사 채용하고 뒷돈 받나? 미공개정보로 몰래 차명주식사나? 자기편이라고 감찰을 무마하나? 한밤중에 증거 빼돌리나? 우리나라가 이런 범죄들을 평범하고 일상적인 걸로 여기는 나라였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상식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다.”

―수사가 가혹했고, ‘사냥’ 같았다는 조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한 입장은?

“수사팀은, 조국 측의 권력을 동원한 여론전, 수사방해, 각종 음모론 유포에 맞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게 검찰의 임무다. 조국 측은 정경심 판결문에 나오듯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 고통을’ 가하면서 집요하게 수사를 방해했고, 증거인멸을 증거보전이라고 혹세무민했고, 아직도 동양대 PC IP조작이니 하는 말도 안 되는 주장 계속하고 있지 않나? 조국, 정경심의 휴대폰을 압수하지도, 입시 당사자 조민을 기소하지도 않았는데, 과도한 수사라는 주장도 틀린 말이다.”

―조 전 장관 수사 착수 이후 검찰 인사 및 외압이 들어온 당시 상황은?

“인사로 나를 비롯한 수사팀 간부들을 좌천해 흩어놓고, 상당수가 파견검사로 구성된 수사팀을 흔들기 위해 검사파견을 법무부 허락받게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성윤 당시 검찰국장이 내게 전화해 총장과 대검 반부패부를 수사라인에서 빼라는 요구도 있었다. 실무검사 인사에서는 서울에 일하러 오기 가장 힘든 곳에 핵심인력(통영지청 강백신 검사)을 발령냈다. 인사는 메시지인데, 전국의 검찰 공무원들에게 권력비리 제대로 수사하면 이런 험한 일 당하니 알아서 말 잘 들으라는 사인을 주는 거다.”

―조 전 장관의 법무장관 임명을 막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수사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 조국이 장관 되는 것을 막으려고 수사 착수 전에 내가 사전에 내사보고서를 만들어서 윤 총장을 설득해서 수사한 것이라는 주장을 조국 측이 법정에서도 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법원 결정을 통해서도 확인되었다. 유시민조차 비슷한 주장 했다가 나중에 아닌 거 같다고 스스로 말을 바꿀 정도로 근거 없는 주장이다. 여기저기 찔러보는 조국 측 음모론 중 하나일 뿐이다. 조국 수사는 한건 한건 청문회 전후 국민들과 언론이 제기한 합리적 의문과 고발을 기초로 한 수사다.”

―조국 수사 착수를 앞두고 망설이진 않았나, 수사 이후 이 정도로 공격을 받을 거라고 예상했나?

“이 수사 하면 내 검사 커리어가 사실상 끝날 거라는 건 당연히 예상했고, 할 일 하는 거니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런 식으로까지 말도 안 되게 선동하고 치졸하게 보복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조 전 장관은 2019년 하반기 이후 진행된 검찰의 수사, 조국 사건, 울산시장 선거 사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검찰의 쿠데타’로 규정한다. 검찰이 현 정권을 ‘곧 죽을 권력’, ‘죽어야 할 권력’으로 봤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공직자가 범죄를 시스템에 따라 수사하는 것이 어떻게 쿠데타인가. 범죄를 덮어주지 않으면 역심이고 쿠데타인가, 조선시대 사극 찍나, 절대왕정인가. 조국 사태 때가 정권이 가장 강할 때였다. 추미애 같은 사람 한 명이 이렇게 쉽게 망가뜨릴 수 있는 검찰이 무슨 쿠데타를 하고 역모를 한다는 말인가.

―조 전 장관은 조국 수사, 울산시장 사건 수사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했다고 비판하며 윤 전 총장이 문 대통령을 잠재적 피의자로 인식했다고 한다. 한 번이라도 윤 총장으로부터 그런 인식을 받거나 혹은 들은 바가 있나.

“누구에게도 비슷한 말조차 못 들어봤다. 재판 과정을 통해 자기들 범죄가 드러나고 그걸 뒤집을 방법이 없으니, 그런 초현실적인 망상이라도 퍼뜨려서 싸움을 계속 이어가려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조 전 장관은 수사로 인한 자신의 피해를 강조했는데?

“조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막강 권력자다. 정권과 집권당 정치인들, 친정권 언론들, 어용단체들, 어용지식인들의 조국 옹호가 그대로고, 공소장 공개금지, 포토라인 금지 같은 이전에 없던 제도로 특별히 보호받았다. 민주국가에서, 권력자 수사에 맞춰 갑자기 새로운 피의자 보호제도가 생기는 경우는 없다. 반면, 조국 수사한 검찰총장과 검사들은 전부 모욕당하며 쫓겨나고 좌천되었다. 그런데도 자기가 피해자인 척하는데, 이렇게 힘센 피해자가 세상에 어딨나.”

―조 전 장관은 본인 관련 언론보도들이 이상했고, 출처가 의심된다던데?

조국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반대편 수사에 대해서는 SNS를 통해 수사상황에 대한 언론보도를 적극 독려했었다. 심지어, 내가 총선에 관여하려 했다는 대화를 했다는 새빨간 거짓말로 된 KBS 허위보도가 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 페이스북에 직접 기사를 요약해 올려 널리 퍼뜨린 사람이 조국이다. 그런 조국이 자기 범죄 보도한다고 언론 겁준다.

―윤 전 총장의 한동훈 서울중앙지검장 추천이 어이없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어디 보내달라거나 승진시켜달라고 한 적 없다. 그런데, 조국 말은, 승진한 은혜 갚기 위해 자기 범죄 눈감아줬어야 한다는 말인가. 조국은, 윤 총장이나 내가 자기들 배신했다고 착각하는 거 같은데, 검사가 권력자 입맛에 맞춰 반대파 공격하고 권력자 봐주는 거야말로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그리고 나는 반대편 정치인들, 대기업들 사건에서 조국 측이 내게 보낸 환호와 찬사를 기억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검찰의 과오, 검사비리 사건들을 들어 검찰을 비판하는데?

“조국은, 나나 지금의 검찰 구성원이 전혀 관여하지도 않은 과거의 사례를 사골 우려먹듯이 가져다가 지금의 너희도 다 무조건 나쁘고, 고로 너희에게 수사받은 자기는 억울하다고 한다. 그건 마치 지금의 청와대 구성원들에게 과거 청와대 구성원들의 범죄를 책임지라거나, 지금 청와대 구성원에게 무관한 다른 청와대 구성원의 범죄를 책임지라고 우기는 것과 같다. 과거 검찰의 잘못은 절차에 따라 바로잡아야 하지만, 과거 검찰의 잘못이 현재의 조국 측의 명백한 범죄에 대한 면죄부나 만능 치트키가 아니다. 스스로 어용지식인이라는 유시민조차 ‘검찰을 악마화’했다고 공개사과했지만 조국은 정도가 더 심해졌다.”

―조 전 장관은 검찰이 정치적 중립이었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조국이 말하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란 건 ‘검찰이 무조건 자기들 편들어주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조국에게는 이성윤 검찰이 검찰 정치적 중립의 모범답안이겠다. 이분들은 이렇게 ‘말의 정의’를 바꾼다. 나는, 추미애가 노무현 탄핵 앞장설 때 한나라당 차떼기 대선자금 수사했고, 이 정권 출범 직후 서슬 퍼럴 때 전병헌 청와대 수석 수사했고, 유불리나 네 편 내 편 가리지 않았다. 검찰에는 출세하려 권력 편든 검사들도 있지만, 법 집행을 위해 권력에 맞선 검사들이 있는데, 조국 식 검찰개혁이 바라는 검사는 분명 전자다.”

―법무부의 직제 개편안이 적용되면 주요 검찰청을 제외하고 형사부의 6대 범죄 수사 착수가 어려워진다. 어떤 부작용이 우려되나.

“형사부에서 하는 인지수사는, 특수부 수사와 달리 피해자가 전적으로 서민과 약자다. 서민과 약자가 착취당하고 고통받을 것이다. 이걸 도대체 누굴 위해 하겠다는 건지 혹시 알면 알려달라.”

―곧 있을 인사에서 소위 검찰인사 학살이 있을 거란 예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직도 조국 사태가 계속되고 있고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이라 본다. 이제는, 권력이 싫어하는 수사를 한 검사들만 좌천하고 내쫓겠다는 게 아니라, 조국을 적극 옹호한 검사들만 남기고 다 내쫓겠다는 것이다.”

―좌천만 세 번째다. 본인도 인사를 앞두고 있고 부담될 수 있는데, 이렇게 직접 나서 말하는 이유는?

“누구라도 나서서 할 말 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않으면 힘을 가진 쪽이 왜곡한 이런 거짓 기록이 나중에 진실 행세를 할 거다. 당장 손해 보고 핍박받더라도, 이런 거짓선동의 반대편에 더 많은 상식적인 사람들이 서 있었다는 기록들을 차곡차곡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민영·이창훈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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