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환영회에서 나누는 의미없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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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환영회에서 나누는 의미없는 이야기

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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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다들 집중해주시기 바랍니다”

 

전략팀 손 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 자리는 LA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복귀하신

우리 본부장님을 환영하기 위해 만든 자리입니다”

 

그의 우렁찬 목소리에

20명 남짓한 사람들 전부 시선을 한데 모았고,

그는 보란 듯이 소맥잔을 집어 들었다.

 

“열렬히 환영하는 마음과,

앞으로 또 회사를 위해 열심히 힘써주실

존경의 마음을 담아 힘차게 건배하겠습니다.

자, 박성훈 본부장님을!”

 

위하여!!!!!!”

 

"잘 부탁드립니다"

 

단란한 분위기의 한우 고기집이

직원들 함성으로 가득 찼다.

손 팀장 옆에 앉아있던 성훈은

얼굴을 붉히며 소주를 들이켰고,

다 마신 잔을 내려놓으며 직원들을 두루 훑어 봤다.

 

그러다 건너편 테이블 끝에 시선이 닿자

의미 모를 표정을 지었다.

 

“본부장님,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아 예”

 

조금은 부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소주를 따르는 손 팀장

 

“예상보다 빨리 오셔서 놀랐습니다.

미리 알았으면 환영회 준비는 확실하게 해놨을 텐데”

 

“사장님께서 갑자기 들어오라고 하셔서요.

저도 전화 받고 급하게 온 겁니다”

 

“아 그러시구나. 오해는 마십쇼.

예상보다 빨리 오셔서 너무 좋다는 뜻이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손 팀장님”

 

성훈이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그러곤 다시 건너편 테이블 끝을 응시하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

 

그의 눈길이 향한 곳을 확인한 손 팀장이

살짝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니 팀장이 저기 가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본부장님이 여기 계신데”

 

“그러게요. 제가 이쪽으로 자리 안내해드렸는데

굳이 저기 앉으시겠다고...”

 

“그랬어? 일부러 저기 앉은 거야 그럼?”

 

“팀원들이랑 같이 있는 게 편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니 누군 안 그런가?

자리가 자리인 만큼 오늘은 본부장님이랑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해야,”

 

“팀장님”

 

“네?”

 

“ㅇㅇㅇ 팀장 옆에 앉은 사람은 누굽니까?”

 

손 팀장의 말을 끊곤 낮은 음성으로 묻는 성훈.

왠지 모를 서늘함이 흐르는 목소리라

팀장이 쉽게 대답하지 못하자

이번엔 그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되물었다.

 

“거슬려서 그래요. 누굽니까”

 

“아, 저, 그게...”

 

사실 성훈은 식당에 들어설 때부터

유독 한 사람만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을 피해 일부러 반대편에 앉은

기획팀 팀장 ㅇㅇ였다.

 

“기획팀 신입사원입니다.

저번 공채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이름”

 

“네?”

 

“.......”

 

“아, 우영준입니다”

 

“.......”

 

서늘한 목소리에 차가운 눈빛까지 더해져

성훈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한기가 느껴졌다.

손 팀장은 성훈의 ‘거슬린다’는 부분이 거슬렸지만

차마 묻진 못했다.

그러다 본인까지 거슬려질까봐.

 

 

살벌한 분위기인 본부장 테이블과는 반대로

ㅇㅇ가 자리한 기획팀 테이블은 활기가 넘쳤다.

원래 분위기가 좋은 것도 있지만

팀장인 ㅇㅇ와 팀원들 사이가 꽤 돈독한 것 같았다.

스스럼없이 장난치고 편히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팀장님 천천히 드세요”

 

“이제 두 잔 마셨는데요?”

 

“두 잔 다 원샷하셨잖아요”

 

“당연하죠”

 

“당연하긴요”

 

ㅇㅇ 옆에 딱 붙어 앉아

ㅇㅇ의 손짓 하나, 표정 하나까지 일일이 들여다보는

우수 신입사원 영준이 눈에 띄었다.

 

“술 말고 고기 드세요”

 

“영준 씨 많이 먹어요. 10인분 먹어도 괜찮으니까”

 

“같이 먹어요 같이”

 

다정한 눈으로 ㅇㅇ만 쳐다보던 것도 잠시,

앞 접시에 직접 고기를 올려주곤

ㅇㅇ가 고기 한 점 입에 넣을 때까지 지켜보며 말했다.

 

“어때요? 맛있죠”

 

“네”

 

“하하”

 

“영준 씨도 먹어요. 조 대리님이 다 드시겠다”

 

“어어? 아니에요~~”

 

“맞거든요? 3인분 더 시킨 것도 봤다구 내가”

 

“헙. 그건 또 언제 보셨대...”

 

“나 몰라요? 뒤통수에도 눈 달린 거.

우리 팀원들은 항상 내 시야 안에 있다니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화목하게 웃고 떠들던 기획팀 사이로

새로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전략팀 직원들 얼굴은 얼추 익혔는데

기획팀은 좀 어색하네요. 새로 오신 분들도 보이고”

 

테이블 중앙에 난 빈자리를 꿰차고 앉은 성훈이

주변 팀원들 얼굴을 훑어보다

ㅇㅇ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살짝 웃어보였다.

 

하지만 ㅇㅇ은 미간만 찌푸릴 뿐이었다.

 

“본부장님, 제가 한 잔...”

 

“아 예, 그럼요. 주십쇼”

 

황 대리가 직접 나서서 맥주를 따르는 중에도

그의 시선은 ㅇㅇ에게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후...”

 

“팀장님 괜찮으세요?”

 

“네?”

 

“취하신 거면,”

 

“괜찮아요”

 

“어, 팀장님 카톡 왔나본데요? 불빛 나와요”

 

“그러네? 언제 왔지?”

 

반 정도 남아있던 술을 털어 마시며

테이블 위에 올려둔 휴대폰을 확인한 ㅇㅇ가

입술을 깨물며 성훈을 쳐다봤다.

 

 

선배

적당히 마셔. 내일 고생하지 말고

 

 

“쳇”

 

금세 다른 팀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성훈이

다시 ㅇㅇ을 돌아 봤다.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을 확인하고

살짝 고갯짓을 했지만,

 

“저 한 잔 더 주세요”

 

ㅇㅇ은 아랑곳하지 않고 술만 마실 뿐이었다.

 

“팀장님, 본부장님께 한 잔 따라드리시는 건...”

 

“제가요?”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럴까요? 제가 따라드려요?”

 

“네?”

 

“그러죠 뭐. 어려운 일도 아니고”

 

누구보다 터프하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ㅇㅇ가

맥주병을 들고 성훈에게 다가갔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였지만

성훈과 ㅇㅇ의 눈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복귀 축하드립니다”

 

“...네.”

 

“연락도 없이 오셔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겠어요.”

 

“.......”

 

“하긴, 일도 하고 여자도 만나느라 바쁘신데

연락할 겨를이나 있었겠어요?”

 

“.......”

 

“워낙 공사가 다망하시니까.”

 

그러곤 성훈의 술잔에 술을 가득, 정말 가득 채웠다.

넘칠 듯 넘치지 않는 술을 보며

만족한 미소를 보인 ㅇㅇ가

다시 자리로 돌아가자

성훈이 혼자 나직하게 웃어 보였다.

 

“자 그럼 다시 건배할까요?

본부장님, 복귀를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려요!”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성훈을 외면하며

미련 없이 한 번에 털어 마시는 ㅇㅇ과

미간을 찌푸린 채 술 한 모금 간신히 넘기는 성훈.

 

“.......”

 

그리고 둘 사이에서 이상한 기류를 감지한 영준까지.

 

왠지 다른 서사가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

.

.

 

 

 

“마케팅팀 신사업 관련 보고서 언제 나온대요?

외부업체 제안보고서까지 첨부해서”

 

“오늘 오후까지 가능하답니다”

 

“오후 몇 시. 5시 50분?”

 

“아, 그게...”

 

“저번처럼 퇴근 직전에 던지고 가면

가만 안 둔다고 전하세요.”

 

“넵”

 

법무팀과 회의를 마치고 나온 ㅇㅇ가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조 대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후... 지금 몇 시예요?”

 

“11시입니다”

 

“벌써? 그럼 회의를 2시간 반을 한 거예요?”

 

“네”

 

“하... 아니 법무팀이랑 회의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어.

읽을 게 너무 많아”

 

“그래도 팀장님이니까 버티시는 거죠

저 같으면 벌써 뛰쳐나왔을 겁니다”

 

“조 대리는 지금도 뛰쳐나가고 싶잖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다 보여요”

 

쿡쿡거리며 웃는 두 사람.

뒤로 법무팀 직원들이 지나가자

다시 얼굴을 굳히며 정면을 쳐다봤다.

 

“아 참, 팀장님 그거 아세요?”

 

“뭐를요”

 

“본부장님 오셨대요!”

 

“네?”

 

“박성훈 본부장님이요!

어제 귀국하셔서 오늘 바로 출근하신다던데”

 

“에??”

 

“벌써 와서 사장님 뵙고 계시려나...”

 

“아, 아니... 그런 말 없었는데?”

 

“그러니까요. 저희도 다 깜짝 놀라서

혹시 다짜고짜 보고서 올리라고 할까봐

막 분주하게 이거저거 출력해놓고 막,”

 

끊임없이 재잘대는 조 대리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ㅇㅇ가 급히 주머니 속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와 통화 목록, 일정표를 일일이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없는데??”

 

“네?”

 

“확실해요?”

 

“예. 팀장님 회의 들어가시고 얼마 안 있어서

본부장실에 짐 들어오던데요?”

 

“말도 안 돼”

 

“예상보다 빠르긴 했어요.

원래 3개월 더 계시기로 하셨던 거잖아요”

 

 

-

 

 

“말도 안 돼...”

 

멍하니 서있던 ㅇㅇ가 때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당황한 조 대리까지 급히 올라타자

닫힘 버튼을 사정없이 누르며 조용히 되뇌었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티, 팀장님?”

 

“말도 안 돼...”

 

엘리베이터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동안

ㅇㅇ가 방금 전 확인한 메시지를 되짚어봤다.

 

 

‘많이 바빠? 연락이 잘 안 되네’

 

‘미안 이따 전화할게’

 

‘자기야’

 

 

이틀 전에 나눈 대화가 전부였다.

이후로 그는 전화도, 답장도 하지 않았다.

 

“하,”

 

꽤 놀란 표정을 짓던 ㅇㅇ가

이젠 어이없다는 듯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자

옆에서 쳐다보던 조 대리의 얼굴도

기괴하게 변했다.

 

“괜찮으신... 거죠?”

 

 

-

 

 

“네”

 

“네...”

 

17층에 도착하자 지체 없이

사무실로 향하는 ㅇㅇ과 조 대리.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어느 때보다 씩씩하게 걷던 ㅇㅇ가

먼저 문을 열어주는 조 대리의 호의에

고갤 끄덕이곤 안으로 들어서자,

 

“팀장님!!”

“저희 팀장님 오셨습니다 본부장님!”

 

이미 팀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그가 눈에 들어왔다.

 

“헐 대박. 진짜 오셨네요”

 

“.......”

 

“.......”

 

살짝 눈을 찡그리며 쳐다보는 ㅇㅇ과 달리

웃어 보이는 성훈.

 

두 사람이 인사도 나누지 않고 서로를 쳐다만 보자

뻘쭘해진 직원들이 조용히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분위기 왜 이래”

“몰라 너무 놀라셨나?”

“그래도 그렇지...”

 

그리고 그 속삭임을 뒤에서 듣고 있던 영준이

ㅇㅇ에게 다가가 작게 말했다.

 

“팀장님, 인사하셔야죠”

 

“알아요”

 

“상사 싫어하는 티 많이 내면 안 좋아요”

 

“...푸흐”

 

ㅇㅇ가 웃는 순간 성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의 시선은 ㅇㅇ 옆에 서있는

처음 보는 남자에게 고정 돼 있었다.

 

“오랜만에 뵙네요. 본부장님”

 

“.......”

 

“잘 지내셨죠?”

 

성훈에게 가까이 다가가 꾸벅 인사를 건네는 ㅇㅇ.

 

“.......”

 

“.......”

 

“그럼요.”

 

자신을 빤히 보는 ㅇㅇ의 눈빛을 외면하곤

다시 팀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1년 동안 준비했던 프로젝트 잘 마무리하고 왔습니다.

전략기획본부장으로서 예전처럼

여러분과 함께, 좋은 성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우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중하게 복귀 인사를 한 성훈이

고갤 꾸벅 숙여 인사하곤

ㅇㅇ의 옆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옥상에서 보시죠”

 

“...싫은데요”

 

“.......”

 

“업무가 많아서요.”

 

ㅇㅇ가 당혹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는 성훈을 지나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뻘쭘하게 남아있던 영준과 조 대리마저 조용히 흩어지자

성훈이 입술을 깨물며 돌아섰다.

 

 

 

.

.

.

 

 

 

“어머, 본부장님 연애하세요?”

 

앞에서 열심히 소맥을 제조 중인

조 대리를 구경하던 ㅇㅇ가

순간 귀에 꽂힌 질문에 집중하며 성훈을 쳐다봤다.

 

“아 예”

 

“언제부터요? 혹시 LA에서?”

 

“하하, 아닙니다”

 

“웃긴...”

 

“네? 뭐라고요?”

 

“아니에요. 영준 씨 뭐 마실래요?

소주? 소맥?”

 

“저는... 소주 마시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씩 웃으며 영준의 술잔을 가득 채워주는 ㅇㅇ

 

“대리님은요?”

 

“제건 여기 있습니다”

 

“역시... 소맥에는 일가견 있으시다니까?”

 

“사회생활 잘하는 법 1조 1항이

소맥 잘 타기 아니겠습니까”

 

“큭큭 맞아요”

 

“저도 가르쳐 주십쇼”

 

“알아서 보고 배우십쇼”

 

“보니까 황금비율이 딱 있더라고요.

그걸 노려봐요”

 

“넵”

 

“그런 의미로 짠!”

 

“짠-”

“건배!”

 

“팀장님! 너무 달리시는 거 아닙니까~?”

 

“아니에요~ 여러분 제 걱정 말고 맘껏 드세요.

본부장님이 쏘시는 거니까”

 

성훈과 ㅇㅇ의 눈길이 잠시나마 허공에서 만났다.

하지만 이번엔 성훈이 먼저 시선을 피했다.

 

“.......”

 

“본부장님 그럼 데이트는 언제 하세요?

거의 맨날 야근 하셨잖아요. 전부터”

 

“의외로 잘했습니다.

여자친구가 많이 배려해준 덕에”

 

“우와... 대단하시다”

 

“실례지만, 여자친구 분 예쁘십니까?”

 

“네”

 

거침없는 대답에 한바탕 난리가 난 테이블.

그 속에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술을 들이키던 성훈이

무언가 떠오른 듯 갑자기 얼굴을 찌푸렸다.

 

 

‘하긴, 일도 하고 여자도 만나느라 바쁘신데

연락할 겨를이나 있었겠어요?’

 

 

“설마...”

 

 

 

.

.

.

 

 

 

“하...”

 

ㅇㅇ가 한숨을 작게 내쉬며 본부장실을 쳐다봤다.

1년 치 업무 내용을 몰아보느라 바쁜 성훈이

이해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야속한 그녀였다.

 

“휴대폰은 폼으로 들고 다니냐고”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에 옥상 행을 거절했을 뿐,

ㅇㅇ는 지금이라도 당장 이유를 묻고 싶었다.

왜 알려주지 않고 연락하지도 않았는지.

 

미안한 마음을 담은 장문의 메시지라도 보냈다면

ㅇㅇ의 기분이 어느 정도 풀렸을지 모르겠다.

평소에도 메시지보단 통화를 선호하는 그였지만

이번 만큼은 ㅇㅇ을 위해 뭐든 해야 되는 게 아닌가...

 

“무릎 꿇고 싹싹 빌어도 모자랄 판에”

 

ㅇㅇ의 혼잣말이 점점 커지자

조 대리가 고갤 빼꼼 내밀어

조심스럽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하... 답답해”

 

“답답하시면 저랑 같이 바람이라도 쐬러,”

 

“네? 아, 아닙니다”

 

“커피 드릴까요? 팀장님?”

 

“괜찮아요. 일들 보세요”

 

“네...”

 

“.......”

 

입을 삐죽이며 직원들 눈치를 보던 ㅇㅇ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휴대폰을 챙겨 옥상으로 향했다.

 

거기라면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

 

몇몇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옥상에 다다른 ㅇㅇ.

넓게 트인 하늘을 보며

성훈을 떠올리던 것도 잠시,

고갤 세차게 흔들곤 벤치에 주저앉았다.

 

“뭐가 이쁘다고”

 

그러곤 SNS를 열어 이것저것 훑어보기 시작했다.

생각 없이 시간 보내기엔 SNS가 제격이었다.

 

“어? 얘 시집가나? 청첩장 찍었네”

 

피드 속에 가득 찬 친구들의 일상.

평범하고 특별한 순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또는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사람들이

보기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부러웠다.

 

“.......”

 

하지만 이내 욕심이란 걸 깨달았다.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사는 자신이

또 누군가의 삶을 부러워한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한강데이트... 보기 좋네”

 

아무리 지난 1년 간

그와 다시 만날 날만 기다리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도,

그 순간이 생각보다

아름답거나 애틋하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

 

적어도 다른 여자의 피드에서 뜬금없이 등장한

그의 사진을 보기 전까진 그랬다.

 

 

 

jin_a_n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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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_a_nana

오랜만에 보는 성훈오빠랑~

귀국하자마자 만나버리기

 

 

.......

 

 

“왓더퍽?”

 

ㅇㅇ가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뭐야!!!!!!!”

 

그러자 뒤에 서있던 다른 직원들이

ㅇㅇ에게서 슬금슬금 멀어졌다.

 

“이거, 어제, 임진아!!!!!”

 

사진 속 여자는 성훈의 친한 동생이자

ㅇㅇ의 안 친한 대학동기,

회사 사장님의 하나 뿐인 외동딸 진아였다.

어렸을 때부터 성훈과 진아는

절친하신 부모님 덕분에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다고 했다.

그건 ㅇㅇ도 익히 알고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건 좀,

 

“귀국하자마자 만나버리기?

나도 못 만난 내 남자를?”

 

달랐다.

 

너무 다정해 보이는 것도,

순서에서 밀린 것도,

ㅇㅇ에겐 너무나 낯선 상황이었다.

 

“.......”

 

다른 사람 같았다.

 

“얘기 좀 하자. 나 할 얘기 많아”

 

“.......”

 

갑자기 들린 소리에 ㅇㅇ가 천천히 돌아섰다.

소리 소문 없이 옥상까지 쫓아온 성훈은

그의 말처럼 정말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우선은, 미안해.

도착하자마자 전화하려고 했는데

내가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

 

“원래 계획은 서프라이즈로 너 찾아가려고 했었거든.

근데,”

 

“근데”

 

“사장님이 바로 보고받고 싶다고 하셔서

서울 가자마자 사장님 댁으로 갔어.

거기서 시간이 좀 지체되는 바람에...”

 

“.......”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정말 어쩔 수 없었어.

미안하다”

 

“.......”

 

“ㅇㅇ야”

 

“.......”

 

‘ㅇㅇ야’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서는 그와 달리

한 걸음 멀어지는 ㅇㅇ

 

“나한테 전화할 수 있는 순간은 언제나 있었어.

못했고, 안 했을 뿐이지”

 

“.......”

 

“1년. 길지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했어.

우리 어른이니까... 유치하게 전화하다가

싸우고 그러진 않겠지.

오해는 풀면 되고, 의심은 안 하면 되니까”

 

“.......”

 

“근데 실망감은 어떻게 안 되더라.

따질 수도 없고 삼킬 수도 없고”

 

“.......”

 

“선배랑 만나면서 처음 느껴본 거였어.

나한테 그 1년은,

길진 않지만 참 잔인한 시간이었더라고”

 

“아니야 그런 거”

 

“.......”

 

“아니야”

 

“근데 마지막이 참 화려했어.

서프라이즈 맞아. 많이 놀랐거든”

 

살짝 미소짓는 ㅇㅇ의 코앞으로 바짝 다가선 성훈이

떨리는 눈으로 말했다.

 

“그렇게 말하지마.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뭔데”

 

“내 잘못이야. 그냥 내가 잘못한 거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야”

 

“.......”

 

“실망할 만 해. 이해해.

근데 그렇게 얘기하지마”

 

“.......”

 

“무서워”

 

“나도 무서워”

 

“.......”

 

“이런 얘기 하는 것도,

이런 감정 느끼는 것도 다 무섭다고”

 

"ㅇㅇ야,"

 

성훈이 자리를 뜨려는 ㅇㅇ의 손을 붙잡았다.

온기라도 느끼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

 

“.......”

 

하지만 ㅇㅇ은 손을 놓고 돌아섰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옥상을 나섰다.

 

 

 

.

.

.

 

 

 

성훈이 급히 휴대폰을 꺼내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로그인 후 바로 뜨는 피드를 확인한 그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화면을 꺼버렸다.

 

“하...”

 

그리고 직접 잔을 채우며 몇 번을 들이켰다.

세 잔 정도 마시니 두통이 몰려왔고,

꽤 날카로웠는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버티고만 있었다.

 

그러다 옆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간신히 답한 성훈은

 

“네?”

 

“본부장님 코피!”

“헐, 진짜네? 코피나요 본부장님!!”

 

사람들의 놀란 표정과

테이블에 묻은 핏자국을 보고

그제야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여기 냅킨 좀 주세요!!”

“괜찮으세요?”

 

“괜찮습니다”

 

“많이 피곤하신가보다 어떡해...”

 

“잠시만,”

 

성훈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자

멀리 있던 손 팀장이 뛰어와 부축하며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구급차 부를까요?”

 

“하하, 아니요. 그냥 코피 난 건데요”

 

“아니 그래도,”

 

“화장실 좀 가겠습니다”

 

“같이 가드릴까요?”

 

“됐습니다”

 

냅킨으로 간신히 코를 막으며

화장실로 향한 성훈은

벽에 기대 코피가 멈추기만을 기다렸다.

 

 

‘나한테 전화할 수 있는 순간은 언제나 있었어.

못했고, 안 했을 뿐이지’

 

 

하지만 그 순간에도 성훈은

ㅇㅇ의 슬픈 얼굴과 슬픈 목소리만

떠오를 뿐이었다.

 

 

‘근데 실망감은 어떻게 안 되더라.

따질 수도 없고 삼킬 수도 없고’

 

 

이내 실망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한 번 안아줄 걸.

보자마자 변명이나 늘어놓는 대신

보고 싶었다고, 그리웠다고.

 

네 목소리라도 듣지 못한 날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고.

 

이것마저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1, 나에겐 너무 길고 괴로운 시간이었다고...

 

맺혀있던 눈물이 톡 떨어진 순간,

괜히 멋쩍은 웃음을 짓곤

세면대 앞으로 향했다.

 

핏자국과 눈물자국 모두 쓸려나갈 만큼 세수하고 나니

불쑥 코끝이 더 시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성훈은 고갤 세차게 저으며

화장실을 나섰다.

 

 

 

“.......”

 

“본부장님,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습니다”

 

“진짜 깜짝 놀랐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괜히...”

 

직원 여럿을 훑던 그의 눈에

ㅇㅇ의 빈자리가 들어왔다.

 

“이리 와서 고기 좀 더 드시죠.

피곤할 땐 소고기가 최곱니다!!”

 

“맞습니다!!”

 

옅은 미소를 보이던 그는,

 

“드시고 계세요. 저는 잠깐...”

 

결국 빈자리의 주인이 있을 곳으로 걸음을 돌렸다.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by이소라)

 

 

 

 

“후...”

 

식당을 나와 거리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성훈은

반대편 끝에 서있는 유난히 밝은 가로등 쪽으로 향했다.

왠지 그곳 어딘가에 ㅇㅇ가 있을 것 같았다.

 

 

천천히 다가가 가로등 옆 골목에 들어서니

 

“.......”

 

“.......”

 

ㅇㅇ가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벽에 머리를 박고 서있었다.

 

“안 추워?”

 

“깜짝이야,”

 

“뭐해. 위험하게”

 

“.......”

 

한동안 대답 없이 성훈의 얼굴을 빤히 보는 ㅇㅇ

 

“ㅇㅇ야”

 

“.......”

 

“한 번만”

 

“.......”

 

“한 번만 안아보자”

 

성훈이 주춤거리며 손을 내밀었다.

차마 길게 뻗진 못하고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한없이 무너질 것 같은 그 손을, ㅇㅇ은,

 

“...바보야”

 

덥석 잡아 품에 안겼다.

 

그제야 성훈은 가슴 깊은 곳에서

큰 숨을 몰아 쉴 수 있었다.

안도감과 후회가 몰려왔지만

지금 당장은, 사랑이었다.

 

“고마워...”

 

“.......”

 

“미안해”

 

“사랑해”

 

“.......”

 

ㅇㅇ가 성훈을 한번 더 꽉 끌어안고 품에서 나왔다.

 

“별 수 없이, 사랑해”

 

“......”

 

“자기가 아픈 것보다 싫은 건 없어.

그게 제일 싫고 제일 속상해”

 

“...나 안 아파”

 

“아파”

 

“.......”

 

“너무 말랐어.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었는데...”

 

“.......”

 

“잠도 잘 못자고, 바빴겠지.

외로웠을 거야 많이”

 

ㅇㅇ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1년, 너무 길었다 그치”

 

이내 주륵 흐르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던

그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응. 너무 길었어 ㅇㅇ야”

 

“.......”

 

“너 혼자 보낸 사계절은 너무 길었어.

내가 닿지 못했던 그 시간들 전부...

내가 한다고 했는데, 잘 안 됐어.

노력이 부족했어 너무”

 

“.......”

 

“실망시켜서 미안해.

부족한 것까지 안아달라고 해서 미안”

 

성훈이 빨개진 눈을 하곤 간신히 미소를 보였다.

자신의 손등을 타고 떨어지는 ㅇㅇ의 눈물 때문에라도

그는 울 수 없었다.

 

“그리고...”

 

“.......”

 

“별 수 없이 사랑해줘서 고마워”

 

성훈의 말을 끝으로 ㅇㅇ은 그의 품에 다시 안겼다.

 

작은 흐느낌마저 소중한 순간이었다.

 

 

 

 

 

 

“휴대폰은 어떻게 찾았어?”

 

“못 찾았어”

 

“진짜?”

 

“응. 아무리 전화해도 안 받아주더라고”

 

“어디서 잃어버렸는데”

 

“공항인 거 같아”

 

“인천공항?”

 

“응”

 

“허... 그래서?”

 

“샀지. 아까”

 

두 사람이 손을 꼭 잡은 채

벽에 기대서서 얘길 나눴다.

 

“그래도 다행이다. 자기 다 백업해놨잖아”

 

“다 그대로야 그래서.

우리 사진도 다 있어”

 

“히히”

 

귀엽게 웃는 ㅇㅇ의 얼굴을

살짝 어루만지는 성훈

 

“바로 너한테 갔어야 했는데...”

 

“사장님이 불렀다며”

 

“사람을 보냈더라고. 오 비서”

 

“공항으로?”

 

“응”

 

“많이 급하셨나보네”

 

“몰라- 수고했다고 술 한 잔 주신 거 빼곤

별 거 없었어.”

 

“자기가 아들 같이 편하고 좋으니까 그러셨겠지.

반가워서”

 

“거기 안 갔으면 그 사진 찍을 일도 없었을 텐데”

 

“아... 그 사진”

 

“미안해. 서운하게 해서”

 

“안 서운했어”

 

“화났었어?”

 

“응”

 

 

성훈이 큭큭 웃으며 잡고 있던 ㅇㅇ의 손에

입을 맞췄다.

 

“내 남친이 그 밤에 다른 여자랑 사진을 찍었는데

화가 안 나고 배겨?

그것도 아주 다정하게??”

 

“그치. 맞아. 화나지 당연히”

 

“나한텐 연락도 없고...”

 

ㅇㅇ가 삐죽거리며 성훈을 쳐다보자

성훈 역시 입을 삐죽이며 울상을 지었다.

 

“앞으로 이런 일 없을 거야. 약속해”

 

“원래 이런 일 없었어. 요 며칠만 좀...”

 

“너무 급하게 마무리하느라 그랬어.

일주일 안으로 들어오라니까

거기 집 정리하고 프로젝트 관련 계약 서류 넘기고...

마지막 이틀은 진짜 일이 많더라고.”

 

“그래서 잠도 못 잔 거야?”

 

“응? 아니야”

 

“맞잖아. 자기 잠 못 자면 코피 흘리잖아”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거짓말”

 

“아닌데?”

 

“밥 세 끼 꼬박 먹었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지?

대충 때우고 그랬지?

맨날 스테이크 먹었다더니 그것도 다 뻥이고”

 

성훈이 입술을 깨물며 고갤 절레절레 저었다.

 

“사실대로 말해”

 

“아니야”

 

“스읍-”

 

“아니야~”

 

ㅇㅇ가 성훈과 맞잡은 손에

나머지 손까지 더해 폭 덮어주며 말했다.

 

“나랑 맛있는 거 많이 먹으러 다니자”

 

“괜찮은데...”

 

“말 듣자”

 

“응”

 

“.......”

 

“.......”

 

“자기야”

 

“응?”

 

“뭐라고 하려고 했어?”

 

“뭐가”

 

“서프라이즈로 나 찾아와서 딱 마주섰을 때.

무슨 말 하려고 했는데?”

 

“.......”

 

“.......”

 

“아무 말 못하고 우는 거 달래줬겠지”

 

“치,”

 

“우는 너 보면서 나도 울었겠지.

밤새 울고 웃으면서 못한 얘기 다하고

못 보던 얼굴 다 보고

만지고 비비고 쓰다듬다 못해

지쳐 잠들었을 거야 아마.”

 

“맞네. 그랬겠다 우리”

 

두 사람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오늘 하면 되겠다”

 

“오늘 하루로 될까?”

 

“최대한 해봐야지”

 

“1년 같은 하룻밤이라...”

 

“조바심 갖지 말고 천천히, 하나씩...

너랑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니까”

 

성훈이 ㅇㅇ의 손을 끌어당겨

다시 품에 넣으며 말했다.

 

“아... 내가 이 향기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넌 모를 거야.”

 

“나도 마찬가지거든?”

 

“네가 쓰는 샴푸에 바디워시, 향수까지

다 사서 써봤는데 이 향이 안 나는 거야.”

 

“.......”

 

“나 베개에서 나는 네 향기 좋아하는 거 알지”

 

“응”

 

“그게 없으니까 잠이 안 오더라고”

 

“.......”

 

“그래서 생각했지. 네 베개 훔쳐올 걸”

 

“그러게. 훔쳐가게 놔둘 걸”

 

“근데 이젠 괜찮아. 너 껴안고 자면 되니까”

 

“.......”

 

성훈의 입술이 ㅇㅇ의 입술에 맞닿았다.

짧은 입맞춤을 주고받던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의 숨결을 나누고 있었다.

 

 

지이잉- 지이잉-

 

 

“아 뭐야”

 

“잠깐만”

 

 

지이잉-

 

 

“난 뭐지?”

 

“흐흐”

 

잠깐 떨어져 각자 휴대폰을 확인하는 두 사람.

 

“네, 손 팀장님. 아 저... 잠깐 밖에 있습니다”

 

성훈이 씩 웃으며 손 팀장과 통화하는 동안,

ㅇㅇ은 영준에게서 온 카톡에 답장을 했다.

 

 

우영준 사원

팀장님 어디세요! 슬슬 집에 가는 분위긴데...

 

 

ㅇㅇㅇ

바람 쐬고 있었어요. 금방 갈게요

 

 

우영준 사원

혹시 본부장님이랑 같이 계세요?

 

 

ㅇㅇㅇ

 

 

“헐”

 

“금방 들어가겠습니다. 네”

 

“미쳤다 미쳤어”

 

전화를 마친 성훈에게

대뜸 영준과의 대화 내용을 보여주는 ㅇㅇ

 

“나 어떡해 사고쳤어!”

 

“왜, 뭔데”

 

“자기랑 같이 있다고 해버렸어!!”

 

“누구한테?”

 

“영준 씨!”

 

“영준 씨... 그 신입사원?”

 

“응!! 아 어떡하지? 미쳤나봐”

 

순간 성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화 내역을 일일이 확인하기 시작했다.

 

“뭔 대화를 이렇게 많이 했어”

 

“엉? 뭐가?”

 

“집에 잘 들어갔는지는 왜 물어봐?”

 

“그거야 같이 야근했으니까

서로 잘 들어갔는지 궁금한 거지”

 

“둘이 야근을 했어?”

 

“그럼~ 자기도 알잖아.

밥 먹듯이 하는 야근”

 

“.......”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고,

내가 자기랑 같이 있다고 해버렸다니까?”

 

 

우영준 사원

두 분이 뭐하시는데요?

 

 

때마침 영준에게서 답장이 오자

내용을 확인한 성훈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의심하는 거 아니야? 헐...”

 

“그럼 정답을 주면 되지”

 

“어?”

 

 

ㅇㅇㅇ

데이트

 

 

“됐다. 가자!”

 

“어? 뭐가 돼? 뭐가 돼... 헐”

 

ㅇㅇ가 성훈이 건넨 휴대폰을 받자마자

입을 떡하고 벌렸다.

 

“가서 대충 마무리하고 나오자.

2차 가고 싶으면 가라고 하고”

 

“이, 이게 뭐야?”

 

“의심에 대한 정답”

 

“.......”

 

“왠지 이 친구는 알아야 될 것 같아서”

 

“갑자기? 다른 대리들도 아니고 신입사원이?”

 

“응. 신입사원 같지가 않길래”

 

“무슨 소리야! 갓 들어온 신입한테,”

 

“그냥 신입 아니야”

 

“뭔데 그럼”

 

“대가리 큰 신입”

 

“어?”

 

“거슬리게”

 

 

 

 

*

 

 

 

 

“아이, 본부장님! 같이 2차 가셔야 되는데...”

 

“상사는 2차 가는 거 아니라면서요.”

 

“제가요? 언제요?”

 

“하하. 카드 드렸으니까 걱정 말고 좋은 시간 보내세요.

너무 달리진 마시고”

 

“넵! 알겠습니다!!”

 

“유 대리님, 우리 손 팀장님 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유 그럼요. 걱정마십쇼”

 

“본부장님은 댁으로 가시는 건가요?

대리 부를까요?”

 

“아니요. 택시타고 가면 됩니다.

전 알아서 갈 테니까 다들 이동하시죠”

 

“아무리 그래도 본부장님이신데...”

 

“제가 제일 안 취한 거 아시죠?”

 

“그래도...”

 

“어, 저기 손 팀장님 혼자 가시는데요?”

 

“에? 아 팀장님!!!! 같이 가요!!!!”

 

이미 만취한 몸으로 비틀비틀 걷는 손 팀장을 따라

나머지 팀원들도 2차 회식 장소인 노래방으로 향했다.

 

“팀장님 정말 안 가세요?”

 

“네. 아까 너무 달렸더니 피곤해서 안 되겠어요”

 

“아- 너무해애애”

 

“흐흐 우리 조 대리님은 참

취하기만 하면 귀여워지신다니까?”

 

“아니 전략팀보다 쪽수가 밀리잖아요..!!”

 

“무슨 쪽수요?”

 

“노래방 쪽수요. 분명히 노래 대결할텐데...”

 

“대리님 노래 잘하시니까 점수로 이기면 되죠.

또 누구지? 우리 이 사원도 잘 하지 않나?”

 

“아 몰라요! 망했어!!!”

 

“내가 누누이 말했지만 손 팀장한테 쫄 필요 없습니다.

실력으로 이겨버리세요. 흠흠.

여러분 다들 좋은 시간 보내요!! 내일 늦지는 말고”

 

“아- 팀장님-”

“너무해요!!”

 

“하하, 장난 아니고 진심이에요.

술 마셨다고 늦게 오면 얄짤 없습니다”

 

“너무 팍팍해 우리 팀장님... 쳇”

 

“쳇? 쳇이요? 너무 귀여운 거 아니에요?”

 

투닥거리며 대화하는 ㅇㅇ과 조 대리를

가만히 지켜보던 것도 잠시,

성훈은 멀리 서있는 영준에게 걸음을 옮겼다.

 

“우영준 씨?”

 

“네, 본부장님”

 

“회사 생활 어때요. 적응은 잘 됩니까?”

 

“덕분에요”

 

“음... 다행이네”

 

“팀장님이 많이 도와주셔서요.”

 

잠깐이지만 영준의 강렬한 눈빛을 본 성훈이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워낙 사람이 좋죠. 똑똑하고 야무지고 일 잘하고.

거기다 친절하기까지”

 

“.......”

 

“좋아할 만해요. 좋아하지 않는 게 어렵지”

 

“그래서 본부장님도 팀장님 좋아하시는 겁니까?”

 

“네. 원해요 나는, 그 사람을”

 

“.......”

 

“그래서 가졌죠.”

 

“.......”

 

“영준 씨, 나는...”

 

성훈이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모두가 원하는 걸 나만 가졌을 때 제일 행복하거든요?”

 

“........”

 

“근데 그걸 시답잖은 놈이 탐을 내면,”

 

“.......”

 

“화가 치밀어요. 지금처럼”

 

영준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본 성훈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무,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잘 알고 있을 거야”

 

“.......”

 

“그래서 말인데요, 우영준 씨.

한 번만 더 나대면,”

 

“.......”

 

“죽여 버릴 거예요.”

 

 

.......

 

 

“영준 씨 얼른 와요!!!”

“빨리 빨리!”

 

“.......”

 

벙 찐 얼굴로 서있던 영준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곤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이상하게 보던 ㅇㅇ가

가까이 다가와 묻자,

 

“별 얘기 안 했어. 회사 생활 어떤지 물어봤지”

 

성훈이 다정하게 웃으며 답했다.

 

“좋대. 만족스럽대”

 

“그래? 잘 됐네!”

 

“응”

 

“아아- 이제 우리만 남은 건가?”

 

“온전히.”

 

“오케이 좋았어. 빨리 집으로 갑시다!”

 

“가자”

 

성훈이 ㅇㅇ의 손을 잡고 앞으로 이끌었다.

마주 본 얼굴엔 앞으로 함께 할 시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

.

.

 

 

1년만큼 길었던 하루의 끝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의미없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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