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도 유연함도 아닌 뒤죽박죽 부동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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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도 유연함도 아닌 뒤죽박죽 부동산 정책

道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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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도 유연함도 아닌 뒤죽박죽 부동산 정책

 

일본사회당은 1955년부터 자유민주당과 양립하여 일본 정치를 이끌었다. 그런데 1996년 민주당에 조직의 기둥이 넘어갈 때까지 40년 넘게, 한번도 집권을 못 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 위원장이 1994년 6월 말부터 1년 남짓 총리를 맡긴 했지만, 자민당 중심 연립정부였지 사회당 정권은 아니었다.


정당을 만드는 목적은 집권에 있다. 권력을 쥐어야 세상을 바꾼다. 정강 정책은 집권하여 실천하고자 하는 바를 나타낸다. 집권하려면, 그 시대에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을 잘 포착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 다수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일본사회당은 지지층이 고령화하면서 점차 세력이 약해진 것을 보면, 시대 변화에 뒤처진 게 쇠락의 길을 걷게 된 핵심 원인 같다. 시대의 과제를 마주하고 해결하기 위해 자기 혁신을 하기보다는 ‘제1 야당’의 지위에 만족하며 지낸 것 아닌가 싶다.


미국 민주당의 린든 존슨은 부통령으로 있다가 1963년 11월 케네디 암살로 대통령직을 승계하자, 인종차별 근절에 나섰다. 케네디가 제안했던, 흑인 투표권 부여, 공공장소 출입 차별 금지, 흑백 통합학교 추진 가속화를 뼈대로 한 시민권 법안에 생명을 불어넣어, 상하 양원 3분의 2가 넘는 찬성을 이끌어냈다. “모든 미국인이 경주에 참여하기를 바라지만, 어떤 이들은 처음부터 다리에 쇠사슬을 차고 출발합니다.” 1965년 하워드 대학에서 이런 연설을 한 존슨은 공화당을 설득해, 고용과 교육에서 흑인에 대한 적극적 우대 정책을 도입했다. 그런데 민주당을 지지하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반대가 나왔다. 이 정책으로 민주당은 점차 곤경에 처해갔다. 존슨은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용기있게 추진했다고 한다.

 

브라질노동자당은 룰라 다시우바가 주도해 1979년 12월 창당한 진보정당이다. 노동자 출신의 룰라는 2002년 대통령 선거에 네번째로 도전했다. 이때 당의 오랜 동지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보게! 자네가 대통령이 되면 민영화한 기업들을 다시 국유화하고, 취임 첫날부터 최저임금을 올리고, 금융업의 국적을 되찾아오고, 국제통화기금(IMF)과 맞서 싸우겠다고 공약하게!” 룰라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동의하네. 하지만 자네가 그 공약을 내걸고 선거에 출마하게. 1차투표를 통과해 결선투표까지 가면 내가 자네를 찍겠네!” 룰라는 대통령 선거에서 이겨 브라질 정치사를 새로 썼다. 이념에 집착하지 않고, 실용적으로 개혁을 추진했다. 재선에도 성공했고, 노동자당의 재집권도 이뤄냈다. 유연함의 힘이다.

 

요즘 한국 정치의 최대 화두는 부동산이다. 50년 넘게 온 국민이 ‘부동산 팬데믹’을 앓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2019년 한해 동안, 주거용 부동산 가치(건물과 부속토지)만 347조원 늘어났다. 그해 국내총생산의 18%에 해당한다. 집을 소유함으로써 가만히 앉아서 불어나는 부가 그 정도니, 다른 경제·사회 정책들을 두고 격차 논쟁을 벌이는 게 서글플 정도다. 아직 국부 통계가 나오지 않았는데,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저금리 정책 여파로 집값이 급등한 2020년엔 훨씬 더했을 것이다.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과도한 부동산 보유를 억제하고,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한다’는 정책 방향을 견지해왔다. 수십년 흘러온 물줄기를 바꾸는 일이니, 강한 의지를 갖고 끈질기게 이어가야 안착시킬 수 있다. 그런데 4·7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정책을 손보고 있다. 여러 보완책을 내놓고 있지만, 핵심은 집 부자들의 보유세·양도세를 깎아주자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선거 패배의 원인을 찾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움직이는 방향을 보면 이상하다. ‘집값 잡는 데 실패해서 여러분 세금이 크게 늘어나게 됐으니 미안합니다.’ 이런 메시지만 자꾸 흘러나온다. 집값이 급등한 게 ‘종부세 강화,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 때문인가?

 

민주당은 그동안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를 까맣게 잊어버린 것 같다. 존슨의 용기와는 거리가 멀다. 룰라의 유연함도 아니다. 그저 여기저기 눈치 보며 적당히 넘어가는 길로 돌아가려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뒤죽박죽이다. 실수나 실패는 포용할 수 있지만 배신은 마음을 떠나게 하는 법인데, 민주당이 누구를 지지층으로 생각하는 것인지 자꾸 헷갈린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997924.html#csidx8d355011493a6119d0e90eea293b28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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